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영화를 선택하는데는 세가지 기준이 있다. 먼저 영화의 명성을 기준으로 판단한다. 주변 사람들의 평이나 언로 매체들의 평, 거기에 내 허영심을 부추기는 각종 영화제의 수상작이라는 타이틀. 두번째는 출연배우로 판단한다. 로버트 드니로, 숀 펜, 제레미 아이언스, 죠니 뎁, 수전 서랜든, 팀 로빈슨, 주윤발 등 연기 잘한다 개성있다고 소문난 배우들을 보며 내나름의 척도로 연기를 비평하고 좋아하는 배우들의 모습을 머릿 속에 새기곤 했다. 마지막은 감독을 기준으로 한다. 팀 버튼, 왕자웨이, 빔 밴더스, 베르나르도 베르톨루치, 마틴 스코시즈 등 한편의 영화가 강렬한 인상을 남기면 그감독의 전작을 찾아보게 되고 또 다른 작품이 개봉했다면 찾아가서 다시 보고 전작들과 비교하곤한다.
처음엔 영화중심에서 배우중심으로 옮아가던 편향이 나이를 먹어가며 감독 중심으로 영화를 선택하고 판단하게 된다. 비주얼한 영상이나 연기력과 같은 기술적인 부분에서 감독의 철학을 찾아가는 과정이라고나 할까. 물론 앞의 방법들이 質적인 면에서 떨어지는 건 아니다.
여기서 소개한 감독들 중 1/3 정도는 낯선 이름들이었는데 그들의 필모그라피를 보니 내가 한편도 접하지 못했던 감독은 없었다. 걔중엔 전작주의자처럼 매번 그들의 신작을 스토리나 쟝르에 관계없이 찾아서 보는 영화선택에서 0순위에 이름을 올려논 감독들도 있다.
이책에선 21명의 이시대의 거장이라고 불리우기에 부족함이 없는 감독들의 육성을 담고 있다. 그들 각각의 이야기를 한편의 책에 담기에도 부족할 정도지만 남이 그들을 평하는 이야기가 아니라 그들의 육성으로 영화란 무엇인지 간결하면서도 강렬하게 풀어 놓는 이야기들이라 구체적이지 않고 추상적으로 들리지만 남들과 다른 자신만의 영화관과 인생관을 담고 있다. 자라온 환경이 다르고 영화활동을 한 배경도 다르지만 영화라는 하나의 주제를 중심으로 그들이 영화를 통해 표현하고 알고 싶어하는 것이 무엇인지 기술적인 면보다는 철학적인 접근을 통해 인생과 사회를 이야기 하고 있는 듯이 보인다.
나처럼 비전문가가 보기보다는 영화를 자신의 業으로 꿈꾸는 이들이 본다면 좋은 울림을 느낄 수 있을 것 같다. 내가 베르나르도 베르톨루치의 <1900년>에서 기차가 떠나는 역에서 울려퍼지는 밴드의 음악을 기억하는 것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