혁명하는 여자들
조안나 러스 외 지음, 신해경 옮김 / 아작 / 2016년 9월
평점 :
구판절판




『혁명하는 여자들 Sisters of the Revolution』 


<늑대여자> 


『혁명하는 여자들』에는 여성 작가 15명의 페미니즘 작품이 수록되어 있다. 1960년대 후반부터 시작해 1970년대에 젠더와 성역할, 가부장제에 주목한 2차 페미니즘 물결이 일었는데, 페미니즘 SF 소설의 황금기는 이 2차 페미니즘 물결과 함께 했다. (책날개)






두번째 단편 <늑대여자>는 수전 팰위크의 작품이다. 수전 팰위크는 미국의 작가 겸 편집자로 그녀의 소설은 판타지 예술을 위한 국제협회(IAFA)가 수여하는 윌리엄 L. 크로포드상과 미국도서관협회가 수여하는 알렉스상, 네바다 작가 명예의 전당이 수여하는 실버펜상등을 수상했다.



칠 대 일. 그게 비율이었다. 넌 조너선이 그걸 이해하고 있는지 확인했다. “, 당연하지.” 그가 말했다. “개하고 똑같잖아. 너의 일 년이 인간으로 치면 칠 년. 누구나 아는 얘기야. 하지만 그게 왜 문제가 되겠어, 자기. 우리가 이렇게 서로를 사랑하는데?” (35)



<늑대여자>는 남편을 따라 고향을 떠난 여자의 이야기다. 눈부신 아름다움을 소유한 여자가 다른 여자들에게 미움 받는 이야기이고, 육체적, 성적 아름다움을 잃어갈 때 여자가 느끼는 상실감에 대한 이야기이다. 경제력이 없는 여자가 남편에게서 독립하려 할 때 느끼는 두려움에 대한 이야기이며, 여자가 지적으로 성숙해질 때 남자들이 얼마나 싫어하는지에 대한 이야기다. 사랑이 식어 버린 남자에게서 탈출하려는 여자의 이야기며, 떠나겠다고 말할 때 사랑했던 사람에게 협박당하는 여자의 이야기이고, 건강을 잃은 여자가 남자에게서 버림받는 이야기이다. <늑대여자>는 한 달에 3주를 인간으로, 한 주를 늑대로 살아야하는 늑대여자에 대한 이야기다.



넌 무리 짓는 짐승이었고, 위계를 갈망하는 짐승이었고, 그리고 너, 제시는 한 사람만의 개였다. 너의 그 사람은 조너선이었다. 넌 그를 숭배했다. 넌 그를 위해선 무슨 일이든 했다. (38)



남자와 여자가 만나, 사람과 사람이 만나 서로를 깊이 사랑하게 되었을 때, 사랑에 빠진 사람은 그 사람을 위해 무슨 일이든 한다. 잘 하지 못했던 일을 도전하게 되고, 하기 싫은 일도 해보려 노력한다. 그 사람을 위해서다. 사랑하는 그 사람을 위해 무슨 일이든 한다.


늑대여자 제시는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 숭배하는 남자를 위해 완벽한 여자가 되려 한다. 그를 위해 무슨 일이든 한다.



넌 운전을 배웠고, 손님 접대하는 법을 배웠다. 넌 다리털을 밀고 눈썹을 뽑고 가혹한 화학약품으로 타고난 냄새를 가리는 법을 배웠고, 하이힐을 신고 걷는 법을 배웠다. 넌 화장품과 옷을 교묘하게 이용하는 법을 배웠고, 그 결과 타고난 미모보다도 한층 더 아름다워졌다. 넌 깜짝 놀랄 정도로 아름다웠다. 모두가 그렇게 말했다. 긴 은발과 꿰뚫어보는 것 같은 연푸른 눈동자, 늘씬한 키에 날씬한 몸매. 네 피부는 매끈한 데다 얼굴에는 잡티 하나 없었고, 온몸의 근육은 가늘면서도 팽팽했다. 넌 훌륭한 요리사였고 대단한 섹스 상대였으며 완벽한 트로피 와이프였다. (45)



난 사람의 마음이 변할 수 없다거나, 변해서는 안 된다고 말하는 게 아니다. 사람의 마음은 변할 수 있다. 아름다움에 대한 추구는 인간의 본성이다. 다만, 사랑의 근간이 오직 외적인 아름다움에만 고정되어 있을 때의 위험을 말하는 것이다. 외면적인 아름다움이 사라졌을 때 사랑 또한 실종되어 버리는 그 허무함에 대해 말하는 것이다. 늑대여자는 자신의 냄새를 감추고 신비롭고 아름다운 외면을 끊임없이 가꾼다. 하지만, 늑대여자 제시가 빠른 속도로 육체적 아름다움을 상실해가자, 그녀의 그 사람 조너선은 그녀를 멀리한다. 먼데를 쫓는 허망한 눈빛으로, 성의 없는 말투로 자신의 사랑이 식었음을 보인다.


그가 변했음을 알고 늑대여자 제시는 그를 떠나겠다고 말한다. 고향으로, 알프스에서 가장 가까운 숲 가장자리에 있는 마을로 돌아가겠다고 말한다. 하지만, 그건 불가능하다. 그는 그녀를 사랑하지 않지만, 보내주지 않는다. 그녀를 위해서가 아니라, 바로 자기를 위해서.



어떻게 날 떠난다는 생각을 할 수가 있어? 내가 그간 너한테 해준 게 얼만데, 내가 너한테 해준 게….”

상황은 계속 변해왔어.” 넌 그에게 말했다. 목이 따가웠다. “그 변화가 문제야. 조너선……”

네가 날 이렇게 상처 주려 하다니 믿을 수가 없어! 난 믿기지가 않……” (62)



이 단편의 끝은 너무 절망적이라 행복한 토요일 밤이 너무 괴로웠다. 잠이 오지 않아 난 계속 뒤척였다. 커피 탓이라고, 오후에 마신 카페라떼 때문이라고 혼자 중얼거렸다.


늑대여자, 제시.

그녀의 불행한 최후가 그녀 한 사람만의 이야기가 아니라는 생각을 떨칠 수가 없었다. 도저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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