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너의 이름이 될 때
김영주 지음, 김혜인 그림 / 무지개토끼 / 202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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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판사에서 도서 협찬을 받았습니다. 하지만 개인의 주관적인 견해로 작성하였습니다.


"내가 너의 이름이 될 때" 익숙한 신화와 낯선 상상이 만나는 자리에서 이야기가 전개된다. 박혁거세와 알영으로부터 시작된 신라의 건국 신화가 이야기의 배경으로 흐르지만, 이 소설은 과거를 재현하는 데 머물지 않는다. 교과서에서 배운 역사적 장면들 사이에 ‘만약에’라는 상상을 끼워 넣으며, 역사를 다시 생각하게 만든다.


주인공 은서는 고고학자인 어머니와 함께 살아온 소녀다. 어릴 적부터 유물과 신화, 발굴 이야기 속에서 자라온 만큼 역사적 시간은 낯설지 않다. 그러나 현실의 은서는 또래 관계 속에서 흔들린다. 남자친구 민혁의 강압적인 태도 앞에서 점점 위축되고, 자신의 생각을 지키는 일이 쉽지 않음을 깨닫는다. 이 지점에서 소설은 과거로의 시간 여행을 판타지 장치로 사용하지 않는다. 현재의 불안과 갈등을 품은 채 과거로 건너가게 함으로써, 시간 이동을 ‘성장의 통로’로 확장시킨다.


은서의 시간 여행은 결국 ‘엄마를 찾는 여정’이자 ‘자신을 찾는 여정’이다. 사라진 어머니를 쫓아 과거로 향했지만, 그곳에서 만나는 것은 타인의 기대, 공동체의 운명, 그리고 스스로의 두려움이다. 낯선 시대에서 살아남기 위해 애쓰는 과정 속에서 은서는 자신의 이름과 존재를 다시 정의한다. 그래서 “엄마를 찾아 떠난 시간여행에서, 나는 나를 찾았다”라는 문장은 이 소설의 핵심을 정확히 짚는다.


청소년 소설이지만, 청동기에서 철기로의 전환이라는 역사적 맥락과 여성의 기억, 연대의 서사를 담아내며 결코 가볍지 않은 질문을 던진다. 역사는 이미 정해진 과거처럼 보이지만, 그 속을 들여다보면 수많은 선택과 관계, 이름 없는 이들의 삶이 겹겹이 쌓여 만들어진 결과임을 보여준다. 지배의 시대에서 이어짐의 시대로 나아가려는 시선은 오늘의 우리에게도 유효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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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애 소설이 나에게 - 좋은 연애 소설, 어쩌면 그것은 작은 구원이다 나에게
오정호 지음 / 몽스북 / 202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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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판사에서 도서 협찬을 받았습니다. 하지만 개인의 주관적인 견해로 작성하였습니다.


"연애 소설이 나에게"는 연애를 다루는 책이지만, 우리가 흔히 떠올리는 가볍고 감상적인 이야기와는 결이 다르다. 연애와 사랑을 구분하며, 그 경계에서 생겨나는 감정의 미묘한 떨림을 문학과 사유를 통해 조용히 드러낸다. 저자는 연애를 육체적 행위와 관계의 영역에서 출발시키되, 그것이 길어질 때 어떻게 사랑과 닮아가며 동시에 다른 길을 걷게 되는지를 차분히 설명한다.


연애는 단순한 감정의 문제가 아니다. 손을 잡는 순간의 온기, 방이라는 공간이 만들어내는 차단된 세계, 침대 위에 놓인 한 권의 책처럼 연애는 구체적인 사물과 장면을 통해 사유된다. 누군가의 손을 만지는 일은 그 사람이 살아온 내밀한 시간을 더듬는 행위가 되고, 방은 세상과 잠시 거리를 두기 위해 선택된 어둠의 공간이 된다. 이러한 장면들을 통해 연애가 얼마나 섬세한 감각의 총합인지를 보여준다. 연애는 쉽게 소비할 수 있는 감정이 아니라, 조심스럽게 다뤄야 할 하나의 세계처럼 느껴진다.


다양한 연애 소설들을 인용하며 이야기를 확장해 나간다. 프랑수아즈 사강, 마르그리트 뒤라스, 이디스 워튼, 무라카미 하루키, 앤드루 포터 등 이름만으로도 무게감 있는 작가들의 작품이 자연스럽게 소환된다. 이미 읽은 소설을 다시 떠올리게 만들고, 아직 읽지 못한 작품에는 조용한 호기심을 불러일으킨다. 한 장 한 장을 넘길수록 이 책 자체가 연애 소설의 안내서이자, 사랑에 대한 사유의 지도처럼 느껴진다.


관계 속에서 괜히 혼자 생각이 많아지는 날들, 좋아하는 마음이 깊어질수록 말과 행동에 신중해지는 감정, 그리고 사랑하기 때문에 생겨나는 작고 찌질한 불안까지도 외면하지 않는다. 그래서 읽는 동안 ‘나만 이런 건 아니구나’라는 안도감이 자연스럽게 따라온다. 드라마틱한 사건이 없어도 연애는 충분히 복잡하며, 그 복잡함 자체가 사랑의 일부임을 담담하게 인정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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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문인간 - AI 사용법을 넘어 AI 사고법으로
안병민 지음 / 북하우스 / 202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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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판사에서 도서 협찬을 받았습니다. 하지만 개인의 주관적인 견해로 작성하였습니다.


이 책을 펼치자마자 시선을 붙드는 문장은 “온라인에서 본 근사한 AI의 결과물, 아무도 어떻게 그런 생각에 이르렀는가를 묻지 않는다. 대신 프롬프트를 공유해 달라는 구걸 댓글만 줄을 잇는다”라는 문장이었다. 결과물은 소비하면서도 그 결과에 이르기까지의 사고 과정에는 관심을 두지 않는 오늘날의 풍경을 정확히 포착한 문장처럼 느껴졌다. AI가 만들어낸 산출물 앞에서 우리는 점점 더 편리함을 선택하고, 생각의 수고를 생략하는 쪽으로 기울고 있는 것은 아닐까 하는 질문이 자연스럽게 떠올랐다.


AI의 기능이나 활용법을 나열하는 데서 출발하지 않는다. 오히려 AI가 정답을 대량으로 생산해내는 시대에 인간은 어떤 존재로 남아야 하는가라는 근본적인 질문을 던지며 이야기를 시작한다. 지금의 시대를 ‘질문의 시대’라고 규정한다. AI가 내놓는 답변에 맞서는 인간적인 질문이 사라질 때, 인간은 사고하지 않는 존재로 퇴화하고 결국 AI의 출력값에 의존하는 삶을 살게 될 것이라고 경고한다. 우리는 안전한 정답의 울타리 안에 머무를 것인지, 아니면 불확실성과 미지의 영역으로 발을 내딛으며 스스로 질문을 던질 용기를 가질 것인지 선택해야 한다.


책을 읽으며 계속해서 머릿속에 맴돈 생각은 ‘좋은 질문이 있어야 좋은 답이 나온다’는 너무도 당연한 진실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그동안 너무 쉽게 답만을 요구해 온 것은 아니었을까. 짜임새 있는 질문에는 더 깊고 풍부한 답변이 따라온다. 그리고 그런 질문을 던지기 위해서는 더 많이 알고, 더 다양한 관점을 접하며, 스스로 사고하는 훈련이 필요하다. 앞으로의 경쟁력 역시 정답을 얼마나 빨리 찾느냐가 아니라, 흩어진 지식과 정보를 연결하며 스스로에게 의미 있는 질문을 던지고 그 답을 고민하는 힘에 달려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인간이 AI를 이길 수 있는 유일한 길은 더 빠른 답을 내놓는 것이 아니라 더 깊은 질문을 던지는 데 있다고 강조한다. AI를 주인처럼 섬기며 정답을 기다리는 존재가 될 것인지, 아니면 AI를 발판 삼아 사유를 확장하는 질문하는 인간으로 남을 것인지는 결국 인간의 선택이라는 메시지는 단순하지만 묵직하다. 진정한 성장은 정답을 소유하는 데서 오는 것이 아니라, 질문을 던지고 점검하며 불확실성 속으로 스스로 걸어 들어가는 과정에서 이루어진다는 점이 오래 마음에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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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시간을 살아가는 그대에게 - 삶을 다시 바라보게 하는 70개의 질문
노병천 지음 / 세종(세종서적) / 202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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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판사에서 도서 협찬을 받았습니다. 하지만 개인의 주관적인 견해로 작성하였습니다.


삶을 바꾸고 싶다는 생각은 자주 하지만, 정작 그 변화를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할지는 막막한 경우가 많다. 다짐과 결심, 동기부여의 문장은 넘쳐나지만 그것만으로 삶이 달라졌다고 말하기가 어렵다. "이 시간을 살아가는 그대에게"는 이러한 지점에서 출발한다. 삶을 바꾸는 힘이 행동 이전에 질문에 있다는 사실을 조용하게 설득한다.


저명한 성공담이 아니라 우리 주변에서 살아가는 평범한 사람 140명의 실제 이야기를 바탕으로 70개의 질문을 풀어간다. 질문은 추상적인 사유에 머무르지 않고, 한 사람의 삶 속에서 어떻게 작동했고 어떤 선택과 태도의 변화를 이끌어냈는지를 통해 구체적인 얼굴을 얻는다. 남의 인생을 엿보는 관찰자의 위치에 머무르지 않고, 자연스럽게 자신의 삶을 겹쳐 보며 “나라면 이 질문 앞에서 어떤 대답을 했을까”를 생각하게 된다.


질문은 단순한 호기심이 아니라 삶의 방향을 틀어주는 힘이라는 것이다. “당신에게 가장 소중한 존재는 누구인가”라는 질문은 우리가 왜 오늘을 살아가고 있는지, 무엇을 위해 버티고 있는지를 다시 떠올리게 한다. 이 질문 하나만으로도 삶의 우선순위가 조용히 재정렬되는 경험을 하게 된다. 질문은 때로 멈춤을 요구하고, 때로는 새로운 시작을 허락한다. 그 과정에서 독자는 스스로의 삶을 더 이상 자동 재생처럼 흘려보내지 않게 된다.


책에 담긴 70개의 질문은 추상적이지 않다. “당신에게 가장 소중한 존재는 누구인가”와 같은 물음은 지금의 삶을 버티게 하는 이유를 다시 떠올리게 하며, 하루의 방향을 조용히 되돌려 놓는다. 저자는 STOP-ASK-RESET이라는 회복의 구조를 통해 질문을 실천의 도구로 풀어낸다. 무의식적으로 흘러가던 일상을 멈추고, 나에게 필요한 질문을 던지며, 그 질문으로 삶의 태도를 다시 설정하는 과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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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정, All Loving - 한국인은 이렇게 사랑했다. Once there was a love in Korea.
이광수 지음, 김정호 편역 / K-Classics Press / 202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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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판사에서 도서 협찬을 받았습니다. 하지만 개인의 주관적인 견해로 작성하였습니다.


춘원 이광수의 "유정, ALL LOVING"을 보니 학창시절 국어시간이 기억난다. 그당시는 시험을 준비하기 위한 공부의 대상이었는데 지금은 한사람의 작품으로 문학으로 접할 수 있어서 좋았다. 제목 그대로 이 소설의 심장에는 ‘정(情)’이 놓여 있다. 단순한 애정이나 연민이 아니라, 서로를 이해하려 애쓰고 고통까지 감수하면서도 끝내 끊어내지 못하는 인간적 마음, 바로 그 근원적 감정이 작품 전체를 관통한다.


"유정, ALL LOVING"은  과거와 현재, 한국어와 영어 사이를 정교하게 연결해 놓은 편작본이라는 점에서 눈길을 끈다. 각 문장에 번호를 붙이고, 좌측에는 한국어, 우측에는 영어 번역을 병렬식으로 배치한 구성 덕분에, 소설을 읽으면서 동시에 ‘두 언어가 한 감정을 어떻게 나누어 담는가’를 자연스레 비교하게 된다. 


편지와 고백 부분을 회색 배경으로 처리해 시각적 구분을 준 점도 가독성을 높인다. 문장을 따라가다 한국어 표현이 마음에 남으면 곧바로 맞은편 영어 문장을 찾아보게 되고, 영어 문장이 낯설게 느껴질 때는 다시 한국어 문장으로 돌아와 감정의 뉘앙스를 확인하게 된다. 억지로 학습을 하지 않아도, 서사의 흐름 속에서 문어체 영어 표현과 구조를 익힐 수 있다는 것이 장점이다.


원작의 고어적 표현을 무리 없이 따라갈 수 있도록 부드럽게 다듬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원작이 지닌 감정의 깊이와 시대의 공기, 문장의 호흡을 최대한 보존하려는 노력이 느껴진다. 1930년대 조선이라는 시대적 배경, 유교적 윤리와 근대적 연애관이 충돌하던 과도기의 시대적 배경을 갖고있는데도 불구하고 고전의 장벽을 낮추었고 오늘날에서 새로움을 전달해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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