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싱글즈
권칠인 감독, 김주혁 외 출연 / 대경DVD / 2009년 7월
평점 :
품절
보는 내내 안타까웠다.
생전의 장진영 팬이었기 때문에, 오버 더 레인보우와 국화꽃 향기를 너무 좋아해서, 발랄하면서도 당당하고 꾸미지 않으면서도 청순하게 예쁜 모습이 늘 좋았는데 참 안타까웠다. 아마 생전에도 미모와 연기력을 동시에 갖춘 흔치 않은 여배우였었는데, 살아 있었더라면 지금쯤 왕성하게 활동하고 있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어 먹먹했다.
고등학교 시절, 이 영화를 보지는 못했지만, 예고편이나 영화 스틸 컷으로 본 김주혁 모습이 멋있었고, 장진영이 예뻐서 늘 기억에 남았다. 지금 봐도 촌스럽지가 않다. 아무리 시간이 흘러도 결국 사람들 사는 모습은, 20대 여자들 고민은, 다 비슷한 것일까. 바뀌지 않는 걸까.
나난의 머리 모양도 옷 입는 스타일도 다 따라하고 싶을 정도였다.
아쉬운 것은, 고등학교 때, 아니 대학 들어온 직후에 이 영화를 봤더라면 좋았을 것을, 하는 생각이다. 똑같은 영화, 책, 드라마를 몇 년이 흐른 후에 다시 감상할 때 느낌이 180도 달라지는 경우가 많아서. 그리고 그런 작품일수록 명작이라고 생각된다. 객관적으로 봤을 때 참 괜찮은 남자를 떠나보내는 것, 그 내용을 어렸을 때의 나는 어떻게 받아들이고 이해하고 나름대로의 결론을 내렸을까. 지금 느낌과 다를까, 아니면 같을까.
극 중 나난이 근무했던 씨즐러는 역사 속으로 사라진 브랜드가 되었다. 이제는 11년 전 29살이었으니 이제는 마흔이 되었겠지. 곧 마흔 한 살이 되겠구나. 동미의 아이는 잘 크고 있을지, 아이 아빠와는 어떻게 되었을지, 그리고 나난은 실업자가 되기전에 또 새로운 일을 하고 있을지, 수헌과는 재회했을지... 좌충우돌은 20대의 특권일 수도 있지만 현실은 더 냉혹하고 시간은 생각보다 빨리 흐른다. 그만큼 요구되는 부담도 늘어난다. 그저 판타지로만 나열된 해피 엔딩도 아니었지만, 우울함으로만 점철된 새드 엔딩도 아니었다. 딱 현실적인, 하지만 희망을 주는. 어쩌면 2014년을 바탕으로 하면 또 다른 얘기가 나올지, 아니면 의외로 거의 비슷할지도. 서른을 문턱에 둔 나도 이런 저런 생각이 들면서도, 묘하게 힘이 나고 웃음이 나는 영화였다. 더 늦기 전에 이 영화를 볼 수 있게 되어서 다행이라는 생각도 함께 들고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