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출처 : 가을산 > 경제학자 171명 "한미 FTA, 원점 재검토" 촉구

서명자 중에는 이정우 전 청와대 정책실장,박태주 전 청와대 비서관,  홍장표 대통령 인수위원회 위원,김유선·박진도·이병천 청와대 대통령자문 정책기획위원 등 전·현직 참여정부 인사가 대거 참여했다고 합니다.

---------------------------------------------

경제학자 171명 "한미 FTA, 원점 재검토" 촉구

[프레시안 송호균/기자]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추진은 현 정부 최대의 국정실패로 기록될 것이다."
  
  한미 FTA가 야기할 경제적 파급효과에 대한 논란이 분분한 가운데 171명의 경제학자들을 대표한 김수행 서울대 교수 등 7명의 경제학자들이 6일 오전 서울 종로구 안국동 달개비 카페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정부의 한미 FTA 졸속추진에 제동을 걸고 나섰다.
  
  이들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각 대학의 경제학과 교수, 연구원, 박사과정 대학원생 등 총 171명의 경제학자들이 서명한 성명서 '한미 FTA 협상에 대한 경제학자들의 견해'를 발표하고 기자들과 일문일답을 가졌다.
  
  이날 발표된 성명서에는 이정우 전 청와대 정책실장과 김유선 현 청와대 대통령자문 정책기획위원 등 전현직 노무현 정부 정책참모들과 경제학계의 원로인 변형윤 전 서울대 교수, 주종환 동국대 명예교수 등의 서명도 들어 있어 눈길을 끌었다.
  
  "한미 FTA의 파괴적 효과는 엄청날 것"
  
  기자회견에서 참여사회연구소의 소장인 이병천 교수는 "국민들에게 한미 FTA 추진을 둘러싸고 어떤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그리고 FTA가 체결되면 어떤 일이 벌어질 것인지 알리는 것이 경제학자의 책임"이라며 "현 정부의 한미 FTA 추진은 엄청난 문제점을 안고 있으며 노무현 정부의 최대 국정실패로 기록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연세대학교 홍훈 교수는 "정부는 한미 FTA가 경제성장과 양극화 극복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고 시스템의 선진화도 이룰 수 있는 만병통치약인 것처럼 말하고 있다"며 "하지만 이같은 장밋빛 전망은 근거가 없으며 정부의 개방 만능주의에 입각한 한미 FTA 추진은 우리 경제의 전 영역에서 강자는 이기고 약자는 죽는 약육강식의 정글 게임을 통해 양극화를 심화시킬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대학교 김수행 교수도 같은 맥락에서 "미국 대학 출신의 일부 주류 경제학자들은 한미 FTA 문제를 놓고 실증적 근거도 없이 이데올로기 공세를 펼치고 있다"면서 "이들은 개방을 통한 효율성의 극대화와 일부 재벌기업의 경제적 이윤만을 고려할 뿐 노동자·농민의 삶의 파괴와 중소기업의 몰락이라는 결과에는 주목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경쟁력 제고? 산업기반 자체가 무너진다"
  
▲ 연세대의 홍훈 교수(오른쪽에서 두번째)가 기자회견에서 '한미 FTA 협상에 대한 경제학자들의 견해'라는 제목의 성명서를 낭독하고 있다. ⓒ 프레시안

  경제학자들은 특히 한미 FTA를 통해 국내 산업의 경쟁력을 제고할 수 있다는 정부의 논리에 대해 반박했다.
  
  이들은 성명서에서 "정부는 한미 FTA를 통한 '쇼크요법'을 이야기하지만 이같은 충격요법을 신뢰할 만한 어떠한 근거도 없다"며 "특히 국내 서비스 산업의 취약한 경쟁력을 고려하면 안이한 충격요법은 그나마의 기반마저 와해시킬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병천 교수는 "FTA 자체가 경제학적 개념이기 때문에 경제학자의 한 사람으로서 그 실상을 국민에게 제대로 알려야 한다는 책임감을 느낀다"라며 "졸속적이고 독단적으로 추진되고 있는 한미 FTA의 어두운 실상을 국민들이 보다 정확히 인식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한편 상지대학교의 김성훈 총장, 중앙대학교의 윤석원 교수 등 농업경제학자 45명은 이날 같은 장소에서 별도의 기자회견을 열고 "한미 FTA를 통해 미국의 요구가 관철되어 쌀시장마저 개방된다면 농업생산액이 7조~9조 원 정도 줄어들어 농촌 지역사회의 붕괴를 초래할 것"이라며 "정부는 비민주적인 한미 FTA의 일방적 추진을 즉각 중단하고 원점에서 재검토하라"고 촉구했다.
  
  다음은 이날 발표된 성명서의 전문이다.
  
<한미 FTA 협상에 대한 경제학자들의 견해>
  
  정부는 올해 2 월 초 전격적으로 미국과 FTA 협상 개시를 선언하였다. 정부가 서두르고 있는 일정표에 따르면, 한미 FTA 협상은 6월 초 워싱턴에서 시작한 제 1차 본협상을 시작으로 이번 제2차 서울 협상을 거쳐, 1년도 채 되지 않는 내년 3월 말 타결이 예정되어 있다. 우리는 한국사회의 미래와 국민의 삶의 기본 틀을 뒤집는 엄청난 지각변동을 가져올 중대 국정사안을 정부가 미국의 시간표에 얽매여 졸속으로 추진하는 이유에 대해 납득하지 못한다.
  
  우리는 정부가 어떤 거창한 명분을 내세우든, 절차에서나 실질적 내용에서나 한미 FTA의 첫 단추가 잘못 꿰어졌다고 생각하며 이 협상을 중단할 것을 촉구한다. 그리고 준비 없이 졸속으로, 비민주적이고 독단적으로 추진되고 있는 한미 FTA의 어두운 실상을 국민들이 보다 정확히 인식하기를 바라며, 경제학자로서 우리들의 책임을 통감하면서 다음과 같이 우리의 견해를 밝히는 바이다.
  
  먼저 절차적인 문제점으로서, 우리는 정부가 어떤 근거에 기초하여 조급하게 미국과 FTA 협상 개시를 선언하고 1차 협상을 시작했는지 묻고 싶다.
  
  정부와 청와대는 이른바 한미 FTA의 4 대 선결조건이라 불리고 있는 사안들, 즉 의약품 가격 인하 정책의 중지, 자동차 배출가스 기준 강화 방침의 취소, 광우병 파동으로 중단된 미국산 쇠고기 수입의 재개, 스크린 쿼터의 축소 등 우리 국민의 건강과 생명, 삶의 질, 그리고 한국문화의 정체성과 문화산업 발전 비전에 직결된 중대한 사안들을 미국의 일방적 요구대로 굴욕적으로 받아주었다. 이는 정작 협상 테이블에서 다루어야 할 과제들을 미리 수락함으로써 협상과정에서 우리가 발휘해야 할 교섭력을 원천적으로 제약하게 되었다. 또한 정부는 이 사안들이 한미 FTA와 무관하게 처리된 사안이라고 주장한다. 그러나 이는 명백한 허위임이 드러났다. 따라서 우리는 정부가 이 거짓말에 대해 책임을 져야 하며 4대 선결과제 처리과정의 내막과 실체적 진실에 대해 해명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더욱이 문제가 되는 것은 한미 FTA 협상이 우리 경제와 사회에 미칠 효과와 충격에 대한 철저한 연구, 이해당사자들의 의견 수렴과 대책 마련, 국민적 공감대에 기초한 면밀한 협상전략 수립 등의 선행조건을 갖추지 않고 추진되고 있다는 사실이다. 정부는 오랫동안 한미 FTA를 중장기 추진과제로 삼고 있었으며 아주 뒤늦게야 공동연구를 시작하였다. 겨우 1년 정도의 연구기간으로, 얼마 되지 않는 보잘 것 없는 연구보고서들을 근거로 충분한 협상준비를 했다고 보기는 어렵다. 심지어 정부 내에서조차도 관련부처 간 체계적인 논의가 있었던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 이 정부에서 대통령훈령으로 제정한 <FTA 체결 절차 규정> 조차 지켜지지 않았다. 국회 또한 헌법 사항인 조약의 체결 비준권을 행사해야 할 직무를 유기한 채 수수방관해 왔다. 협정문 초안도, 협상과정도 모두 비밀에 붙여져 있다.
  
  우리가 한미 FTA 협상에 대해 우려하고 반대하는 보다 중요한 이유는 그것이 우리 사회에 미칠, 가공할 파괴력 때문이다. 정부는 한미 FTA와 이를 통한 전면 개방이야말로 대미 수출과 외국인 투자의 증대, 서비스업의 경쟁력 강화, 제도와 관행의 선진화 등을 통해 국민 소득과 후생의 증대, 일자리 창출에 기여하고, 우리 경제 시스템 전반의 선진화를 가져올 절호의 기회라고 주장한다. 정부는 마치 한미 FTA가 경제 성장과 양극화 극복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고, 시스템의 선진화도 이룰 수 있는 만병통치약인 것처럼 말하고 있다. 그러나 우리는 한미 FTA의 효과에 대한 정부의 이같은 장미빛 전망이 별로 근거가 없으며, 긍정적 효과는 미약한 반면에 부정적, 파괴적 효과는 엄청날 것이라고 판단한다.
  
  당혹스러운 정부의 개방 만능주의
  
  우리들이 경제학자로서 가장 당혹스럽게 생각하는 것은 정부의 개방 만능주의다. 개방 만능론은, 쇄국으로도 나라를 망치지만 무분별한 개방으로도 나라를 망칠 수 있고, 또 망쳤다는 사실을 망각하고 있다. 그 교훈은 우리 역사가 잘 보여준다. 또한 나프타(북미 자유무역협정) 체결 이후 12년 동안 멕시코에서는 고용 없는 성장, 심각한 사회경제적 양극화와 수출-내수 양극화가 초래되었다. 또한 나라 경제의 깊은 대미 종속과 동조화 현상이 나타났다. 개방 만능론이라는 전략 아닌 전략에 입각한 한미 FTA 추진은 산업, 업종, 기업, 계급 계층, 지역 등 우리 경제의 모든 수준에서 강자가 이기고 약자는 죽어나가는, 약육 강식의 정글 게임을 통해 양극화를 심화시킬 것으로 예상된다. 또한 전면 개방은 지금 이미 심각한 수준에 이른 국민경제의 대외 불안정과 대미 동조화를 한층 심화시킬 것이다.
  
  정부는 한미 FTA를 정당화하기 위해 투자자-국가 소송제도로 악명 높은 나프타의 멕시코 경험을 성공 사례라고 강변하다가 최근 그 문제점이 밝혀지면서 한미 FTA는 만병통치약이 아니고, 그것이 성과를 내기 위해서는 내부구조 개혁과 체질 개선은 우리의 몫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그런데 정부 주장에 따르면 내부구조 개혁과 체질 개선을 위해서도 한미 FTA가 필요하다. 결국 정부는 모든 문제는 개방이 덜 되었기 때문이고 한미 FTA로 전면 개방만 하면 경쟁력도 제고하고 양극화를 극복하는 길도 열린다는 식의 근거 없는 주장을 하고 있는 것이다. 우리는 정부가 어떤 이론과 역사적 경험에 근거하여 이같은 주장을 하는지 도무지 알 수가 없다.
  
  근거 없는 정부의 산업 경쟁력 제고론
  
  정부는 한국 산업과 경제의 선진화 전망을 서비스 산업의 경쟁력 제고에서 찾고 있다. 정부는 그러면서 한미 FTA가 서비스 산업의 경쟁력을 높이고 양질의 일자리도 창출하는 이른바 "쇼크요법"이라고 주장한다. 그러나 이같은 충격요법을 신뢰할 수 있는 근거는 매우 빈약하다. 정부가 우리 산업의 선진화 구도에 대해 정확히 어떤 구상을 갖고 있는지부터가 불분명하다. 서비스업을 키우겠다고 하지만 어떤 서비스업을 중점적으로 키우겠다는 것인지, 그 근거는 무엇인지 체계적인 설명을 보기 어렵다. 우리나라 서비스 산업의 취약한 경쟁력을 고려한다면, 안이한 충격요법식 개방조치는 한국 서비스업의 기반마저 와해시킬 수 있다. 전문 서비스업의 특성상 대량의 양질의 일자리가 창출될 가능성도 희박하다.
  
  정부의 과장된 주장과는 달리, 제조업 제품의 대미 수출은 미국의 관세가 매우 낮아 증대 효과가 미약한 반면 대미 수입은 크게 증대하여 대미 무역수지가 적자로 전락할 위험이 있다. 한편 농업 분야가 치명적인 타격을 입을 것임은 명약관화하다. 농촌사회의 붕괴로 대량 실업 사태가 일어나고 고용 불안정이 심화될 것이다. 대책 부족으로 심각한 사회경제적 혼란이 초래될 것이다.
  
  미국식 FTA는 글로벌 스탠더드가 될 수 없다
  
  우리는 미국식 FTA가 정부의 주장 처럼 결코 글로벌 스탠더드가 아니라 세계의 여러 다양한 FTA 중에서도 아주 특수한 시장근본주의적이고 약소국에 가장 가혹한 패권적 FTA 임을 강조하고자 한다. 동북아에서 미국과 제1의 동맹국인 일본조차 미국과 FTA를 체결하지는 않았다는 사실을 우리는 알아야 한다. 실익이 없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한미 FTA는 단순한 상품무역 협정을 넘어 서비스, 투자, 지적재산권 등 거의 모든 통상 사항을 포괄하는 높은 수준의 FTA일 뿐만 아니라, 한국의 제도와 관행을 미국의 일방적 요구와 미국식 기준에 뜯어 맞추어야 하는 전면적인, 불평등한 경제통합 협정이다. 우리는 미국식 제도와 관행이 결코 우리가 따를 선진 모델이라고 보지 않을 뿐더러, 이같은 전면 경제통합 협정이 고도의 위험을 안고 있다고 생각한다.
  
  한미 FTA가 미국식 FTA라는 사실이 의미하는 바는 무엇인가. 투자의 정의가 극도로 광범하여 건전한 생산적 투자와 론스타같은 파괴적 투기자본의 유입을 선별할 길이 없고 제2, 제3의 론스타 사태가 일어날 가능성이 매우 높다. 뿐만 아니라 투자자의 현지 정부 제소권 때문에 론스타 같은 사태가 속출해도 한국 정부가 개입할 수 있는 여지가 원천적으로 봉쇄된다. 한미 FTA는 정부가 개입할 경우 거꾸로 론스타가 한국 정부를 국제기구에 제소할 수 있는 권리를 보장하고 있다. 한미 FTA를 통해 일자리 창출과 관련이 있는 생산적인 직접투자(이른바 Greenfield)는 기대하기 어렵고, M&A와 포트폴리오 투자가 한국경제를 유린할 것이다. 설사 생산적인 외국인투자가 유입된다 해도 한미 FTA는 현지 생산품, 현지 조달, 현지인 고용, 기술 이전 등 정부의 외국자본에 대한 이행의무 부과권을 박탈하고 있다. 한마디로 한미 FTA는 나라의 주권과 이 땅에 사는 민중의 삶의 요구보다 미국 자본의 무한 자유와 무정부적 활동을 더 상위에 두는 "미국 자본의 권리장전"의 성격을 갖고 있다 할 것이다.
  
  국민이 누려야 할 각종 공적 서비스에 심각한 타격 올 것
  
  한미 FTA는 우리 국민이 보편적인, 사회적 시민권으로서 누려야 할 각종 공적 서비스에 심각한 타격을 입힐 것이다. 특히 현재 한국은 공공 보건의료 서비스와 공교육에서 OECD의 바닥권이다. 따라서 우리 정부는 보건의료와 교육의 공공성을 획기적으로 강화해야 할 과제를 갖고 있다. 그러나 한미 FTA는 바로 이런 선진 복지사회 수립의 과제를 무산시킬 뿐 아니라 지금 겨우 확보한 최저 공적 서비스마저 파괴하고 말 것이다. 그리고 미국은 보건의료, 교육 분야는 물론, 전기, 가스, 수도 등 에너지, 방송, 통신 등의 분야에서도 미국식 공정경쟁 규범을 들이대고 지분 확대와 사유화 요구에 나서고 있다.
  
  여기서 우리는 한미 FTA를 통한 미국과 다국적 제약회사 등 국제 자본의 요구가 그간 공공 서비스의 시장화와 사유화를 추구해온 우리 안의 국내 재벌과 자본의 요구에 맞닿아 있다는 사실에 주목해야 할 것이다. 따라서 한미 FTA는 단지 나라 대 나라의 협상으로 그치지 않는다. 그것은 동시에 "두 국민 분열"을 도모하는 내외 자본의 요구 대 동반발전을 추구하는 우리 국민대중의 삶의 요구가 충돌하고 있는 사안이기도 한 것이다. 정부는 소비자 후생이 증대된다고 국민을 현혹시키고 있다. 그러나 그 혜택은 우리 사회 일부 상층만이 독차지할 것이며 다수 대중은 이로부터 배제될 것이다.
  
  이상과 같은 이유에서 우리 경제학자들은 한미 FTA가 정부의 주장처럼 한국사회의 선진화를 위해 더없는 기회가 되기는커녕, 오히려 지난 IMF 위기이후 신자유주의 구조조정의 고통과도 차원을 달리하는 큰 재앙을 몰고 올 것이라 판단하면서 정부와 국회, 그리고 미국에 대해 다음과 같이 요구하는 바이다.
  
  ▶ 정부는 기본적인 절차적 정당성조차 갖추지 못하고, 한국 경제와 사회에 심각한 파괴적 결과를 가져올 한미 FTA 협상의 독단적 추진을 중단하고, 민주적으로 의견을 수렴하여 협상을 원점에서 재검토하라.
  
  ▶ 정부는 의약품 가격 인하 정책 중단, 자동차 배출가스 기준 완화, 미국산 쇠고기 수입 재개, 스크린 쿼터의 축소 등 4대 선결조건 수용을 즉각 취소하라. 정부는 4대 선결조건 수용이 한미 FTA와 무관하다고 국민을 기만한 사실에 대해 해명하라.
  
  ▶ 정부는 한미 FTA 협정문 초안, 제1차 본협상 결과 등 한미 FTA 협상 진행과 관련된 일체의 정보를 투명하고 책임 있게 공개하라. 국민의 알 권리를 전면 보장하라.
  
  ▶ 국회는 한미 FTA에 대해 지금까지의 무기력하고 무책임한 직무유기 자세를 버려야 한다. 시급히 통상절차법을 제정하여 모든 대외협상에서 민의를 대변하는 국회의 본연의 의무를 다하고, 헌법에 명시된 조약 체결권과 비준권을 정당하게 행사하라.
  
  ▶ 정부는 지금까지의 준비 없는 졸속추진 방식을 벗어나 한미 FTA가 우리 사회에 미칠 영향에 대해 철저하고 체계적인 연구작업을 수행하고 제2, 제3의 론스타 사태를 미연에 방지할 수 있는 대책을 마련하라.
  
  ▶ 정부는 나아가 나라 안으로는 지속가능한 개방과 경제주권, 공공성과 사회통합, 문화적 다양성이 같이 갈 수 있고, 나라 밖으로는 동아시아 지역 협력과 연대를 증진시킬 수 있는 공생의 대안적 비전과 전략을 마련하라.
  
  ▶ 미국은 지금까지의 일방적이고 패권주의적인 한미 FTA 강행 압력을 중단하고 대등한 한미 동반자 관계를 수립하고 남북 화해와 동아시아 공생의 협력을 증진시키도록 노력해야 한다.
  
  <171명의 서명자 명단>
  
  1. 대학 및 연구소 소속 서명자
  
  강남훈(한신대), 강신성(한남대), 강신욱(한국보건사회연구원), 강신준(동아대), 권광식(방송대), 김기원(방송대), 김기현(경북대), 김대래(신라대), 김도근(동명정보대), 김삼수(서울산업대), 김상곤(한신대), 김상조(한성대), 김성구(한신대), 김성희(한국비정규노동센터), 김수행(서울대), 김승석(울산대), 김안국(한국직업능력개발원), 김양화(부산대), 김애경(대구사회연구소), 김영용(경북대 새정치경제학연구회), 김영철(계명대), 김용원(대구대), 김유선(한국노동사회연구소), 김윤자(한신대), 김의동(경상대), 김재훈(대구대), 김정주(한신대 민주사회정책연구원), 김종한(경성대), 김준(상지대), 김진일(국민대), 김차두(경성대), 김창근(경상대 사회과학연구원), 김태억(새로운 사회를 여는 연구원), 김태연(단국대), 김형기(경북대), 남기곤(한밭대), 노중기(한신대), 류동민(충남대), 류덕위(한밭대), 문종상(한국섬유개발연구원), 민경세(한밭대), 민완기(한남대), 박경(목원대), 박경로(경북대), 박관석(목포대), 박광서(전남대), 박만섭(고려대), 박명훈(지방분권운동 대구경북본부), 박상수(제주대), 박섭(인제대), 박순성(동국대), 박승호(경상대 사회과학연구원), 박정원(상지대), 박영호(한신대), 박종현(진주산업대), 박지웅(영남대), 박진도(충남대), 박태주(한국노동교육원), 박형달(순천대), 배영목(충북대), 배인철(한국도로공사), 백영현(참여사회연구소), 백일(울산과학대), 변형윤(서울사회경제연구소), 서석흥(부경대), 서익진(경남대), 서한석(경원대), 서환주(상지대), 성낙선(한신대), 손명환(충남대), 송원근(진주산업대), 송태복(한남대), 신상기(경원대), 신정완(성공회대), 신조영(대진대), 안진권(대구사회연구소), 안현효(대구대), 양준호(삼성경제연구소), 양희석(경상대), 우명동(성신여대), 우석훈(성공회대 강사), 유태환(목포대), 유철규(성공회대), 윤병선(건국대), 윤석원(중앙대), 윤영삼(부경대), 이강국(Ritsumeikan University), 이규금(목원대), 이기훈(충남대), 이병천(강원대), 이상준(국민대), 이상철(성공회대), 이상호(가톨릭대 강사), 이상호(진보정치연구소), 이세영(한신대), 이영기(동아대), 이영자(가톨릭대), 이용재(대구경북분권혁신아카데미), 이우진(University of Massachusetts), 이원복(대구대), 이일영(한신대), 이재성(계명대), 이재은(경기대), 이재희(경성대), 이정우(경북대), 이종래(경상대 사회과학연구원), 이종한(한국행정연구원), 이채언(전남대), 이해영(한신대), 임상오(상지대), 임수강(국회의원 보좌관), 장대익(경성대), 장주영(대구경북분권혁신아카데미), 장지상(경북대), 장상환(경상대), 장하준(University of Cambridge), 전창환(한신대), 전형수(대구대), 정건화(한신대), 정명기(한남대), 정성기(경남대), 정성진(경상대), 정세은(충남대), 정승일(국민대 겸임교수), 정원호(한국직업능력개발원), 정일용(한국외국어대), 정재호(목원대), 조복현(한밭대), 조석곤(상지대), 조영탁(한밭대), 조원희(국민대), 주무현(경상대 사회과학연구원), 주종환(동국대 명예교수), 채장수(경북대 강사), 채종화(부산경상대), 최배근(건국대), 최정규(경북대), 최정식(UNI 한국협의회), 최종민(전북대), 최진배(경성대), 표명주(대구사회연구소), 한기조(동의대), 한성안(영산대), 허민영(경성대), 현용석(한남대), 홍덕기(전남대), 홍장표(부경대), 홍태희(조선대), 홍훈(연세대), 황신준(상지대), 황한식(부산대), 황호선(부경대) 이상 152명.
  
  2. 대학원생(박사과정) 서명자
  
  강영삼(서울대 대학원), 권은지(서울대 대학원), 김공회(University of London), 김선영(서울대 대학원), 손삼호(서울대 대학원), 심성희(서울대 대학원), 양정승(서울대 대학원), 오승연(University of Massachusetts), 오종석(서울대 대학원), 원도연(고려대 대학원), 이동한(서울대 대학원), 장시복(University of Massachusetts), 전희상(서울대 대학원), 정상준(서울대 대학원), 정재현(고려대 대학원), 정혁(서울대 대학원), 조태희(University of Missouri-Kansas City), 황성하(University of Massachusetts), 현영진(서울대 대학원) 이상 19명.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전출처 : 로쟈 > 한국의 혈통민족주의

지난달에 언론에 소개되었던 책 하나는 재미 사회학자 신기욱 교수의 <한국의 혈통 민족주의(Ethnic Nationalism in Korea)>이다(같은 제목이 '한국의 종족적 민족주의'로도 번역되었다). 문화일보의 인터뷰 기사와 동아일보의 소개 기사를 옮겨놓는다. 번역본이 출간될 수도 있겠다 싶어서 '프리뷰'에 집어넣는다.

cover for Ethnic Nationalism in Korea

문화일보(06. 06. 27)  ‘혈통 민족’ 강조가 사상 빈곤 불렀다

-“지난 100년 동안 한국사회를 강하게 움직인 사회구성원리는 가족주의나 유교보다는 단일민족의식, 즉 혈 통에 기반한 민족주의였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한국을 비롯한, 동북아시아 3국 모두 다른 지역에 비해 민족주의가 매우 강한 게 특징이지요. 최근의 한·일, 한·중, 중·일 관계의 긴장은 뿌리가 모두 민족주의에 기반하고 있으며 각국의 정치권에서 이를 이용해온 측면 이 큽니다.”

-최근 미국 스탠퍼드대 출판부에서 <한국의 혈통 민족주의(Ethnic Nationalism in Korea·사진)>란 영문저서를 출간한 신기욱(46) 스탠퍼드대 아시아태평양연구소(APARC) 소장 겸 사회학과 교수는 “우리 역사에서 근대에 들어와 도입된 과도한 민족주의가 오늘날 한국사회의 사상적 빈곤을 초래했다”고 비 판했다. 스탠퍼드대 APARC의 아시아지부(일본) 개설 협의와 다음달(*이달) 6~7일 고려대 국제한국학센터(소장 이종화 교수)가 개최하는 제2차 국제한국학포럼에 참석하기 위해 방한중인 신 교수는 지난 23일 문화일보 회의실에서 가진 인터뷰에서 “최근의 뉴라이트와 뉴레프트를 포함한 한국의 보수와 진보는 이념적·철학적 기반이 약하다”며 이 같이 밝혔다.

-“프랑스와 영국은 자유주의를 기반으로 민족주의를 받아들였기 때문에 파시즘으로 가지 않고 민주주의를 유지했던 반면, 자유주의 기반이 약했던 독일과 일본은 파시즘과 군국주의로 치달았습 니다. 우리도 19세기 말~20세기 초 자유주의 사상이 들어와 논의가 활발했지만, 일제의 침략을 받으면서 외부와 싸우기 위해 내 부단결을 강조하다 보니까 인권 등 자유주의가 뿌리를 내리지 못 했어요.”

-3부 13개 장으로 구성된 신 교수의 책은 단일민족의식에 기초한 한국 민족주의의 역사적 기원과 민족주의의 정치, 세계화와 통일 등 현재의 이슈까지 포괄적으로 다루고 있다. 특히 1945년 이후 민족주의가 이승만, 김일성, 박정희 등 남북한 정권에 의해 권력유지를 위해 활용되면서 강화된 것에 대해 매우 비판적인 시각에서 접근했다. “김영삼 정부의 세계화나 노무현 정부의 동북아시대론 모두 그 핵심은 세계질서를 민족국가간 의 치열한 경쟁으로 보는 사회진화론적 시각에 기초하고 있다는 점에서 민족주의가 약화된 것이 아니라 오히려 강화됐다고 볼 수 있지요.”

-신 교수는 21세기에도 상당기간 한국사회에서 민족주의가 강세를 발휘할 것으로 내다봤다. 분단된 현실에서 통일의 당위성을 부 여하는 게 민족주의이고 중·일간 헤게모니 다툼이 시작된 동북 아시아 정세에서 우리의 생존을 위해 내부단결을 강조하다보면 세계화·지역화라는 추세에도 불구하고 민족주의가 강조될 수밖 에없다는 것이다.

 

 

 



-“앞으로 10~20년 사이 영향력이 줄어들 것 같지 않은 민족주의 의 부정적 측면을 최소화하기 위해 제도화가 중요한 과제입니다. 외국인노동자와 같은 민족이지만 현실세계에서 2류 시민으로 전락한 조선족, 앞으로 남한 주도로 통일될 경우 한국에서 북한주 민의 위치 등을 생각할 때, 문화적 다양성을 수용하고 이들의 인권을 보호해 줄 수 있는 법적 장치 마련이 필요해요.”

-스탠퍼드대 APARC 내 한국학 프로그램 책임자이기도 한 신 교수 는 민족주의 외에도 식민지 근대성이나 한·미관계, 과거사 문제 등 최근 국내 학계에서 첨예한 이슈가 되고 있는 사안들에 대해, 외국에서 한국을 바라보는 연구자의 시각에서 자기 목소리를 내왔다.

 

 

 



-“근대성을 가치 개념으로 보고 ‘일제가 한국을 수탈했느냐, 아니면 근대화시켰느냐’는 이분법적인 질문이 잘못됐다”고 강조 한 신 교수는 식민지 시기 한국인들이 어떻게 근대의 모습을 만들어갔는지를 밝히는 게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식민지 근대의 인정과 관계없이 이광수는 한국 근대문학의 효시이기 때문이다.

-현재 신 교수는 두 권의 책을 준비 중이다. 1992년부터 2004년까지 한·미 양국의 신문에 실린 언론기사를 계량적으로 분석해 최근 한·미관계 변화상을 살펴보는 연구서와 오는 10월 출간예정 인 과거사와 화해문제를 다룬 편저서다. “언론 분석 결과, 한·미관계의 터닝포인트는 김대중 정부 때입니다. 당시 북한문제에 대한 인식이 달라지면서 한·미관계가 벌어지기 시작했어요. 최근 북한 미사일도 한국쪽에서 자꾸 다른 견해를 나타내지 않습니까. 한국에선 북한이 무슨 위협이 되느냐 하지만, 미국에선 핵물질 등이 글로벌 테러리스트에게 넘어갈 가능성 등 실질적인 위협으로 받아들이고 있어요.”

-또 과거사를 한국전쟁과 광주항쟁 등 내부적인 문제와 일본과의 외부적인 문제로 나눠 본 신 교수는 “한국은 남미 독재정권이나 독일·폴란드의 경우와는 달리 내·외부적인 과거사 문제가 모두 겹치는 특수한 사례”라며 “한·중·일 모두 동아시아의 화 해와 평화를 위한 비전있는 리더가 없는 탓에 내부적인 문제에 비해, 외부적인 문제가 제대로 해결되지 않고 있다”고 진단했다. 신 교수는 “주로 인문학 중심인 미국 대학의 한국학연구소와 정책 중심인 동부의 싱크탱크와 달리 사회과학 중심으로 현대문제 와 정책적 함의가 큰 문제들에 초점을 맞춰 미국의 한반도 정책에 목소리를 내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스탠퍼드대 APARC와 한국학 프로그램의 운영방침을 밝혔다.(최영창 기자)

동아일보(06. 06. 13) "美스텐퍼드대 신기욱 교수 ‘한국의 종족적 민족주의’ 발간"

-“과도한 민족주의가 한국사회의 사상적 빈곤을 낳았다.” 한국사회의 반지성적 풍토를 민족주의의 팽창과 결부해서 분석한 책이 미국 스탠퍼드대 출판사에서 출간됐다. 스탠퍼드대 아시아태평양연구소(APARC) 소장으로 있는 신기욱(사회학) 교수가 쓴 <한국의 종족적 민족주의>(Ethnic Nationalism in Korea)이다.

-신 교수는 영문으로 발간된 이 책에서 현재 한국 반미주의의 뿌리로서 한국 민족주의가 19세기 후반부터 오늘에 이르기까지 어떻게 형성, 변형, 성장해 왔는지를 △역사적 기원 △민족주의의 정치 △현재의 이슈로 나눠서 심층 분석했다.

-신 교수는 한국의 민족주의가 일제의 침략에 대항담론으로 형성되는 과정에서 혈연과 단일민족의식이 강조되면서 그 기원부터 종족적 민족주의의 성격을 지니게 됐다고 지적했다. 이런 한국민족주의는 1920년대 이후 사회주의와 경쟁을 하면서 민족이 계급을 대신할 개념으로 최우선시됐고 그 과정에서 민족지상주의로 변질됐다는 것.

-신 교수는 민족의 우월성을 강조하는 혈연적 종족적 민족주의는 유럽과 일본에서 유행하던 파시즘의 영향을 받았으며 사회주의를 배격한다는 점에서도 양자의 친근성을 발견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최남선, 이광수 등 식민지 시대 민족주의자들이 친일노선을 걷게 된 것도 일제 군국주의와 이런 속성을 공유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신 교수는 이런 혈연적 종족적 민족주의의 전통은 광복 이후 권위주의 및 공산주의와 결합하며 남북 독재정권의 중요한 이념적 기반으로 계승됐다고 주장했다. 이승만, 박정희 정권이 일본의 군국주의 체제와 유사한 면모를 보이고, 북한이 사회주의의 외피 아래 유례를 찾기 힘든 민족주의로 빠진 것은 이러한 역사적 맥락에서 바라봐야 한다는 것.

 

 

 



-한국의 근대화는 자유주의에 기반해 민족국가를 성립하며 민주화를 이루어 갔던 영국 프랑스 등과 달리 자유주의가 결핍된 채 집단적 혈연적 민족주의의 발전이 이뤄져 결국 나치즘과 군국주의로 귀결됐던 독일이나 일본의 모델을 닮았다는 분석이다. 이러한 자유주의의 결핍과 과도한 민족주의의 발전으로 한국 좌우 진영 모두가 독자적인 이론과 철학적 기반을 개발하는 방향으로 나가지 못하고 민족주의에 기생한 수구주의와 독재주의를 낳았다는 분석이다.

-신 교수는 특히 박정희의 조국 근대화는 물론 김영삼 정부의 세계화, 또 노무현 정부의 동북아시대론 등 시대별 핵심 담론에 세계질서를 민족국가 간의 치열한 경쟁으로 보는 사회진화론적 시각에 기초한 민족주의적 사고가 뚜렷하다며 그 극복을 강조했다.

-남북통일이 이뤄질 때까지는 민족주의가 필요하다는 주장에 대해 신 교수는 혈연적 민족주의가 통일의 당위성을 부여하고 남북한 주민 간의 공유의식을 제공한다는 점에선 유용할지 몰라도, 더욱 민주적이고 시민적인 민족의 정체성을 만들지 못하는 한 독일 통일보다 더 힘겨운 과정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신 교수는 “한국사회가 글로벌화돼 타민족의 수가 늘고 문화적 다양성이 절실해짐에 따라, 그리고 민주적이고 개방적인 통일 준비를 위해서도 새로운 민족 정체성의 정립이 시급하다”고 주장했다.(권재현 기자)

06. 07. 06.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어제 밤에 헤겔 세미나 펑크내고, 맥주와 치킨을 먹은 것이, 역시 여실히 체중에 반영이 됬다 ^^; 오늘 저녁에는 선배가 박사논문을 내서 또 뒤풀이가 거하게 있을 것 같고, 내일 점심에는 부모님과 외할머니께서 애인을 보고 싶다고 하셔서 중국식 레스토랑에 갈 예정이니, 내 73kg대는 당분간 다시 보기 힘들 듯.

애인이 외무고시를 통과한 후에, 애인의 부모님, 애인의 동생과 함께 저녁식사를 한 적이 있었다. 참 조심스러운 자리다. 물론 처음 뵙는 것은 아니지만, 이렇게 함께 식사를 한 적은 처음. 좌불안석, 정도까지는 아니었지만, 어떤 자리든 별로 조심스러워하지 않는 나(?)로서는 그렇게 조심스러운 자리는 처음이었다. 사실 나는 별로 조심스러운 자리를 많이 가져보지 못했다. 교수님들과의 자리도 별로 조심스럽게 생각하지 않는 나이고하니까. 하지만, 애인의 부모님과의 자리는 정말 조심스럽다.

내일, 애인에게는 더 조심스러울 것 같다. 중국식 레스토랑에서 외할머님도 모시고라니!!! 애인은 정장을 입겠다고 해서, 할 수 없이 나도 정장을 입어야 할 듯.

애인의 '부모님'이라고 생각하면 편할 수도 있는 자리인데, 나의 애인의 부모님이라고 생각하면 불편하듯이, 애인도 단지 나의 부모님이라고 생각하면 편하지 않을까?

흐음.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두 여자 사랑하기
빌헬름 게나찌노 지음, 이재영 옮김 / 창비 / 2006년 6월
평점 :
절판


1. 제목을 '현대 사회 속 한 외로운 영혼의 망설임'이라고 붙였는데, 이 책의 내용은 정확히 그것이다. 그런데 저 표지를 보면 알겠지만, 표지는 완전히 어린 친구들(?)한테 팔아먹기 위한 술수이다. 문학 출판사 중 믿을 만한 창비가 얼굴이 화끈거릴만큼의 유치한 표지와 작은 제본으로 마치 무협지 대여소 한편에 꽂혀져 있는 순정소설과 같은 표지로 독자를 우롱하고 있는 것. 표지의 사소한 실수도 마음에 안 든 것은 그것 때문이다. 뒷 표지에 '산드라와 유디트 중 한 사람만 사랑해야 한단 말인가?'라고 나와있지만, '산드라'가 아니라 '잔드라'이다. 영어식으로 읽으면 '산드라'라고 할 수 있겠지만, 본문에 수십번 넘게 나오는 '잔드라'를 표지 뒷면에는 떡하니 '산드라'로 적어놓는 것은 표지의 유치한 디자인과 함께 짜증을 유발시켰다. 사실 나 같은 '아저씨'가 이 책을 공개된 장소에서 읽고 있기 민망하다. '두 여자 사랑하기' 라는 제목도 원제와는 다른데, 뒤에 역자인 이재영씨가 변론을 적어 놓기는 했지만, 'Die Liebesblodigkeit'는 '사랑의 미혹' 또는 '서툰 사랑' 등으로 번역하는게 옳지 않았을까. 결국 소설의 '주제'는 그것이니 말이다.

2. 이 책의 초반부는 표지에서 느낀 영향 때문인지, 짜증 '지대로' 였다. 표지를 보면 20대 후반 혹은 30대 초반 괜찮은 남자가 젊은 두 여자를 사랑하는 것 같은 느낌이다. 그러나 실상 들어가 보면, 50대 초반 남자가 40대 후반 뚱뚱한 여자와 50대 초반 삶에 지친 여자를 사랑하는 이야기이다. 그리고 이 남자는 곧 자신이 섹스를 제대로 못하게 될 것임을 걱정하는 '보잘 것 없는 외모의' (책 본문 중에 스스로 그렇게 표현한다) 남성으로서 종말론에 대한 강연으로 근근이 먹고 산다. 이 사람은 남의 재앙에는 전혀 무관심한 독일인(유럽인)으로 나타난다.

변기에 앉자마자 살짝 열어놓은 창문을 통해 가까운 곳에서 교통사고가 나는 소리가 날아든다. 쾅 하는 소리가 들리더니, 차체가 우그러지고 유리가 깨지는 소리가 이어지고, 뒤이어 사고 직후에 언제나 끼여드는 터무니없는 정적이 찾아든다. 행인들 가운데 일부는 신속히 자리를 피하고, 일부는 사고 현장 가까이로 황급히 모여드는 장면을 상상해본다. 나느 혼자 변기 위에 앉아 모든 희생의 무의미함에 대해 생각하고 있다. 하지만 사실 내가 생각하는 건 오로지 나 자신에게 닥친 재앙뿐이다. 저녁을 함께 보내는 사람이 잔드라냐 유디트냐 하는 것이 내게 아무 차이도 없는 일이 되어버리다니, 도대체 어떻게 이런 일이 있을 수 있단 말인가. (35)

스스로 고백하기를 특별히 남들보다 불행하지도 행복하지도 않고, 어떠한 전쟁도 겪지 않은 세대인 '나'는 '정신적으로 예민해져 있는 사람들'에게 '안절부절못하는 마음을 안정시켜주거나 본격적으로 불안감에 빠질 수' 있는 정당한 느낌을 주는 목적으로 종말론 강의를 행하는 것으로 먹고 산다. 이러한 '종말론' 강의는 이 세상에 대한 (특히 독일에 대한) 파시즘적인 현실이 닥쳐오리라는 것이다. 그러한 '종말'은 '나' 자신의 섹스 능력이 점점 감퇴되가는 데 대한 불안감으로 나타난다. 그는 두 여자와 계속 성관계를 맺지만, 이는 만족과는 거리가 멀고, 자신의 행위를 더 이상 (잘) 하지 못하게 될까바 불안해 하는 것으로만 나타난다. 마치 '나'의 강연을 듣는 사람들이 자신들의 불안감에 대해 정당한 이유을 얻기 위한 것처럼, '나'는 자신의 삶에 대한 불안감의 원인을  언제까지 섹스를 할 수 있을 것인지에 대한 고민과, 유디트와 잔드라라는 두 여인 중에 누구를 선택할 것인지에 대한 고민을 통해서 비껴나가고 있다. 딱히 선택을 할 필요도 없으면서 꼭 굳이 선택을 해야만 하는 듯이 우왕좌왕 할 뿐인 것이다.

그리고 그것이 소설의 전부이다. 마지막에 '나'는 자신을 버리는 체험 (자신의 물건을 넣은 가방을 공원에 놓아두는 체험)을 통해서, 불안감을 어느정도 극복하고 자신의 상황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게 된다. 그 근저에는 '종말' 즉 '죽음'에 대한 불안감이 숨어있었던 것으로 나타난다. 섹스를 더 이상 하지 못하게 된다는 것은 재생산의 단절이고 곧 죽음이니까 말이다.

이제 가방 실험을 더 할 필요는 없다. 죽음으로 완만하게 접근해간다는 생각을 받아들임에 따라 이제 내가 사랑하는 여자가 하나인가 둘인가 하는 문제는 중요하지 않게 되었다. 지금 이 갈등은 재빨리 지난날의 문제가 되어가고 있다. 이 갈등에서 멀어지면서 내 기분이 왠지 엄숙해진다. 나중에 잔드라에게 전화를 걸어야 할지, 아니면 유디트에게 전화를 걸어야 할지 생각해본다. 이 문제가 이토록 커다란 지상의 행복으로 느껴졌던 때가 없다. 차츰 혼돈은 걷히고, 나는 다시 정확한 문장으로 생각할 수 있게 된다. 이제 나는 결단의 문제로 고통스러워하던 상황을 극복했다고 해도 좋을 것 같다. (278)

그렇다. 이 책은 죽음에 대한 50대 초반의 외로운 남성, 즉 '보편적 남성'이 벌이는 갈등이다. 그리고 꽤나 설득력있게 그려져 있다. 그럼에도 내가 이 소설에 별을 세개 밖에 줄 수 없는 이유는, 이 책을 '포장'하는 출판사의, 그것도 '창비'의 수단이 정말 마음에 들지 않아서이다. 최근에 여기저기서 터져나오고 있는 일부일처제도를 비판하는 소설들과 전혀 같은 궤에 놓일 수 없는 소설이지만, 어찌된 것인지 이 책의 '포장'은 이를 이용하고 싶어서 안달이 난듯 하다. 슬플 뿐이다. 그래도 '창비' 인데 말이다. 어쩌면 내가 너무 오래된 이야기를 하고 있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댓글(7) 먼댓글(0) 좋아요(1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이매지 2006-07-19 10: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기인님 이주의 마이리뷰 축하드려요 :D

비자림 2006-07-19 11: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잘 읽고 추천 꾸 욱~
리뷰 당선을 축하드려용^^

기인 2006-07-19 12: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옷 감사드립니다. :) 중국 여행에서 돌아오니 이런 선물이! ^^*

프레이야 2006-07-20 08: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리뷰 당선 축하드립니다. ^^

기인 2006-07-20 08: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고맙습니다. :)

무해한모리군 2006-07-21 11: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제목을 보고 이 리뷰를 안읽을 뻔 했답니다 --;;
책표지 제목은 정말 중요하죠.. 저도 가끔 같은 이유로 짜증을 내곤합니다.
보관함으로 책 쏙~~
좋은 리뷰 잘 읽었습니다.

기인 2006-07-21 11: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앗 안녕하세요 ^^ 해방동이님 반갑습니다~ ㅎㅎ
 
황금가지
제임스 조지 프레이저 지음, 이용대 옮김 / 한겨레출판 / 2003년 1월
구판절판


해마다 2월 24일에 코미티움에서 제사를 올리고 난 뒤, '신성한 의식의 왕'은 포룸 광장에서 달아났다. 1) 왕의 도주는 원래 가장 빠른 자에게 왕위를 상으로 주던 연례적인 경주였을 것으로 짐작된다. 연말이면 왕은 새로운 임기를 위해 다시 달리기를 했을 것이며, 결국 그가 패배하여 쫓겨나거나 살해되거나 하기 전까지 이런 일이 계속되었을 것이다. 이렇게 해서 한때는 경주였던 것이 도주와 추적이라는 성격을 띠게 된 것 같다. 왕이 우선권을 가지고 먼저 달리면 경쟁자들이 뒤쫓아 달렸다. 그래서 따라잡히면 왕은 왕관과, 어쩌면 자기 목숨까지 가장 발빠른 주자에게 넘겨주어야 했다. 그러다가 머지않아 가장 자질이 뛰어난 사나이가 영구히 왕좌를 차지하는 데 성공하면서 연례적인 경주 또는 도주 행사는, 역사시대에 늘 그랬던 것처럼, 겉치레 형식으로 바뀌었을 것이다.-194쪽

이 관습은 프레이저의 어법에서 인지할 수 있듯이, '직책에 입후보한다(to run for office)'는 미국식 표현에 전혀 새로운 의미를 부여해 준다.-1)쪽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