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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 퀘스천
더글라스 케네디 지음, 조동섭 옮김 / 밝은세상 / 2015년 4월
평점 :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소설가에게 가장 중요한 재료는 '다른 사람의 삶'이다. 작가가 되려는 사람은 끈기와 노력을 통해 끊임없이 창작에 필요한 기교를 연마하고, 작품에 대해 애정 없는 비판을 늘어놓는 사람들을 웃는 얼굴로 마주볼 수 있어야 한다. 누구나 처음 글을 쓰기 시작할 때에는 엄청난 비방이 쏟아진다는 점을 명심하고 마음을 단단히 먹어야 한다. 이 책은 커다란 7가지 질문에 대하여 저자가 실제로 격은 일을 기록한 자전적 이야기이다. 어떻게 보면 삶이란 정답이 없는 심오한 질문을 끊임없이 만나며 선택해 나가는 과정이다.
1. 행복은 순간순간 나타나는 것일까?
저자는 무관심과 아내와의 갈등으로 신뢰와 애정이 깨어지게 되었고 자폐증 판정을 받은 아들로 인해 우울한 상황에 처했다. 정상적인 발달 과정에 있는 다른 아동과 비교했을 때 현저한 장애 증상이 있었다. 그리고 뉴욕 출판사들은 저자의 책을 출간하지 않기로 결정했다고 통보해 왔다. 인생은 역경으로 부터 교훈을 얻게되고 시련으로부터 더욱 강해져 세상을 바라보는 새로운 시각을 가진다.
마음을 치유하고자 스위스의 알프스 산악지대를 피난처로 선택했다. 펑펑 쏟아지는 눈이 온 세상을 잠식하여 겨울왕국을 만들어 놓았고 크로스컨츠리스키를 하며 전진 활강, 전진 활강을 반복하고 있을 무렵 일상과 떨어져 있게 되었고 모든것이 낙천적으로 보였다. 작가로서 성공과는 무관하게 잠시도 불안감을 가시지 않은 삶을 살아왔는데 그 순간 정말이지 행복했다. 하얀 눈으로 뒤덮인 스키 코스에 홀로 서 있던 그 순간 모든 고민과 갈등이 하얗게 씻겨나가는 느낌을 받는다.
"내 마음의 삶을 기록하는 시간을 보내고 나면, 하루의 나머지 시간을 미련하게 보낼 권리가 생긴다."
2. 인생의 덫은 모두 우리 스스로 놓은 것일까?
저자의 아버지는 쉽게 분노를 표출하는 사람이다. 이른 나이에 할머니가 세상을 떠나게 되어 상실감과 상처를 벗어나기 위해 스스로에게 지나치게 엄격한 생활을 고집했다. 아버지는 세 자녀을 두었지만 어머니와 결혼한것을 후회하고 있었다. 아버지는 어머니와 마흔을 지나면서 서로에게 끝없이 불만을 터트리며 자주 다투었다. 싸움은 끝이 보이지 않았다. 인간은 누구나 성장 과정의 경험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인간은 세상과 조화롭게 어울리며 살아가는 것처럼 보이는 겉모습의 이면에는 자신의 단점에 대한 분노가 있게 마련이다. 어떻게 보면 인간은 단점을 스스로 만들어내는 존재이다. 삶이란 원하거나 꿈꾸는 대로 살아갈 수 없다는 사실을 인정한다면 후회를 줄이고 있는 그대로의 생을 끌어안을 수 있게 된다. 사람은 누구나 내적 갈들을 안고 살아가며 어느 누구도 타인의 행복을 모두 책임질 수는 없다.
"삶의 덧에 같혀 더없이 소중한 인생을 불행하게 보내기로 결정한 사람은 결국 자기 자신이다."
3. 우리는 왜 자기 자신에게 유리하도록 이야기를 재구성하는가?
절망에 몰린 사람은 비이성적인 시나리오를 유일한 해결책으로 착각한다. 하나의 사건을 두고서도 서로다른 시각이 존재한다. 상대의 진실과 나의 진실은 시각에 따라 다를 수 있다. 사람은 자기 자신에게 거짓말할 때 가장 크게 거짓말한다. 상황을 자신에게 이해되도록 유리하게 재구성한다. 어느 누구도 진실을 이야기 한 사람은 없다. 함께 경험한 일들 두고서 자신을 정당화하기 위해 서로 상반된 주장을 하고 있을 뿐이다.
우리는 늘 상황을 합리화하기 위해, 비난의 화살을 다른 곳으로 돌리기 위해, 정당성을 확보하기 위해, 핑계를 대거나 변명하기 위해, 그 모든 상황을 어떻게든 스스로 견딜 수 있게 하기 위해 이야기를 재구성한다. 어쩌면 스스로 지어낸 이야기에 갇혀 있는 경우이거나 자신의 관점에서 만들어낸 허구일 수도 있다.
4. 비극은 우리가 살아 있는 대가인가?
자살은 살이 있는 사람들에게 벌을 주는 행위 이다. 자살은 앞으로 전개되는 '삶'의 이야기를 송두리채 앗아간다. 죽음이후에는 자신과 연관된 사연, 실망, 성공, 좌절... 등 인생을 특징지었던 복잡한 일들이 모두 사라지게 된다. 우리가 평소에 보게 되는 타인의 모습은 어쩌면 종잇장보다 얇은 존재의 표면일 뿐이다. 삶에 대한 의지가 희미하다면 여러 개 겹친 불운이 낙엽처럼 쌓여 우리의 생을 끝내게 할 수도 있다.
5. 영혼은 신의 손에 있을까, 길거리에 있을까?
누구나 세상에서 더 이상 존재할 수 없게 되는 때가 온다. 갈망하고 바라던 모든 것, 성공과 좌절, 욕망과 체념, 장점과 단점 그 모든게 더 이상 문제가 되지 않을 때가 온다. 살에서 죽음으로의 전환은 순식간에 이루어지낟. 사는 동안 힘든 일을 겪을 수는 있다. 그 힘든 일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이야기를 어떻게 바꿀 것인지는 자신에게 달려 있다.
6. 왜‘용서’만이 유일한 선택인가?
열광적인 사랑의 이면에는 앞으로 다가올 갈등의 원인들이 모두 도사리고 있다. 연애 초기에는 상대의 단점을 서로 보지 않는다. 사랑에 빠지는 것은 쉽지만 사랑을 유지하는 것은 쉽지 않다. 자기애가 지나치게 강한 사람은 남에게 사랑을 베풀지 않는다. 진심으로 아껴주는 사람과 가까이 할수록 이상하게 상처만 깊어진다. 용서를 통해 자신 안에 쌓여 있는 비탄과 상처를 밖으로 내보낸다. 분노는 우리의 삶에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
그러나 너희 듣는 자에게 내가 이르노니 너희 원수를 사랑하며 너희를 미워하는 자를 선대하며
너희를 저주하는 자를 위하여 축복하며 너희를 모욕하는 자를 위하여 기도하라
너의 이 뺨을 치는 자에게 저 뺨도 돌려대며 네 겉옷을 빼앗는 자에게 속옷도 거절하지 말라
네게 구하는 자에게 주며 네 것을 가져가는 자에게 다시 달라 하지 말며
남에게 대접을 받고자 하는 대로 너희도 남을 대접하라 (누가복음 6장 22~31절 말씀)
7. 중년에 스케이트를 배우는 것은‘균형’의 적절한 은유가 될 수 있을까?
스케이트를 배울 때는 세 가지 기본만 지키면 된다. 몸을 딱딱하게 굳게 하지 말 것, 항상 몸의 균형을 염두에 둘 것, 얼음을 지치려고 해볼 것.
"사는 동안 우리는 연속된 시간안에서 앞으로 나아가야 한다."
"앞으로 계속 달리지 않으면 달리 뭘 할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