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 남자
베른하르트 슐링크 지음, 김재혁 옮김 / 이레 / 2009년 3월
평점 :
절판


인생에 정답이 없듯이 사랑에도 답은 없는 듯 하다. 그 사랑이 또한 어떤 사랑이듯 기쁨도 있지만 아픔과 영원한 상처가 되는 사랑도 있다. 전작 <더 리더 - 책 읽어 주는 남자> 로 깊게 각인된 작가는 <더 리더> 와는 또 다른 여섯가지의 사랑을 쏟아냈다. '더 리더' 는 무랄까 충격이면서도 아쉽고 안타까움이 많이 남았던 그런 사랑이었다. 짧은 사랑이지만 인생을 흔들어 놓았던 사랑이고 인생을 변하게 했던 사랑이었는데 이 책에서 다루고 있는 사랑 또한 '사랑의 상채기' 같은 인상을 남겨준다.

소녀와 도마뱀, 소년이 낮잠을 자곤 하던 아버지의 서재에 걸려 있던 '의미' 를 모르겠던 그림 한 점. 그 그림에 대한 이야기나 그외 모든것은 밖으로 세어 나가면 안된다. 왜 일까? 하지만 소년은 소년기부터 청년기까지 그 그림에 대한 사랑이 점점 커져만 간다. 아버자가 돌아 가신 후, 그림의 비밀을 캐기 시작하여 그동안 비밀에 쌓여 있던 열쇠를 풀 듯 하지만 아버지가 그 그림을 어떻게 소장하게 되었는지 누가 진짜 소유주였는지 그가 세상에 내놓으면 '진실' 이 밝혀질듯 하여 그는 세상에 단 한 점 밖에 없는 그 그림을 감정하기 보다는 자신안에서 불태우고 만다. 하지만 그 그림이 가지고 있던 진짜 진실은 불타면서 아주 짧은 순간에 만질 수도 없는 '재' 와 같은 상태에서 짧게 보여지다 사라진다. 진짜 그림위에 덧칠한 가짜 그림. 그림을 불태우고 자신안에 있던 그림속 소녀가, 아니 여인이 사라지고 나서 비로소 자유를 얻는 그, 소설의 배경이 50년대에서 60년대 경이라 그런지 유대인과 관련된 소설이라 '더 리더' 와 겹쳐 생각해 볼 만 하다.

외도, 내 남편이나 아내가 아닌 다른 사람과의 사랑을 외도라고 혹은 불륜이라 할 수 있겠지만 이 소설은 독일이 통일되고 서독과 동독이 하나로 되어 가는 과정에서 빚어지는 오해와 어긋남을 극복해 가는 과정이다. 겉으론 자유를 부르짖는 남편이 아내와 친구들의 정보를 비밀경찰에 팔아 넘기고 그 사실을 나중에서야 알게 되면서 부부는 갈등을 겪게 된다. 하지만 어른들은 이념이 다르고 소통의 방법이 달라 싸움과 서로에게 등을 돌리지만 어린 딸은 세대가 달라서일까 어른들이 어렵게 여기는 이념도 필요없이 모두를 하나로 '소통' 하게 한다. 생일초대에 어린이 친구나 그외 어른 친구를 초대하면서 어른들이 이루지 못한 소통을 원할하게 단한번에 해치우는 꼬마소녀, 어른들이 만들어 놓았던 이념의 잣대처럼 걸쳐 있던 장벽도 아이들에게는 아무런  벽이 될 수 없다는 것. 모든것은 손바닥 안과 겉처럼 생각하기 나름인데 그 백지한장 차이를 벗어나기 위하여 우린 얼마나 많은 세월을 보냈나 하는 생각을 가져본다. 세월이 지나면 그 모든것들은 스르르 흐려지고 말 문제이겠지만 구시대의 골수에 박혀 있던 이념을 단번에 바꾸기엔 어려울 것이다. 그런면에서 만약에 우리가 통일이 된다면 우리에겐 어떤 문제가 나타나게 될까 생각을 해보게 하는 작품이다.

다른 남자, 아내가 갑자기 암으로 죽었다. 그런 아내에게 들어보지도 못하고 전혀 알지도 못하던 '숨겨 놓은 남자' 가 있다면 혼자 남겨진 남편은 혹은 아내라면 어떻까? 아내가 죽은지 모르고 예전의 주소지로 그녀에게 편지를 보내는 남자, 그녀가 암으로 죽었다고 편지를 썼지만 믿지 않고 답장을 주어서 너무 고맙다며 자꾸만 편지를 보내오는 남자를 찾아 나서는 남편. 대체 그녀에게 언제부터 '다른 남자' 가 존재했던 것일까? 아내의 비밀서랍을 열어 오래전 편지와 사진을 보고는 '다른 남자' 의 정체를 확인한 후 그를 찾아가 우연인듯 그를 캐는 남편, 하지만 아내의 '다른 남자' 는 허풍쟁이에 별 볼일 없는 남자였다. 하지만 자신보다 아내를 더 잘 알고 있는 것처럼 말한다. 용서할까 말까? 그는 아내가 죽은지도 모르고 그녀를 자신이 베풀수 있는 범위에서 잔치를 벌이기 위해 '초대' 를 한다. 그 경비마져 남편에게 꾸는 남자, 언제 자신이 그녀의 남편이란 것을 밝혀야 한단 말인가. 지금까지 복수를 했다고 하고 한발 물러서려던 남자는 경비를 꾸어주고 자신의 존재를 밝힌 후 집에 돌아오지만 그의 잔치가 어떻게 될지 궁금하여 다시 다른 남자의 잔치날에 찾아가 현장을 보게 된다. 다른 남자는 그만의 방식으로 아내를 추모하고 그녀를 마지막 축제처럼 보내고 있었던 것. 사랑의 복수라 했지만 그 또한 죽은 아내에게서 벗어나 현실로 돌아오는 길이 되었던 '다른 남자의 초대' , 이런 사랑을 알게 된다면 정말 어떤 기분이 들까 생각을 해보니 답이 없다. 어떻게든 복수를 해주고 싶은 마음이야 있겠지만 죽은 아내에게도 무언가 '진실' 이 있었을 듯 하다. 다른 남자와의 사랑을 결혼생활중에 이야기를 했다면 그들의 사랑이 온전히 지켜질 수 있었을까. 그 또한 자신이 간직하고 있는 '아내의 상' 을 반듯하게 담을 수 있었을까. 진실을 밝히는 것이 좋은 것도 있지만 비밀로 간직해서 얻는 것이 더 많다면 지키는 것이 더 현명할 것이다. 아내의 선택은 가정을 지키고 남편과의 사랑을 지켜내기 위한 것이었을 것이다.

어버지가 아들에게 남긴 비밀이나 남편이 비밀경찰에게 아내와 친구들의 정보를 팔아 넘기는 것이며 아내가 죽은 후에 밝혀지는 '아내의 진실' 이 밝혀지게 되는 사랑이나 그외 펼쳐지는 이야기들이 사랑은 하는 것보다 사랑을 지키는 것이 더 힘들다는 것을 말해준다. 아버지의 진실을 지켜내기 위하여 청년은 그림을 불태우고 아내의 불륜을 어쩌지 못하고 덮어버리는 남편, 그들은 그 후에도 아무일도 없었다는 듯이 잘만 살고 있다. 아내가 죽었지만 죽으면서까지 말하지 않았던 과거 속 사랑, 그것을 비밀에 부치며 끝까지 지켜낸 가정과 사랑, 슐링크는 '더 리더' 에서도 한나가 자신의 문맹을 평생을 함구하고 사랑을 지켰듯이 사랑을 하거나 사랑의 그 모든 단계보다는 '지키는 것' 에 더 중점을 둔다. 그래서 그가 더 기억에 남을까. 쉽게 포기하고 쉽게 생각할 수 있는 사랑이 그에게 오면 말뚝에 박히듯 그 자리에서 단단해진다. 외도나 불륜을 했어도 현재의 사랑을 잘 감싸주고 안아주고 보듬어 주어 지켜내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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