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부터 가끔씩 생각해보곤 한 부분이지만, 내 알라딘 서재는 지극히 외견상 정치성을 띤다. 다른 카테고리는 제외하고라도, 타인의 생각 이라는 부분 아래에 속해있는 항목들 - 고종석, 한홍구, 박노자, 강준만, 진중권, 손호철, 홍세화, 송두율 - 은 다양한 스펙트럼 안에서 나의 정치성이 어디에 위치해있는가를 정확히 알려주고 있다. 나의 정치적은 좌파 진보주의자, 좌파 자유주의 머 이런 정도다. 스스로 내가 좌파 자유주의자인지는 모르겠지만. 일단 필진들의 글을 읽었을 때 거슬리지 않고 그럭저럭 나의 머리와 가슴이 거기에 따라 갈 만한 저자들이 저들이다. 그러니 저들이 표방하는 정치성이라는 것이, 고종석씨의 경우에는 스스로 우파라고는 하지만 자유주의자임에는 틀림없고, 한홍구와 박노자, 홍세화, 강준만, 진중권, 송두율은 모두 좌파 진보주의자 라고 볼 수 있을 때 나는 좌파와 진보와 자유주의가 섞인 어디쯤에 위치한다고 볼 수 있겠다.
- 나는 왜 나의 정치성을 드러내는가?
내가 어릴 적에 어머니는 그랬다. "엄마 누구 찍을꺼야?" 라고 쥐뿔 알지도 못하는 꼬마애가 엄마에게 이렇게 물어보면, 엄마는 그랬다. "그런건 알려주는게 아니야. 아빠한테도" 그래서 난 그게 꼭꼭 숨겨야만 하는 것으로 알았다. 들키면 큰일나는건가부다. 흠. 나중에 커서 생각해봤을 때 물론 그런건 한편으로 알려봐야 도움될 것 없으니 숨기는 것이다 라는 생각도 들고, 또 한편으로는 내가 그런 물음을 던졌을 때의 그 시대가 전두환, 노태우 때였으니 정치적으로 민감했을 시기인지라 그들에 반하는 의견을 내는 것이 위험하다는 발상을 하신 듯도 하다는 생각이다.
우리 아버지는 경찰서에서 형사생활을 하신 분이다. 어릴 때는 이게 대단한 권력인거 같아 자랑스러웠다. 학교에서 부모님 뭐하시니 하고 물어보면, 나는 자랑스럽게 아빠는 형사에요. 라고 말하곤 했다. 그러면 선생님께서 정자세로 어디서 근무하시는데, 계급은 뭔데, 무슨 일 하시는데? 꼬치꼬치 묻곤 했다. 아빠는 내게 아무것도 알려주지 않았다. 단지 노량진 경찰서에 근무하는 사실과 보안과에 근무했다는 사실 외에는. 그래서 난 아빠의 계급이 뭐고, 무슨일을 하는지도 몰랐다. 그래서 모른다고 하면 선생님은 그랬다. 아들녀석이 그런것도 모른다고. 훙! 모르니까 모른다고 하지.
한번은 선생님 친구가 사고를 쳤단다. 도박이었나? 하튼. 우리집에 밤에 전화가 왔다. 엄마가 받았고 상황을 듣고선 아빠에게 도움을 청했다. 아빠는 그런 전화를 부담스러워하셨다. 그치만 항상 잘 해결하곤 했다. 이런 비슷한 일이 살면서 꽤 있었다. 친척들, 우리가 세들어 사는 주인집 아저씨의 일, 아니면 친구의 부모님의 일 등등 그들은 무슨 일이 생길 때면 우리집에 전화를 했고 아버지는 귀찮아 하시면서도 항상 잘 해결하곤 했다. 그래서 난 아버지를 대단하게 생각했다.
아빠는 보안과에 근무한 경사(?) - 난 아빠가 퇴직한지 한참 지난 지금에도 계급이 뭐였는지 모른다. 그리고 경찰들 계급 순서가 어캐 되는지도 모른다 - 였다. 보통 사무실에 내가 전화를 걸어서 아빠를 바꿔달라 하면 거기 있는 부하직원이 '과장님' 하고 불렀는데, 사무실에서 과장이 어느 계급인지는 모르겠다. 어쨌든 아빠는 보안과에 근무했고, 사복경찰이었으며, 차에는 수갑이 있었고, 한번은 총도 구경해봤다. 전에 아빠는 대략 이런 말을 했다. 자신이 하는 일은 북한에서 간첩이 넘어오면 그 사람들을 데리고 남한사회에 적응시키는 일을 한다고. 데리도 다니며 구경도 시켜주고 이런저런 이야기도 해주고 한다고. 그래도 난 정확히 무슨 일을 하는지는 모른다. 그런 상담이나 안내같은 역할 말고도 더 주된 업무가 있을텐데. 어쨌든 보안과라는 곳이 북한 간첩들 취급하는 곳이라는 것은 알았다.
나중에 머리가 커서 나의 정치적 성향이 어느정도 자리잡았을 때 나는 그냥 아빠가 보안과에서 근무한다는 사실이 싫었다. 간첩들을 어찌 하는지 정확히 업무가 뭔지는 모르지만 일단 버스나 지하철에 붙어있는 "수상한 사람은 신고해주세요" 라는 딱지나 포스터가 떠올랐고, 난 이 따위 보안포스터랍시고 붙어있는 것들이 불쾌했기 때문에 - 생사람조차도 의심하게 만드는 것 같아서 - 아빠의 직업조차 싫어졌었다. 그건 지금도 마찬가지다. 아빠는 퇴직한지 오래됐지만.
아빠는 선거때마다 우파정권을 지지했고, 엄마도 지금까지 우파당을 지지한다. 동생은 오락가락한다. 극좌와 극우를 넘나든다. 그래서 난 얘가 생각이 있어서 이렇게 찍는건지 아니면 그냥 둘다 찍는건지 의심스럽다. 난 투표할 때마다 좌와 중도를 겨냥한다. 난 정치적으로 우리집에서 왕따다. 그러나 난 나의 정치적 성향을 집에서 신문을 보면서 까발리기도 한다. 엄마는 그때마다 거북스러운지 화제를 다른데로 돌리곤 한다. 엄마를 몇 차례 설득하며 왜 이 당을 찍어야 하는지 말해봤지만 충돌하기만 할 뿐이었다. 지금은 포기다.
아빠는 직업이 경찰이었으니 대개의 공무원들 - 경찰, 소방대원, 군인 등- 이 그때의 그 정권이 그대로 유지되기를 바란다는 점에서 우파를 찍으셨고 - 그들을 우파라고 지칭할 수 있는가 하는 문제는 제쳐두고 - 아빠는 엄마에게 같은 쪽을 찍으라는 식으로 말을 했었다.
세월이 한참 흘러 내가 대학생이 되고, 철학을 하고, 사회문제에 관심을 갖게 되고, 나의 행동을 결정할 필요가 생겼다. 많은 이들이 반감을 갖고 있는 '양심적 병역거부자' 난 이들에 적극 찬성이다. 그리고 실제 난 고민 끝에 어느날 밤 부모님을 불러다 양심적 병역거부를 하겠노라 선언했고, 아니 통보했고, 그게 뭔지 왜 그런 행동을 하는지 말씀드렸다. 아빠 왈 "이런 미친..." 어쩌구 저쩌고. 엄마 한숨 푹... 그래도 난 정말 감옥에 갈 생각이었다. 그러나 결국 생각을 꺾고 어쩔 수 없이 군에 들어갔고, 거기서도 반군적인 행동을 하며 찍히기도 했고, 힘들게 군생활하고 나왔지만, 변한 것은 없다. 난 그들을 지지한다. 왜 지지하는지는 여기서 말하기엔 너무 길다.
난 자유주의자이고, 국가보다 개인이 우선해야된다고 생각하며, 좌파와 진보정당을 지지한다. 대외적으로 나의 정치적 성향을 알리고 다니는 편이며, 주위 사람이라면 내가 그렇다는 것 쯤은 알고 있다. 그리고 내 앞에서 군대이야기를 가급적 삼가해야한다는 것도 알고 있다. 군대 이야기가 나오면 토론장으로 변할 수 밖에 없다. 내가 침묵하지 않는한.
알라딘 서재에서 내가 주로 공감하고 있는 사람들의 이름을 카테고리 제목으로 삼으며 나의 정치성을 드러내는 것은, 내가 어떤 놈인지를 미리 알고 있으라는 침묵의 표시이다. 굳이 말로 하지 않더라도 난 이런놈이니깐 말하는데 있어서 논쟁을 하고 싶다면 반대되는 의견이라도 댓글을 달고, 논쟁을 피하고 싶다면 반대되는 생각을 가졌을 경우 댓글을 자제해달라는 무언의 메세지다.
다행히 알라딘에서는 나의 정치성에 크게 반하는 사람들을 아직 보지 못했다. 아니면 모두가 정치적 의견을 삼가고 있기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물론 정치적으로 반대 의견을 지닌 사람들도 친구가 될 수 있고, 내 주위에도 그런 인물들이 부지기수다. 하지만 내가 마음을 터놓을 친구, 내가 평생을 함께 살아가야할 동반자는 적어도 나의 정치성과 일치해야한다는 게 나의 생각이다. 왜냐면 그들은 내가 힘이 들때 내가 의지할 수 있는 존재이어야 하는데, 그것과 정치성이 별개의 것이라곤 하지만 정치성이 다를 경우 그들에게 나는 '편안함'을 느끼지 못할 것이기 때문이다.
오늘도 나는 '송두율' 교수의 글을 하나 퍼다가 올렸다. 사실 퍼오는 글 중에서 내가 다 읽지 못하고 올리는 글도 있다. 단지 그 사람의 글이라는 이유로. 물론 이런 짓을 자제해야겠지만, 카테고리에 적힌 이들의 의견에 나의 생각이 크게 벗어난 적이 없기 때문에 그들을 믿고 보지도 않고 올리는 것이다. 이 짓은 계속된다.
* 양심적 병역거부에 대해
http://www.aladin.co.kr/blog/mylibrary/wmypaper.aspx?ISBN=&CID=0&CNO=784660113&PCID=45240&CType=1&CommunityType=AllView&page=7&SortOrder=&IsListView=true&BranchType=0&PaperId=484642
여기 예전에 제가 알라딘에 올린 글이 있군요. 그 전에 썼던 건데. 한겨레21에 보냈던 글이죠. 한참 기독교 한기총에서 양심적 병역거부에 대해 열을 올리고 있을 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