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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아내의 모든 것 (1disc)
민규동 감독, 이선균 외 출연 / 아트서비스 / 2014년 4월
평점 :
품절
뜨겁게 연애하고 결혼에 골인한 수현과 정인.
7년차 부부인 둘은 아직까지 아이 없이 살고 있다.
어쨌든 영화상으로는 꽤 능력 있어 보이는 건축가 수현과
얼굴, 몸매, 요리 실력, 하나 빠질 것 없어 보이는 전업주부 정인.
정인의 끝도 없는 잔소리에 시달려 수현은 카사노바 성기를 고용해 그녀로부터 벗어나려 한다.
사실, 줄거리는 이 정도로 간단하다.
흘러가는 이야기, 예상되는 두 가지 정도의 결론.
영화는 이런 줄거리에서 가능한 극과 극의 두 가지 결론 중에서
좀 더 안전한 결론을 택했다.
누군가는 그 결론을 마음에 들어하지 않을 수도 있으니까.
처음에 영화를 보기 전에는
아무리 여자가 떽떽거려도
임수정 같은 여자와 헤어지려는 남자가 있을까, 생각했는데
영화를 보다 보면, 아, 이해가 간다.
본인은 가식이 없다고,
눈치를 보지는 않지만 예의를 지키지 않는 것은 아니라고 하지만,
그 솔직함이 누군가에게는 분명히 무례가 되는 것은 분명하기에.
나는 떳떳하다고, 당당하다고, 진실되다고 말하면서
마치 그것을 무기 삼아 자신과 다르게 행동하는 사람들을 위선이라고 몰아붙이는 사람,
한 번도 겪어보지 못한 사람 우리 주변에 몇이나 될까.
그렇기에 영화를 보면 채 15분 정도도 되지 않아 정인에게 질리게 된다.
신기한 것이,
정인이 일을 하게 되고, 집 밖으로 나가서 자기 자신을 찾으며,
누군가에게 한 여자로서 사랑받는 경험을 하면서,
수현의 감정이 변화하는 것처럼
보는 사람의 감정도 똑같이 바뀌게 된다는 것이다.
아, 이 여자가 진짜 매력이 있구나, 하고.
연기하는 배우는 똑같은데
처음과 끝이 이렇게 다르다니 참 임수정은 똑똑한 배우같다.
영화와 직접적으로 관계는 없는 이야기지만,
꽤 이름 있는 블로거가 이 영화에 대해서 쓴 리뷰를 본 기억이 났다.
정확한 신상은 모르지만, 블로그의 다른 글을 참고로 하면,
60대 여성이고, 아들을 둘 두었으며,
명문 여대를 졸업하셨고, 결혼 생활은 경제적으로 평탄치는 않았던,
그러나 지금은 비록 서울이 아닌 곳에서 생활하고 있더라도
늘 개봉 영화를 찾아볼 정도로 멋있게(!) 인생을 즐기고 계시는,
자세한 상황은 모르지만 그런 느낌이었다.
이 영화에 대한 그분의 리뷰는 정확히 기억이 나지는 않는다.
내가 그 리뷰를 봤을 당시 영화를 보지 못한 상태였기 때문에
그분의 생각을 꼼꼼히 따져보지 못했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다만, 아무리 임수정처럼 예쁜 여자라도 영화처럼 저렇게 행동한다면
어떻게 같이 살 수 있겠냐는 것은 분명히 기억이 난다.
또한, 영화 리뷰가 정인의 행동에 대해서는 조목조목 비난했지만,
상대방인 수현의 행동에 대해서는 전혀 언급하지 않았던 기억도 있다.
여주인공의 가정교육에 문제가 있어보인다거나, 내 며느리들은 저런 아이가 들어오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리뷰에 달린 댓글들은 찬성과 반대가 갈렸다.
분명히 아직 미혼 여성인 내가 보아도 심각할 정도였고
저런 여자는 내가 만약 남자라면 아내로 싫다, 정도가 아니라
친구로도, 직장 동료로도, 대학 동기로도 만나기 싫을 정도였지만
그렇다 하더라도 사람까지 고용해서 아내를 다른 사람과 사랑에 빠지게 하려는 것은
참 못나고 비겁한 행동이라는 생각이 들어서이다.
그리고나서 바뀐 아내가 자신에게 잔소리를 덜 하게 되자,
이번에는 오히려 불안해하는 남편을 보고, 참, 한숨이 나왔는데
역시 사람은 자신 위주로 보게 되는 것 같고,
아무리 나이가 많아도 자신의 살아온 경험만큼만 판단할 수 밖에 없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배우들 연기도, 음악도, 화면도 다 좋지만,
약간 엉성한 느낌은 어쩔 수 없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