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 마음은 바람처럼

이리저리 왔다 갔다 해

 

누군가 자신을 의지하면

잠깐은 좋아도 시간이 흐르면 무겁지

 

남도 마찬가지야

매달린다면 사람이 아닌 데 매달려

책이 가장 좋을 것 같아

 

책은 언제든 어디서든

널 반겨줄 거야

 

 

 

희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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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파랑 2022-10-05 14:31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책은 절대 배신하지 않죠 ~!!

희선 2022-10-06 23:29   좋아요 1 | URL
배신하지 않는 책... 말이 없지만, 말이 많기도 한 책이네요


희선
 
다 같은 나무인 줄 알았어 뚝딱뚝딱 우리책 10
김선남 지음 / 그림책공작소 / 202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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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집에서 밖으로 나가면 어디에나 나무가 있어. 누군가의 집 마당에 아파트에 길가에 멀리 보이는 산에. 나무는 산이나 숲에만 있지 않아. 사람과 가까이 사는 나무는 좋은 친구야. 나만의 나무가 하나 있다면 더 좋겠지만, 없어도 괜찮아. 길에서 만나면 돼. 나무는 내가 반가울까. 그러고 보니 나무한테 제대로 인사 안 해 봤어. 나무한테 인사하면 나무가 나뭇잎을 흔들지도 모르잖아. 그런 거 조금 무서울까. 난 재미있을 것 같아.

 

 어렸을 때 난 시골에 살기는 했는데 나무에 올라가 본 적은 없어. 나무에 올라가기 괜찮을 것 같은데. 사람이 나무에 올라가는 건 나무를 괴롭히는 걸까. 나무에 올라가다 나뭇가지를 꺾으면 안 되니 안 올라가는 게 낫겠어. 나무에 꽃이나 잎이 없으면 그 나무가 어떤 나무인지 잘 몰라. 그런 게 없어도 알려면 나무를 자주 만나야겠어. 봄 여름 가을뿐 아니라 겨울에도. 봄엔 나뭇잎보다 꽃이 먼저 피는 나무가 반겨줘. 매화, 산수유, 벚꽃. 나무는 다 꽃을 피운대. 꽃이 커서 알아보기 쉬운 것도 있지만 작아서 꽃인가 하는 것도 있을 거야. 그런 것도 잘 보면 좋을 텐데.

 

 꽃으로 인사하는 나무도 있고 연푸른 새잎으로 인사하는 나무도 있어. 어쩌면 세상엔 그런 나무가 더 많을지도 모르겠어. 은행잎이나 단풍잎 나온 지 얼마 안 된 거 본 적 있어. 그거 참 작고 귀여워. 색깔도 예뻐. 사철 내내 푸른 나무를 빼고는 많은 나무가 봄에 연푸른 새잎을 내보내겠지. 감잎도 예뻐, 대추나무 잎도. 어렸을 때 대추나무 별로 안 좋아했어. 대추나무에 벌레가 많았거든. 그런 벌레가 아주 없으면 안 되겠지만. 지금 생각하니 그거 송충이였어. 다행하게도 지금은 그런 벌레 안 보이더군. 벌레가 없는 게 문제인가.

 

 봄에 일찍 꽃을 피운 벚나무는 열매인 버찌를 일찍 달기도 하는군. 버찌는 거의 새가 먹을까. 버찌가 난 벚나무 밑을 지나면서 땅에 떨어지고 터진 버찌 많이 봤어. 도시에 사는 나무는 열매가 그렇게 되는군. 벚나무는 슬플지도 모르겠어. 사람은 노란색 은행잎은 좋아해도 은행은 냄새난다고 싫어하는군. 은행은 약으로 쓰이기도 하는데. 이젠 그러지 않을까. 아니 그런 은행은 따로 키우는 건지도 모르겠어. 가을에 열매 맺는 나무 많군. 참나무과 무리도. 본래는 새나 동물이 나무 열매 먹지 않았을까. 사람이 그걸 먹게 되고 더 기른 것도 많을 것 같아. 맛이 좋게 한 것도 있겠어.

 

 가을에 나무는 열매만 맺지는 않아. 가을 나무는 겨울 날 준비를 하지. 그때 나뭇잎 예쁘지. 빨갛고 노랗게 물들잖아. 그건 나무가 나뭇잎으로 가는 영양분을 막아서 그렇더군. 시간이 더 흐르면 나무는 나뭇잎을 떨어뜨리지. 동백나무 매실나무 벚나무 앵두나무 산수유 살구나무 사과나무 석류나무 은행나무 느티나무 대추나무 감나무 배롱나무 산딸나무 이팝나무 때죽나무 자귀나무 메타세콰이어 양버즘나무(플라타너스) 단풍나무 소나무 사철나무. 이밖에도 내가 만나는 나무 더 있을 텐데. 한사람 한사람한테 이름이 있듯 나무를 비롯한 식물에도 이름이 있어. 동물도 그렇군. 사람이 지은 거긴 해도, 이름을 아는 것과 모르는 건 차이가 크겠어. 이름을 알면 더 가까운 느낌이 들지. 나무는 다 달라.

 

 

 

희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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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레이야 2022-10-03 01:22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아 ~ 가을햇살 받은 나뭇잎이 참 예뻐요.
눈이 부시네요. 나무는 참 하는 일도 많고 대단히 소중한 생물입니다. 어느 마을에 걸어들어가 오래된 나무를 마주하면 그저 입이 안 다물어져요. 신령한 힘이 느껴지는 게. 사람도 그렇듯 나무도 다 다르지요. 같은 게 없어요.

희선 2022-10-03 01:37   좋아요 5 | URL
프레이야 님 잘 보셨어요 가을햇살 받은 나무 맞아요 이 책을 보기로 하고 나무를 사진으로 담았습니다 책을 보고 올려야지 하는 생각으로... 책 보기 전부터 사진을 담다니, 좀 우습지요 오래된 나무 보면 신령한 힘이 느껴지겠습니다 사람보다 오래 사는 나무기도 하네요 사람과 나무 비슷한 느낌이 들지만, 사람이 나무를 닮으려 하면 더 좋겠습니다


희선

거리의화가 2022-10-03 07:04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와... 그림도 올려주신 사진도 정말 이쁘네요. 보는 것만으로 힐링이 됩니다. 이 책 도서관에 있을지 찾아봐야겠어요. 없으면 신청하는 걸로^^ 사시사철 나무의 변화를 살펴보는 것도 또 하나의 행복인 듯 싶어요.

희선 2022-10-04 23:52   좋아요 3 | URL
세상에 나무가 있어서 다행이죠 꽃이 필 때도 예쁘지만 나뭇잎도 좋지요 봄뿐 아니라 여름 가을 겨울에도 나무를 잘 보면 좋을 듯합니다 이렇게 말해도 어쩌다 한번 볼지도 모르겠네요 가까이 있어서 그런 건지도... 가끔이라도 나무와 인사하면 좋겠네요 나무도 반가워하겠지요


희선

Vanessa 2022-10-03 07:17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와 우

Vanessa 2022-10-03 07:17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쌍쌍따봉이욧

희선 2022-10-04 23:52   좋아요 1 | URL
Vanessa 님 고맙습니다


희선

새파랑 2022-10-03 09:05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어린시절 나무에 올라갔던걸 반성하게 됩니다 ㅋ 가을 단풍이 아름다운 이유가 저런 생존에 관한 거였다니 처음 알았습니다 ^^

희선 2022-10-04 23:54   좋아요 3 | URL
새파랑 님은 어릴 때 나무에 올라가기도 하셨군요 나뭇가지 부러지지 않았으면 괜찮지 않을지... 아낌없이 주는 나무에서는 아이가 나무에 올라가고 노는 거 좋아했던 것 같기도 합니다 그 책 읽지는 않고 만화로 본 것 같네요


희선

Vanessa 2022-10-03 09:0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WA

mini74 2022-10-03 12:02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눈이 시원해지는 느낌입니다. 산 속의 나무들은 같은 종끼리 서로 뿌리를 빧어 대화하고 물을 나눠주기도 한다는 글을 읽었어요. 꽃으로 인사하는 나무 새잎으로 인사하는 나무란 희선님 글 넘 예쁩니다 ~

희선 2022-10-04 23:58   좋아요 2 | URL
나무는 뿌리로 여러 가지를 나눈다고 하죠 곰팡이도... 큰 나무가 어린 나무를 보호했다는 이야기 본 적 있어요 나무가 가만히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가만히 있는 건 아니군요 그래도 보이는 것만 생각할 때가 많네요 나무는 이런 저런 상상을 하게도 하는군요


희선

책읽는나무 2022-10-03 13:58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싱그러운 나뭇잎들 특히 마지막 은행잎은 곧 노랗게 물들 과정이 상상되어집니다.
예쁜 그림책이네요?^^
다 같은 나무인 줄 알았는데 올려다 보면 다 다르긴 해요. 그래도 뭐가 뭔지 잘 모르겠던데 나무 이름을 다 기억하는 사람들을 보면 신기합니다. 특히 그것을 직업으로 삼는 사람들은 어떻게 다 외울까요?^^

희선 2022-10-05 00:02   좋아요 3 | URL
어제 밖에 나가니 은행잎이 조금 노르스름해지기도 했더군요 같은 나무여도 잎이 나는 것뿐 아니라 물드는 것도 조금 다르네요 그런 거 보면 사람을 생각하기도 합니다 사람도 다르고 사는 속도도 다르다는 게...

나무 잘 아는 사람은 나뭇잎 안 보고도 알겠지요 저는 그렇게는 못하는군요 어디에 어떤 나무가 있었지 하고, 그게 어떤 나무인지 알 뿐이네요 꽃이나 잎이 있어야 조금 아는... 걸으면서 자주 보이는 나무가 무슨 나문지 모른다는 걸 알기도 했습니다 그 나무는 이름이 뭘지... 몰라서 미안하네요


희선

호우 2022-10-03 14:3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희선님, 나무 이름도 많이 아시고 나무들을 잘 살핀 글도 너무 좋네요. 가을을 맞아 예쁜 편지를 받은 느낌이에요~~^___^

희선 2022-10-05 00:04   좋아요 2 | URL
많은 사람이 아는 나무가 아닌가 싶습니다 길이나 아파트에 많은 나무기도 하죠 제가 사는 곳은 아니고 그냥 지나다니면서 보는 아파트... 비가 오고 바람이 차가워졌어요


희선

그레이스 2022-10-03 15:02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계수나무가 달콤한 향기가 나죠^^
빵굽는 냄새도 같고...

희선 2022-10-05 00:05   좋아요 3 | URL
저 글 계수나무 말하는 거예요 계수나무 본 적 없는 것 같은데, 찾아보니 잎이 하트모양이라고 하네요 잘 찾아보면 어딘가에 하나 정도 있을지도... 달콤한 냄새가 나는 건 잎이 떨어질 때라고 하는군요


희선

바람돌이 2022-10-03 16:18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가을 햇살과 나무와 책 사진 너무 좋아요.
희선님 덕분에 오늘 운동 나가면 보이는 나무들이 좀 더 특별해보일 것 같아요. ^^

희선 2022-10-05 00:08   좋아요 2 | URL
걷기에 좋은 가을입니다 바람이 조금 차갑지만, 걷다보면 괜찮군요 바람돌이 님 운동할 때 만나는 나무 많겠습니다 나무가 하나가 아니고 여러 가지여서 좋기도 하죠 가로수는 한가지일 때가 많지만... 아파트나 공원엔 여러 나무가 있군요


희선

scott 2022-10-03 16:21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우와 희선님이 찍으신 가을 나무들이 이토록 푸릇 푸릇 하다니 몇 주 후면 저 은행나무 잎이 노랗게 변하겠죠!

희선 2022-10-05 00:09   좋아요 2 | URL
이제 곧 물들 은행잎입니다 저건 아직 푸르지만 다른 나무 은행잎은 조금 노랗게 됐어요 벌써... 노랗게 물든 느티나무도 봤어요 다른 나무도 곧 물들겠습니다


희선

서니데이 2022-10-03 21:04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오늘 하루종일 비가 와서 그런지, 파란 하늘에 초록색 잎이 참 좋네요.
희선님, 연휴 잘 보내고 계신가요. 편안한 하루 되세요.^^

희선 2022-10-05 00:11   좋아요 3 | URL
그동안 비가 안 왔으니 와야 하는데, 많이 온다는 말이 있어서 조금 걱정하기도 했습니다 빗소리가 크게 들리기도 했네요 그렇게 비가 와서 미세먼지가 좀 좋아졌습니다 서니데이 님이 사시는 곳도 그랬겠네요


희선

페넬로페 2022-10-03 23:02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하늘도 나무도 너무 예뻐요.
산책길에서 나무의 색깔이 계절별로 달라지는 것이 좋은데 그래도 나무의 푸르름이 저는 제일 좋아요^^

희선 2022-10-05 00:13   좋아요 1 | URL
나뭇잎이 떨어지고 길에서 뒹굴면 어쩐지 쓸쓸하기도 해요 차라리 나뭇잎이 없는 게 덜 쓸쓸해요 왜 그런지 모르겠습니다 푸른 나무 좋지요 늦봄이나 초여름 나무... 잎이 짙은 여름엔 바람에 스치는 나뭇잎소리가 좋군요 파도소리 같은...


희선
 

 

 

 

 가끔 살기보다 죽는 게 낫다는 생각을 해. 왜 사람은 살아서 힘들고 괴로워야 할까. 그건 죽지 않고 살아서 느끼는 거겠지. 죽으면 기쁨 슬픔 괴로움뿐 아니라 여러 가지 다 느끼지 못할 거야. 그게 편할 것 같은데.

 

 살아서 좋은 건 뭐가 있을까. 내 경우에는 하나밖에 없어. 책을 보고 글을 쓰는 거야. 편지도 쓰는군. 그뿐 아니라 가끔 걸으면서 자연을 만나는 것도 좋아. 그런 것도 생각하지 못하게 하는 일이 있어서, 왜 살아야 할까 생각하기도 해.

 

 날마다 하고 싶은 걸 생각하고 그걸 하는 즐거움을 느끼면 살아서 좋구나 할까. 지금 생각하니 그건 게을러서 못하겠어. 게으른 나. 게을러서 살아 있기도 하지. 앞에서 말한 책읽기와 글을 쓰면서 하루하루 버틸까 해. 그러면 괴로운 일 덜 생각할지도 모르지.

 

 세상엔 나보다 더 힘든 사람 있다는 거 알아. 하지만 그런 사람을 생각하고 나는 낫다고 생각하고 싶지 않아. 나만 힘들지 않고 다른 사람도 힘든 일 한두 가지 있다고 생각하면 나을까. 아니 이것도 별로야. 그저 내가 살아야 할 까닭을 찾는 게 낫겠어.

 

 아직 읽고 싶은 책이 있어서 다행이야. 언제나 책은 있군. 그거 하나면 어때. 책이 나를 이 세상에 붙잡아 주는 거군. 책한테 고마워해야겠어.

 

 

 

희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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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10-03 01:2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2-10-03 01:33   URL
비밀 댓글입니다.

새파랑 2022-10-03 09:06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그래도 책과 글이 있어서 대행인거 같아요. 잘 찾아보면 더 많은 이유가 있을거라 생각합니다~!!

희선 2022-10-04 23:37   좋아요 2 | URL
뭐든 하고 싶은 게 있어야 할 듯합니다 아주 안 좋을 때여도 그런 게 있으면 언젠가는 그걸 해야지 할 테니... 살아야 하는 다른 것도 많겠지요


희선

mini74 2022-10-03 12:04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앞으로 희선님이 읽고 싶은 책이 엄청 엄청 많이 나와서 오래오래 행복하고 즐겁길 바라봅니다 ~ 제가 읽고싶은 책도 덤으로 많이 나오면 좋겠어요 *^^*

희선 2022-10-04 23:39   좋아요 1 | URL
지금 나온 책에도 읽고 싶은 거 많은데, 잘 못 읽는군요 지난달엔 좀 봤을지도... 아니 지난달엔 오래 안 봐도 되는 걸 봐서 그렇군요 앞으로도 즐겁게 책 봐야죠 미니 님이 좋아하고 보고 싶은 책도 많이 나왔지요 앞으로도 나올 거예요


희선

2022-10-03 15:0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2-10-04 23:41   URL
비밀 댓글입니다.

바람돌이 2022-10-03 16:25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책과 글, 그리고 자연과 함께 하는 산책 우와 좋은게 너무 많잖아요. 저도 다 좋아하는것.
그리고 희선님의 책이야기 읽는 재미까지.... 우리 같이 열심히 읽고 열심히 써요. ^^

희선 2022-10-04 23:44   좋아요 1 | URL
세상엔 좋은 게 많지요 그런 걸 잘 보고 느끼면 살아서 좋구나 하겠습니다 시월엔 단풍이 예쁘게 들겠습니다 일부러 보러 가지는 않지만, 밖에 나가면 나무는 있으니 그거라도 보면 되죠 책도 많죠 다는 못 봐도 보고 싶은 거 조금이라도 보면 괜찮겠습니다


희선

2022-10-03 23:0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2-10-04 23:49   URL
비밀 댓글입니다.
 
내가 당신을 볼 때 당신은 누굴 보나요 - 수필가 배혜경이 영화와 함께한 금쪽같은 시간
배혜경 지음 / 지식과감성# / 202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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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람은 언제부터 영화를 만들고 봤을까. 영화가 나오기 전에는 라디오 방송을 들었겠지. 듣기만 하는 것도 그렇게 나쁘지 않다. 처음 텔레비전이 나왔을 때는 라디오 스타는 모두 죽었다고 했지만, 라디오는 여전히 그대로다. 아니 지금은 보는 라디오로 예전과는 조금 달라졌지만 라디오는 사라지지 않았다. 나도 텔레비전은 안 봐도 라디오 방송은 듣는다. 보는 라디오는 아니고 진짜 라디오로 라디오 방송을 듣는다. 이젠 라디오 방송도 꼭 라디오가 아니어도 들을 수 있다. 사람이 언제 영화를 만들었는지 잘 모르겠지만(찾아보면 나오겠지), 듣기만 하다가 보고도 싶어져서 만들지 않았을까. 사진이 나온 다음에 움직이는 영상을 만들어야겠다 생각했겠지. 그런 걸 생각한 사람 대단하구나.

 

 옛날 영화 거의 본 적은 없지만, 그때는 소리가 나오지 않았다. 영화 필름을 틀어놓고 영화 이야기를 하는 사람이 있었다. 그건 한국에만 있었을지 다른 나라에도 있었을지. 그것도 영화에서 봤던가. 나도 잘 모르겠다. 소리가 없는 건 없는대로 봐도 괜찮을 텐데, 영상을 보면서 이야기를 해주는 것도 재미있을지도. 사람은 이야기를 좋아한다. 지금도 다르지 않지만, 오래전 흑백영화는 소설을 원작으로 한 게 많을 거다. 오리지널 시나리오도 있었겠지. 그걸 나중엔 책으로 내기도 하고, 지금은 영화 각본집이 나온다. 이것 전에는 시나리오가 나오기도 했는데. 영화는 안 보고 시나리오만 본 적 있기도 하다. 그것도 나름대로 괜찮았다. 그렇게 많이 본 건 아니어서 잘 말하기는 어렵다. 지금까지 영화도 그렇게 많이 보지는 않았다. 그저 어렸을 때 텔레비전 방송으로 해준 영화를 조금 봤다. 영화관에 아주 안 간 건 아니지만.

 

 난 많은 걸 잘 못한다. 음식점이나 카페에 혼자 들어가지 못하고 영화관에도 혼자 못 간다. 그런 것도 혼자 못하다니 할지도 모르겠지만, 어쨌든 못한다. 그것 말고도 못하는 거 많구나. 그래도 문구점이나 책방과 우체국 그리고 가게(마트)는 간다. 우체국에서는 우표를 달라거나 문구점이나 책방에서는 찾는 걸 물어보기도 하지만, 다른 데서는 못 물어본다. 나 정말 바보구나. 어렸을 때도 못했지만, 지금도 못한다. 나이를 먹으면 좀 뻔뻔해지기도 한다는데, 난 그렇지 않다. 여전히 말을 못한다. 그런 걸 답답하게 여기는 사람도 있겠지. 그런 사람 싫다. 말 못하는 걸 답답하게 여기다니. 사람이 무슨 말이든 하는 건 아니기도 하고, 말이 없는 사람도 있는 거 아닌가. 말이 없으면 조용해서 좋지 않나. 다른 사람 말도 안 하고. 왜 이런 말로 흘렀지. 영화 보러 영화관에 못 간다는 말을 해서구나. 앞으로도 그렇게 달라질 것 같지 않다.

 

 이 책 《내가 당신을 볼 때 당신을 누굴 보나요》는 배혜경이 쓴 영화 이야기다. 누군가한테 함께 보자고 말하고 싶다고 했는데. 여기에서 말한 영화에서 내가 본 건 손가락에 꼽을 정도다. 두세편 정도 될까. 두세편도 안 될지도. 영화가 아닌 책으로 본 것도 있다. 이것도 세편 정도구나. 어떤 영화는 듣거나 글을 보기도 했다. 영화를 안 봐도 영화 정보는 가끔 듣고 읽기도 한다. 그런 걸 보거나 읽는 것과 실제 영화를 보는 건 아주 다르겠지만. 이 책을 보면서 고흐를 말하는 영화 참 많다는 걸 알았다. 그나마 고흐는 편지나 다른 글을 봐서 아주아주 조금 안다고 해야겠구나. 그게 아는 게 아닐지도 모르겠지만. 그림을 그리거나 글을 쓰는 사람 삶은 이야기가 되기도 한다. 그런 사람만 글을 쓰거나 그림을 그리는 건 아니겠지만. 어쩌면 그림이나 글을 알려고 작가 삶을 알려는 건지도. 그렇다 해도 그게 다가 아니기는 하다.

 

 무엇보다 좋게 보였다고 할까, 영화를 배혜경은 딸과 함께 봤다는 거다. 영화를 보고 함께 이야기해서 좋았겠다. 책도 함께 보고 이야기하지 않을까 싶다. 여러 가지를 함께 하고 이야기하고 지금도 하겠다. 엄마와 딸이 친구 같은 것도 좋을 듯하다. 영화를 그저 흘려 봐도 괜찮지만, 좀 더 깊이 봐도 괜찮겠지. 난 그런 적 없지만. 영화는 시나리오대로 찍지는 않을 거다. 어떻게 하면 어떤 걸 잘 나타낼지 이런저런 생각을 하고 빛과 어둠을 담고 음악도 잘 고르겠지. 영화에 어울리는 음악을 만들기도 하고. 영화는 영상뿐 아니라 음악도 참 중요하다. 음악이 없다고 해서 심심하지는 않겠지만, 음악이 사람 마음을 잘 나타내주지 않을까 싶기도 하다. 음악과는 다른 음향도 있구나. 아무 소리 없는 공포영화보다 삐걱이거나 불안함을 나타내는 음향이 나오는 공포영화가 더 무섭겠지. 영화 잘 모르면서 이런 말을 하다니. 영화 글을 보다보면 카메라가 담은 걸 이야기하는 것도 있어서. 그런 것도 다 뜻이 있어서 그런다는 걸 알았다. 영화는 은유구나. 그런 영화만 있는 건 아니지만. 난 좀 쉬운 걸 좋아하는지도 모르겠다. 이걸 생각하니 영화뿐 아니라 소설도 그렇다는 걸 알았다.

 

 영화를 좋아하는 삶도 있고 그렇지 않은 삶도 있겠지. 영화를 모르고 안 본다 해도 사람은 산다. 하지만 영화를 보는 삶은 나름대로 괜찮겠지. 난 책으로 대신하지만. 책을 보고 영상으로 보면 조금 실망할 때가 많구나. 내가 상상한 게 나오지 않기도 해서. 어떤 상상을 했느냐고 물으면 할 말은 없지만. 소설은 길고 영화는 짧아서 그렇겠다. 짧은 시간 안에 이것저것 담으려면 쉽지 않겠다. 그런 영화를 보고 그 안에 담긴 뜻을 알아내는 것도 멋지겠다. 배혜경은 그런 걸 잘한다는 느낌이 들었다. 오래전 이야기와 2020년 이야기까지 자기 이야기를 영화 이야기와 함께 한다. 영화가 다가오고 영화에 다가가는. 책도 그렇지만 영화도 그걸 잘 보려고 하는 사람한테만 뭔가를 보여주겠지.

 

 

 

희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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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09-28 04:3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2-10-02 23:27   URL
비밀 댓글입니다.

책읽는나무 2022-09-28 07:35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저도 혼자서 카페나 식당은 잘 못가겠더군요.
영화관은 혼자서 두 세 번 간 적 있어요.
혼자서 본 영화는 감흥이 오래 기억되는 것 같기도 합니다.^^
저는 목차에 나온 영화를 대충이라도 찾아보고 글을 읽으려니 읽는 속도가 느리네요.
다 읽으신 희선님이 부럽습니다^^

희선 2022-10-02 23:28   좋아요 2 | URL
어쩌면 저는 그저 밖에서 먹는 게 비싸서 그럴지도... 혼자 가는 것도 안 좋지만, 딱히 먹고 싶은 것도 없어요 집이 아닌 다른 분위기를 바라는 사람도 있을 텐데, 저는 그런 거 없어도 괜찮군요 멋없는...

어렸을 때 영화관 혼자 가 본 적 있어요 그때 왜 혼자 갔는지 모르겠어요 딱 한번 갔네요 영화를 보고 글을 보면 훨씬 좋을 텐데, 어쩐지 글을 쓰신 분한테 미안하기도 하네요 책읽는나무 님은 영화와 함께 글을 보시니 더 잘 보시겠네요


희선

그레이스 2022-09-28 07:57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혼자 카페 가는거 좋아해요. 책들고....^^
혼자 식당은 안가요.
영화보는거는 안좋아하는데 정말 봐야겠으면 혼자 가서 보기도 해요~

희선 2022-10-02 23:29   좋아요 2 | URL
지금은 카페에 가서 책읽거나 글쓰기 좋아하는 사람 많네요 그레이스 님은 카페에 혼자 잘 가신다니 멋집니다

꼭 보고 싶은 영화가 있으면 혼자서라도 가서 보는 것도 멋지네요


희선

새파랑 2022-09-28 08:01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이 책 명작 아닌가요? ^^ 전 식당이랑 카페는 혼자 자주 가는데 극장은 혼자 안가지더라구요 ㅋ

희선 2022-10-02 23:44   좋아요 2 | URL
명작 맞습니다 영화 이야기와 살아가는 이야기가 있어서 좋았습니다 요즘은 잘 하면 영화관에서 혼자 볼 수도 있는 것 같던데, 그런 곳 그렇게 많지 않을지... 재미있는 거여도 혼자 보면 조금 무서울지도...


희선

2022-09-28 08:1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2-10-02 23:4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2-10-03 00:56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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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10-03 01:31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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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리의화가 2022-09-28 11:31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저는 2000년대 초반에 한국영화를 참 많이 봤었어요. 이 책 진작 읽어야지 생각했는데 보관함에 담겨만 있어요ㅠㅠ 요즘 한국영화들은 제가 원하는 이야기들과는 거리가 좀 있어서 안 보게 되더라구요. 저는 혼자서도 잘 먹고 카페도 잘 가지만 영화관에는 혼자 가본적 없는 것 같네요^^; 근데 영화관 갈때마다 생각했지만 혼자 가면 얘기나눌 필요 없이 감상에만 집중하면 되니까 그건 괜찮을 것 같더군요.

희선 2022-10-02 23:49   좋아요 2 | URL
여전히 한국영화를 만들고 보는 사람이 있어서 다행이기도 합니다 왜 저는 영화가 예전과 다른 느낌이 드는지 모르겠어요 지금도 좋은 영화 많을 텐데... 어쩌면 영화가 아닌 다른 볼 게 많아서 그런 건지도... 저는 이렇게 생각해도 여전히 영화 좋아하는 사람 많겠습니다 한국에서 하는 영화제 많은 듯해요 누군가와 영화를 보면서 잠깐 이야기 하는 것도 좋겠지만, 그러면 흐름이 끊겨서 안 좋을 것도 같습니다 다른 사람과 함께 본 영화는 나중에 그 영화 누구랑 봤지 하겠네요


희선

2022-10-03 00:18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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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10-02 23:53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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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돌이 2022-09-28 14:30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혼자서 뭔가를 하는거 다 쉽지 않아요. 그냥 어쩔 수 없이 하게 되는거 아닐까요?
그리고 저는 집을 너무 좋아하는군요. 혼자서 밥먹고 카페 갈 바에야 집에서 커피 타서 식탁에 앉아 책보고 하는게 훨씬 좋고, 영화는 혼자 보러갈바에야 다운 받아서 보는....
이런건 그냥 선택의 문제인듯요. 이 책도 보려고 사두었는데 못본 영화가 많아서 영화를 좀 보고 봐야지 하니까 자꾸 밀리네요.

희선 2022-10-03 00:05   좋아요 1 | URL
다른 사람은 혼자 뭐든 잘 하는 것 같아도 그게 꼭 그렇지 않을지도 모르겠네요 해야 하니 하는 걸지도... 이것저것 좀 어질러져 있어도 집이 편하죠 저도 집이 편해요 책은 다른 사람이 있는 데서는 잘 못 보는군요

저는 영화 안 보고 그저 책만 봤네요 영화를 이렇게 볼 수도 있구나 하면서 봤습니다 영화를 참 좋아한다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바람돌이 님 오늘 좋은 하루 보내세요


희선

scott 2022-09-28 17:50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전 한국 영화 잘 안보고 극장에서 조차 안보는데 이 책 배혜경님이 평하시는 한국 영화는 달리보였어요

영화는 블록버스터를 제외하고
보고 싶은 영화는 혼자 봅니다
코로나 이후로는 ott로 시청😄

희선 2022-10-03 00:07   좋아요 2 | URL
한국영화 괜찮은 거 많지요 여기에서 본 글에서 <밀양>이 기억에 남았습니다

scott 님은 영화 혼자 잘 보시는군요 그것도 좋은 거죠 누군가와 함께 봐서 즐거운 것도 있고, 혼자 조용히 보는 게 좋은 것도 있겠습니다


희선

stella.K 2022-10-03 09:42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공식적으론 뤼미에르 형제가 최초인 걸로 나오지만
또 밝혀진바로는 에드워드 마이브리지가 뤼미에르보다 앞선다는
얘기도 있어요. 마이브리지 전기 영화도 있고.

저는 뭐 조금조금씩은 다하지만 어디가서 혼자 밥 먹는 건
적응이 안 되더군요. 정말 허기가 진다면 모를까.
코로나 때문에 영화가 못 가 봤지만 지금은 갈 수 있어도
못 갈 것 같아요. 영화값 넘 올라서.
영화값만 오르면 그나마 났죠. 물가 넘 올라 앞으로 어찌 살아야할지 모르겠어요.ㅠ

희선 2022-10-03 00:10   좋아요 2 | URL
형제라 하니 ‘형제는 용감했다’는 말이 생각나기도 합니다(이런 제목 뮤지컬이 있네요) 비행기도 라이트 형제가 만들었다고 하잖아요 형제가 처음으로 한 거 더 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한사람이 아니고 둘이 해서 즐거웠겠습니다

저는 밖에서 밥 먹는 거 별로 안 좋아해요 집에서도 대충 먹는데... 영화관에 안 가서 돈이 비싼지 어떤지도 잘 모릅니다 집에서 가까운 곳에 있는데, 예전에는 한번 가 볼까 하는 생각도 들었는데 지금은 영화 안 보면 어떤가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저는 그래도 영화는 영화관에서 봐야 제맛이다 하는 분도 있겠지요 뭐든 오르는...


희선

mini74 2022-09-29 13:33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못 하는 것보다 할 수 있는게 더 많잖아요 희선님 뭐 또 못 하는게 더 많은들 어떤가요~ 좋은 글들 잘 쓰시는데요 뭘 ~~ 남들이 못하는 걸 잘 하시니까요.

희선 2022-10-03 00:13   좋아요 2 | URL
글 잘 못 쓰지만, 미니 님 좋은 말씀 고맙습니다 하고 싶은 거나 할 수 있는 거 하면 되겠지요 못 하는 건 안 해도 되기도 하네요 못 한다고 해서 못 사는 것도 아니고...


희선

파이버 2022-09-29 21:41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영화관에 혼자 못가시더라도 어떤가요. 저도 영화관에서 본 영화보다 혼자 집에서 본 영화들이 훨씬 많습니다ㅎㅎㅎ 코로나가 되고 푯값도 많이 올라서 더 부담스러워요ㅜㅜ

희선 2022-10-03 00:22   좋아요 3 | URL
영화관도 돈을 올릴 수밖에 없어서 아쉽게 여길 것 같습니다 올리지 않으면 안 될지도 모르니... 코로나 때문에 사람이 많이 가지 않기도 했으니... 그저 이런 생각만 하는군요 파이버 님 고맙습니다


희선

yamoo 2022-10-01 12:27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요즘 들어 넷플 영화를 많이 봅니다. 탑건 매버릭은 정말 예상을 뛰어넘는 재미를 듬뿍 줬어요. 상업영화지만 장르만의 매력 넘치는 작품도 많은지라..ㅎㅎ
영화관에 못가도 넷플로 많은 영화를 보는지라....엔날보다 좋은 거 같아요. 워쨌든 영화를 다영하게 접할 수 있는 루트가 많아지니까요..^^

희선 2022-10-03 00:35   좋아요 2 | URL
넷플릭스에서 처음으로 하는 영화도 많지요 그런 말 본 것도 같습니다 예전에는 괜찮았지만, 지금은 예전과 좀 달라졌다고 하는데 왜 바꾸는 건지 그러면 사람들이 싫어할 텐데... 코로나 뒤로 한국에서 만든 걸 좋아하는 사람이 많은 듯도 합니다 저는 안 봤지만, 한국 영상과 음악이 알려지는 건 좋기도 하네요


희선
 
내가 당신을 볼 때 당신은 누굴 보나요 - 수필가 배혜경이 영화와 함께한 금쪽같은 시간
배혜경 지음 / 지식과감성# / 202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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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혜경은 자기 삶에 찾아온 영화를 놓치지 않고 보고 느끼고 생각한다. 친구 같은 딸과 함께 본 영화는 잊지 못하겠다. -희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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