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가능성의 자리에서 분투하는 영웅들의 이야기



 
















독서괭님의 불가능성의 자리에서 분투하는 영웅들의 이야기를 읽고 씁니다. 너무 좋은 글이라서, 또 제게 폭풍처럼(?) 여러 생각을 불러온 글이라서 천천히 2번 읽었습니다. 저는 이 책을 친구에게 선물받았는데, 아직 읽지 못했습니다. 그 이유는 이 글 마지막에 밝히도록 하겠습니다.

 


자기 자신에 대한 새로운 자각, 나아가 아이와 보내는 시간 자체를 통해서 얻을 수 있는 신선한 시각과 영감. 그렇지만, 자각과 시각과 영감을 모아 무언가를 창조해 내기 위해서는 결국 고독이 필요하다... 자유가... 그리고 (고독하며 자유로운) 시간!! 시간이 필요하다. 절대적으로(독서괭님 페이퍼, ‘불가능성의 자리에서 분투하는 영웅들의 이야기’)

 


저는 독서괭님의 이 문단이 참 좋았습니다. 아이와 함께하는 시간을 통해 얻을 수 있는 것들이 존재하지만, 결국에는 고독이 필요하다는 것. 자유, 혼자만의 시간 그리고 혼자만의 공간이 필요하다는 지적 말입니다.

 



내가 이렇게 혼자 있고 싶어하는 사람이었나? 내가 이렇게 조용한 시간을 필요로 하는 사람이었나? 내가 이렇게 고차원의 대화와 우아한 식사시간을 그리워하는 사람이었나? (독서괭님 페이퍼)

 

의 물음은 엄마가 되었던 모든 사람이 가슴 속에 품을 만한 질문이고 의문이라고 생각합니다. 저는 지금도 마찬가지입니다. 내일 아침, 너희가 눈을 떴을 때면 난 이 집에 없을 것이다, 고 예고하는 저에게 엄마, 어디 갈 거야? 혼자 갈 거야?’라고 묻는 사람이 있습니다. 참고로, 성인입니다.


 

 

창조적 모성에 대한 이 책은 무척 좋을 것이라 예상됩니다만, 저는 독서괭님의 고민, 갈등, 그리고 타협과 결심을 엿볼 수 있는 이 페이퍼가 참 좋았습니다. 괜찮으시다면, 저의 생각과 느낌도 조금 보태고 싶습니다.

 

 


엄마 역할을 수행한다는 것, 특별히 아이를 키운다는 건 당연히 힘들고 고된 일이겠지만, 제일 어려운 지점은 자신의 삶이 연속적으로 방해받는다는 점입니다. 아이를 피해 새벽에 일어나는데 그 시간에 엄마를 찾는 독서괭님의 둘째 아이처럼요. (죄송하게도…. 사실 너무 귀엽습니다.) 제가 여러 번 쓰기도 했습니다만, 저는 엄마라는 존재가 되었다는 것만으로 자기 자신을 재정의하는 일이 일어난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그러니까, 임신과 출산의 과정이 여성에게 엄청난 고통을 주는 것은 사실입니다만, 엄마 되기의 중요 테마는 임신이나 출산이 아닌 육아에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런 점에서, 저는 누구든, ‘엄마의 역할을 수행하려고 할 때, 엄마로서 느끼는 좌절과 고통을 경험할 수밖에 없다고 생각합니다. 그 사람의 생물학적인 성이 남성이든 여성이든 상관없이, 누구든 엄마가 되려고한다면요. 가부장제가 지배하는 사회에서는 아이 돌봄과 육아, 모성과 관련된 모든 일을 편리하게 여성의 일이라 규정하기에, 이로 인해 고통받는 대부분의 사람이 여성일 뿐이라고 생각합니다.


 

저를 포함해 비교적 근래에 엄마가 된 여성들의 엄마됨이 더 힘들었던 점에 대해서는, 여성의 사회 진출이 늘어남에도 보육과 육아 관련 사회제도가 미비한 점도 있겠지만, 도시화와 핵가족화로 인해 공동 육아의 가능성이 현저하게 줄어들면서 육아의 기본 단위가 가족으로 확정되었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가정 안에서의 고립, 사회적 관계의 단절이 엄마 수행에 가장 큰 장벽으로 존재한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극단적으로 말한다면, 어떤 사람이 돈을 받고 남의 집 아이를 돌본다고 할지라도, 아이를 돌보는 일 자체가 요구하는 극단의 집중력을 오랜 시간 유지하기가 힘들다는 것이구요. 정희진쌤의 말씀대로 여성들이 사회로 진출하는 만큼, 딱 그만큼이라도 남성들의 에너지와 시간이 가사육아투입된다면, 외주화가 어려운 육아의 일정 부분을 감당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제 글, 지금 어디로 가나요? ㅎㅎ )  

 




 














또 한 가지는, 제가 아직도 이 책을 읽지 못한 이유와도 관련이 있는데요. 제가 창조성과 모성에 관한 글을 처음 접한 건 <분노와 애정>이라는 책을 통해서였습니다. 이 책과 아주 비슷한 구성인데요, 부제가 여성 작가 16인의 엄마됨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제가 그 책을 읽고 에이드리언 리치를 알게 되어 그 책을 구입했습니다. 나중에 출간된 리치의 <우리 죽은 자들이 깨어날 때>에도 <분노와 애정>에 수록된 글이 다른 번역으로 실려 있습니다. 제게 다가왔던 문단은 여기구요.

 


내 남편은 섬세하고 다정한 남자로 아이들을 원했고 학계에 직업을 가진 50대 남자로서는 드물게 기꺼이 '도와주려’ 했다. 그러나 이 '도움'은 너그러운 행동으로 이해되었고, 가족 안에서 진짜 일은 그의 일, 그의 직장생활이었다. 사실 이 사실은 몇 년간 우리 두 사람 사이에 문제가 되지도 않았다. 나는 작가로서 나의 몸부림이 일종의 사치이자 나만의 특이성이라고 생각했다. 내 일은 대개 돈이 되지 않았다. 일주일에 단 몇 시간이라도 글을 쓰기 위해 가사도우미를 고용하면 심지어 돈이 더 들었다. (<우리 죽은 자들이 깨어날 때>, 144)


 

나는 작가로서 나의 몸부림이 일종의 사치이자 나만의 특이성이라고 생각했다.”는 문장을 저는 일기장에 적었습니다. 그리고는 썼습니다. 나는 리치의 심정을 알 것 같다. 쓰고 싶은 마음과 그 죄책감을 난 이해한다. 하지만, 제가 어떻게 아나요? 저는 창작가가 아닌데요. 저는 에이드리언 리치가 아닌데요. 에이드리언 리치는 천재 시인입니다. 그냥 천재거나 그냥 시인이 아니라, 천재 시인이요. 그녀는 이미 결혼 전부터 천재성을 인정받았던 촉망받는 시인이었습니다. 제가 에이드리언 리치의 그 마음을, 도대체, 어떻게 알 수 있단 말입니까.

 


가끔 그런 생각을 했습니다. 만약 내가 직장맘이었다면, 이러한 내 마음은 조금 더 이해 받을 수 있지 않을까. 그러니까, 직장에 다니고(경제력이 있고), 돌보는 아이가 있고, 그런 가 시간을 내서 읽고 쓴다면 창조적 모성의 실천으로 볼 수 있지 않을까. 하지만, ‘전업주부인 내가, 날마다 하는 일, 해야만 하는 일의 가장 큰 중심이 가사육아인 내가, 그렇게 한다는 건, 그걸 원한다는 건 황당한 일이지 않을까. 에이드리언 리치를, 에이드리언 리치의 심정을 이해한다고?

 


저의 고민은 오래오래 계속되었습니다. 그 고민은 지금까지도 계속되고 있구요. 하지만, 저는, 제게 더 좋은 쪽을 선택했습니다. 제가 이 일을 했다고 어느 누구도 돈을 주지 않지만, 제가 좋아서 하는 이 일에 이라는 이름을 붙였습니다. 페이퍼 써야하는데, 식구들이 자꾸 태클 걸 때, 저는 단호하게 말합니다. “나 일해야 돼! 얼른 써야할 글이 있어!” 이렇게 말이죠. 이해하지 못하는 사람들은 이해하지 못할 테지만, 제게 필요한 건 이해가 아니니까요. 저는 혼자만의 시간이, 혼자만의 공간이 필요할 뿐입니다.

 



독서괭님 덕분에 이리저리 생각하고 또 이 글을 쓸 수 있었습니다. 같이 읽고 함께 쓰는 즐거움을 맘껏 누릴 수 있는 시간이었습니다. 자기 과신과 지적 오만의 화신으로 거듭납시다. 우리는 서로가 꼭 필요하니까. 손을 잡고 갑시다, 꼬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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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괭 2023-09-30 08:17   좋아요 8 | 댓글달기 | URL
눈 뜨자마자 발견한 덕에 세수도 안 하고 두번 읽었네요 ㅎㅎ 단발님, 멋진 먼댓글 감사합니다!
공동육아 필요성 절감하고요.. “독박육아” 호소에 쏟아지는 조롱성 댓글들이 우리 사회의 양육에 대한 이해 빈곤, 공감 결여를 잘 보여주고 결국 저출산의 원인이 되고 있지 않은가 싶습니다.
남편이 집안일과 양육을 “도와준다” ㅎㅎ 예전엔 정말 이런 표현 많이 썼는데.. 이제는 누가 이렇게 얘기하면 한마디 꼭 하게 되더라고요. 아버지가 될 날을 앞두고 좋은 아빠가 될 수 있을지 걱정하는 동료에게는 “내 일이라고 생각하면 된다”고 얘기해주었습니다.
창조적 모성의 실천에 대해서는, 어떤 면에서는 직장맘은 직장에서 자아실현(교과서적 용어네요)을 하고 있다고 볼 수 있고 일하고 왔으면 아이에게 집중해야지 또 너의 시간을 보내겠다고? 하는 마음이 있으니.. 전업맘은 자기 시간이 없었으니 더 돌파구를 찾아야 하는 게 아닐까요? 이러나저러나 그걸 이해하지 못하는 사람들은 태클을 걸 테지만, 당당하게 내게 필요한 일이라고 외쳐야 할 것 같습니다.
손 잡고요~~ 😘😘😘

단발머리 2023-09-30 21:23   좋아요 1 | URL
공동육아,에 대해서는 우리 모두 다 할말이 많을 거 같아요. 공동육아는 아니지만, 저는 친한 언니들과 아이들과 함께 ‘독서 모임‘을 오래 했는데요.(3가정 총 9명) 한글책, 영어책, 그리고 어린이 명심보감을 같이 읽었던 기억보다는ㅋㅋㅋㅋ 간식 나누어 먹었던 기억이 훨씬 또렷하지만.... 서로를 믿고 의지했던 시간들이 제게 얼마나 큰 힘이 되었었나... 그런 생각을 요즘에도 자주 하게 됩니다. 자연스레 ‘내 아이‘만을 보게 되는 것이 부모 마음인데, 그걸 넘어서서 다른 아이의 좋은 점을 발견하고 이야기 나누는 귀한 순간들도 소중하구요.

창조적 모성에 대해서는... 저는 제 안에 ‘피해의식‘도 어느 정도 있다고 생각해요. 저는 오랫동안 전업맘이었고, 또 저의 과거에 대해 만족하지만... 결국 사회 속에서 저의 자리란 건, ‘밥 하는 사람‘과 ‘노는 사람‘이었기 때문에, 제 자신이 그걸 어떻게 이겨내어야 할지 모르기도 했구요. 올해 일을 하게 되면서 직장맘들의 노고에 대해 몸소 경험하는 귀한 시간이 있었습니다. 그 귀하고 소중한 시간을 쪼개고 쪼개쓰는 마음을 좀 이해하게 되었달까요. 이 세상 모든 직장맘들에게 기립 박수 드립니다, 짝짝짝!!!
오늘은 큰 태클이 없어서 많이 놀았습니다. 근데 밖으로 나돌아다녔더니 책을 못 읽었더라는.... 아흐 ㅋㅋㅋㅋㅋ

유부만두 2023-09-30 08:30   좋아요 7 | 댓글달기 | URL
아 가슴에 사무치고 저리도록 내 말 같은 페이퍼입니다. 아이 키우기는 부모 두 사람으론 할 수 없어요. 너무나 고되고 힘들거든요. 주위 사람들이 (유무료로) 함께 해야 제 몸과 제 정신으로 할 수 있어요. 명절 지나고 여러 어르신들 치매와 요양 이야기를 많이 듣고 왔더니 이건 육아의 또다른 버전의 가족 노동인가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결국 가족들은 서로를 보살펴야 하는 존재들이에요. 그 부담을 한 명 (엄마, 딸 등 여성)에게 몰아서 씌우면 안돼요. (돈이라도 내라!!!!)

단발머리 2023-09-30 22:00   좋아요 0 | URL
주위 사람들이 유무료로 어떻게 아이 키우는 일에 동참할 수 있는지가... 저의 오랜 관심사이기는 합니다. 내년부터 0세 자녀 부모수당이 100만원이라고 하더라구요. 저는 현재의 출산율이라면 500만원씩 플러스 각종 혜택을 몰아줘도 부족하다 생각하는데, 아무튼 법적, 사회적 지원이 먼저,라고 전 생각해요. 제 아이지만, 이 나라 국민이고 시민이니까요.
이 지점에서 주위 가족들의 도움 없이, 혼자서 둘이서 끙끙대며 아이를 키워낸 모든 부모님들에게 기립박수 몰아 드립니다!!

어르신들 치매와 요양 이야기가... 요즘엔 제일 뜨거운 주제인거 같아요. 저도 몇 년 전부터 비슷한 경우와 사례를 각각 다른 곳에서 자주 듣게됩니다. 돌봄노동을 여성에게만 요구해서는 안 되는데.... 아..... 우리의 현실이여........

건수하 2023-09-30 09:46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다른 가족들보다 하루 먼저 집에 와서 혼자만의 시간을 보내고 있습니다. 고양이 두 마리가 저의 손길을 원하고는 있지만 이런 시간이 가끔 필요한 것 같아요. 전 이제 <더이상 어머니는 없다>를 거의 다 읽었어요.

그러나 이제 슬슬 일어나 저의 부모님을 만나러 가야 할 시간…. 엉덩이가 무겁네요.

단발머리 2023-09-30 21:34   좋아요 0 | URL
집사님 두 분이 안 계실 때 그 빈틈을 고양이 두 마리가 노리고 있군요ㅋㅋㅋㅋㅋㅋㅋ 인기쟁이 건수하님!
알라딘에서만 인기 많으신 줄 알았는데 집에서도 ㅋㅋㅋㅋㅋㅋ

오늘 수고 많으셨어요. 이렇게 또 하루가 가네요. 3일 지났고 3일 남았습니다.

독서괭 2023-09-30 10:10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번아웃, 즉 소진의 주요 원인을 한번 정리하자면 ‘보상 체계는 무너져 있는 상태에서 무한히 반복 업무를 하는 상태‘입니다. 조금만 더 구체적으로 설명하자면 번아웃은 ‘단순히 과로가 아니라 충분한 보상이나 인정을 받지 못하는 상태로 내 일에 대한 의미나 가치를 상실했는데도 계속 노동은 꾸역 꾸역 해야 하는 경우‘ 에 발생할 확률이 더 높아진다는 겁니다.

한국의 전업주부의 상황과도 참 많이 닮아있지 않나요?
- sbs [인-잇] 번아웃 1위 집단이 전업주부인 이유. 중에서!

단발머리 2023-09-30 21:39   좋아요 0 | URL
충분한 보상이나 인정을 받지 못하는 상태 ㅋㅋㅋㅋㅋㅋㅋ에 밑줄 긋습니다.

제가 ‘가사 노동‘과 ‘육아 활동‘ 자체가 사람을 우울하게 만든다고 생각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일단은 노동의 성격 자체가 ‘시작과 끝‘(죽으면 끝납니다, 헐.......)을 확정할 수 없고요. 반복되기에 한없이 지루하기도 하고 또 혼자 해야 하는 일이구요. 그리고 보상과 인정을 받지 못하는 상태로 일에 대한 가치를 상실한채 계속해야 하는데, 잘하면 기본이고 못하면 원망 듣기. 잘하면 더 잘해야 하고, 못하면 노력해서 잘해야 하는....

한국의 전업주부 뿐 아니라 일하는 여성들도 가사 노동을 남성보다 훨씬 더 많이 하지요.

공쟝쟝 2023-09-30 10:51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여러 부분에서 할말이 많지만, 저와 단발님의 공통점은 육아나 가사노동은 아니니깐요!

쓰는 사람 쓰고자 하는 사람은 모두 창작자 입니다. 어떤 작가도 쓰고자하는 과정과 쓰는 동안없이 바로 작가가 되지는 않잖아요. 누가 알아주거나 읽어주지 않아도 자식같은 내 글이라고 단발님은 표현 하신 적 있는데요, 작가, 천재, 촉망, 재능이라는 신화 역시 모성신화만큼 쓰고자 하는 사람을 움츠리게 한다고 생각해요. 써야하는 사람은 써야합니다. 만들어야 하는 사람은 만들어야하고요, 제가 가장 헤깔렸던 행위뒤에 행위자는 없다는 말을 여기에 가져다가 온다면 행위없는 데 행위자가 될일도 없다.

스스로를 감정적으로 옭아매던 시간을 지나 할 수 있는 일부터 하면서 정의 내려가는 (언어를 획득하는) 친구님의 모습을 잘 알고 있지만, 더더 물러서지마세요!! 그리고 언젠가 제게 달아주신 댓글. 모든 작가의 출발점은 자아 규정으로 시작한다는, (다미여) 제 생각에 그건 셀프 규정이라 생각해요. 또한 고정된 정체성을 획득하는 문제는 결코 아니고요. 내가 서 있는 자리의 언어. 내 목소리를 쓰면서 발명해 나가는.

읽고 있어요. 제가 읽고 싶었던 과정중의, 진행형의 이야기입니다. 😍😘

메리추석(엄마의 노동으로 지어진 밥먹고 누워서 방바닥 긁으며… 시집가 폭격은 자매애로 물리치며 ..)~~ㅋㅋ

단발머리 2023-09-30 21:57   좋아요 3 | URL
작가, 천재, 촉망, 재능이라는 신화 역시 쓰고자 하는 사람을 움츠리게 한다는.... 그것 역시 신화라는 쟝님의 말을 그대로 받아들이고 싶지만... 제게 감동을 주고 통찰을 전해주었던 사람들 대부분은 천재였으며, 어렸을 때부터 잘 썼으며, 게다가 타고난 재능을 밀고 나갈 만한 의지(체력) 또한 갖추고 있었음을..... 저도 여기에 적어둡니다.

써야 하는 사람은 써야겠지요. 저도 그걸 압니다. 어떤 사람들은 반드시 써야 하구요. 전, 제가.... 그런 사람인 줄은 잘 모르겠어요. 제가 ㅋㅋㅋㅋㅋ 누가 알아주거나 읽어주지 않아도 자식같은 내 글ㅋㅋㅋㅋ 이라고 말했었죠. 그렇습니다, 제게는 그래요. 적어도 제 글은, 제게는 소중하고 또 귀중합니다. 하지만.... 제가 사진으로 보여드릴 수도 없고... 지금도 거실이 아주 난리인데, 제가 물건이 지저분하게 쌓여있는 거실을 그냥 두고 <친밀한 적>을 읽습니다. 하루키의 신작을 읽고요. 그럴 때 제 안에는, 제가 읽는 문장 너머로 쌓여 있는, 치워야 하는 물건들이 같이 쌓여 가는 거구요. (청소하고 나서 쓰라는 말은 말아 주세요. 그게 좀처럼 어려운 일입니다)

모든 작가의 출발점은 자아 규정으로 시작한다고..... 제가 어느 책(인지 기억이 안 나는데...)의 문장을 쟝님에게 댓글로 달았었죠. 그건 그대로입니다. 전 쟝님의 글을 읽고, 자아 규정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간 쟝님은 ‘작가‘라고 ‘이미 작가‘라고 썼습니다. 그러니까 전 쟝님이 그렇다는걸, 발견했던 거죠.

전, 좋은 편을 택했습니다. 그러니까 쓰는 쪽이죠. 집을 안 치우고 책을 읽고, 설거지를 쌓아두고 글을 쓰는 쪽이요. 하지만, 자아 규정을 통해 작가가 되는 일이, 제게 가능할지.... 전 모르겠습니다. 자기 확신과 지적 오만의 화신이 될 각오는 되어 있는데 말이지요. 그 다음은 잘 모르겠어요. 아무튼 그렇습니다.

오늘 종일 돌아다녔는데, 어디 가나 사람이 참 많아서 자리 잡는 게 힘들었어요. 왜 다들 서울 지키시나요. 나만 지키겠다 했더니 ㅋㅋㅋㅋㅋㅋㅋㅋ

2023-09-30 22:5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3-10-01 17:30   URL
비밀 댓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