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 같은 나무인 줄 알았어 뚝딱뚝딱 우리책 10
김선남 지음 / 그림책공작소 / 202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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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집에서 밖으로 나가면 어디에나 나무가 있어. 누군가의 집 마당에 아파트에 길가에 멀리 보이는 산에. 나무는 산이나 숲에만 있지 않아. 사람과 가까이 사는 나무는 좋은 친구야. 나만의 나무가 하나 있다면 더 좋겠지만, 없어도 괜찮아. 길에서 만나면 돼. 나무는 내가 반가울까. 그러고 보니 나무한테 제대로 인사 안 해 봤어. 나무한테 인사하면 나무가 나뭇잎을 흔들지도 모르잖아. 그런 거 조금 무서울까. 난 재미있을 것 같아.

 

 어렸을 때 난 시골에 살기는 했는데 나무에 올라가 본 적은 없어. 나무에 올라가기 괜찮을 것 같은데. 사람이 나무에 올라가는 건 나무를 괴롭히는 걸까. 나무에 올라가다 나뭇가지를 꺾으면 안 되니 안 올라가는 게 낫겠어. 나무에 꽃이나 잎이 없으면 그 나무가 어떤 나무인지 잘 몰라. 그런 게 없어도 알려면 나무를 자주 만나야겠어. 봄 여름 가을뿐 아니라 겨울에도. 봄엔 나뭇잎보다 꽃이 먼저 피는 나무가 반겨줘. 매화, 산수유, 벚꽃. 나무는 다 꽃을 피운대. 꽃이 커서 알아보기 쉬운 것도 있지만 작아서 꽃인가 하는 것도 있을 거야. 그런 것도 잘 보면 좋을 텐데.

 

 꽃으로 인사하는 나무도 있고 연푸른 새잎으로 인사하는 나무도 있어. 어쩌면 세상엔 그런 나무가 더 많을지도 모르겠어. 은행잎이나 단풍잎 나온 지 얼마 안 된 거 본 적 있어. 그거 참 작고 귀여워. 색깔도 예뻐. 사철 내내 푸른 나무를 빼고는 많은 나무가 봄에 연푸른 새잎을 내보내겠지. 감잎도 예뻐, 대추나무 잎도. 어렸을 때 대추나무 별로 안 좋아했어. 대추나무에 벌레가 많았거든. 그런 벌레가 아주 없으면 안 되겠지만. 지금 생각하니 그거 송충이였어. 다행하게도 지금은 그런 벌레 안 보이더군. 벌레가 없는 게 문제인가.

 

 봄에 일찍 꽃을 피운 벚나무는 열매인 버찌를 일찍 달기도 하는군. 버찌는 거의 새가 먹을까. 버찌가 난 벚나무 밑을 지나면서 땅에 떨어지고 터진 버찌 많이 봤어. 도시에 사는 나무는 열매가 그렇게 되는군. 벚나무는 슬플지도 모르겠어. 사람은 노란색 은행잎은 좋아해도 은행은 냄새난다고 싫어하는군. 은행은 약으로 쓰이기도 하는데. 이젠 그러지 않을까. 아니 그런 은행은 따로 키우는 건지도 모르겠어. 가을에 열매 맺는 나무 많군. 참나무과 무리도. 본래는 새나 동물이 나무 열매 먹지 않았을까. 사람이 그걸 먹게 되고 더 기른 것도 많을 것 같아. 맛이 좋게 한 것도 있겠어.

 

 가을에 나무는 열매만 맺지는 않아. 가을 나무는 겨울 날 준비를 하지. 그때 나뭇잎 예쁘지. 빨갛고 노랗게 물들잖아. 그건 나무가 나뭇잎으로 가는 영양분을 막아서 그렇더군. 시간이 더 흐르면 나무는 나뭇잎을 떨어뜨리지. 동백나무 매실나무 벚나무 앵두나무 산수유 살구나무 사과나무 석류나무 은행나무 느티나무 대추나무 감나무 배롱나무 산딸나무 이팝나무 때죽나무 자귀나무 메타세콰이어 양버즘나무(플라타너스) 단풍나무 소나무 사철나무. 이밖에도 내가 만나는 나무 더 있을 텐데. 한사람 한사람한테 이름이 있듯 나무를 비롯한 식물에도 이름이 있어. 동물도 그렇군. 사람이 지은 거긴 해도, 이름을 아는 것과 모르는 건 차이가 크겠어. 이름을 알면 더 가까운 느낌이 들지. 나무는 다 달라.

 

 

 

희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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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레이야 2022-10-03 01:22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아 ~ 가을햇살 받은 나뭇잎이 참 예뻐요.
눈이 부시네요. 나무는 참 하는 일도 많고 대단히 소중한 생물입니다. 어느 마을에 걸어들어가 오래된 나무를 마주하면 그저 입이 안 다물어져요. 신령한 힘이 느껴지는 게. 사람도 그렇듯 나무도 다 다르지요. 같은 게 없어요.

희선 2022-10-03 01:37   좋아요 5 | URL
프레이야 님 잘 보셨어요 가을햇살 받은 나무 맞아요 이 책을 보기로 하고 나무를 사진으로 담았습니다 책을 보고 올려야지 하는 생각으로... 책 보기 전부터 사진을 담다니, 좀 우습지요 오래된 나무 보면 신령한 힘이 느껴지겠습니다 사람보다 오래 사는 나무기도 하네요 사람과 나무 비슷한 느낌이 들지만, 사람이 나무를 닮으려 하면 더 좋겠습니다


희선

거리의화가 2022-10-03 07:04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와... 그림도 올려주신 사진도 정말 이쁘네요. 보는 것만으로 힐링이 됩니다. 이 책 도서관에 있을지 찾아봐야겠어요. 없으면 신청하는 걸로^^ 사시사철 나무의 변화를 살펴보는 것도 또 하나의 행복인 듯 싶어요.

희선 2022-10-04 23:52   좋아요 3 | URL
세상에 나무가 있어서 다행이죠 꽃이 필 때도 예쁘지만 나뭇잎도 좋지요 봄뿐 아니라 여름 가을 겨울에도 나무를 잘 보면 좋을 듯합니다 이렇게 말해도 어쩌다 한번 볼지도 모르겠네요 가까이 있어서 그런 건지도... 가끔이라도 나무와 인사하면 좋겠네요 나무도 반가워하겠지요


희선

Vanessa 2022-10-03 07:17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와 우

Vanessa 2022-10-03 07:17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쌍쌍따봉이욧

희선 2022-10-04 23:52   좋아요 1 | URL
Vanessa 님 고맙습니다


희선

새파랑 2022-10-03 09:05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어린시절 나무에 올라갔던걸 반성하게 됩니다 ㅋ 가을 단풍이 아름다운 이유가 저런 생존에 관한 거였다니 처음 알았습니다 ^^

희선 2022-10-04 23:54   좋아요 3 | URL
새파랑 님은 어릴 때 나무에 올라가기도 하셨군요 나뭇가지 부러지지 않았으면 괜찮지 않을지... 아낌없이 주는 나무에서는 아이가 나무에 올라가고 노는 거 좋아했던 것 같기도 합니다 그 책 읽지는 않고 만화로 본 것 같네요


희선

Vanessa 2022-10-03 09:0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WA

mini74 2022-10-03 12:02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눈이 시원해지는 느낌입니다. 산 속의 나무들은 같은 종끼리 서로 뿌리를 빧어 대화하고 물을 나눠주기도 한다는 글을 읽었어요. 꽃으로 인사하는 나무 새잎으로 인사하는 나무란 희선님 글 넘 예쁩니다 ~

희선 2022-10-04 23:58   좋아요 2 | URL
나무는 뿌리로 여러 가지를 나눈다고 하죠 곰팡이도... 큰 나무가 어린 나무를 보호했다는 이야기 본 적 있어요 나무가 가만히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가만히 있는 건 아니군요 그래도 보이는 것만 생각할 때가 많네요 나무는 이런 저런 상상을 하게도 하는군요


희선

책읽는나무 2022-10-03 13:58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싱그러운 나뭇잎들 특히 마지막 은행잎은 곧 노랗게 물들 과정이 상상되어집니다.
예쁜 그림책이네요?^^
다 같은 나무인 줄 알았는데 올려다 보면 다 다르긴 해요. 그래도 뭐가 뭔지 잘 모르겠던데 나무 이름을 다 기억하는 사람들을 보면 신기합니다. 특히 그것을 직업으로 삼는 사람들은 어떻게 다 외울까요?^^

희선 2022-10-05 00:02   좋아요 3 | URL
어제 밖에 나가니 은행잎이 조금 노르스름해지기도 했더군요 같은 나무여도 잎이 나는 것뿐 아니라 물드는 것도 조금 다르네요 그런 거 보면 사람을 생각하기도 합니다 사람도 다르고 사는 속도도 다르다는 게...

나무 잘 아는 사람은 나뭇잎 안 보고도 알겠지요 저는 그렇게는 못하는군요 어디에 어떤 나무가 있었지 하고, 그게 어떤 나무인지 알 뿐이네요 꽃이나 잎이 있어야 조금 아는... 걸으면서 자주 보이는 나무가 무슨 나문지 모른다는 걸 알기도 했습니다 그 나무는 이름이 뭘지... 몰라서 미안하네요


희선

호우 2022-10-03 14:3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희선님, 나무 이름도 많이 아시고 나무들을 잘 살핀 글도 너무 좋네요. 가을을 맞아 예쁜 편지를 받은 느낌이에요~~^___^

희선 2022-10-05 00:04   좋아요 2 | URL
많은 사람이 아는 나무가 아닌가 싶습니다 길이나 아파트에 많은 나무기도 하죠 제가 사는 곳은 아니고 그냥 지나다니면서 보는 아파트... 비가 오고 바람이 차가워졌어요


희선

그레이스 2022-10-03 15:02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계수나무가 달콤한 향기가 나죠^^
빵굽는 냄새도 같고...

희선 2022-10-05 00:05   좋아요 3 | URL
저 글 계수나무 말하는 거예요 계수나무 본 적 없는 것 같은데, 찾아보니 잎이 하트모양이라고 하네요 잘 찾아보면 어딘가에 하나 정도 있을지도... 달콤한 냄새가 나는 건 잎이 떨어질 때라고 하는군요


희선

바람돌이 2022-10-03 16:18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가을 햇살과 나무와 책 사진 너무 좋아요.
희선님 덕분에 오늘 운동 나가면 보이는 나무들이 좀 더 특별해보일 것 같아요. ^^

희선 2022-10-05 00:08   좋아요 2 | URL
걷기에 좋은 가을입니다 바람이 조금 차갑지만, 걷다보면 괜찮군요 바람돌이 님 운동할 때 만나는 나무 많겠습니다 나무가 하나가 아니고 여러 가지여서 좋기도 하죠 가로수는 한가지일 때가 많지만... 아파트나 공원엔 여러 나무가 있군요


희선

scott 2022-10-03 16:21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우와 희선님이 찍으신 가을 나무들이 이토록 푸릇 푸릇 하다니 몇 주 후면 저 은행나무 잎이 노랗게 변하겠죠!

희선 2022-10-05 00:09   좋아요 2 | URL
이제 곧 물들 은행잎입니다 저건 아직 푸르지만 다른 나무 은행잎은 조금 노랗게 됐어요 벌써... 노랗게 물든 느티나무도 봤어요 다른 나무도 곧 물들겠습니다


희선

서니데이 2022-10-03 21:04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오늘 하루종일 비가 와서 그런지, 파란 하늘에 초록색 잎이 참 좋네요.
희선님, 연휴 잘 보내고 계신가요. 편안한 하루 되세요.^^

희선 2022-10-05 00:11   좋아요 3 | URL
그동안 비가 안 왔으니 와야 하는데, 많이 온다는 말이 있어서 조금 걱정하기도 했습니다 빗소리가 크게 들리기도 했네요 그렇게 비가 와서 미세먼지가 좀 좋아졌습니다 서니데이 님이 사시는 곳도 그랬겠네요


희선

페넬로페 2022-10-03 23:02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하늘도 나무도 너무 예뻐요.
산책길에서 나무의 색깔이 계절별로 달라지는 것이 좋은데 그래도 나무의 푸르름이 저는 제일 좋아요^^

희선 2022-10-05 00:13   좋아요 1 | URL
나뭇잎이 떨어지고 길에서 뒹굴면 어쩐지 쓸쓸하기도 해요 차라리 나뭇잎이 없는 게 덜 쓸쓸해요 왜 그런지 모르겠습니다 푸른 나무 좋지요 늦봄이나 초여름 나무... 잎이 짙은 여름엔 바람에 스치는 나뭇잎소리가 좋군요 파도소리 같은...


희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