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는 숙취가 풍기는 트림 같은 한 주 였다.
요즘 일상에서의 쟁투는 악취를 풍기며 일회적으로 공기 속에 산화되고 말 문제가 아니어서 힘겹다.급성 궤양이 만성 궤양으로 자리잡고 있다.
금요일 퇴근을 하고 집으로 돌아왔는데도 마음이 즐겁지 만 않았다.머리 속에 담석이라도 들어앉은 것 처럼 묵직하다.아이와 밤새 뒤척이다가 새벽 4시 반에 일어났다.다시 잠들려고 하는데 눈이 말똥 말똥하다.복잡한 마음과 잦은 회의때문에 하루 서너장 밖에 읽지 못하던 책을 읽었다. 새벽에 책을 읽어 보는게 얼마만인지..
지난 한 주는 작용과 반작용의 날들이었다.자본의 일관성있는 방향으로 움직이고 그에 대응하는 반작용들은 중구난방,오합지졸들 처럼 움직인다.수요일에는 워크샵이라는 형태로 방까지 잡아놓고 향후 정국에 대한 대책회의를 했다. 7시부터 시작된 회의가 자정을 넘겨 마쳤다.전혀 지루하진 않았다.그렇다고 논의가 내 입맛에 맞았던 건 아니다.오히려 상황을 바라보는 반작용을 해야하는 사람들의 시각이 얼마나 다른지만을 확인할 수 있는 자리였다.
그 자리에서 나는 정말 소수자였다.아니 원칙적으로는 다들 동의해주지만....
현재 나의 위치가 가장 '안테나'를 높이 세울 수 밖에 없는 입장이어서 본질적인 부분에 민감하다.
같은 경우는 아니었겠지만....일제 시대때도 '독립운동'을 놓고 이러했을 것 같다.
1.무장 독립투쟁을 하자는 사람들,2.현실적으로 개량하자는 사람들,3.어떻게 하겠느냐며 순응적인 패배주의에 빠진 사람들,4.힘있는 사람들에 편승하여 개인의 살길을 찾는 사람들.....그 역사성과 무게감은 다르다.그런데 '자본과 힘의 논리'에 밀린 내가 속한 조직 사람들이 현재 보여주고 있는 모습과 그 형태는 거의 유사하다.
나의 입장은 1번과 2번 사이이다. '파업이니 사보타주도 하면 하는 거다....그걸 왜 두려워하느냐....그 가능성은 열어놓고 개별사안들에 대해서는 저들과 또 논의한다.' 그런데 이 정도 생각에 동의해주는 사람들은 전체 20명 정도 중에 나를 포함해 두서너명이다.
내가 요즘 자주 하는 말이 '단추론'이다. 1년전부터 줄창해왔는데 아직도 한다. 밑단추 잘못 끼웠으면 거기부터 문제 제기를 하고 최소한 단추 푸는 시늉이라도 하게 해야지 이야기가 풀린다. 아랫단추는 어쩔수 없다면서 어젠다를 윗단추 끼우는데 맞춰왔다.다들 문제는 아랫단추라는 것을 안다.그런데 아랫단추에 손대는 것에 대해 쭈뼛거린다.
'언어 유희'로 어젠다를 헷갈리게 하는 전술에도 잘 넘어간다.차이를 설명하고 분석하는데 이성을 집중하다보니 그 이면의 궁극적인 본질에 대해서는 잊고 만다.그러면서 미묘한 차이를 설명할 수 있는 것을 합리와 이성이라고 믿는다.내가 생각할 때 이성은 그런데 쓰라고 있는 것이 아니다.맥락 뒤에 감추어진 것들의 의미를 읽고 대응하는 것이 '합리적인 이성' 아닌가?
내가 갈등의 최전선에 있어서 더욱 민감한 것은 사실이다.그리고 나머지들도 곧이어 자신들에게도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점을 제대로 느끼지 못하는 듯 하다.최근에 멤버 교체가 있었는데 새로 우리팀에 들어온 선배 역시 문제 인식에 대한 안이성을 그래도 보여주었다.곧 날카로와 질 것이다.당해봐야 안다는 말은 경험적인 진실이다.지난 1년 동안 지루하게 싸웠는데 이제 진짜 지친다.그냥 모르겠다 하고 시키는데로 조용히 있는게 편안할 듯 하다.
그런데 끊임없이 자극을 주니까 가만히 있을 수도 없다.스트레스 수치가 계속 높아진다.
요즘 같아서는 회사 그만 둘 생각하고 장렬하게 전사하고 싶을 때가 한 두번이 아니다.화랑 관창이 되어도 내가 믿어야하는 우리 병력들은 멀뚱 멀뚱 바라보고 '예이...뭐 저렇게 까지 할 필요 있어' 라고 할 듯 보여 화랑 관창될 마음도 없다.
안 싸우면 안돼고 싸우다 보니 지치고.....
장자의 <달생>편에 나오는 '목계'가 되면 정말 다들 무서워서 건드리지 않을까?...자본의 논리와 경영의 논리로 무장한 무뇌아같은 하수인들이 무서워해줄까?
뉘른베르크 재판을 보고온 아렌트는 '악의 평범성'을 작동케하는 것으로 '무사고'를 들었다.
생각하지 않는 것은 정말 죄가 맞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