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포일러 경고

  마치 2005년 개봉되었던 영화 <콘스탄틴>을 보는 듯 한 기분이었다. 시기상으로 1999년에 개봉된 <엔드 오브 데이즈>가 1편이라고 볼 수 있겠지. 전혀 상관관계는 없고 내 맘대로의 어거지 이어붙임이다. 확실히 <콘스탄틴>보다는 좀더 흥미로움도, 스릴도, 시나리오의 탄탄함도 떨어졌다. 하지만 나름 괜찮았던 작품이다. 

  <엔드 오브 데이즈>와 <콘스탄틴> 두 영화 모두 종말을 다루고 있다. 악의 지배의 시기가 도래한다. 1999년에 개봉된 <엔드 오브 데이즈>의 경우 2000년 밀레니엄을 앞두고 있는 시점에서 관심을 받지 않았을까 싶다. '엔드 오브 데이즈'. '종말'이다. 2000년이 오는 순간 세계는 종말을 맞이할 것이라고 한참 종교계에서 분위기를 띄웠던 그때가 생각난다. 신문에는 미국 어느 주에서는 생필품이 동났다는 기사도 실렸고, 어디에서는 사람들이 집회를 가지고 회개하라!, 라고 외치고 다녔다는 기사도 봤다. 은행을 비롯한 금융계에서는 2000년이 오는 순간 컴퓨터가 오류를 일으킬까봐 노심초사 걱정하며 불안해했고, 일부 사람들은 아무런 마음의 동요 없이 일상을 살아갔다. 나는 후자에 속했더랬다.

   1979년 뉴욕 바티칸 교황청 밖에서 한 줄기 빛이 발견되고, 같은 날 한시에 여자아이가 태어났다. 악마의 씨를 잉태할 운명에 처한. 그녀는 자라서도 가끔씩 환청을 들었고, 환상을 보았다. 2000년이 다가오며 크리스틴은 악마의 표적이 된다. 자정 직전 그녀와 관계를 맺어야만 악의 세계가 열린다. 사탄으로부터 그녀를 보호 하기 위해 나선 전직 경찰관이자 현직 경호원 제리코 케인. 증오와 복수심으로 가득한 케인은 사탄에게 좋은 사냥감이다. 사탄은 아내와 아이가 살해당했던 그때 그 장면을 불러옴으로써 그들을 살릴 수 있다고 그를 유혹하고 케인은 괴로워한다. 그저 크리스틴만 넘겨주면 된다. 하지만 역시 예고된대로 케인은 그녀를 돌려주지 않는다. 사탄과 케인의 한판 승부. 악마와 한낮 인간의 대결의 결말은 뻔히 보이지 않는가. 하지만 이 근육질의 무자비한 케인은 악마와 싸워 이긴다. 호. 대단한걸.

   <콘스탄틴>보다는 악마와 케인의 대결에 촛점을 맞추고 액션을 많이 보여주었던 영화인지라 뭔가 생각할 거리를 제공하기보다는 그저 보여주기로 그친면이 없지 않다. 어쩌면 그것은 아놀드 슈왈츠제네거라는 근육질 사내를 주연으로 내세웠을 때부터 예고된 일인지도 모른다. <터미네이터>에서의 불사의 이미지는 여기에서도 이어졌다. 그가 아닌 다른 배우를 내세웠다면 조금 영화가 달라지지 않았을까 싶다.



* 힘주지 않아도 불끈불끈 저 근육 좀 봐. 존재자체로 공포를 안겨주는 인물이다. 무서워. 그러니 악마도 너를 무서워하지. 악마를 무찌르는 인간.



* 사탄을 열연한 가브리엘 번. 냉혹하고 잔인한 인간으로 둔갑한 악마의 연기를 잘 소화해냈다는 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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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ephistopheles 2006-06-05 15: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영화는 아놀드보다는 가브리엘 번을 본다는 것만으로 그나마 건졌던 영화가 아니였나 생각되네요..^^

마늘빵 2006-06-05 18: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네 저도 아놀드는 별로였어요. 가브리엘 번도 잘 모르는 배우이지만 역할에 딱 어울린다는 생각이에요. 적당한 무게감과 카리스마, 하지만 인간의 모습을 지닌 악마라고나 할까요.

책방마니아 2006-06-05 21: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음 이 영화 봤던 기억이 난다. 영화 자체로서는 그다지 좋은 평을 받지 못했는데 (http://www.imdb.com 에서 검색해 보니 10점 만점에 5.2점을 받았더군.) 종말을 주제로 한 영화 (내 희미한 기억에 따르면 요한 계시록 이야기가 영화에 나왔던 거 같은데 확실치는 않군) 라는 희소성 때문에 계속 화자되는 영화라 생각함.

Mephistopheles 2006-06-06 14: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가브리엘 번....하면 유주얼 서스펙트에서 처음에 카이저 소제에게 배위에서 총맞아 죽는 사람으로 나왔었죠..^^

마늘빵 2006-06-06 17: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유주얼 서스펙트도 아직 못봤어요. 것도 보고픈데.
 


  빈센조 나탈리 감독의 데뷔작이기도 했던 영화. 캐나다 출신의 그는 원래 만화가 지망생이었으나 애니메이션 스토리 보드 작가로 일하던중 캐나다 필름 센터에 들어가 영화에 입문하게 되었다. <큐브>는 90분동안 펼쳐지는 정육면체의 방안에서 벌어지는 공포와 생존을 위한 다툼을 다루고 있다.



* 목걸이, 반지, 시계, 귀걸이 등등 장신구 하나 없이, 입고 있던 옷도 어디론가 사라지고 흰옷으로 갈아입은 채 깬 사람들. 이 무슨 황당한 일이. 정부기관의 짓인가, 외계인의 실험인가. 것도 아니라면 한 돈 많은 녀석의 장난질.



* 각 방에 새겨져있는 의문의  숫자를 풀어라.

  장르상 공포영화로 분류된다. 무시무시한 살인마나 괴물이 나오는 것도 아니고, 우물이나 티비에서 긴머리 늘어뜨리고 귀신이 나오는 것도 아닌 이 단순한 영화가 공포로 분류되는 이유는, 정육면체라는 폐쇄된 공간이 주는 공포감, 그리고 출구를 알 수 없는 미로가 주는 공포감을 다루고 있기 때문이다. 밖으로 나가는 출구의 존재여부조차 알 수 없이 어느 날 갑자기 갇혀버린 여섯 사람에겐 그 자체가 공포다.   언제 누가 자신을 여기에 데려왔는지조차 알 수 없는 그저 깨어나보니 이곳이었다는 여섯 사람들은 특이하게도 그 이력이 각각 다르다. 경찰, 재능있는 수학도, 자폐아, 의사, 탈옥수, 의문의 사내. 탈출구는 있다. 우리가 각각 다른 이력을 가지고 있는 것은 이를 증명한다. 그것이 우리의 존재이유다.

  공포는 아주 일상적인 것에서 시작된다. 물, 불, 어둠 그리고 폐쇄된 공간. 어린 시절 낮잠 자고 일어나니 엄마가 없었다. 시장에 간 것이다. 깜깜한 밤도 아니었고, 내가 이상한 곳에 떨어져있는 것도 아니었지만, 그 자체가 나에겐 공포였다. 현관문을 열려고 했으나 키가 닿지 않아 문고리를 돌릴 수 없었고, 닿더라도 어떻게 여는지 알 수 없었다. 아주 꼬마였을 때니까. 순수하게 폐쇄된 공간에서 일어나는 공포보다는 엄마의 부재에서 오는 불안감에서 일어나는 공포라고 볼 수 있지만, 문이 잠겨있는 것도 나에겐 하나의 공포요인이었다. 결국 울며불며 현관문 앞에서 눈물을 뚝뚝흘리고 결국 잔뜩 토해놓고 현관문 주변을 엉망으로 만들어놨다. 공포는 일상 속에서 아주 순식간에 사소한 것에서 다가온다.

   정전으로 멈춰버린 깜깜한 엘리베이터 안의 공포는 공포영화에서 자주 써먹는 수법 중의 하나이다. 언젠가 또 중학교였는지 고등학교였는지 정확히 기억나지 않지만 미술실인가에 여러 여학생들이 한명의 여학생을 가둬놓고 집에 갔고, 갇힌 여학생은 다음날 발견되었지만 정신이상증세를 보였다는 기사를 본 적이 있다. 가둬놓는다는 것 그 자체로 안에 갇힌 사람은 불안을 느낀다. 큐브는 여기에 분자화학장치, 염산총, 꼬챙이 등의 함정까지 더해놓음으로써 폐쇄된 공간의 공포를 두배로 키워놓았다. 내가 어디에 있는지도 모르고 이동하자니 함정밭이고, 함정을 피해간다고 하더라도 출구가 있는지도 의문이고. 6명의 배우와 독립된 공간만이 90동안 스크린을 메우고 있는 돈 안드는 영화. 매우 단순하다. 하지만 지루하진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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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ephistopheles 2006-06-05 15: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1편만 보면 될꺼라고 생각되네요..그후 나온 속편들은 영....(절래절래)

월중가인 2006-06-05 17: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엇 저는 하이퍼큐브도 재미있었는데요~ 반전을 위해 너무 꼰게 거슬리지만 이것도 재미있었어요//

마늘빵 2006-06-05 18: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큐브가 2편까지 있죠? 흠. 2편을 굳이 찾아보고싶지는 않고 보게 된다면 한번 보고는 싶어요.
 



* 스포일러 경고

  주류와 비주류라는 말 자체가 이미 개봉된 영화들에 대한 이분법적 시선을 내포하고 있다는 것을 알면서도 이런 영화들을 지칭해야 할 좀더 마땅한 말을 찾지 못하겠다. 인디영화라고 하면 되려나. 아니면 예술영화? 인디영화와 예술영화가 의미하는 바가 뭐더냐. 그리하여 나는 '이런 영화'들을 지칭하는데 있어 좀더 적절한 단어를 찾지 못했고, 결국 짱구를 굴린 끝에 '비주류'라는 단어가 가장 적합하다는 결론을 내렸다. 비주류 영화를 보는데 요새 재미들린 나는 이 영화의 감독과 시나리오에 대한 아무런 지식이 없이 오로지 '강혜정'이라는 이제는 대한민국 영화판에서 뜬 한 여배우의 이름을 보고서 골랐다. 하지만 그것이 전부는 아니었고, 영화 포스터가 담고 있는 저 두장의 사진이 참 마음에 들었다. (아래 사진은 영화엔 나오지 않았다. 그렇게 기다렸건만)

 영화는 나쁘지 않았다. 그렇지만 뭔가 부족하다는 느낌도 지울 수 없었다. 그저 그것으로 보여주고 던져놓은 것이 감독의 의도였다면 받아들이겠다. 때로는 허무함도 영화의 매력이다. 하지만  "강혜정이 합류한 초특급 범 아시아 프로젝트"라는 문구는 좀 오버였다. 강혜정이라는 스타(?)를 내세워 관객몰이를 좀 해보겠다는 의도였을까. 아니면 영화를 대단하게 보이게끔 하려는 의도였을까. 되려 지나친 기대는 관객을 배신하는 법이다. 아무리 거창하고 화려한 문구라 할지라도 영화가 받쳐주지 않는다면 역효과를 부를 밖에. 나쁘진 않았지만 뭔가 이렇게 확 끌어당기는 매력도 없는 영화였다.

  펜엑 라타나루앙 감독 - 태국
  강혜정 - 한국
  아사노 타다노부 - 일본
  크리스토퍼 도일 - 호주


  정말 다양한 국적의 사람들이 모여 한 영화를 만들어냈다. 호주출신의 촬영감독 크리스토퍼 도일을 제외한다면 아시아의 세 나라의 합작이라고 부를 만 하다. 각국의 유명인사 하나씩 참여했으니. 감독에 대해서는 잘 모르니 그냥 제끼자.



* 아사노 타다노부. 극중 쿄지. 허름한 차림새지만 노숙자로 보기엔 뭔가 있어보인다.



* 거칠고 짧게 친 머리와 끈나시가 참 인상적이다. 햇빛 가득한 저 푸른 하늘과 푸른 바다를 배경으로 무언가를 응시하며 사색에 잠긴 이 여자의 모습이 아름답구나.

  영화에서 가장 비중이 큰 아사노 타다노부는 <자토이치>에서 핫토리 겐노스케 역을맡은 바 있다. 그 외에도 수많은 영화에 출연했지만 국내 개봉된 영화에서 알려진 것은 아마도 <자토이치>가 아닐까 생각. 전형적인 일본 사무라이의 외모를 갖춘 그는 조용하고 감성적일 듯 보이지만 어딘지 반항적인 구석이 있는 듯한 분위기를 풍긴다. 암흑가에서 활동하는 조용한 반체제인사라고 하면 딱 일듯. 내면과 외면이 따로 노는 인물로 보이기도 한다. 감성적이고 여리지만 냉혹하고 차가운 이미지. 양면을 모두 갖춘 배우가 아닐까 생각한다. 그는 <보이지 않는 물결>에서 어느 한 식당의 주방장으로 일하며 보스의 아내와 놀아나다 보스의 지시로 여인을 살해한 인물이다. 하지만 그 여자만 죽인다고 모든 일이 해결됐다고 끝나진 않는다. '휴가'라고 푸켓으로 떠나지만 온갖 재수없는 일들이 벌어지고, 살해당할 위험에 처해있다. 휴가길에 만난 당돌하고 황당한 애 엄마 노이를 만나게 되고 그녀의 정체를 알게 된 뒤 까무러칠뻔했다. 

  비록 불륜이었지만 사랑했던 한 여인을 살해하고 휴가를 떠나는 기분은 썩 좋진 않을 터이다. 게다가 그것으로 끝인줄 알았건만 보스는 나까지 살해하기 위해 마카오가 아닌 푸켓으로 나를 보냈고, 그곳에 또다른 심복을 깔아두었던 것이다. 아 이 밀려오는 복수심. 일상에서 벌어지는 그의 멍청하고 어리버리한 행동과 어울리지 않게 그도 복수심을 가지고 있다. 기필코 성공하리라 죽을 위험에서 벗어나 달려왔건만 - 그냥 숨어지냈으면 더 좋았을지도 모르는데 - 그를 죽이지 못했다. 애 때문에. 애 엄마 때문에.

  "너무나 행복해보여서 죽일 수 없었다. 차라리 내가 죽는 것이 나을 것 같았다." 아 이런 멍청한. 남의 행복을 위해 자신이 죽을 걸 알면서도 희생하는 이런 멍청한. 순진한건지 멍청한건지. 역시 그는 처음의 그 이미지 그대로 삶을 마감한다. 여행길의 애엄마 노이가 그를 향해 던졌던 "죽는게 두렵지 않아요?" 라는 질문에 대한 그의 대답이다.

   남편이 있는 여자와 연인이 되지만 그녀를 죽일 수 밖에 없는, 또 그 남편의 또다른 정부와의 행복한 모습 때문에 결국 자신의 죽음을 선택하는 운명을 갖고 태어난 남자의 이야기. <보이지 않는 물결>은 그런 영화이다. 아름답지만 기묘한 황당한 이야기가 조용히 밀려와 영혼을 적신다. 



하나. 강혜정은 생각만큼 비중이 크지 않았다. 그녀의 특유의 이미지가 영화를 더 빛나게 했다고 생각하지만 억지스럽게 정확한 발음을 내려한 그녀의 대사 때문에 장면 하나하나에 집중하기 보다 그녀의 발음을 신경써야만 했다. 그러나 들어도 그게 제대로 된 발음인지 아닌지는 난 모른다. 하지만 확실히 연기하는 그녀가 영어 대사 발음에 신경을 쓰고 있다는 생각은 지울 수 없었다.

둘.   영화 중간중간 별스럽지 않은 장면에서의 툭툭 내뱉는 유머러스한 장면들은 영화를 지나치게 밋밋하게 하거나 지루하게 하지 않기 위한 장치로 보였다. 한편으로는 또 알 수 없지만 죽음의 운명에 놓인 쿄지의 마음을 표현하기 위한 장치라는 생각도 든다.

셋.  영화의 장면은 너무나 멋있었다. 이뻤다. 재생을 멈추고 정지시켜 각각의 장면을 좀더 감상하고 싶을 만큼. 크리스토퍼 도일 이라는 촬영 감독은 이름은 익숙했지만 그다지 신경쓰지 않았던 사람이었다. 하지만 그의 이력을 뒷조사해보고 아! 하는 감탄사는 아주 자연스럽게 나왔다. <퍼햅스 러브> <2046> <영웅> <해피 투게더> <타락천사> <중경삼림><동사서독> 등의 촬영일지만을 봐도 그 이유를 알 수 있을 것이다. 이 영화들 중 하나라도 봤다면 그가 창조해낸 아름다운 영상미를 기억에서 지울 수 없으리라.
(아래사진)



* 적절한 조명과 시멘트 자욱이 그대로 드러난 벽, 그리고 벽에 붙여진 삼류 포스터(?). 벽에 기대 키스를 하고 더듬는 한 남자와 한 여자. 새빨간 원피스는 애정행각의 비밀과 스릴을 나타낸다. 은밀한 곳에서 벌어지는 스릴 넘치는 사랑. 그러나 그때뿐. 불륜은 오래가지 못하는 법이다. 영상이 참으로 아름답다.

 

* 새까만 밤, 여러개의 작은 전구들이 발산하는 빛의 아름다움, 낡은 빠알간 통통배 위에 한 여자, 한 남자.
   구도도 빛도 시선도 두 사람의 헤어스타일과 차림새도 참으로 아름답게 다가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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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로라 2006-06-04 22: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보이지 않는 물결>에 대한 댓글로 답방인사를 대신해도 되겠죠? ^^
전 아사노 타다노부라는 배우 때문에 이 영화를 선택했더랬어요. 펜엑 감독의 전작에도 출연했었는데, 무심한 얼굴 뒤에 숨겨진 수많은 사연들이 그대로 온몸으로 묻어져나오는게 참 좋더라구요,,,ㅎㅎ 영상도 정말 멋졌구요...^^

마늘빵 2006-06-04 22: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네 저는 이 배우 처음 알게 됐지만 참 맘에 들었습니다. 얼굴 안에 참 다양한 모습이 숨어있더군요. 크리스토퍼 도일의 영상미도 참 좋았습니다. ^^ 앞으로 자주 뵈어요.
 



  * 스포일러 경고

  양동근을 믿고 봤지만 좀 어설프고 많이 부족한 영화. 자본의 힘의 부족 때문인가. 한맥영화사라는 처음 듣는 영화사와 이항배 신인 감독, CF로는 어떨지 모르겠지만 영화로는 신인이라 볼 수 있는 김성수와 윤지민. 양동근 이라는 걸출한 배우를 제외하고는 뭐 하나 내세울 만한 것이 없는 영화였다. 물론 영화와 관련된 모든 프로필이 딸린다고 영화도 딸리는 건 아니지만 - 이건 <웰컴 투 동막골>을 통해 검증 - 이 영화의 어설픔을 달리 설명할 길이 없다. 단지 감독의 자질 문제라고 본다면 너무나 가혹하지 않은가. 모든 요인들이 복잡적으로 얽혀 지금의 어설픔을 창조(?)해냈다는 생각.

  대한민국 국민에게서 조금씩의 돈을 인출해 거대한 펀드를 조성한다는 프로젝트. 1% 비밀클럽의 짱인 존은 계획적으로 카이스트 출신의 손재주 뛰어난 컴퓨터 프로그래머 경호에게 접근해 그를 유혹하고 자신에게 매료되도록 만든다. 다 있지만 마지막 작업 각 은행의 계좌에 연결해줄 사람이 필요했던 존은 경호가 이 일의 적임자라 판단했던 것이다. 값비싼 액션 피규어를 모아 대화하며 하루를 보내는 순박하고 순진한 청년 경호는 존에 대한 믿음 하나로 그의 프로젝트에 가담하고, 결국 보지 않아도 알 수 있듯 존은 경호를 배신한다. 경호와 존을 따라다니는 여인 앨리만이 경찰에 넘겨지고... 




  영화 <모노폴리>의 존, 경호, 앨리에 적합한 캐릭터는 일단 잘 선택한 듯 하다. 김성수는 꽤나 귀티났으며 냉혹하기도 신비스럽기도 했다. 자신의 카리스마로 상대를 제압하고 매료시키는 그는 결국 자신이 계획한 프로젝트를 성공시킨다. 천재이지만 유약하고 순수한 어리버리 경호를 연기한 양동근도 제격. 시시껄렁하지만 쥐뿔 아무 것도 없고 인생 포기한 사람인양 살아가는 이미지만으로 양동근을 기억하기엔 그의 재능은 너무나 아깝다. 기존의 이미지에서 약간 벗어난 듯한, 하지만 그러면서도 기존의 이미지를 그대로 간직하고 있는 경호는 그에게 딱이다. 하지만 캐릭터가 양동근의 능력을 제한시킨 듯 하다는 생각도 든다. 양동근은 그이상을 보여줄 수 있었는데. 팜프파탈적 이미지를 내뿜는 앨리. 전혀 알 수 없는 신비스러움을 간직한 여인 앨리. 존을 따르지만 경호에게 '그를 믿지 말라'는 메세지를 보내는 앨리. 그녀는 과연 누구. 이 영화에서의 수영복 씬은 영화 개봉전 그녀를 검색어 1위에 오르게 하기도 했다.

  지나치게 폼잡다가 지나치게 뭔가 있어보이려다 영화 자체가 존재의 이유를 상실해버린 영화가 아닐까 싶다. 1% 클럽의 부유함을 통해 이들의 프로젝트의 거대함을 보여주려했던 감독의 의도는 그것 말고 영화를 뒷받침해주는 뭔가를 만들어내지 못함으로써 무너져버렸다. 앨리와 경호가 존을 옹호하는 이유도, 존이 이같은 범죄를 계획한 이유도 보이지 않는다. 범죄만 있고 목적이 없다. 영화는 반전을 꿈꾸지만 반전은 그다지 설득력있지도 현실감있지도 않다. 영화는 허무감을 안겨준 채 관객을 떠난다.



* 인터넷 화제의 사진. 유감없이 착한 몸매를 보여준 윤지민. 슈퍼모델 출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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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연 2006-06-04 20: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허걱! 어째 윤지민의 몸매가 가장 눈에 띈다는...ㅜㅜ;;

마늘빵 2006-06-04 20: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흐흐. 영화를 봐도 그래요. 윤지민 몸매에 눈이 많이 간다는. ^^

비연 2006-06-04 20: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근데 님, 언제 이렇게 영화를 많이 보시는 검까? 부럽슴다...흑~
(극장 가서 영화 본 지 한달도 넘은 비연...ㅠㅠ)

마늘빵 2006-06-04 20: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요새 제가 미쳤나봐요. 5월달 극장에서만 본 영화만 8편입니다. 9편인가. 음.

가넷 2006-06-04 21: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몸매가 너무 멋지네요... 흠.^^

마늘빵 2006-06-04 21: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쵸? 좀더 크게 올릴걸 그랬나? 난 큰 사진 가지구 있는데.
 



* 스포일러 경고

  포세이돈. 삼지창을 들고 있는 그는 크로노스와 레아의 아들이며, 제우스와 하데스의 형제. 제우스, 하데스, 포에이돈이 아버지를 폐위시키고, 그는 바다의 왕이 되었다. 영화 속에서 '포세이돈'은 거대한 호화 유람선의 이름이기도 하지만, 이 유람선을 덮쳐버린 파도를 지칭할 수도 있다. 개봉 전부터 예고편을 통해 오래전 본 <타이타닉>과 너무나 비슷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가져본 나로서는 그다지 기대를 가지고 볼 만한 영화는 아니라는 생각이었다. 하지만 영화를 보고 난 지금, 기대를 가질만한 영화는 아니지만 재난영화에 있어서는 또 하나의 작품을 건졌다는 생각이다. <타이타닉>이 장장 세시간 반에 걸쳐 역사적 사실에 기반한 재현과 로맨틱 스토리, 그리고 어마어마한 볼거리를 선사했다면, <포세이돈>은 한 시간 반에 걸쳐 깔끔하게 꼭 보여주어야 할 부분만 보여줬다고 할 수 있다. <포세이돈>엔 '재난' 그것 외에 다른 부분은 없다. 허무하고 단순해 보이기도 하지만 깔끔해서 더 좋다.  



* 화이브, 포, 쓰리, 투, 원, 제로! 해피 뉴 이어!! 폭죽과 풍선의 향연은 여기서 끝.



 * 바로 이어지는 태평양 저 편에서 밀려오는 거대한 파도. 달빛 아래 바다는 노했다.

  12월 31일에서 1월 1일로 넘어가는  새해. 그들은 거대한 호화 유람선 포세이돈 안에서 새해를 맞이하고 있었다. 사랑하는 이들과 함께. 하지만 어느 순간 태평양 저 멀리서 빠르게 다가오는 거대한 파도 속에 배는 기우뚱. 결국 한바퀴 회전하여 거꾸로 뒤집히는 상황을 맞이한다. 해피 뉴 이어는 행복을 가져다주는 대신 공포와 죽음을 선사했다. 이 배는 거꾸로 뒤집혔더라도 안전하다는 누군가의 말은 그의 '진심'이었을지 모르나 '사실'은 아니었다. 그의 말을 듣지 않고 뒤집힌 선체의 꼭대기로 향하는 반항아들(?)은 그들의 목숨을 보전할 기회는 갖게 되었다. 소방관 출신 전 뉴욕시장이었던 로버트, 그리고 그의 아리따운 딸 제니퍼, 그녀의 애인, 한 여자와 그녀의 아이, 프로도박사 딜런, 할아버지, 뉴욕에 가기 위해 몰래 탑승한 한 여인. 정말 다양한 연령과 이력과 성격을 가진 이들의 목표는 뒤집힌 배의 꼭대로 올라가 프로펠러 구멍을 통해 밖으로 나가는 것.



* 생존을 위한 투쟁. 나이가 많고 적고, 돈이 많고 적고, 여자고 남자고, 이기적이건 이타적이건 상관없이 지금 당장 살아야한다는 생각만이 그들의 머리와 가슴을 지배하고 있다.


  타이타닉 처럼 차라리 배가 쪼개졌다면 바다로 뛰어들기 위해 그냥 뛰어내리면 되었다. 하지만 이들은 배가 뒤집힌 탓에 어디로든 나가는 것이 생존목표가 되었다. 상황은 더 심각하다. 이들의 최고의 목표는 생존이겠지만, 이를 위해 일단 배 밖으로 나가야만 했다. 구출되고 말고는 그 다음 문제다. 쉽지 않다. 배의 꼭대기로 향한다는 것은 너무나 어려웠다. 헤엄쳐 물을 건너 불길 피해 가스 피해 낭떠러지 피해, 바다 한 가운데에서 재난을 당했다고 하나 물만이 문제는 아니다. 물은 그들이 마주쳐야 할 공포 중 한가지일 뿐이었다. 나의 생존을 위해 다른 사람을 죽여야만 했던 그들, 모두 다 살기 위해 한번 할 거 두번 해야 했던 이들, 결국 도착지에 이른 이들은 출발지에 모였던 이들보다 둘이 부족했다. 하지만 대단한 성공이었다.

  정말 대단한 볼거리를 선사해준 영화였다. 볼프강 페터슨의 전작 <트로이>나 <퍼펙트 스톰>에서 보여주었던 스펙터클함과 세밀한 묘사는 여기에서도 빛났다. 그는 이번 작품을 마지막으로 '물'에서 떠나고 싶다고 밝히기도 했다. 81년 <특전 U보트>와 2000년 <퍼펙트 스톰>에 이어 물을 다룬 영화로는 세번째 작품인 셈이다. 물이 주는 공포와 엄습감을 보여주고 싶었다는 그의 목표는 <포세이돈>을 통해 달성되었다고 봐야겠다. 또 주목해서 볼 인물은 그리 오래되지 않은 얼마전 <드리머>를 통해 본 다정다감한 아버지 커트러셀, 영화에서 스스로 소방관 출신이라고 말하는 그는 불을 다룬 또다른 재난 영화 <분노의 역류>에 출연하기도 했다. 그의 인상에서 느껴지는 푸근함과 인간미는 역시 이 영화에서도 드러났다. 마지막으로 한명 더. 에미 로섬. 그녀에 대해서는 잘 모른다. 다만 얼굴이 익숙했다는 것 밖에. 역시나 또다른 재난 영화 <투머로우>의 로라였다.

  원작 <포세이돈 어드벤처>를 새롭게 만든 이 영화는 원작을 보지 못한 나로서는 비교할 수 없지만, 어떤 이의 말에 따르면, '포세이돈'만 있고 '어드벤처'는 없다는 평을 내놓기도 한다. 하지만 처음에 말했듯 어쩌면 '재난영화'라는 꼬리표를 달고 다닐 <포세이돈>이 군더더기 없이 깔끔하고 단순한, 지극히 '재난'에 충실했다면 그것으로 족하다는 생각이다. 이거에 저거붙이고, 저거에 이거붙이고 하며 이도저도 아닌 영화가 되어버리는 것 보다야 지금의 선택이 훨씬 낫다. 영화의 스펙터클함을 느끼기 위해서는 비디오 출시를 기다리기보다는 지금 극장으로 향하는 편이 좋다.  

 

** 영화 보며 느낀 것 하나를 빼먹었다 싶었는데 야클님 덕에 기억났다.
    딸의 행동 하나하나에 간섭하는 아빠의 모습이 <아마게돈>의 블루스 윌리스와 넘 닮았다. 아빠도. 딸도.
    결국 <아마게돈>의 결말에 따라 아빠의 희생으로 목숨을 부지하게 되는 두 사람.
    이것이 바로 아빠의 사랑이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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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연 2006-06-04 20: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포세이돈 어드벤쳐는 멋지기도 했지만, 재난 상황에서 빚어지는 인간과 인간 사이의 미세한 감정들을 잘 묘사하고 있었지요. 제가 진 해크먼 팬이라 더욱 좋아하는 영화이구요. 흠...이번 영화는 어떤가 모르겠네요. 원작도 보시라고 추천!

마늘빵 2006-06-04 20: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그 전작 디비디로 출시된거 같던데, 전 아직 원작을 못봐서 이 영화와 뭐라 비교하질 못하겠어요. 이 영화는 그보다는 재난에 맞서는 몸부림에 촛점을 맞춘 듯 합니다. 거기에서 보여지는 스펙터클한 장면들의 연출에.

책방마니아 2006-06-04 22: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호 ~ 포세이돈이 리메이크 영화였군. 어쩐지 오래 전에 비슷한 영화를 본 것 같더니마는 ...

마늘빵 2006-06-04 22: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원작은 언제적 건지 모르겠네. 아직 거기까지 뒷조사는 못들어갔음.

마태우스 2006-06-05 00: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늘 감사합니다. 신속하게 영화 정보를 주셔서요. 제가 님의 글은 100% 신뢰하지 않습니까.^^

마늘빵 2006-06-05 00: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태님 / 제가 좀 영화개봉한지 얼마 안되서 금방 보기는 하죠? ^^ 극장서 영화보기를 넘 좋아해요. 전 집에서 비디오로 보는 건 별로에요. 극장서 보자면 돈이 좀 많이 들긴 하지만요. 지난달에 영화비로 넘 많이 써서 보더라도 좀 서둘러 조조로 봐야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