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끔 살기보다 죽는 게 낫다는 생각을 해. 왜 사람은 살아서 힘들고 괴로워야 할까. 그건 죽지 않고 살아서 느끼는 거겠지. 죽으면 기쁨 슬픔 괴로움뿐 아니라 여러 가지 다 느끼지 못할 거야. 그게 편할 것 같은데.
살아서 좋은 건 뭐가 있을까. 내 경우에는 하나밖에 없어. 책을 보고 글을 쓰는 거야. 편지도 쓰는군. 그뿐 아니라 가끔 걸으면서 자연을 만나는 것도 좋아. 그런 것도 생각하지 못하게 하는 일이 있어서, 왜 살아야 할까 생각하기도 해.
날마다 하고 싶은 걸 생각하고 그걸 하는 즐거움을 느끼면 살아서 좋구나 할까. 지금 생각하니 그건 게을러서 못하겠어. 게으른 나. 게을러서 살아 있기도 하지. 앞에서 말한 책읽기와 글을 쓰면서 하루하루 버틸까 해. 그러면 괴로운 일 덜 생각할지도 모르지.
세상엔 나보다 더 힘든 사람 있다는 거 알아. 하지만 그런 사람을 생각하고 나는 낫다고 생각하고 싶지 않아. 나만 힘들지 않고 다른 사람도 힘든 일 한두 가지 있다고 생각하면 나을까. 아니 이것도 별로야. 그저 내가 살아야 할 까닭을 찾는 게 낫겠어.
아직 읽고 싶은 책이 있어서 다행이야. 언제나 책은 있군. 그거 하나면 어때. 책이 나를 이 세상에 붙잡아 주는 거군. 책한테 고마워해야겠어.
희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