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주 전에 시내에 나갔다가
『The Second Sex』을
샀다. <바로드림>으로 구입하면 알라딘보다 5,000원이 저렴해 충동적으로 그만…. 충동구매는 후회를 부른다. 거의 대부분.
『가부장제와
자본주의』는 도서관에 희망도서로 신청한 책이라서 대출 건수를 늘려주는 특별 관리가 필요하다.
내가 좋아하는 아무개님이 이 책에 별 3개를 주면서(*^^*),
7장 ‘새로운 사회에 대한 페미니스트적 전망에 대하여’ 만
읽어도 되겠다 하셔서 그렇게 해볼까 생각 중이다.
『젠더와
민족』은
정희진님의 토요일 칼럼에 소개된 책이다. 상호대차로 빌린 책이라 가능하면 꼭 읽어보려 했는데, 전혀 가능하지가 않았다. 생각보다 어려워 이번에 돌아가면 이 책을
다시 볼 수 있을까. 잘 가. 아쉽지만 빠이 빠이~~
책 세 권을 미뤄두고, 오늘
읽은 책은 『나는 과학이 말하는 성차별이 불편합니다』. 아직 3분의 1 밖에
읽지 않아 자세한 이야기는 뒤로 하고. 지금까지 읽었던 부분 중에서는 이 부분이 인상깊었다.
진화심리학은 인간의 욕망이 꽂히는 지점이
저마다 다른 이유가 무엇인지도 설명하지 못한다. 진화심리학자들은 우리의 욕망이 다른 동물들의 번식 본능과
유사한 것인 양 말한다. 하지만 그것은 잘못된 묘사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 또는 그녀가 번식적 이점을 제공한다는 이유로 기꺼이 동침하지는 않기 때문이다. 우리 앞에
있는 상대가 유전적 로또일 때도, 그 사람이 자신의 욕망을 불러일으키는 별난 조건들을 충족시키지 않을
경우 억지로 욕망을 불러일으킬 수 없다. 덜 까다로운 사람들도 있지만,
인간의 욕망이 보여주는 진정으로 놀라운 점은 그것이 매우 차별적이라는 것이다. …. 요컨대 우리는 특정한 사람, 특정한
배우자를 진화심리학이 설명할 수 없는 전혀 대체 불가능한 존재로 경험한다. (127쪽)
특정한 사람에게 느끼는 설명할 수 없는 감정, 내 앞의 그 사람이 전혀 대체 불가능한 존재로 느껴지는 그런 순간. 그런
순간을 설명할 때, 보통은 ‘사랑에 빠졌다’고 한다. 우리가 특정한 사람, 특정한
존재에게 한없이 끌리는 순간, 그의 인력에 거부할 수 없는 순간, 내
눈동자와 손과 발, 몸 속 세포 하나 하나가 오직 그 사람에만 향하는 그 순간을 우리는 설명할 수 없다. 증명할 수 없고, 밝혀낼 수 없다.
『욕망의
진화』의
저자 데이비드 버스는 배우자 자질에 대한 선호도에 나타나는 차이에서 성차이로 설명할 수 있는 부분은 아주 작았음을 시인하면서도(99쪽), 여성들은 무엇보다 돈 (그리고
지위)를 원하는 반면 남성들은 무엇보다 젊음(그리고 아름다움)을 원한다는 개념에 전적으로 의존한다. (101쪽) 버스의 주장에 반박하는 이 책 『나는 과학이 말하는 성차별이 불편합니다』는 진화심리학이라는 분야가 남녀에
대한 문화적 가정들을 토대로 가설을 세우고 이러한 가설의 타당성을 입증하기 위해 증거를 조작하는 데 망설임이 없는 ‘과학’이라고 주장한다. (105쪽) 그런 과정이 ‘과학적’이라는
전제하에 말이다.
조금 더 읽어봐야 알 수 있겠지만, 진화심리학은 인간, 느끼고 생각하고 말하는 존재로서의 인간을 무시하는
듯하다. 인간은 영장류의 한 종류인 동물일 뿐이고, 또한
한낱 동물에 불과하지만, 본능에 따르지 않는, 본능을 넘어서는
영역에 대한 설명에서는 많이 부족하다는 생각이다. 예를 들면, 사랑. 나에게 유익하지도 않고, 나를 이롭게 하지도 않는, 오히려 나를 절망과 한숨의 구렁텅이로 몰아넣는 그 어떤 대체 불가능한 존재에 대해, 내가 느끼는 감정과 느낌을 어떻게 설명할 것인가. 한없이 이타적으로
변해버리는, 희생을 희생이라 여기지 않는, 내가 가진 모든
것을 양보해버리는 혹은 양보하고 싶은 그런 순간들을 어떻게 설명할 것인가. 설명이 불가능한 그 모든
행복하고 즐거운, 절망과 후회의 순간들을 어떻게 설명할 것인가.
사실,
우리의 관심을 끄는 타인의 특징은 아주 사소한 것일 때가 많다. 우리는 그 사람의 목소리
톤, 눈빛, 코, 턱, 눈썹, 손톱 모양, 또는
커피 잔을 집는 방식에 매료되기도 한다. 한 사람이 말하거나 움직이는 방식도 엄청난 영향을 미칠 수
있다. 한 남성이 과거의 상처로 방황하는 모습이 어떤 여성들의 욕망을 불러일으킬 수도 있다. 한 남성의 무엇이 자신을 매료시키는지 구체적으로는 이해하지 못해도, 그
남성의 ‘독특한 분위기’를 말하며 그 수수께끼 같은 자질을
묘사하는 여성들도 있다. (126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