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포일러 경고

  포세이돈. 삼지창을 들고 있는 그는 크로노스와 레아의 아들이며, 제우스와 하데스의 형제. 제우스, 하데스, 포에이돈이 아버지를 폐위시키고, 그는 바다의 왕이 되었다. 영화 속에서 '포세이돈'은 거대한 호화 유람선의 이름이기도 하지만, 이 유람선을 덮쳐버린 파도를 지칭할 수도 있다. 개봉 전부터 예고편을 통해 오래전 본 <타이타닉>과 너무나 비슷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가져본 나로서는 그다지 기대를 가지고 볼 만한 영화는 아니라는 생각이었다. 하지만 영화를 보고 난 지금, 기대를 가질만한 영화는 아니지만 재난영화에 있어서는 또 하나의 작품을 건졌다는 생각이다. <타이타닉>이 장장 세시간 반에 걸쳐 역사적 사실에 기반한 재현과 로맨틱 스토리, 그리고 어마어마한 볼거리를 선사했다면, <포세이돈>은 한 시간 반에 걸쳐 깔끔하게 꼭 보여주어야 할 부분만 보여줬다고 할 수 있다. <포세이돈>엔 '재난' 그것 외에 다른 부분은 없다. 허무하고 단순해 보이기도 하지만 깔끔해서 더 좋다.  



* 화이브, 포, 쓰리, 투, 원, 제로! 해피 뉴 이어!! 폭죽과 풍선의 향연은 여기서 끝.



 * 바로 이어지는 태평양 저 편에서 밀려오는 거대한 파도. 달빛 아래 바다는 노했다.

  12월 31일에서 1월 1일로 넘어가는  새해. 그들은 거대한 호화 유람선 포세이돈 안에서 새해를 맞이하고 있었다. 사랑하는 이들과 함께. 하지만 어느 순간 태평양 저 멀리서 빠르게 다가오는 거대한 파도 속에 배는 기우뚱. 결국 한바퀴 회전하여 거꾸로 뒤집히는 상황을 맞이한다. 해피 뉴 이어는 행복을 가져다주는 대신 공포와 죽음을 선사했다. 이 배는 거꾸로 뒤집혔더라도 안전하다는 누군가의 말은 그의 '진심'이었을지 모르나 '사실'은 아니었다. 그의 말을 듣지 않고 뒤집힌 선체의 꼭대기로 향하는 반항아들(?)은 그들의 목숨을 보전할 기회는 갖게 되었다. 소방관 출신 전 뉴욕시장이었던 로버트, 그리고 그의 아리따운 딸 제니퍼, 그녀의 애인, 한 여자와 그녀의 아이, 프로도박사 딜런, 할아버지, 뉴욕에 가기 위해 몰래 탑승한 한 여인. 정말 다양한 연령과 이력과 성격을 가진 이들의 목표는 뒤집힌 배의 꼭대로 올라가 프로펠러 구멍을 통해 밖으로 나가는 것.



* 생존을 위한 투쟁. 나이가 많고 적고, 돈이 많고 적고, 여자고 남자고, 이기적이건 이타적이건 상관없이 지금 당장 살아야한다는 생각만이 그들의 머리와 가슴을 지배하고 있다.


  타이타닉 처럼 차라리 배가 쪼개졌다면 바다로 뛰어들기 위해 그냥 뛰어내리면 되었다. 하지만 이들은 배가 뒤집힌 탓에 어디로든 나가는 것이 생존목표가 되었다. 상황은 더 심각하다. 이들의 최고의 목표는 생존이겠지만, 이를 위해 일단 배 밖으로 나가야만 했다. 구출되고 말고는 그 다음 문제다. 쉽지 않다. 배의 꼭대기로 향한다는 것은 너무나 어려웠다. 헤엄쳐 물을 건너 불길 피해 가스 피해 낭떠러지 피해, 바다 한 가운데에서 재난을 당했다고 하나 물만이 문제는 아니다. 물은 그들이 마주쳐야 할 공포 중 한가지일 뿐이었다. 나의 생존을 위해 다른 사람을 죽여야만 했던 그들, 모두 다 살기 위해 한번 할 거 두번 해야 했던 이들, 결국 도착지에 이른 이들은 출발지에 모였던 이들보다 둘이 부족했다. 하지만 대단한 성공이었다.

  정말 대단한 볼거리를 선사해준 영화였다. 볼프강 페터슨의 전작 <트로이>나 <퍼펙트 스톰>에서 보여주었던 스펙터클함과 세밀한 묘사는 여기에서도 빛났다. 그는 이번 작품을 마지막으로 '물'에서 떠나고 싶다고 밝히기도 했다. 81년 <특전 U보트>와 2000년 <퍼펙트 스톰>에 이어 물을 다룬 영화로는 세번째 작품인 셈이다. 물이 주는 공포와 엄습감을 보여주고 싶었다는 그의 목표는 <포세이돈>을 통해 달성되었다고 봐야겠다. 또 주목해서 볼 인물은 그리 오래되지 않은 얼마전 <드리머>를 통해 본 다정다감한 아버지 커트러셀, 영화에서 스스로 소방관 출신이라고 말하는 그는 불을 다룬 또다른 재난 영화 <분노의 역류>에 출연하기도 했다. 그의 인상에서 느껴지는 푸근함과 인간미는 역시 이 영화에서도 드러났다. 마지막으로 한명 더. 에미 로섬. 그녀에 대해서는 잘 모른다. 다만 얼굴이 익숙했다는 것 밖에. 역시나 또다른 재난 영화 <투머로우>의 로라였다.

  원작 <포세이돈 어드벤처>를 새롭게 만든 이 영화는 원작을 보지 못한 나로서는 비교할 수 없지만, 어떤 이의 말에 따르면, '포세이돈'만 있고 '어드벤처'는 없다는 평을 내놓기도 한다. 하지만 처음에 말했듯 어쩌면 '재난영화'라는 꼬리표를 달고 다닐 <포세이돈>이 군더더기 없이 깔끔하고 단순한, 지극히 '재난'에 충실했다면 그것으로 족하다는 생각이다. 이거에 저거붙이고, 저거에 이거붙이고 하며 이도저도 아닌 영화가 되어버리는 것 보다야 지금의 선택이 훨씬 낫다. 영화의 스펙터클함을 느끼기 위해서는 비디오 출시를 기다리기보다는 지금 극장으로 향하는 편이 좋다.  

 

** 영화 보며 느낀 것 하나를 빼먹었다 싶었는데 야클님 덕에 기억났다.
    딸의 행동 하나하나에 간섭하는 아빠의 모습이 <아마게돈>의 블루스 윌리스와 넘 닮았다. 아빠도. 딸도.
    결국 <아마게돈>의 결말에 따라 아빠의 희생으로 목숨을 부지하게 되는 두 사람.
    이것이 바로 아빠의 사랑이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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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연 2006-06-04 20: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포세이돈 어드벤쳐는 멋지기도 했지만, 재난 상황에서 빚어지는 인간과 인간 사이의 미세한 감정들을 잘 묘사하고 있었지요. 제가 진 해크먼 팬이라 더욱 좋아하는 영화이구요. 흠...이번 영화는 어떤가 모르겠네요. 원작도 보시라고 추천!

마늘빵 2006-06-04 20: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그 전작 디비디로 출시된거 같던데, 전 아직 원작을 못봐서 이 영화와 뭐라 비교하질 못하겠어요. 이 영화는 그보다는 재난에 맞서는 몸부림에 촛점을 맞춘 듯 합니다. 거기에서 보여지는 스펙터클한 장면들의 연출에.

책방마니아 2006-06-04 22: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호 ~ 포세이돈이 리메이크 영화였군. 어쩐지 오래 전에 비슷한 영화를 본 것 같더니마는 ...

마늘빵 2006-06-04 22: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원작은 언제적 건지 모르겠네. 아직 거기까지 뒷조사는 못들어갔음.

마태우스 2006-06-05 00: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늘 감사합니다. 신속하게 영화 정보를 주셔서요. 제가 님의 글은 100% 신뢰하지 않습니까.^^

마늘빵 2006-06-05 00: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태님 / 제가 좀 영화개봉한지 얼마 안되서 금방 보기는 하죠? ^^ 극장서 영화보기를 넘 좋아해요. 전 집에서 비디오로 보는 건 별로에요. 극장서 보자면 돈이 좀 많이 들긴 하지만요. 지난달에 영화비로 넘 많이 써서 보더라도 좀 서둘러 조조로 봐야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