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슨 일이 일어났는지는 아무도
김영하 지음 / 문학동네 / 2010년 7월
평점 :
구판절판


작가의 전작 <퀴즈쇼>를 구매해 놓고도 어찌하다 보니 읽지를 못했다. 내게 작가는 익숙한 이름이지만 아무것도 저장된것이 없으니 13편의 단편소설들은 신선했다. 남녀의 사랑에 대하여 각기 다른 모습을 보여주면서 그들의 사랑에 대해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는 아무도 모른다' 라고 단정해도 될 것처럼 제목이 무척 인상깊다. 남녀사이는 그 둘 밖에는 타인의 눈으로 그 깊은 속을 들여다 보기엔 너무 알 수가 없는 부분이 많다. 겉으로 행복하게 그려지던, 잘 살고 잘 지내던 사람들이 하루아침에 이별을 할 수도 있고 남남 같던 두사람이 하루아침에 '결혼' 이라는 굴레를 쓰기도 하는 것을 보면 남녀 사이는 '한마디' 로 단정한다는 것은 무리다. 그 복잡미묘한 간극을 그려주듯 하는 소설들은 저마다 특색이 있으면서 반전이 재밌기도 하다.

'삶이란 별게 아니다. 젖은 우산이 살갗에 달라붙어도 참고 견디는 것이다.'
출근길, 사람으로 붐비는 지하철 안에서 타인의 젖은 우산이 자신의 다리를 건드리고 있어도 '참고 견디는 것' 이라고 몇 번이고 되뇌이며 다짐을 하는 긍정적 마인드를 가진 그녀, 하지만 회사에서는 젊은 사장에서 노골적인 댓가성 성관계를 가지고 있으면서도 그것이 또한 뒤를 구리게 하지 않는 방법이며 그 돈이 생계에 쓰여지니 긍정적으로 생각해 버리고 마는 그녀에게 정체 모를 '로봇' 이라고 하는 한남자와의 만남은 일탈처럼 또 다른 사랑을 보여준다. 사장과의 사랑과는 너무도 다른 '로봇 3원칙' 을 외치고 있지만 자신도 모르게 빠져드는 사랑놀음, 하지만 그도 로봇의 떠남으로 인해 무참히 깨져버리고 만다. 로봇이라 했던 그도 그녀의 삶의 일부분이었을까. 어찌보면 정해진 사랑도 정해지지 않은 사랑도 우리가 간과하지 못하는 사이에 올 수 있고 떠날 수 있음을 알 수 있다. 어찌 사랑을 계획한 대로 각본에 짜여진듯이 맞이하고 받아들일 수가 있을까. 마음에 준비없이 내 앞에 어느날 우연히 '로봇' 처럼 나타날 수도 있고 그처럼 떠날 수도 있음이 사랑이다. 그래도 젖은 우산이 살갗에 달라붙는 것과 같아도 참고 견디어야 하는 것이 삶이다.

사은품인데 깨져도 괜찮아.
연애와 결혼은 따로일까.아님 연애의 미적지근했던 결론 때문에 또 다른 사랑과의 결혼을 선택한 것일까. 한선은 수진을 붙잡지 못하고 있다가 그녀가 결혼한다고 하니 갑자기 그녀에게 집착을 하듯 오래전에 자주했던 '여행' 을 떠 올리며 함께 결혼일주일전에 제주도 여행을 떠나자고 한다. 아무생각없이 '그러마' 하고 대답했던 수진을 늦은 밤 그녀가 몹시 피곤한 날 갑자기 납치를 하듯 하여 고속도로를 타고 동해까지 간 한선, 그들의 사랑은 맘에 드는 상품을 구매하고 받은 '사은품 접시' 처럼 이미 조각나고 말았던 것을 내처 깨우치지 못하고 그녀를 동해바닷가로 데리고 가 그녀의 맘을 확인한 한선, 그들의 앞에는 예측할 수 없는 '미래' 가 자리하고 있다. 우연하게 나타난 어부로 부터의 가격으로인해 크게 다친 한선, 그의 보호자가 아니라며 택시를 불러 서울까지 올라가는 수진에게 한선과의 사랑은 이미 조각난 접시일 뿐이다. 가끔 이미 깨져버린 사랑에 목매다는 이들이 있다. 마음은 이미 다른 우주를 찾아 떠났는데 자신에게 남아 있는듯 오해를 하며 떠난 사랑을 아프게 하다가 자신의 늪에서 헤어나오지 못하는 사람들을 보며 사람의 미련이 얼마나 무서운지를 가끔 본다. 수진에겐 사은품처럼 별 관심이 없던 예전 사랑인 한선, 그에게 일말의 사랑도 느끼지 못하는 그녀의 한마디 ' 전 안가요... 아니에요. 잘 모르는 사람이에요.'.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는 아무도...
그에게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아마추어로 레슬링을 하던 그가 학생들을 가르치다 기대하던 제자와의 일상적인 스파링에서 기술이 아이가 건 기술이 정확하게 들어 온 순간, 몸이 매트 밖으로 떨어지고 그는 머리를 바닥에 부딪히게 된다. 그리곤 이상한 일이 일어난다. 아내를 비롯하여 그의 가족이며 모두를 믿지 못하는 것. 그리곤 아내와의 사이는 멀어지게 되면서 그들은 프랑크프르트에 한국식당을 열게 되고 나는 그의 아내와 한달에 한번씩 하이델베르크 성에서 밀회를 즐긴다. 하지만 여자의 남편에게도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아무도 모르듯이 주인공인 '나' 에게도 무슨 일이 있었는지 모르게 그는 그동안의 밀회에 종지부를 찍듯 죽음을 선택한다.밀회를 계속 즐겼다면 세사람의 미래는 어떻게 되었을까.아내를 의심하는 남편, 그런 남편을 두고 다른 남자와 한달에 한번 밀회를 즐기는 여자,그들에게 미래는 있을 것일까.

마코토란 단편소설은 서정주의 '신부' 라는 시詩가 생각이 났다. '신부는 초록 저고리와 다홍 치마로/  겨우 귀밑머리만 풀리운 채/ 신랑하고 첫날밤을 아직 앉아 있었는데/ 신랑이 그만 오줌이 급해져서 냉큼 일어나/ 달려가는 바람에 옷자락이 문 돌쩌귀에 걸렸습니다/.... 짝사랑의 대가라도 되듯 자신이 원하는 사람은 꼭 누군가가 차지하고 자신은 점점 짝사랑을 즐기는 사람이 되어 가는 그녀앞에 한동안 짝사랑하던 마코토를 한국이 아닌 일본에서 만나면서 자신이 감정이 다시 흔들리는 것을 추스리기 위하여 화장실로 향하다가 옷걸이에 옷이 걸린것을 마코토가 붙잡은 것으로 알고 그에게 기습키스를 하는 그녀, 어찌 되었든 인연은 필연이 되어 다시 만나게 된다는 것일까. 우연을 가장하여 필연을 만들 수도 있다는 것일까. 한편으로는 반전이 재밌기도 하고 서정주님의 '신부' 라는 시처럼 그를 받아 들이지 못하면 영영 짝사랑만 할 수도 있다는 것을 말하듯 했던 재밌는 단편은 장편으로 발전을 시켜도 재밌을듯한 소설이다.

퀴즈쇼, 한치의 오차도 없던 아버지를 두었던 조은이는 영어캠프를 간 사이 뜻하지 않은 강도살인사건으로 가족을 잃게 된다. 그녀와 한동네에 살았던 정동국은 그녀의 사생활을 모두 알고 있었지만 그녀의 부모가 죽은 후에 생활은 그저 무성한 뜬소문으로만 만나게 되었는데 어느날 뜻하지 않게 둘은 퀴즈쇼에서 라이벌로 대결로 벌이게 된다. 마지막 문제에서 동국이 알던 문제의 정답을 사회자의 말을 듣다가 갑자기 기억하지 못하게 되고 은이가 그것을 맞추게 되면서 그녀가 퀴즈왕에 등극하게 되고 그들은 소문을 확인해주듯 만남을 계속한다. 그녀의 집에 가면서 그동안의 이야기를 듣던 그는 그녀를 이해하게 되고 그녀가 제안하는 '동거' 를 받아들여도 될까 하는 생각을 가져보며 그녀의 집에서 자게 된다. 

김영하가 그린 사랑은 이미 끝난 사랑인 '로봇' '여행' '밀회' 도 있지만 아직 알 수 없는 사랑인 '퀴즈쇼' 도 있다. 그들의 사랑이 발전할지는 모두 독자의 몫이다. 그가 보여준 13편의 이야기는 '이것은 타락에 관한 이야기다.' 라는 구절처럼 어찌보면 타락한 사랑이지만 그 또한 모두가 '견디어 내야만 하는 삶' 이란 것을 보여주는 듯 하다. 삶의 일부분들의 이야기를 '사랑' 이라는 주제에 맞추어 조각조각 잘라 놓은 듯 하다. 단편을 읽다보면 참 재밌는 이야기들이 많다. 단편으로 끝나지 말고 일본 작가 '무라카미 하루키' 처럼 자신의 단편을 장편으로 발전시켰으면 하는 바램을 가져보기도 하는데 우리나라는 그런 이야기를 들어보지 못한 듯 하다. 단편이 주는 느낌도 있지만 단편에서 다 못한 이야기를 '장편' 에서 다루어 주었으면 하는 괜찮은 이야기들도 많다. 어찌보면 장편을 쓰는 작가보다는 많은 이야기를 쏟아 내는 '단편' 을 쓰는 것이, 다양한 이야기를 그려내는 것이 더 어려운 일인듯도 하지만 하루키와 같은 작가가 나왔으면 하는 기대감을 놓아본다. 그런면에서 그가 어느 곳에서 발표하지 않은 단편들을 모아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는 아무도' 라는 의미 있는 제목으로 낸 단편들은 젊은 작가이지만 내겐 '가능성' 을 읽은 것 같다. 어려운 이야기보다는 삶에서 일어날 수 있는, 충분히 사건으로 접해 보았던가 주위에서 일어날 수 있는 일들인 삶의 한 단편을 본 듯 하여 재밌게 읽었다. 처음이었던 작가의 다른 작품들에 관심을 갖는 계기가 되었다. 읽지 못하고 쌓아 두었던 그의 작품들을 읽어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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