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영화를 보고 온 사람들마다 찬사가 쏟아지는 통에 본래 보려던  생각이 전혀 없던 <웰컴투 동막골>을 안볼 수가 없었다. 집에서 맨날 밥먹고 쇼파에 누워서 케이블 티비를 여기저기 돌리다보면 중간에 광고가 나오는데, <웰컴투 동막골>에 나오는 정재영과 신하균이 영화 광고를 하고, 이어서 '웰컴투 OCN'이라는 케이블 채널 광고가 등장한다. 아주 지겹게 접했다.

  오늘 영화 볼 계획은 없었는데 오후 4시경 내 핸폰을 반짝이는 문자메세지.

 "오빠 머해요?"

 "왜 심심하구나?"

 "아뇨 오빠 심심할까봐"

 "영화보까?"

 "네... 그럼 다른 밴드 사람들한테도 알려주세요"

 "흠..그래" (전체문자 돌린다)

 "아무도 안된대. 야근하고, 약속있고, 늦게 퇴근하고"

 그래서 둘이서 봤다. 대학 신입생과 대학원 신입생 둘이서. 풉.

 대개 영화를 선택하는데 있어서 주연배우나 시나리오 줄거리, 아니면 감독, 그도 아니면 영화 예고편이나 포스터를 보고 결정하는데 <웰컴투 동막골>은 무엇하나 이 영화를 선택해야한다 라고 내 머리 속에 심어주는 강력한 요인이 없었다. 감독도 초보고, 시나리오도 별로 땡기지 않고, 주연배우는 그래 좋다. 근데 그것만으로는 부족하다. 영화 예고편을 봐도 그닥 재밌을거 같지 않고, 포스터를 보아하니 뭐 그냥 그렇다. 제목도 이게 뭐냐. 그런데 영화를 본 사람들의 찬사가 쏟아지니 아 그제서야 땡긴 것이다. 보자. 그래. 어떤 영화길래 이런 찬사들이 쏟아지는지.



* 동막골 입구. 마을사람들의 선함을 나타내기라도 한듯 선한 웃음을 짓고 있는 인형(?)들.

  '1950년대 지금은 전쟁중'이라는 문구와도 같이 이 영화가 배경으로 하고 있는 때는 6.25 전쟁 당시 어느 산골동네. 북한군과 남한군이 치열하게 전쟁을 치르고 있는 상황. 긴장을 놓치는 순간 전멸한다. 미국과 연합군이 남한을 도와 북한을 쭉쭉 밀고 올라가고 있다. 남한 병사 둘이 탈영을 했고 숲에서 만났다. 전투기 조종사 스미스가 추락하고 어느 산동네에 들어간다. 북한 병사들이 중도에 남한 병사의 습격을 받아 세 사람만 살아남는다. 이들은 모두 전쟁이 터진지도 모르는 산골동네 동막골에서 만난다.

 

  마을 주민들을 가운데 놓고 대치하고 있는 양쪽 진영. 북한군에겐 총알이 없는 총뿐. 남한군은 숫적으로 열세인 상황. 어느 누구 하나 먼저 공격하지 않는다. 밤을 지새우고, 아침이 오고, 비가 오고, 햇살이 비춘다. 동네 사람들은 각기 일을 나가고, 세수를 하러 가고, 똥싸러 가고, 평상엔 아무도 없다. 뭐하는거니. 웬 이쁘장하게 생긴 미친년이 북한병사 한놈이 손에 쥐고 있던 수류탄 고리를 땡기고. 헉. 어쩔 줄 몰라하는 5명. 고리 챙겨 달아난 미친년은 좋다고 뛴다. 수류탄은 떨어졌으나 터지지 않았다. 그리고 버렸으나 곳간이 터졌다.



* 미친년 여일. 그녀는 미쳤지만 맑고 순수했다.

  이제 곳간을 채우기 위해 연합해서 호미며 가래며 들고 일나가는 5명의 병사들. 처음엔 서로 공격할까봐 밤잠도 못자더니 나중엔 서로 농담따먹기 하고 형형 하고 부르며 친하게 지낸다. 미군 대위 스미스도 이 마을의 삶에 만족을 느낀다. 허나 지금은 전쟁중. 스미스를 찾으러 온 남쪽 병사들. 빨갱이를 색출하려고 마을주민을 위협한다. 아씨. 격전이 벌어지고 미친년이 죽었다. 그녀를 좋아라했던 북한군 병사. 슬픔에 사로잡히고. 곧 있을 폭격을 막기 위해 나서는 5명의 전사. 그들은 용감했다. 작전은 성공했고, 5명은 모두 전사했다.

    참 가슴 따뜻하게 만드는 영화였다. 눈물 질질 짤 정도까지는 아니었지만 어두운 영화관에서 남모르게 눈물 한방울 뚝 흘릴 정도의 감동. 줄거리만으로 보면 별로 볼 것 없는 진부한 소재이지만, 영화에 출연한 배우들의 연기력이 가슴을 울렸다. 어쩜 이렇게 순박하고 순진하고 깨끗하고 착하고 맑고 투명한 사람들이 있을까. 동막골 사람들은 1950년 치열한 전쟁이 벌어지는 이 땅에 잠시나마 평화를 안겨주었다. 서로에게 총뿌리를 겨누어야만 하는 운명을 가진 남북한 병사들. 죽이지 못하면 내가 죽는다. 이들에게 웃음을 안겨준 것은 동막골 사람들의 순수함이었다. 자신이 희생되면서까지 서로를 생각해주는 그 마음이 전해져 남북한 병사들의 화해를 이루었고, 동막골을 겨냥한 폭탄투하를 막기 위해 5명의 병사들은 연합군이 되어 전투기를 막았다. 살기 위해 수많은 동족을 죽이고 견뎌왔던 이들이 자신의 목숨을 내놓으며 마을을 살렸다. 더불어 사는 삶은 적군과 아군의 구별을 사라지게 만들어줬고, 스스로를 희생하게 만들었다.

  남한과 북한은 왜 싸우고 있는가? 남한 병사 둘이 동막골에 이르고, 동막골 사람들에게 전쟁이 터졌다고 말했을 때 그들은 그렇게 물었다. 왜놈이요? 떼놈이요? 여기에 대고 우리끼리 싸우고 있다고 어떻게 설명을 해야하는지 망설이는 신하균. 웃음이 나왔다. 동네 사람들의 순박함 때문이기도 했지만 같은 나라 안에서 같은 동족끼리 싸우고 있는 이 상황이 웃겼다. 저들에겐 그런건 없었다. 무엇을 위해 전쟁을 했던가? 이데올로기? 땅따먹기? 다 쓰잘데기 없는 명문이다. 가장 중요한 것은 평화롭고 조화로운 더불어 사는 삶인 것을. 전쟁 통 속의 평화지대 동막골은 그걸 우리에게 알려줬다. 죽기 살기로 싸우고 있는 남북한 병사들의 마음 속에 '더불어 사는 삶'을 알려주었다.

  이 영화는 6.25 전쟁을 다룬 영화가 아니다. 전쟁의 무의미함을 깨닫게 해줌과 동시에 함께 사는 삶이 어떤 것인지를 느끼게 해준 영화였다. 100%의 감동 그 자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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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春) 2005-08-10 00: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니, 왜 볼 마음이 없었어요? 당연히 봐야 할 영홥니다. ^^
전, 진작부터 보려고 날짜를 꼽고 있었는데...

마늘빵 2005-08-10 00: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헤... 별로 댕기는 요인이 없어서요. 그러나 오랫만에 감동 먹은 영화였습니다. ^^

연우주 2005-08-10 00: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내일 봐요. ^^ 혼자서...^^

마늘빵 2005-08-10 00: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니 왜 쓸쓸하게 혼자서 보세요. 친구 하나 불러내서 같이 보세요.

연우주 2005-08-10 13: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조조로 봤어요. 일단 제가 혼자 영화보는 거 싫어라 안 하구요. 평일 조조에 시간이 될만한 친구도 없어요. ^^

마늘빵 2005-08-10 14: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ㅎ 보고 오셨군요. 일찍 일어나시네요. 아 요새 자꾸만 늦게 일어나구 폐인생활이 몸에 뵈서 큰일 입니다. 에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