<드로잉 일본 철도 여행>을 리뷰해주세요.
드로잉 일본 철도 여행 - 스케치북과 카메라로 기록한 드로잉 여행 1
김혜원 글.그림 / 씨네21북스 / 2009년 4월
평점 :
절판


어린 시절 소풍 전 날이면 항상 악몽을 꿨다. 매년 소풍이나 수학여행지는 바뀌었지만 악몽의 내용은 대체로 비슷했다. 한 번도 하지 않을 지각을 해서 버스를 놓치는 꿈이었다. 집에서부터 늦었다는 사실을 깨닫고 달리기 시작하지만 코 앞에서 항상 차를 놓쳐서 울고 마는 그런 것이었다. 울음이 터짐과 동시에 잠에서 깨어 일어나 시계를 봤고 대개 오전 5시도 안 되어 있었다. 여행 전 날까지 흥분이 최고조에 오르고 여행 전 날 밤에 악몽을 꾼 후 아침 일찍 일어나 집을 나섰을 때를 기다리는 일은 한참동안 반복되었다.

이제 어른이 된 지금은 그런 악몽을 꾸지 않는다. 하지만 여행 전 날까지 흥분이 최고조에 오르는 것은 지금도 같다. 너무 기분을 냈는지 여행 도중에는 오히려 지친 것 같은 기분이 들 때도 있다. 집이 익숙한 휴식의 장소가 되는 만큼 여행은 사람에게 큰 자극이 된다. 신경질적인 아이가 악몽을 꾸게 하기도 하고 인정된 일탈의 즐거움에 직전까지 흥분을 선사하기도 한다. 같은 일상을 반복하다보면 사람은 자극을 바란다. 그렇기에 길이 길어보일 때마다 어디론가 떠나는 자신을 꿈꾸게 된다.

그래서 이 책 '스케치북과 카메라로 기록한 드로잉 일본 철도 여행'이 반가웠다. 길이 길어보이는 날은 많지만 그럴 때마다 짐 가방을 챙길 수는 없기 때문이다. 여행의 시작은 간단했다. 일본에 몇 번 여행을 간 경험이 있는 것으로 보이는 저자는 일본 여행을 결정한다. 그것도 JR패스 21일권을 사서 기차를 타고 일본 대부분을 돌아보는 것이었다. 그 순간 그녀가 부러웠던 만큼 다음 내용이 더 궁금해졌다. 가끔은 버스도 탈 수 있는 것으로 보여서 거의 만능 티켓 같이도 보이는 JR패스를 국내에서 미리 산 후 일본에서 티켓을 발권 받는 식으로 이야기가 시작된다.

그런데 숙소에 대한 부분이 없어서 의아했다. 저자는 기차를 타고 다양한 곳으로 이동하기 때문에 하카다 역에 도착해서 숙소를 잡는다. 예약도 하지 않았고 숙소에 대한 정보도 없었다. 보통은 안내소를 이용하고 안내소가 문을 닫은 오후 6시 이후에는 코방이라는 우리나라로 치면 파출소에 물어서 해결한다. 여태껏 여행은 잘 계획해서 가는 것이라 생각했는데 즉흥적으로 해도 전혀 문제가 없었고 어떤 면으로는 더욱 편리했다. 어떤 여행 책자든 정보는 한정되게 들어가 있으므로 모든 숙소나 음식점에 대한 것을 전부 다 실을 수는 없다. 그런데 현지 안내소에 가서 물어보면 예산에 맞추어 소개해 줄 뿐만 아니라 직접 전화를 걸어 공실이 있으면 예약까지 해 준다는 것이다. 새로운 정보를 알게 된 느낌이었다.

거기에 기차 여행의 매력을 잘 살린 그림과 사진에 여행의 풍취 속에 푹 빠진 기분이었다. 일본 기차 여행에 빠질 수 없는 도시락들부터 '오리엔트 특급살인'을 생각하게 하는 침대차까지 기차 여행에 대한 여러 가지 경험이 고루 실려 있었다. 기차 내부나 기차의 전면에 대한 설명부터 도착한 여행지에서 만난 사람에 대한 설명까지 있었다. 하나 신선했던 점은 여행은 사람을 만나는 일이 반 이상이라고 생각해왔는데 혼자 있어도 즐거웠고 자신 만의 시간을 오롯이 만끽한다는 느낌이 강했다는 것이었다. 단순한 관광이 아니라 기차에 몸을 싣고 생각할 여유를 누린다는 느낌이 들어 꽤 마음에 들었다.

가장 기억에 남는 장소는 미술관이었지만 가장 기억에 남는 사람은 기차 안에서 담배 피워도 되냐고 물어보고 저자가 거절하자 다른 빈 좌석으로 옮긴 이후 얼굴을 마주칠 때마다 언짢은 표정을 지었다는 할머니였다. 잃어버린 카메라를 챙겨다 준 가게 주인처럼 좋은 사람도 많았지만 친절한 사람들 틈에서 유독 무례한 사람이어서 기억에 오래 남았다. 아기자기한 그림과 사진으로 일본 기차 여행을 대리 경험한 느낌이다. 다만 아쉬운 점은 음식이나 도시락 같은 것은 그림이 아니라 사진이었으면 했다는 것이다. 하긴 아쉬움이 남아야 직접 떠나게 될 테니 이것 역시 장점인지도 모른다.


 

- 서평 도서의 좋은(추천할 만한) 점
일본 여행을 그것도 기차를 통해서, 그림과 사진으로 표현된 부분이 좋았어요.

- 서평 도서와 맥락을 같이 하는 '한핏줄 도서'
그림과 사진으로 표현된 '바람샤워 인 라틴'이란 여행기가 떠오르네요.

- 서평 도서를 권하고 싶은 대상
언젠가의 여행을 기다리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 마음에 남는 '책속에서' 한 구절
해가 진다.
내가 조금까지 머무르던 곳, 내가 두고 온 곳, 내가 가야할 곳
그 모든 곳에 똑같이 해가 지고 있다. (P421)

이 책은 알라딘 독자 서평단 도서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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