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자의 배신』을 읽었다. 최근에 읽은 책 중에서 확실히, 혹은 압도적으로 재미있게 읽은 책이다.
이 책의 제일 중요한 생각은 편안함의 상징으로 볼 수 있는 의자가 인간의 건강에 얼마나 해가 되는가 하는 것이다. 여기까지는 제목을 통해 쉽게 유추할 수 있다. 책을 절반쯤 읽고 있던 어느 날 밤, 남편에게 '스탠딩 책상'을 사야겠다고 말했다. 내가 서치한 책상의 링크를 남편에게 보냈고, 남편은 바로 주문했다. 의자에 그대로 앉아 책장을 넘기는데 바로 그다음 페이지에 '스탠딩 책상'이 '의자의 배신'을 해소하는데 큰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문장이 나와 버렸고. 그리고 거실을 바라보니 커다란 스탠딩 책상을 놓을 자리가 없.... 일단 결제를 취소하라 했다. (해당 업체에게 사과의 말씀을 전합니다.)
밑줄은 '앉는' 일에 있지 않다. 저자는 인류의 역사와 인간 신체의 변화를 추적하면서 인간의 몸이 어떻게 변해왔는지를 밝혀낸다. 인간에게 해가 되는 가장 확실한 자세는 '고정'된 자세라는 것이 그의 주장이다. 인간에게 제일 자연스럽고 편안하며 유익한 자세를 한 가지로 규정할 수 없는데, 왜냐하면 '멈춰있지 않은' 그 상태, 움직이고 있는 그 자체가 인간에게 유익하기 때문이다. 그중에 가장 따라 하기 쉽고, 오래 할 수 있는 동작은, 빠밤~
이 연구에서 말하는 빠른 걷기란 1.6 킬로미터를 13분 24초에 걷는 정도를 의미한다. ...... 걷기가 우리에게 나쁘다는 것을 보여주는 과학 논문은 단 한 편도 없다. 걷기는 허리에도 좋지만, 생리적, 생물학적, 심리적 보상과 심지어는 환경적 보상까지 수많은 보상을 준다. 걷기는 연조직과 경조직 모두에게 기적의 치료제다. (234쪽)
고강도 인터벌 운동에 비견될 수 없는 걷기의 탁월함. 글 쓰는 일이 직업인 이 책의 저자는 의자의 배신을 반사하고, 이 간단한 원리를 실천하기 위해 집필 장소를 다소 떨어진 세 곳으로 정해두고, 세 장소를 옮겨 가며 글을 쓴다고 한다. 트럼프는 전쟁광이고 유가는 계속 올라 천정부지이고, 겸사겸사 나도 도보로 출퇴근을 하겠다는 알찬 계획을 세웠다. 출근한지 3일째라 3월 대부분의 기록은 동생과의 즐거운 외출 기록이지만, 아무튼 꾸준히 실천하겠다는 각오만은 확고하다.

어제는 아파트 단지 내 헬스장에 갔다. 작년 3월에 헬스장 1년권을 끊었는데, 날씨가 더워지기 시작할 때부터 가지 않아 뜨거운 여름이 다 지나고, 가을 지나, 겨울을 보내고, 다시 봄이 되었다. 연장의 기운은 없고 일단 사물함 짐이나 좀 빼자 하고 헬스장에 갔는데. 아... 멀리서부터 느껴지는 이 힘찬 기운. 오전 10시 28분에 맞이하는 이 활기찬 운동의 아우라. 사람들은 모두들 즐겁게, 바쁘게, 열심히 운동을 하고 있었다. 연예인만 오전에 운동하는 게 아니고, 이분들 다 오전에 운동하시는구나.
나는 오랫동안 사회적 고용 관계를 통한 경제 활동을 하지 않았다. 아이들 둘 다 유치원이나 어린이집에 1년 남짓밖에 다니지 않았기에 오전 시간을 주로 아이들과 함께 보냈고, 아이들이 초등학교에 들어가고 나서야 오전 시간에 비로소 여유가 생겼다. 사회에서 말하는 생산적인 일은 아니더라도, 내게는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할 수 있는 자유와 시간이 있었기에, 나는 그 시간을 장보기와 도서관 가기, 그리고 책읽기를 하며 보냈다.
여성의 일에 대해 논할 때, '경제적 자립'에 대해 이야기한다. 여성이 자신의 손으로, 자신의 힘으로 현대 사회에서 통용되는 '화폐'를 얻게 되었을 때, 그로 인한 경제적 자유는 여성의 권리를 강화해 줄 뿐 아니라, 여성에게 더 많은 선택권을 제공한다는 건 자명한 사실이다. 하지만, 사회적 협의와 문화의 대변혁 없이 여성에게 '사회적 일'을 강제하는 경우, 이는 오히려 여성에게 불리하게 작동할 수 있다. 이중, 삼중 노동의 새로운 굴레가 여성에게 덧씌워질 것이기 때문이다.
우리는 재생산의 중심이자 욕구의 사회적 세계로서 가족이 꼭 필요하고 바람직하다는 생각을 버려야 한다. (『친밀한 착취』, 268쪽)
이에 대한 대답이 결혼을 하지 않는 것, 아이를 낳지 않는 것이라고 한다면 그건 책임 있는 답변이 되지 못한다. 난 그렇게 생각한다. 낳아준 사람이 있기에, 존재하는 것이다. 낳아주었기에, 살아 있는 것이다.
오히려 나는 가정 내의 여러 가지 형태의 재생산 노동이 정당한 노동으로, 일로서 인정받아야 한다는 입장이고, 이건 당연히 19년을 전업주부로 살아왔던 내 경험에서 비롯되었다. 감정 노동을 포함한 모든 돌봄 노동 역시 마찬가지다.
나는 여성들에게 더 많이 '일하라'라고 말하기보다는, 남성들도 '덜' 일할 수 있는 사회가 더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 일자리를 쪼개는 방법은 의외로 간단하다. 노동 시간을 줄이면 된다. 문제는 임금을 유지한 채 노동 시간을 줄여가는 것인데, 이에 대한 해결책은 이미 나와 있다. 초대 안 했는데 벌써 와 버린 손님, AI가 있다.
나는 인공지능과 휴먼노이드의 결합에 대해 관심이 많다. <무엇이든 물어보세요>가 가능할 뿐만 아니라, 대행이 가능하고, 게다가 고전을 비롯한 인류 문명의 정수를 섭렵해 인간 심리를 폭넓게 이해하는 '척하는' AI가 무쇠팔, 무쇠다리를 가졌을 때의 그 찬란한 순간을. 나는 무서워하면서도 궁금해한다.
인간과 AI의 차별점이 무엇이 될 것인가는 앞으로도 계속 고민해야 할 문제일 테지만, 그 중심에 '몸'이 있을 것만은 확실하다. 오전에, 나만을 위한 소중한 그 시간에, 의자에 앉아 책을 읽고 글을 쓰고 외국어를 공부하고 필사를 하는 것은 의미 있고 중요한 일이지만, 오전 시간에 걷거나 달리거나 요가를 하거나 줌마댄스를 하는 것은 의미 있고 중요한 일은 아니라고 생각했던 나였다. 나만 몰랐다.
다들 오전에 운동을 하고 있었다. 의자에서 벌떡 일어나 찾은 새로운 일, 의미 있고 중요한 그 일은.
걷고 뛰고 달리고 춤추는 것이었다. 몸을 가진 내가 할 수 있는 일, 오전에도 가능한 일.
걷고 뛰고 달리고 춤추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