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 아당의 리우데자네이루 작가가 사랑한 도시 8
폴 아당 지음, 이승신 옮김 / 그린비 / 201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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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년 작가들의 여행기를 읽는 다는 것은 기쁨이다. 프랑스의 상징주의 작가 폴 아당이 브라질의 리우데자네이루에 처음 발을 디디면서부터 거리에서 만나는 사람들이나 풍경 그리고 포로투갈의 식민지에 오래도록 있던 그곳의 문화가 프랑스의 작가의 눈에 어떻게 비쳤는지 자신이 바라보는 리우의 모든것을 하나하나 놓치지 않고 세세하게 기록하려 했던 조금은 여행에 들뜬 듯 하면서 처음 보았던 황홀한 풍경에 압도되어 그 도취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것과 같이 아름다우면서도 유럽문화와 인디오문화가 적절하게 조화되어 활기차면서도 아름다운 도시를 만들어 낸 그곳을 실감나게 그려낸 짧은 서정적 여행서이다.

이 책은 <그린비> 출판사 이벤트로 받은 것인데 지금은 여행이 보편적이 되어 누구나 자유롭게 편하게 여행을 즐기지만 백여년전에는 교통도 그리 발달하지 못하고 문화가 다른 곳을 여행한다는 것은 대단한 모험심이 있어야 할 듯 하다. 유럽인들이 아프리카 희망봉에 머무르게 된 것도 '탐험' 이고 자국이 이익을 위하여지 원주민들을 우선적으로 보호하고 그들을 위해서인 여행은 아니었기에 이 여행기에도 조금은 우월적인 것이 들어 있다.

밤에는 가로등으로 빛나고, 낮에는 태양빛으로 반짝거리는, 그야말로 휘황찬란한 보석을 연상시키는 브라질의 옛 수도 리우데자네이루. 태양빛으로도 아름다운 그곳이 해안을 따라 설치된 가로등마다 밝은 빛을 발하고 있으니 얼마나 그 풍경이 아름다웠을까.지금이라면 사진으로 간단하게 담아 내어 그 아름다움을 전해주련만 글로 모든것을 담아 표현하려고 하니 조금은 숨차게 읽어나가야 할 정도로 빡빡하기도 하지만 재밌다. 걸어가면서 눈에 보이는 모든것들을 숨차게 전해주는 리포터의 모습처럼 하나하나 놓치지 않고 세탁부의 표정이나 인디오들의 모습까지 담아내는 글이 흡사 무성영화를 보고 전해주는 변사의 말같기도 하지만 좀더 리우데자네이루의 아름다움을 담으려 했던 작가의 진실이 보여 글이 마치 사진인양 읽었다.

'유리제품 제조 공장을 가지고 있어서 샤르모 감독 같은 사람들이 작업을 지시하고 있으며 캄피나스 근처 농업연구소는 커피농장 소유주들의 두터운 신임을 받고 있고, 또 상파울루에서는 종마사육장을 운영하고 있다.' 이미 유럽문화가 정착하여 그곳에서 또 다른 문화를 싹틔워 놓았으니 그 자부심은 대단했을 것이다. 신세계를 보듯 자신들이 이루어 놓은 문화자부심과 함께 프랑스에서는 저렴하게 손쉽게 먹고 하던 일들이 이곳으로 전해지면서 무척이나 값이 비싸지고 버겁게 느껴지는 것은 여행자 모두가 느끼는 현지에서 부딫히는 물가이고 일들일 것이다. 아름다운 인디오 여인들을 보면서 그녀들의 강인함에 반한듯이 세세하게 표현하고 아름답게 묘사한 부분들이 그가 리우에서 숨막히게 아름다운 자연 뿐만이 아니라 사람들에게서 아름다움을 느꼈음을 그리고 이 모든것들이 브라질이 희망적이라는 것을 전해주는 서정적인 짧은 여행기에서 예나 지금이나 여행이란 설레임이면서 희망이란 것을 느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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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남자
베른하르트 슐링크 지음, 김재혁 옮김 / 이레 / 200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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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에 정답이 없듯이 사랑에도 답은 없는 듯 하다. 그 사랑이 또한 어떤 사랑이듯 기쁨도 있지만 아픔과 영원한 상처가 되는 사랑도 있다. 전작 <더 리더 - 책 읽어 주는 남자> 로 깊게 각인된 작가는 <더 리더> 와는 또 다른 여섯가지의 사랑을 쏟아냈다. '더 리더' 는 무랄까 충격이면서도 아쉽고 안타까움이 많이 남았던 그런 사랑이었다. 짧은 사랑이지만 인생을 흔들어 놓았던 사랑이고 인생을 변하게 했던 사랑이었는데 이 책에서 다루고 있는 사랑 또한 '사랑의 상채기' 같은 인상을 남겨준다.

소녀와 도마뱀, 소년이 낮잠을 자곤 하던 아버지의 서재에 걸려 있던 '의미' 를 모르겠던 그림 한 점. 그 그림에 대한 이야기나 그외 모든것은 밖으로 세어 나가면 안된다. 왜 일까? 하지만 소년은 소년기부터 청년기까지 그 그림에 대한 사랑이 점점 커져만 간다. 아버자가 돌아 가신 후, 그림의 비밀을 캐기 시작하여 그동안 비밀에 쌓여 있던 열쇠를 풀 듯 하지만 아버지가 그 그림을 어떻게 소장하게 되었는지 누가 진짜 소유주였는지 그가 세상에 내놓으면 '진실' 이 밝혀질듯 하여 그는 세상에 단 한 점 밖에 없는 그 그림을 감정하기 보다는 자신안에서 불태우고 만다. 하지만 그 그림이 가지고 있던 진짜 진실은 불타면서 아주 짧은 순간에 만질 수도 없는 '재' 와 같은 상태에서 짧게 보여지다 사라진다. 진짜 그림위에 덧칠한 가짜 그림. 그림을 불태우고 자신안에 있던 그림속 소녀가, 아니 여인이 사라지고 나서 비로소 자유를 얻는 그, 소설의 배경이 50년대에서 60년대 경이라 그런지 유대인과 관련된 소설이라 '더 리더' 와 겹쳐 생각해 볼 만 하다.

외도, 내 남편이나 아내가 아닌 다른 사람과의 사랑을 외도라고 혹은 불륜이라 할 수 있겠지만 이 소설은 독일이 통일되고 서독과 동독이 하나로 되어 가는 과정에서 빚어지는 오해와 어긋남을 극복해 가는 과정이다. 겉으론 자유를 부르짖는 남편이 아내와 친구들의 정보를 비밀경찰에 팔아 넘기고 그 사실을 나중에서야 알게 되면서 부부는 갈등을 겪게 된다. 하지만 어른들은 이념이 다르고 소통의 방법이 달라 싸움과 서로에게 등을 돌리지만 어린 딸은 세대가 달라서일까 어른들이 어렵게 여기는 이념도 필요없이 모두를 하나로 '소통' 하게 한다. 생일초대에 어린이 친구나 그외 어른 친구를 초대하면서 어른들이 이루지 못한 소통을 원할하게 단한번에 해치우는 꼬마소녀, 어른들이 만들어 놓았던 이념의 잣대처럼 걸쳐 있던 장벽도 아이들에게는 아무런  벽이 될 수 없다는 것. 모든것은 손바닥 안과 겉처럼 생각하기 나름인데 그 백지한장 차이를 벗어나기 위하여 우린 얼마나 많은 세월을 보냈나 하는 생각을 가져본다. 세월이 지나면 그 모든것들은 스르르 흐려지고 말 문제이겠지만 구시대의 골수에 박혀 있던 이념을 단번에 바꾸기엔 어려울 것이다. 그런면에서 만약에 우리가 통일이 된다면 우리에겐 어떤 문제가 나타나게 될까 생각을 해보게 하는 작품이다.

다른 남자, 아내가 갑자기 암으로 죽었다. 그런 아내에게 들어보지도 못하고 전혀 알지도 못하던 '숨겨 놓은 남자' 가 있다면 혼자 남겨진 남편은 혹은 아내라면 어떻까? 아내가 죽은지 모르고 예전의 주소지로 그녀에게 편지를 보내는 남자, 그녀가 암으로 죽었다고 편지를 썼지만 믿지 않고 답장을 주어서 너무 고맙다며 자꾸만 편지를 보내오는 남자를 찾아 나서는 남편. 대체 그녀에게 언제부터 '다른 남자' 가 존재했던 것일까? 아내의 비밀서랍을 열어 오래전 편지와 사진을 보고는 '다른 남자' 의 정체를 확인한 후 그를 찾아가 우연인듯 그를 캐는 남편, 하지만 아내의 '다른 남자' 는 허풍쟁이에 별 볼일 없는 남자였다. 하지만 자신보다 아내를 더 잘 알고 있는 것처럼 말한다. 용서할까 말까? 그는 아내가 죽은지도 모르고 그녀를 자신이 베풀수 있는 범위에서 잔치를 벌이기 위해 '초대' 를 한다. 그 경비마져 남편에게 꾸는 남자, 언제 자신이 그녀의 남편이란 것을 밝혀야 한단 말인가. 지금까지 복수를 했다고 하고 한발 물러서려던 남자는 경비를 꾸어주고 자신의 존재를 밝힌 후 집에 돌아오지만 그의 잔치가 어떻게 될지 궁금하여 다시 다른 남자의 잔치날에 찾아가 현장을 보게 된다. 다른 남자는 그만의 방식으로 아내를 추모하고 그녀를 마지막 축제처럼 보내고 있었던 것. 사랑의 복수라 했지만 그 또한 죽은 아내에게서 벗어나 현실로 돌아오는 길이 되었던 '다른 남자의 초대' , 이런 사랑을 알게 된다면 정말 어떤 기분이 들까 생각을 해보니 답이 없다. 어떻게든 복수를 해주고 싶은 마음이야 있겠지만 죽은 아내에게도 무언가 '진실' 이 있었을 듯 하다. 다른 남자와의 사랑을 결혼생활중에 이야기를 했다면 그들의 사랑이 온전히 지켜질 수 있었을까. 그 또한 자신이 간직하고 있는 '아내의 상' 을 반듯하게 담을 수 있었을까. 진실을 밝히는 것이 좋은 것도 있지만 비밀로 간직해서 얻는 것이 더 많다면 지키는 것이 더 현명할 것이다. 아내의 선택은 가정을 지키고 남편과의 사랑을 지켜내기 위한 것이었을 것이다.

어버지가 아들에게 남긴 비밀이나 남편이 비밀경찰에게 아내와 친구들의 정보를 팔아 넘기는 것이며 아내가 죽은 후에 밝혀지는 '아내의 진실' 이 밝혀지게 되는 사랑이나 그외 펼쳐지는 이야기들이 사랑은 하는 것보다 사랑을 지키는 것이 더 힘들다는 것을 말해준다. 아버지의 진실을 지켜내기 위하여 청년은 그림을 불태우고 아내의 불륜을 어쩌지 못하고 덮어버리는 남편, 그들은 그 후에도 아무일도 없었다는 듯이 잘만 살고 있다. 아내가 죽었지만 죽으면서까지 말하지 않았던 과거 속 사랑, 그것을 비밀에 부치며 끝까지 지켜낸 가정과 사랑, 슐링크는 '더 리더' 에서도 한나가 자신의 문맹을 평생을 함구하고 사랑을 지켰듯이 사랑을 하거나 사랑의 그 모든 단계보다는 '지키는 것' 에 더 중점을 둔다. 그래서 그가 더 기억에 남을까. 쉽게 포기하고 쉽게 생각할 수 있는 사랑이 그에게 오면 말뚝에 박히듯 그 자리에서 단단해진다. 외도나 불륜을 했어도 현재의 사랑을 잘 감싸주고 안아주고 보듬어 주어 지켜내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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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디선가 나를 찾는 전화벨이 울리고
신경숙 지음 / 문학동네 / 201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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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 때문에 내가 죽는 줄 알았다. 너는 이리 작은데 너무 무거워서 마치 이 세상 전체를 내 어깨에 지고 있는 것 같았다. 여기 머물면서 지금껏 수많은 사람들을 강 이편으로 건네주었지만 너보다 더 무거운 사람을 실어나른 적이 없구나.’....’크리스토프! 그대가 방금 짊어진 건 어린아이가 아니라 바로 나,그리스도다. 그러니 그대는 저 강물을 건널 때 사실은 이 세상 전체를 짊어지고 있었던 것이다.’ 

작가의 전작 <엄마를 부탁해> 는 독자들에게 ’엄마’ 라는 추억과 되새김질에 마음 아프게 하였는데 이 작품은 지난 사랑의 순간을 되돌아 보게 하듯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 의 터널을 건넌 느낌이랄까, 정 윤과 명서의 눈물겨운 사랑이 참으로 가슴을 아프게 했다. ’엄마’에게 다가가고 싶었지만 병이 깊으다는,죽음이 가까이 왔다는 이유로 사촌언니의 집에서 떨어져 지내야 했던 그녀에겐 엄마의 죽음과 이별이 아직 미완의 그것으로 자리를 하여 언제고 아프다. 하지만 그녀보다 더 아픈 명서와 함께 추억을 간직하고 있는 ’미루’ 의 상실의 병은 윤보다 더 깊고 누구도 근접할 수 없는 거리라 헤어나오기가 어렵다. 그녀의 엄마가 좀더 따듯하게 감싸안아 주었다면,큰딸의 죽음을 동생인 미루탓이 아닌 그녀의 선택이었다고 했다면 엄마가 좀더 상실의 아픔에서 벗어나 미루의 아픔을 어루만져 주었다면 그녀의 인생은 어떠했을까?

이 소설을 읽다보니 김형경의 <좋은 이별> 이 생각났다. 윤도 그렇고 윤교수도 그렇고 미루도 그렇고 모두가 ’좋은 이별’ 을 한 후라면 이 소설은 내용이 달라졌을 것이다.좀더 밝고 어쩌면 제2의 죽음은 막을 수 있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을 가져보며 ’좋은 이별’ 을 강조했던 그녀의 말들이 떠 올랐다. 이별후의 상실감, 깊은 협곡에 빠져 헤어나올 수 없었던 미루, 언니의 죽음이 자신의 탓이라 여겨 거식증을 앓았던 그녀가 선택한 마지막 길, 그 길을 막을수만 있었다면 소설은 어떻게 전개 되었을까?

언니가 죽음에 이르게 되던 그 순간들을 윤에게 이야기 하는 동안 그 공간을 가르듯 계속 울려 되던 ’전화벨’ , 누군가 받았다면 미루언니의 죽음은 모든 전말이 밝혀졌을까, 미루의 숨겨진 아픔과 손등의 화상은 밝혀졌을까. 상실감을 간직한 사람들이 그리는 동선과 감정이 작가가 ’새벽 세시에 깨어나 아침 아홉시까지’ 글을 썼다고 해서일까 잘 그려졌다. 엄마의 죽음을 받아 들이지 못했던 윤은 미루언니의 죽음에 대한 이야기를 듣고 그녀의 손등에 나 있는 화상에 대하여 알게 되면서 자신의 가슴에 있는 상처를 씻어 내기도 했지만 자신의 상처와 함께 미루의 아픔도 함께 안을 수 있는 넉넉함을 간직하게 된 윤. 그래서였을까 명서의 사랑을 받아 들이기에 몹시도 망설였던 그녀가 ’오.늘.을.잊.지.말.자..... 내.가.그.쪽.으.로.갈.께...’ 라는 말로 ’언.젠.가.는.정.윤.과.함.께.늙.고.싶.다..’ 라는 말에 회답하듯 써 넣을때 비로소 갑옷처럼 자신의 옭아맨 동아줄을 스스로 풀게 되었을땐 나도 모르게 한숨이 나오고 말았다.

좀더 일찍 그들이 서로의 마음을 열고 서로를 받아 들였다면 사랑과 슬픔과 상실감에 가슴아파하지 않았을텐데, 그들의 사랑은 윤교수와 함께 뒷산에 올라 눈 덮힌 노송의 가지를 흔들듯 모든 눈 들이 스스로 녹아 없어진 후에 서로를 발견하듯 비로소 '그들 자신' 으로 볼 수 있었던 것 같다. 모든 것은 긴 터널을 지나는 과정이듯 암흑의 시간들은 너무도 가슴이 아팠다. 날마다 자신이 먹는 음식을 기록하는 미루, 그 하나하나가 그녀에겐 생명의 연장을 위한 링거줄처럼 그녀를 연결하고 있었는데 자신들의 아픔 때문에 그녀의 아픔을 감싸기엔 조금 시간이 더 필요했는데 그 시간을 기다려주지 않고 일찍 자신의 생명줄을 놓아 버린 미루, 그녀를 잃고 나서 그녀의 엄마도 윤도 명서도 원래 자신의 자리를 찾듯 길을 찾아 가야만 하는 평범하지 않은 일상의 삶이 애처로웠다.

'우.리.는.언.제.나.괜.찮.아.질.까?' 그들이 괜찮아질 수 있을 때는 언제일까. '그 자리에 없었던 내가 이 지경인데 불타고 있는 미래 누나를 눈앞에서 봤던 미루는 어떠할지. 미래 누나는 미루의 삶 속에서 늘 불타고 있을 것이다.' 라고 했던 명서의 말처럼 그들이 상실의 아픔을 늘 간직하고 있어 '어.나.벨.' 을 읽는 내내 가슴이 저렸다. 서로의 터널에서 헤매이던 명서와 윤, 마지막까지 사랑의 끈을 놓지 않고 윤이 그를 찾아 나서려했기에 소설은 그나마 희망을 가지며 손에서 놓여지게 되었다. <엄마를 부탁해> 도 잃어버린 엄마가 어찌되었을까 하는 생각에 책을 손에서 놓지 못하게 하더니만 작가의 날카로움이 지난 사랑에,사랑의 시간 가슴 아팠던 순간에 잠시 숨을 고르게 만드는 미묘함이 소설속에 잠재되어 있는 듯 그들의 사랑속에서 유영을 하고 나온 후엔 미루가 옆에 있다면 화상의 상처가 있는 손을 한번 꼭 잡아 주어야 할 것만 같았다.

이 소설을 읽은 후엔 '전화벨' 이 예사로 들리지 않을것 같다. 누군가의 '간절함' 이 베어 있을 수도 있고 누군가 애타게 찾고 부르고 있을 것 같아 빨리 받아야만 할것 같은 생각이 들었다. 상실의 아픔을 간직한 주인공들을 '토닥토닥' 토닥여 주는 작가만의 손짓이 소설속에서는 여기저기 녹아나 있다.명서는 미루의 방앞에 '백합' 을 심어주고 윤교수는 뜰에 '애기사과' 를 심었으며 명서와 윤에게는 아픔을 툴툴 털어내면 털어져나갈것처럼 노송의 눈을 털게 만들었다. 윤을 사랑했던 단의 짧은 삶을 안듯 '거대거미' 의 자국을 마음에 들여 놓은 윤,서로의 아픔을 감싸기도 했지만 그들의 아픔을 그냥 바라보지 않고 토닥여 잠재우듯 했던 작가, '내.가.그.쪽.으.로.갈.까?... 내.가.그.쪽.으.로. 갈.께..' 윤과 명서의 사랑이 이어지고 소설이 끝났지만 작가는 아직 펜을 놓치 못했다고 했다. 그들의 사랑이 아직 시작도 되지 않았기 때문일까?

사랑의 아픔을 겪은 이는 다시 사랑으로 그 빈자리를 채운다. 윤의 엄마나 단의 짦은 삶과 미루의 언니의 죽음과 미루의 죽음 그리고 윤교수의 죽음에 윤과 명서는 그들의 사랑으로 그 빈자리를 채우 나가며 아픔을 이겨 낼 것이다. 다른 사람들보다 좀더 긴 터널을 지나왔을뿐 그들에게도 환한 희망이 이제 손짓하고 있다. '엄마를 부탁해' 이후로 '어.나.벨' 신드롬을 몰고 오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갖게 만드는 이번 소설은 다시 후편이 기다리고 있다면 그들의 사랑은 어떻게 펼쳐질까.작가의 <사인본>을 예약구매를 하여 받고 나니 그녀의 손글씨 한 자 한 자가 윤교수의 마지막 남긴 말들처럼 가슴에 박힌다.'나의 크리스토프들,함께해주어 고마웠네.슬퍼하지 말게,모든 것엔 끝이 찾아오지. 젊음도 고통도 열정도 공허도 전쟁도 폭력도, 꽃이 피면 지지 않나. 나도 발생했으니 소멸하는 것이네.하늘을 올려다보게.거기엔 별이 있어. 별은 우리가 바라볼 때도 잊고 있을 대도 죽은 뒤에도 그 자리에서 빛나고 있을걸세. 한 사람 한 사람 이 세상의 단 하나의 별빛들이 되게.' 바꾸어 말하면 이외수의 '아불류 시불류' 가 될까. 상실도 죽음도 사랑도 모든것은 인생의 한부분일 뿐, 시간이 지나고 나면 모든것은 빛이 흐려지게 되어 있다. 하지만 그 흐려짐 가운데 또렷한 '별 하나' 를 그들은 간직했고 소설을 함께 한 나 또한 간직하게 되었으니 여운은 길게 남을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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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슨 일이 일어났는지는 아무도
김영하 지음 / 문학동네 / 201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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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의 전작 <퀴즈쇼>를 구매해 놓고도 어찌하다 보니 읽지를 못했다. 내게 작가는 익숙한 이름이지만 아무것도 저장된것이 없으니 13편의 단편소설들은 신선했다. 남녀의 사랑에 대하여 각기 다른 모습을 보여주면서 그들의 사랑에 대해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는 아무도 모른다' 라고 단정해도 될 것처럼 제목이 무척 인상깊다. 남녀사이는 그 둘 밖에는 타인의 눈으로 그 깊은 속을 들여다 보기엔 너무 알 수가 없는 부분이 많다. 겉으로 행복하게 그려지던, 잘 살고 잘 지내던 사람들이 하루아침에 이별을 할 수도 있고 남남 같던 두사람이 하루아침에 '결혼' 이라는 굴레를 쓰기도 하는 것을 보면 남녀 사이는 '한마디' 로 단정한다는 것은 무리다. 그 복잡미묘한 간극을 그려주듯 하는 소설들은 저마다 특색이 있으면서 반전이 재밌기도 하다.

'삶이란 별게 아니다. 젖은 우산이 살갗에 달라붙어도 참고 견디는 것이다.'
출근길, 사람으로 붐비는 지하철 안에서 타인의 젖은 우산이 자신의 다리를 건드리고 있어도 '참고 견디는 것' 이라고 몇 번이고 되뇌이며 다짐을 하는 긍정적 마인드를 가진 그녀, 하지만 회사에서는 젊은 사장에서 노골적인 댓가성 성관계를 가지고 있으면서도 그것이 또한 뒤를 구리게 하지 않는 방법이며 그 돈이 생계에 쓰여지니 긍정적으로 생각해 버리고 마는 그녀에게 정체 모를 '로봇' 이라고 하는 한남자와의 만남은 일탈처럼 또 다른 사랑을 보여준다. 사장과의 사랑과는 너무도 다른 '로봇 3원칙' 을 외치고 있지만 자신도 모르게 빠져드는 사랑놀음, 하지만 그도 로봇의 떠남으로 인해 무참히 깨져버리고 만다. 로봇이라 했던 그도 그녀의 삶의 일부분이었을까. 어찌보면 정해진 사랑도 정해지지 않은 사랑도 우리가 간과하지 못하는 사이에 올 수 있고 떠날 수 있음을 알 수 있다. 어찌 사랑을 계획한 대로 각본에 짜여진듯이 맞이하고 받아들일 수가 있을까. 마음에 준비없이 내 앞에 어느날 우연히 '로봇' 처럼 나타날 수도 있고 그처럼 떠날 수도 있음이 사랑이다. 그래도 젖은 우산이 살갗에 달라붙는 것과 같아도 참고 견디어야 하는 것이 삶이다.

사은품인데 깨져도 괜찮아.
연애와 결혼은 따로일까.아님 연애의 미적지근했던 결론 때문에 또 다른 사랑과의 결혼을 선택한 것일까. 한선은 수진을 붙잡지 못하고 있다가 그녀가 결혼한다고 하니 갑자기 그녀에게 집착을 하듯 오래전에 자주했던 '여행' 을 떠 올리며 함께 결혼일주일전에 제주도 여행을 떠나자고 한다. 아무생각없이 '그러마' 하고 대답했던 수진을 늦은 밤 그녀가 몹시 피곤한 날 갑자기 납치를 하듯 하여 고속도로를 타고 동해까지 간 한선, 그들의 사랑은 맘에 드는 상품을 구매하고 받은 '사은품 접시' 처럼 이미 조각나고 말았던 것을 내처 깨우치지 못하고 그녀를 동해바닷가로 데리고 가 그녀의 맘을 확인한 한선, 그들의 앞에는 예측할 수 없는 '미래' 가 자리하고 있다. 우연하게 나타난 어부로 부터의 가격으로인해 크게 다친 한선, 그의 보호자가 아니라며 택시를 불러 서울까지 올라가는 수진에게 한선과의 사랑은 이미 조각난 접시일 뿐이다. 가끔 이미 깨져버린 사랑에 목매다는 이들이 있다. 마음은 이미 다른 우주를 찾아 떠났는데 자신에게 남아 있는듯 오해를 하며 떠난 사랑을 아프게 하다가 자신의 늪에서 헤어나오지 못하는 사람들을 보며 사람의 미련이 얼마나 무서운지를 가끔 본다. 수진에겐 사은품처럼 별 관심이 없던 예전 사랑인 한선, 그에게 일말의 사랑도 느끼지 못하는 그녀의 한마디 ' 전 안가요... 아니에요. 잘 모르는 사람이에요.'.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는 아무도...
그에게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아마추어로 레슬링을 하던 그가 학생들을 가르치다 기대하던 제자와의 일상적인 스파링에서 기술이 아이가 건 기술이 정확하게 들어 온 순간, 몸이 매트 밖으로 떨어지고 그는 머리를 바닥에 부딪히게 된다. 그리곤 이상한 일이 일어난다. 아내를 비롯하여 그의 가족이며 모두를 믿지 못하는 것. 그리곤 아내와의 사이는 멀어지게 되면서 그들은 프랑크프르트에 한국식당을 열게 되고 나는 그의 아내와 한달에 한번씩 하이델베르크 성에서 밀회를 즐긴다. 하지만 여자의 남편에게도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아무도 모르듯이 주인공인 '나' 에게도 무슨 일이 있었는지 모르게 그는 그동안의 밀회에 종지부를 찍듯 죽음을 선택한다.밀회를 계속 즐겼다면 세사람의 미래는 어떻게 되었을까.아내를 의심하는 남편, 그런 남편을 두고 다른 남자와 한달에 한번 밀회를 즐기는 여자,그들에게 미래는 있을 것일까.

마코토란 단편소설은 서정주의 '신부' 라는 시詩가 생각이 났다. '신부는 초록 저고리와 다홍 치마로/  겨우 귀밑머리만 풀리운 채/ 신랑하고 첫날밤을 아직 앉아 있었는데/ 신랑이 그만 오줌이 급해져서 냉큼 일어나/ 달려가는 바람에 옷자락이 문 돌쩌귀에 걸렸습니다/.... 짝사랑의 대가라도 되듯 자신이 원하는 사람은 꼭 누군가가 차지하고 자신은 점점 짝사랑을 즐기는 사람이 되어 가는 그녀앞에 한동안 짝사랑하던 마코토를 한국이 아닌 일본에서 만나면서 자신이 감정이 다시 흔들리는 것을 추스리기 위하여 화장실로 향하다가 옷걸이에 옷이 걸린것을 마코토가 붙잡은 것으로 알고 그에게 기습키스를 하는 그녀, 어찌 되었든 인연은 필연이 되어 다시 만나게 된다는 것일까. 우연을 가장하여 필연을 만들 수도 있다는 것일까. 한편으로는 반전이 재밌기도 하고 서정주님의 '신부' 라는 시처럼 그를 받아 들이지 못하면 영영 짝사랑만 할 수도 있다는 것을 말하듯 했던 재밌는 단편은 장편으로 발전을 시켜도 재밌을듯한 소설이다.

퀴즈쇼, 한치의 오차도 없던 아버지를 두었던 조은이는 영어캠프를 간 사이 뜻하지 않은 강도살인사건으로 가족을 잃게 된다. 그녀와 한동네에 살았던 정동국은 그녀의 사생활을 모두 알고 있었지만 그녀의 부모가 죽은 후에 생활은 그저 무성한 뜬소문으로만 만나게 되었는데 어느날 뜻하지 않게 둘은 퀴즈쇼에서 라이벌로 대결로 벌이게 된다. 마지막 문제에서 동국이 알던 문제의 정답을 사회자의 말을 듣다가 갑자기 기억하지 못하게 되고 은이가 그것을 맞추게 되면서 그녀가 퀴즈왕에 등극하게 되고 그들은 소문을 확인해주듯 만남을 계속한다. 그녀의 집에 가면서 그동안의 이야기를 듣던 그는 그녀를 이해하게 되고 그녀가 제안하는 '동거' 를 받아들여도 될까 하는 생각을 가져보며 그녀의 집에서 자게 된다. 

김영하가 그린 사랑은 이미 끝난 사랑인 '로봇' '여행' '밀회' 도 있지만 아직 알 수 없는 사랑인 '퀴즈쇼' 도 있다. 그들의 사랑이 발전할지는 모두 독자의 몫이다. 그가 보여준 13편의 이야기는 '이것은 타락에 관한 이야기다.' 라는 구절처럼 어찌보면 타락한 사랑이지만 그 또한 모두가 '견디어 내야만 하는 삶' 이란 것을 보여주는 듯 하다. 삶의 일부분들의 이야기를 '사랑' 이라는 주제에 맞추어 조각조각 잘라 놓은 듯 하다. 단편을 읽다보면 참 재밌는 이야기들이 많다. 단편으로 끝나지 말고 일본 작가 '무라카미 하루키' 처럼 자신의 단편을 장편으로 발전시켰으면 하는 바램을 가져보기도 하는데 우리나라는 그런 이야기를 들어보지 못한 듯 하다. 단편이 주는 느낌도 있지만 단편에서 다 못한 이야기를 '장편' 에서 다루어 주었으면 하는 괜찮은 이야기들도 많다. 어찌보면 장편을 쓰는 작가보다는 많은 이야기를 쏟아 내는 '단편' 을 쓰는 것이, 다양한 이야기를 그려내는 것이 더 어려운 일인듯도 하지만 하루키와 같은 작가가 나왔으면 하는 기대감을 놓아본다. 그런면에서 그가 어느 곳에서 발표하지 않은 단편들을 모아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는 아무도' 라는 의미 있는 제목으로 낸 단편들은 젊은 작가이지만 내겐 '가능성' 을 읽은 것 같다. 어려운 이야기보다는 삶에서 일어날 수 있는, 충분히 사건으로 접해 보았던가 주위에서 일어날 수 있는 일들인 삶의 한 단편을 본 듯 하여 재밌게 읽었다. 처음이었던 작가의 다른 작품들에 관심을 갖는 계기가 되었다. 읽지 못하고 쌓아 두었던 그의 작품들을 읽어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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못 가본 길이 더 아름답다
박완서 지음 / 현대문학 / 201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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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꿈꾸던 비단은 현재 내가 실제로 획득한 비단보다 못할 수도 있지만, 가본 길보다는 못 가본 길이 더 아름다운 것처럼 내가 놓친 꿈에 비해 현실적으로 획득한 성공이 훨씬 초라해 보이는 건 어쩔 수 없다.’  등단 40년의 노작가 박완서님의 에세이인 이 책을 읽노라니 읽은지 조금 지났지만 전작이라 할 수 있는 <호미>가 생각난다. 그 책은 작가님이 직접 화단에서 키운 봉숭아씨를 선물로 받은 것이 있는데 씨를 뿌리지는 않았지만 지금도 간직을 하고 있다. <호미>에서도 보면 단독주택에 살면서 노년의 삶이 게을러지기 쉬운데 화단을 가꾸며 남보다 바지런하고 꽃을 피우는 식물사이에 나는 ’잡초’ 를 결코 용서를 못 하시듯 손수 화단에서 몇 시간씩 노동을 하시면서도 틈틈이 그 일상을 글로 담아 내어 읽는 맛과 작가이지만 노년의 삶을 좀더 깊숙히 들여다 볼 수 있는 기회였다. 이 책에서도 화단을,마당을 가꾸시는 이야기가 많이 등장을 한다. 먼저 단독주택을 선택하실 때, 지금은 갈 수 없는 개성에 있는 고향집 앞마당에 있던 ’살구나무’ 를 기억해 마당에 살구나무가 있는 집을 선택하신 것 하며 목련나무와의 긴긴 십여년의 싸움끝에 사람이 아닌 그 나무와 많은 이야기를 나누고 마지막엔 남을 위하여 베어버린 아쉬움을 남긴 이야기가 서민적이면서도 어쩌면 노작가에게서 40여년 동안 쉼없이 이야기가 술술 풀려 나왔던 것은 그런 일상이 있기 때문이 아닐까 생각을 해 본다.

이 책을 읽기 전에 <환각의 나비> 를 읽었다. 단편들로 구성된 책은 ’여자의 삶,여자의 이야기’ 로 꾸며져 여자들이 품고 있는 깊고 깊은 동굴속을 들여다 볼 수 있는 기회가 되었는데 찡한 여운도 남겨 주었다. 그 이야기들 또한 자신의 삶이 어느정도는 베어 있을 것이다. 6.25와 그 전쟁의 피해를 누구보다 뼈저리게 겪어야 했던 전쟁세대이기에 작가의 책에는 상흔이 담겨진 이야기들이 빠짐없이 등장을 하면서 가지 못하는 고향에 대한 이야기와 어머니와 오빠에 대한 가족에 대한 이야기가 나온다. 그 어려움속에서도 소녀가장처럼 삶을 책임져야 했던 작가의 강단진 삶이 마당에 허투루 난 잡초하나 허락할 수 없는 부지런함과 자신만의 틀을 구축했는지도 모르겠다. 언제 또 작가의 산문집을 접하게 될지 모르지만 이 책에서는 일상과 관련된 에세이와 책을 읽고 난 리뷰라고 할 수 없이 오솔길로 빠진 이야기지만 책에 관한 이야기와 그리고 작가의 인생에서 큰 획을 그은 ’인연’ 깊었던 ’박경리 선생님’ 과 ’김수환 추기경님’ 그리고 작가의 첫소설 <나목> 을 탄생하게 했던 ’박수근 화백’ 에 대한 이야기가 나온다.

꿈에 그리는 고향, 개풍
우리가 흔히 ’서울 가 본 사람보다 안가본 사람이 이긴다’ 라는 말이 있지만 어린시절 추억을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는 꿈 속 고향에 대한 작가의 향수는 노년의 삶까지 바꾸어 놓은 듯 하다. 우리가 간직하고 있고 명절이면 교통대란을 겪으면서도 귀소본능처럼 찾아가는 ’고향’ 은 어릴적 고향과는 다르다. 산천이 변화고 세월에 이기는 장사없듯이 어린시절 고향과는 판이하게 달라졌지만 그래도 그 고향을 찾아 우리는 긴긴 행렬을 이어간다. 하지만 작가의 고향은 분단이 아픔으로 인해 어린시절 추억으로만 고스란히 남아 있을 뿐이다. 그래서 더 아름답고 지금도 변하지 않는 그곳을 간직하고 있는 것일까. 글 속에서 보여주는 고향에 대한 것들이 때 묻지 않아서 좋다. 그 고향이 초가지붕이던 살구나무에 살구꽃이 환하게 핀 풍경이든 아직 빛이 덜 바랜 고향을 간직하고 있다는 것은 아름다운 일인 듯 하다.

책들이 넘쳐나는 작가의 서가, 탐나다.
작가들은 책을 사지 않을 것만 같다. 여기저기 출판사에서 보내주는 책들로 넘쳐날 듯 한데 그 또한 아닌가보다. 한달에 네댓권은 책을 구매를 하신다니 대단하시다. 일본여행을 가셔서도 당신의 책이 꽂혀 있는 곳 보다는 어려운 시절 자식들에게 손수 떠 입혀 주었던 손뜨개책이 놓인 곳이나 마당을 가꾸며 도움이 되는 원예책이라 하니 정말 대단하시다. ’ 나는 그 매장에서 읽던 뜨개질 책과 원예책을 샀다. 원예책은 우리 마당을 가꾸는 데 참고가 될까 해서이고, 뜨개질책은 다시 뜨개질을 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그 정확성의 아름다움 때문이다. 서가에 읽기 위한 책 말고 때때로 꺼내보고 애무할 수 있는 책을 가까이 꽂아놓을 수 있는 것도 나의 은밀한 기쁨이다.’ 그 연세에도 책 욕심이 끊임이 없고 서가를 정리하여 아파트나 책이 필요한 성당이나 그외 시설에 보내시는 것을 보면 책은 혼자만이 아닌 여러사람과 나누었을 때 더 보람이 있다는 것을 느꼈다. 나 또한 내책장이 넘쳐나기 시작하여 두권이나 그외 겹치는 책이나 내가 보지 않는 책은 주위 사람들에게 잘 나누어주게 되었다. 딸들은 학교에서 읽고 싶은 책을 학교도서관 보다는 엄마의 책장에서 가져가는 것을 더 좋아한다. 앞으로 더 많은 책이 쌓이게 되겠지만 내 주위를 둘러보며 함께 나눌 수 있는 곳을 찾아보는 것도 좋은 방법이란 것을 배운다.

’소설을 재미로 읽지 공부하려고 읽지는 않으니까.’ - 책들의 오솔길
노작가의 책에 대한 이야기는 리뷰라기 보다는 책에 대한 것을 쓰면서 ’오솔길’ 로 빠진 이야기라고 하여 더 재밌다. ’책들의 오솔길’ 제목부터 참 근사하고 무언가 책에 대한 숨어 있는 이야기들이 마구마구 쏟아져 나올 것만 같다. ’잃어버린 것들의 책’ 은 우리집에도 있지만 난 아직 읽지 않았는데 글을 읽다보니 얼른 읽고 싶어졌다. 리뷰를 이렇게 써다 재밌겠다는 생각도 가져보게 되었다. 꼭 책에 대한 감상문처럼 작성하기 보다는 내 재밌는 이야기를 써도 좋겠다는 것을 살짝 훔쳐본다. 책들의 오솔길에서는 내가 읽은 책이 신경숙의 ’엄마를 부탁해’와 김연수의 ’밤은 노래한다’ 정민작가는 다른 책을 읽어 보았고 최순우의 ’무량수전 배흘림기둥에 기대서서’ 도 읽은 책이고 ’어느 가슴엔들 시가 꽃피지 않으랴’ 라는 가끔 꺼내 보는 시집이며 박경리의 유고시집인 ’버리고 갈 것만 남아서 참 홀가분하다’ 도 읽은 책이고 ’빈센트 반 고흐의 영혼의 편지’ 는 예전에 읽은 책이라 더 가깝게 오솔길을 느긋하게 걸어볼 수 있었던 것 같다.노작가님이 풀어내는 구수한 이야기와 함께 하니 위에 나열한 책들이 더 재밌어졌다. 작가들은 남의 책을 잘 읽지 않을것만 같은데 일본이 무라카미 하루키며 국내의 구간 신간을 아우르며 독서를 하시는 듯 하여 존경스럽다. 주말에 아이들을 학교에 데려다 주며 가다가 라디오를 듣게 되었다. 그곳에서 나온 말중에 ’정적인 취미활동인 독서나 영화감상 음악감상등은 많은 행복을 준다. 하지만 동적인 취미활동은 정적인 취미활동보다는 많은 행복감을 주지 않는다’ 라는 말을 들으며 운동을 즐기는 남편에게 이제 ’정적인 취미인 독서’ 를 많이 하라는 충고를 해 주었는데 나이가 들어도 게으름을 피울 수 없는 것이 ’독서’ 인 듯 하다. 마당을 가꾸듯 내면을 아름답게 가꾸고 계신 노작가의 독서이야기를 읽고 나니 덥다고 게으름을 피웠던 내가 살짝 부끄러워졌다. 

그리움을 위하여.
’그리움’ 내게도 박경리 작가님은 그리움의 대상이며 아직도 우리 곁에 머물러 계신것만 같다. 내가 독서에 깊게 빠져들게 된 것이 박경리 작가의 <토지21권> 이란 작품으로 인해서이다. 늘 사진을 보면 텃밭을 일구어 계신 모습이라 이웃집 할머니같은 옆집 할머니 같은 생각을 가졌는데 작가의 책을 읽으면 정말 대단하다는 것을 느낀다. 토지의 작품에서도 보면 인물 한 명 한 명이 모두 살아 움직이는 것처럼 생생하게 그려냈다. 지난 봄엔 악양의 최참판댁에 여행을 가게 되었다. 그곳에서 다시 한번 작가의 혼과 작품을 만나는 기분이 들었는데 작가의 마지막을 생생히 옮겨 주신 글을 보니 그리움이 더했다. 그리고 모두에게 천진한 웃음을 남겨 주시고 ’사랑하세요’ 라는 말을 남기신 김수환 추기경님, 여고때 천주교 학교를 다녀서인지 믿음은 없지만 수녀님들과 신부님들을 보면 남다르지 않다. 그래서 더 와 닿았던 추기경님 그 빈자리가 더 크게 느껴진다. 노작가에게 <나목>이란 소설을 탄생하게 해준 박수근화백님에 대한 이야기 또한 맛깔스럽게 그리움과 함께 한다. 작가에게도 그리움의 대상이지만 위의 세 분은 우리에게도 큰 그리움이다. 사람은 가고 작품은 오래도록 남아 아직도 읽혀지고 대대로 읽혀지겠지만 연세가 지긋하신 작가에겐 더할 수 없는 그리움이리라.작가의 책들을 다 읽어본 것은 아니다. 이제서 시작이듯 몇 권 읽어 보았지만 일생동안 풀어낸 글이 지금도 쉼없이 나오고 있다는 것이 놀랍고 누구보다 부지런하게 마당을 가꾸시고 주위를 둘러 보시고 흐트러짐 없이 강단진 모습을 이렇게 책으로 보여주심이 더 없이 감사하다. 나이가 들 수록 글과 말을 아끼기 보다는 좀더 퍼내어 남겨 주심이 감사하다. 좀 더 시간을 가지고 읽지 못한 작가의 책을 읽어볼 기회를 가져야 할 듯 하고 우리에게 그리움이 되지 않게 건강하게 사셨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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