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 군 위안부 논의에서의 강제성 쟁점

<여성주의와 민족주의는 대립하지 않았다> - 정희진



만 읽었다. 글은 나중에 쓰기로 하고 일단 밑줄만 정리해둔다.



정대협 뿐만 아니라 한국사회 전반이 군 위안부 제도를 전시 성폭력으로서 국적을 초월한 여성의 피해라는 인식에 이르지 못했다. - P442

이처럼 한국의 여성운동은 국내에서는 민족주의적 태도를, 해외에서는 트랜스내셔널 연대를 강조한 것이다. 군 위안부의 피해를 설명하는 데 있어 ‘일본인 여성과 한국인 여성은 다르다‘는 인식은 모든 여성이 저마다 다르다는 여성주의 일반론에 따른 것이 아니다. 당연히 군 위안부 여성의 상황과 경험은 저마다 다르다. 일본인 위안부와 조선인 위안부는 국적과 지역에 따른 차이가 있고, 일본인 위안부 내부에도 차이가 있다. 문제는 어떻게 달랐고 그 구조는 무엇인가다. - P443

국적에 따라 피해가 달랐다는 현실은 역사의 일부다. 국적은 무시할 수 없는 변수다. 하지만 국적에 따른 여성들의 피해 정도를 강조하다 보면 군 위안부의 발생 원인인 젠더화된 민족주의가 투쟁의 수단이나 심지어 대안이 되기 쉽다. - P445

단행본 시리즈에는 모두 ‘강제로 끌려간 이라는 제목이 붙었다. ‘강제 동원‘은 군 위안부 운동의 핵심 주장이었다.피해자의 전직(前職)이 성 산업과 관련이 없어야만 대중적인 설득력을 가질 수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강제성은 대중적인 구호였다기보다 피해자임을 증명하는 유일한논리였다. - P450

반면 군 위안부 운동에서 피해 여성은 살아있는 증언자이자 활동가였으며, 그들의 존재는 전시 성 노예제의 증거였다. 그렇기 때문에 ‘살아있는 올바른 피해자‘ 여야 했다. 죽어 돌아오지 못했으면 몰라도 생존해서 피해를 증명하려면 강제성을 강조하는 것이 가장 중요했다. - P457

남성 중심의 이성애 제도에서 성역할(아내 폭력) - 여성 노동의 성애화 - 섹슈얼리티의 매춘화-제도화된 성 산업-성폭력(rape)-여성 살해 (femicide)라는 개념의 연쇄에서 강제와 자발을 완전히 분리할 수는 없다. 여성들은 강제와 자발의 이분법 속에서 끊임없이 협상한다. 강제성 담론은 인간의 행위가 개인의 선택에 의한 동의와 그렇지 않음(끌려감, drafted)이라는 두 가지 방식만 존재한다고 보는 자유주의적 인식의 산물이다. - P459

민족주의와 여성주의는 대표적인 정체성의 정치다. 정체성의 정치는 집단 내 개인들이 ‘우리는 같다‘는 관념을 수용하는 과정에서 도출된다. 이때 완전한 ‘정체(正體, identity)‘는실상 불가능하기에, 정체성의 정치는 사실 동일시(同一視)의정치다. 따라서 정체성의 정치가 작동하려면 가장 동일시할수 있는 적합한(authentic) 존재가 상정되어야 한다. - P461

이는 민족주의에서 남성 시민이었고 여성주의에서는 중산층 여성이었다는 것이 정체성의 정치에 대한 대표적인 비판이다. 그러나 여성주의는 내부의 차이를 이론화함으로서 이 문제를 사유의 한계가 아니라 자원으로 발전시켰다. - P462

여성주의에서 가장 쟁점이 되는 여성 간의 차이가 ‘겨우‘ 강제성 여부란 말인가. 강제성 담론은 피해자들의 맥락과 행위성, 이해를 무시한다. 다시 말해 로컬의 역사적 배경을 삭제한다. 그뿐만 아니라 가해자에 대한 집착과 인과응보적 사고를 넘어 피해자를 보살피는 회복적 정의(restorative justice)를 모색하기 어렵게 한다. 군 위안부는 일본이 벌인 전쟁의 피해자다. 피해를 증명하려고 강제성을 강조하는 언설이 봉사하는 가치와 이해관계는 무엇인지를 다시금 묻고 싶다. - P46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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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16 15:50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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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16 18:11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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