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포일러 경고

  마치 2005년 개봉되었던 영화 <콘스탄틴>을 보는 듯 한 기분이었다. 시기상으로 1999년에 개봉된 <엔드 오브 데이즈>가 1편이라고 볼 수 있겠지. 전혀 상관관계는 없고 내 맘대로의 어거지 이어붙임이다. 확실히 <콘스탄틴>보다는 좀더 흥미로움도, 스릴도, 시나리오의 탄탄함도 떨어졌다. 하지만 나름 괜찮았던 작품이다. 

  <엔드 오브 데이즈>와 <콘스탄틴> 두 영화 모두 종말을 다루고 있다. 악의 지배의 시기가 도래한다. 1999년에 개봉된 <엔드 오브 데이즈>의 경우 2000년 밀레니엄을 앞두고 있는 시점에서 관심을 받지 않았을까 싶다. '엔드 오브 데이즈'. '종말'이다. 2000년이 오는 순간 세계는 종말을 맞이할 것이라고 한참 종교계에서 분위기를 띄웠던 그때가 생각난다. 신문에는 미국 어느 주에서는 생필품이 동났다는 기사도 실렸고, 어디에서는 사람들이 집회를 가지고 회개하라!, 라고 외치고 다녔다는 기사도 봤다. 은행을 비롯한 금융계에서는 2000년이 오는 순간 컴퓨터가 오류를 일으킬까봐 노심초사 걱정하며 불안해했고, 일부 사람들은 아무런 마음의 동요 없이 일상을 살아갔다. 나는 후자에 속했더랬다.

   1979년 뉴욕 바티칸 교황청 밖에서 한 줄기 빛이 발견되고, 같은 날 한시에 여자아이가 태어났다. 악마의 씨를 잉태할 운명에 처한. 그녀는 자라서도 가끔씩 환청을 들었고, 환상을 보았다. 2000년이 다가오며 크리스틴은 악마의 표적이 된다. 자정 직전 그녀와 관계를 맺어야만 악의 세계가 열린다. 사탄으로부터 그녀를 보호 하기 위해 나선 전직 경찰관이자 현직 경호원 제리코 케인. 증오와 복수심으로 가득한 케인은 사탄에게 좋은 사냥감이다. 사탄은 아내와 아이가 살해당했던 그때 그 장면을 불러옴으로써 그들을 살릴 수 있다고 그를 유혹하고 케인은 괴로워한다. 그저 크리스틴만 넘겨주면 된다. 하지만 역시 예고된대로 케인은 그녀를 돌려주지 않는다. 사탄과 케인의 한판 승부. 악마와 한낮 인간의 대결의 결말은 뻔히 보이지 않는가. 하지만 이 근육질의 무자비한 케인은 악마와 싸워 이긴다. 호. 대단한걸.

   <콘스탄틴>보다는 악마와 케인의 대결에 촛점을 맞추고 액션을 많이 보여주었던 영화인지라 뭔가 생각할 거리를 제공하기보다는 그저 보여주기로 그친면이 없지 않다. 어쩌면 그것은 아놀드 슈왈츠제네거라는 근육질 사내를 주연으로 내세웠을 때부터 예고된 일인지도 모른다. <터미네이터>에서의 불사의 이미지는 여기에서도 이어졌다. 그가 아닌 다른 배우를 내세웠다면 조금 영화가 달라지지 않았을까 싶다.



* 힘주지 않아도 불끈불끈 저 근육 좀 봐. 존재자체로 공포를 안겨주는 인물이다. 무서워. 그러니 악마도 너를 무서워하지. 악마를 무찌르는 인간.



* 사탄을 열연한 가브리엘 번. 냉혹하고 잔인한 인간으로 둔갑한 악마의 연기를 잘 소화해냈다는 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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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ephistopheles 2006-06-05 15: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영화는 아놀드보다는 가브리엘 번을 본다는 것만으로 그나마 건졌던 영화가 아니였나 생각되네요..^^

마늘빵 2006-06-05 18: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네 저도 아놀드는 별로였어요. 가브리엘 번도 잘 모르는 배우이지만 역할에 딱 어울린다는 생각이에요. 적당한 무게감과 카리스마, 하지만 인간의 모습을 지닌 악마라고나 할까요.

책방마니아 2006-06-05 21: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음 이 영화 봤던 기억이 난다. 영화 자체로서는 그다지 좋은 평을 받지 못했는데 (http://www.imdb.com 에서 검색해 보니 10점 만점에 5.2점을 받았더군.) 종말을 주제로 한 영화 (내 희미한 기억에 따르면 요한 계시록 이야기가 영화에 나왔던 거 같은데 확실치는 않군) 라는 희소성 때문에 계속 화자되는 영화라 생각함.

Mephistopheles 2006-06-06 14: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가브리엘 번....하면 유주얼 서스펙트에서 처음에 카이저 소제에게 배위에서 총맞아 죽는 사람으로 나왔었죠..^^

마늘빵 2006-06-06 17: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유주얼 서스펙트도 아직 못봤어요. 것도 보고픈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