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밸런타인데이의 무말랭이 ㅣ 무라카미 하루키 에세이 걸작선
무라카미 하루키 지음, 김난주 옮김, 안자이 미즈마루 그림 / 문학동네 / 2012년 7월
평점 :
구판절판
무라카미 하루키가「일간 아르바이트 뉴스」에 연재한 90여 편의 에세이를 모은 작품집이다. 주제는 '시티 워킹'. 도쿄와 근교 생활에 대한 단상들을 담았다. 삽화는 안자이 미즈마루. 몰랐는데 하루키와 미즈마루 콤비는 에세이 시리즈를 줄줄이 만들었는데, 국내 정식 출간 계약을 거쳐 문학동네에서 전 5권의 시리즈로 출판했다고 한다. 잠깐 출판사가 제시하는 각 책의 소개를 보자.
코끼리 공장의 해피엔드
무라카미 하루키와 안자이 미즈마루 콤비의 첫 공동 작업물 『코끼리 공장의 해피엔드』와 『랑게르한스섬의 오후』를 함께 수록한 단행본. 재즈와 록, 팝 음악에서 영감을 받은 짤막한 글들과 센티멘털한 도시 일상의 에피소드가 안자이 미즈마루의 컬러풀한 일러스트와 함께 아름다운 하모니를 이룬다.
밸런타인데이의 무말랭이
<일간 아르바이트 뉴스>에 연재한 90여 편의 에세이를 모은 작품집. ‘시티 워킹’이란 주제로, 학생 시절부터 작가가 된 지금까지 하루키가 겪어온 도쿄와 근교 생활에 대한 단상들을 담았다. 글의 내용을 재치 있게 살려낸 안자이 미즈마루의 삽화와 부록으로 실린 두 사람의 대담도 빼놓을 수 없는 볼거리.
세일러복을 입은 연필
<주간 아사히>에 연재한 50편의 에세이를 모았다. 고양이, 야구, 영문학, 두부 요리, 달리기, 맥주 등, 작가가 아닌 생활인 무라카미 하루키를 이루고 있는 갖가지 일상 요소들과 평범하고도 개성 넘치는 주위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가 가득하다. 30대 중후반의 하루키를 엿볼 수 있는 보물 같은 작품집.
해 뜨는 나라의 공장
인체 표본 공장, 지우개 공장에 가발 공장까지, 호기심만으로 고른 공장 일곱 군데를 무라카미 하루키와 안자이 미즈마루 콤비가 습격한다! 어느 날은 소에게 차일 위험을 감수하며 목장을 걷고, 다른 날은 남의 결혼식장을 취재한다. 허를 찌르는 하루키의 독특한 시각이 유감없이 발휘된 유쾌한 공장 탐방기.
쿨하고 와일드한 백일몽
『양을 둘러싼 모험』에서 『노르웨이의 숲』에 해당하는 시기, 잡지 <하이패션>에 약 5년에 걸쳐 연재한 에세이를 모았다. 한층 진중해진 시선으로 작가로서의 정체성을 드러내는 하루키의 면모를 확인할 수 있는 한편, 사이사이 엿보이는 반짝이는 상상력과 소년적인 감성이 그 매력을 더한다. 국내에 처음 공개되는 에세이 포함 총 32편이 수록되어 있다.
책 소개만 봐도 설레는데, 실제 책을 보면 더 설렌다. 까만색 바탕에 형광빛이 들어간 빨, 주, 초, 파, 보라색으로 무라카미 하루키의 영문 이름이 책등에 새겨진 표지. 책 정면을 보면 동일한 색으로 책 제목이 새겨져 있다. 이 책에는 흰색 띠지가 둘러져 있는데, 띠지의 경우도 역시 동일한 색으로 하루키의 영문이름과 책 제목이 새겨져 있는데, 반대로 책 등에 책 제목이, 정면에 이름이 새겨져 있다. 이 대칭적인 모습을 보고 있으면 마음이 단정해지면서, 한편으로는 가물가물 여러 생각들이 조용히 올라오는 것 같은 느낌이 든다. 꼭 하루키와 닮았다.
내가 예전에 읽었던 코끼리 공장의 해피엔드는 1983년, 이 밸런타인데이의 무말랭이는 1984년 copyright로 되어 있다. 아마 시간 순서상 시리즈를 구성한 것 같은데, 코끼리 공장의 해피엔드는 분량 때문인지 1986년 출판된 랑게르한스섬의 오후와 함께 묶여 있다.
이 밸런타인데이의 무말랭이는 바람의 노래를 들어라와 1973년의 핀볼, 양을 쫓는 모험, 중국행 슬로보트, 4월의 어느 맑은 아침에 100퍼센트의 여자를 만나는 것에 대하여를 쓰고 난 후에 나온 수필집이고 세계의 끝과 하드보일드 원더랜드, 빵가게 재습격, 노르웨이의 숲보다는 이전에 나온 수필집이다. 물론 이 수필집은 잡지에 1년 넘게 연재가 된 글들을 모았기 때문에 정확한 순서를 따지는 것은 좀 어려울지도 모른다. 게다가 나는 하루키의 책을 상당 수 읽지 않았기 때문에 이런 구분은 더욱더 무의미하다.
다만 분명한 것은, 이 책의 글들을 쓰고 있을 무렵의 하루키는 젊디 젊었다는 것. 1949년 생인 작가가 35살에 나온 책이니 작가 데뷔한 후 얼마 되지 않은 시절, 그리고 30대 초반에 쓴 글이다. 거장이 되기 전, 젊은 하루키를 생생하게 느낄 수 있다.
· 시티 워킹
아르바이트에 대하여
메밀국숫집의 맥주
삼십 년에 한 번
이혼에 대하여
여름에 대허여
지쿠라에 대하여
페리보트
문장을 쓰는 법
앞날의 일에 대하여
택시 기사
보수에 대하여
청결한 생활
야쿠자에 대하여
또다시 진구 구장에 대하여
이사 그라피티(1)
이사 그라피티(2)
이사 그라피티(3)
이사 그라피티(4)
이사 그라피티(5)
이사 그라피티(6)
분쿄 구 센고쿠와 고양이 피터
분쿄 구 센고쿠의 유령
고쿠분지 이야기
오모리 가즈키에 대하여
지하철 긴자 선의 어둠
더플코트에 대하여
체중 증감에 대하여
전철과 전철표(1)
전철과 전철표(2)
전철과 전철표(3)
전철과 전철표(4)
밸런타인데이의 무말랭이
생일에 대하여
무민 파파와 점성술에 대하여
'대박' 고양이와 '꽝' 고양이
로멜 장군과 식당칸
비프커틀릿에 대하여
식당칸과 맥주
여행지에서 영화를 보는 일에 대하여
빌리 와일더의 <선셋 대로>
개미에 대하여(1)
개미에 대하여(2)
도마뱀 이야기
송충이 이야기
두부에 대하여(1)
두부에 대하여(2)
두부에 대하여(3)
두부에 대하여(4)
사전 이야기(1)
사전 이야기(2)
여자에게 친절을 베푸는 일에 대하여
훌리오 이글레시아스가 뭐가 그리 좋단 말이냐!(1)
훌리오 이글레시아스가 뭐가 그리 좋단 말이냐!(2)
산세도 서점에서 생각한 것
대담에 대하여(1)
대담에 대하여(2)
내가 만난 유명인(1)
내가 만난 유명인(2)
내가 만난 유명인(3)
내가 만난 유명인(4)
책 이야기(1)
책 이야기(2)
책 이야기(3)
책 이야기(4)
약어에 대하여(1)
약어에 대하여(2)
경찰 이야기(1)
경찰 이야기(2)
신문을 읽지 않는 것에 대하여
그리스에서 정보를 나누는 법
미케네의 소행성 호텔
그리스의 식당에 대하여
편식에 대하여(1)
편식에 대하여(2)
편식에 대하여(3)
또다시 비엔나 슈니첼에 대하여
속편 벌레 이야기(1)
속편 벌레 이야기(2)
고문에 대하여(1)
고문에 대하여(2)
고문에 대하여(3)
카사블랑카 문제
베트남전쟁 문제
영화의 자막 문제
<황야의 7인>문제
더티 해리 문제
이 칼럼도 드디어 이번 주가 마지막회
번외편 설날은 즐거워(1)
번외편 설날은 즐거워(2)
· 무라카미 하루키 & 안자이 미즈마루
지쿠라의 아침식사
지쿠라의 저녁식사
지쿠라 서핑 그라피티
남자에게 '이른 결혼'은 손해인가 이득인가
부록(1) 카레라이스 이야기
부록(2) 도쿄 거리에서 도덴이 없어지기 얼마전 이야기
목차만 봐도 알 수 있듯이, 작가는 자신이 관심이 가는 주제에 대해서는 몇 번이고 언급하기도 했고, 여러번 다루기도 했다. 그리고 작가의 사생활이 상당히 드러난다는 점도 흥미롭다. 무엇보다 내가 이 책을 즐겼던 이유는, 사소해 보이는 것을 가지고 유머 있게 글을 써 나가는 하루키의 재치 때문이었다. 어린 시절 단 2번 이사했을 뿐이지만, 성인이 된 지금은 이사를 즐기는 상황에 대한 이사 그라피티 시리즈나, 두부를 즐기는 생활에 대해 4편의 글을 쓴 것도 모자라 편식에 대하여 3편의 글을 연속해서 쓴 부분은 사소한 이야기들로 피식피식 거리다가 마침내 쿡하고 웃음을 터트리게 되는 그런 매력이 있다. 특히나 표제작으로도 꼽힌 밸런타인데이의 무말랭이는 작가가 밸런타인데이에, 심지어 아내에게조차도 초콜렛을 받지 못하고 무말랭이를 만들었다는 네용이, 요즘말로 하자면 '웃프게' 묘사되어 있다.
웰컴 투 무라카미 하루키 월드, 라고 책의 띠지 뒤편에 인쇄되어 있었다. 그 밑으로는 이 출판사에서 나온 하루키의 책들과 함께. 글쎄, 나이를 먹으면서 나도 서서히 하루키의 월드로 들어가게 되는 것일까? 빨리 나머지 수필집들을 읽고 싶은 마음과, 지금 읽은 이 수필집의 감상을 좀 더 음미하고 싶다는 두 생각에서 고민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