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과 광기] 사라지지 않으리
[여성과 광기] 외골수의 무자비함으로


 

쟝쟝님의 글 [여성과 광기] 외골수의 무자비함으로 를 읽고 쓴다.

https://blog.aladin.co.kr/jyang0202/13229167

 

















최근에 제일 공들여 읽고 있는 책은남근 선망과 내 안의 나쁜 감정들』이라는 책이다. 마리 루티의 책을 세 권 읽었는데, 이 책을 가장 좋아하고, 그래서 이번에 다시 읽고 있다.

 


어떤 글이든, 글은 결국 쓴 사람을 보여줄 수밖에 없다. 에세이, 소설처럼 직접적이든 혹은 사회과학 서적처럼 간접적이든. 어찌 되었든 글이란 쓴 사람의 생각을 반영할 수밖에 없다. 그중에서도 페미니즘 읽기와 쓰기는 유독 개인적(?)’이다. 어떤 읽기나 쓰기보다 자기 고백적인 성향이 두드러진다. 읽다 보면 쉽게 알 수 있는 일이지만, 잘 쓰인 페미니즘 서적들은 서문에서부터 독자를 울리고, 분노하게 만들고, 벌벌 떨게 만든다. 현재를 보여주고 새로운 세상을 살짝 보여주는 것만으로, 그 간단한 스케치만으로도 여성들은 눈물을 흘리고, 가슴을 친다. 그저께 만난 마리 루티의 문장이 쟝쟝님의 글과 닿아 있어서 옮겨본다.


 

나라는 개인과 사회의 관계를 무 자르듯 분리해서 말할 수가 없는 것이다. 사회 분석에는 나의 개인적인 경험이 계속 스며들고, 그 결과 그 어떤 이론이나 비평도 나의 사적인 일화와 완전히 동떨어진 것은 없었다. 모든 분석이 내게 회상의 조각을 제공했다. 어떻게 보면 이 분야에서는 드문 일이 아니다. 페미니즘 이론에는 이론의 특성상 개인적인 것을 정치적인 것으로, 정치적인 것을 개인적인 것으로 바꾸는 긴 역사가 있다. (38)

 


일부 페미니즘 학자들은 일부 인종·민족 학자들처럼 개인적이고 일화적인 집필 방식을 끈질기게 고집했지만, 포스트휴머니즘 이론에선 자서전체는 한심할 정도로 순진한 의미 창출 양식으로 소외됐다. 개인적인 경험은 소위 '고급 이론high theory' 영역에서는 유효한 토대가 되지 못했다. 그런데 최근 들어 이런 경향이 바뀌고 있다. 개인적인 것이 이론 집필의 정당한 요소로 다시 떠오르고 있는 것이다. (39)

 


정희진 선생님도 강연에서 비슷한 뜻의 말씀을 하신 적이 있다. 어려운 페미니즘 이론, 이른바 배웠다는 사람들도 이해하기 어려워하는 이론들을, 전업주부들은 쉽게, 바로바로 이해하는 모습을 자주 보았다고.

 


 














내가 『여성성의 신화』를 알게 된 건잠깐 애덤 스미스 씨, 저녁은 누가 차려줬어요?』라는 책을 통해서였는데, 그때는 개정판이 나오기 전이었고, 책의 이름은여성의 신비』였다. 내가 살던 구의 4개 도서관에 없는 책이 바로 옆 동네 도서관에 있다고 해서 그 책을 빌리겠다고 일부러 그 도서관에 갔다. 청구기호가 직원에게 문의인 책을 직원이 서고에 들어가 찾아주었다. 감사 인사를 전하고 책을 대출해 집으로 돌아와서는 한 자, 한 자 정성스레 읽었다. 그때는 다시 책을 볼 수 있을지 확실히 몰라 밑줄긋기를 옮기고 문단을 요약해 가면서 천천히 읽었다. 얼마큼 환호했고, 얼마큼 놀랐으며, 결과적으로는 매우 복잡한 심경이 되었다.

 


좋아하는 남자와 결혼했고, 딸을 낳았고, 아들을 낳았다. 아이들은 귀여웠고, 나는 젊었으며, 부모님들은 건강하셨다. 엄청난 부자도 아니고, 자랑할 만한 것도 없는 삶이었지만, 행복이라고 부르는 그림에 필요하다고 여겨지는 모든 것을 가지고 있었다. 자주 웃었고, 또 자주 행복하다고 말했다. 감사한 나날이었다. 그런데도 가끔씩 그래서 이게 정말 다일까? 하는 생각이 들면 어떻게 할지 몰라 당황스러웠다. 아무에게도 말하지 못하고, 노트에만 묻고 쓰는 시간이었다. 단순하게 해석하기에는 좀 복잡한 문제다. 내가 사회생활을 계속하고, 1 3교대 워킹맘으로 살았더라면, 그 생각의 강도와 방향이 조금 달라질 수도 있었을 것이다. 근본적인 문제라는 건 확실했다. 인간 존재의 근원적인 감정인 불안이 내 안에 존재함을 어렴풋이 인지하고 있었다. 하지만, 무언가 되고 싶었고 그리고 무언가가 될 수 있을 거라 믿으며 살아왔던 내가 도착한 지점이 하우스 와이프(housewife), 전업주부이며 엄마라는 걸 확인하는 시간이 내게는 부당하게 느껴졌다. 베티 프리단의 이름 붙일 수 없는 문제라는 진단을 읽고 나서야, 나의 원망과 절망의 한 켠을 비로소 직시할 수 있었다. 여성주의가 내게 일어났던 그 일을 설명할 수 있는 유일한 도구라는 걸 깨달았다. 나를 설명하기 위해, 여성의 삶을 제대로 이해하기 위해 더 많은 여성주의 이론이 필요하다고 생각한 것도 그즈음이었다.

 

 


변방의 소소한 독서 커뮤니티 알라딘 서재에서, 우리는 서로의 책을 탐하고, 서로의 간식을 부러워하며, 서로의 무분별한 책구매를 추동한다. 우리는 서로의 안부를 궁금해하고, 서로의 평안을 기원하며, 서로에게 다정한 파이팅을 건넨다. 그런 소중한 인연에게, 인연들에게, 나는 좋은 레퍼런스가 되고 싶다.

 

많이 배우지 않았고, 아는 것도 많지 않고, 결정적으로 많이 읽는 사람은 아니지만, 소박하고 부족한 내 사유의 응집인 나의 문장들이 그 누군가의 레퍼런스가 되었으면 좋겠다. 12월의 책 『여성과 광기』를 읽으면서 그런 생각이 더욱 강해졌다. 누군가의 글을 읽고 쓰고, 그리고 또 누군가의 글로 인해, 누군가 이어 쓰는, 먼댓글로 서로서로 연결되는 이 놀라운 이어쓰기의 향연 속에서, 소중한 어떤 이, 또 다른 이가 나의 레퍼런스가 되었던 것처럼, 나 역시 그 누군가의 레퍼런스가 되고 싶다.

 

새로운 서사를, 새로운 이야기를 만들어가고 있다, 고 말하고 싶다. 우리가 같이하기에 가능한 일이라 말하고 싶다. 각각 다른 이야기 속에서 똑같은 이야기를 찾아내고, 똑같은 이야기 속 각각의 다른 사정에 대해 더 많이, 더 자세히 이야기하고 싶다. 듣고 싶고, 말하고 싶다. 그대가 나의 레퍼런스가 되어 주었듯이, 나도 그대의, 그 누군가의 레퍼런스가 되고 싶다.

 


그리고, 나는. 반드시 그렇게 될 것이다. 되고야 말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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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읽는나무 2022-01-06 20:03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단발머리님은 이미 저의 레퍼런스♡

단발머리 2022-01-06 20:54   좋아요 3 | URL
책나무님 다정한 말씀 감사해요. 책나무님의 글이 저의 레퍼런스인 것처럼 저도 책나무님의 자랑스러운 레퍼런스가 될께요!!

다락방 2022-01-06 20:49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아유 요즘 왜 다들 눈물나는 글을 쓰시는거예요 ㅠㅠ

단발머리 2022-01-06 20:53   좋아요 2 | URL
다락방님 나의 레퍼런스에요. 잊지 마요. 꼭 잊지 마요....

다락방 2022-01-06 20:50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아 남근선망은 1월의 책과 같이 읽어도 좋겠어요!

단발머리 2022-01-06 20:53   좋아요 2 | URL
그럼 우리 그렇게 해볼까요? 전 천천히 읽고 있기는 한데, 아직 완전 앞쪽이기는 해요.

공쟝쟝 2022-01-06 20:52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변방의 소소한 독서커뮤니티에서, 서로가 서로의 레퍼런스가 되고, 때때로 울리고 곁에서면서 토닥토닥 하면서 이렇게 지내고 있네요. 우리가. 눈물 글썽일 정도로 서로를 ‘알아 봐‘주고, 어떤 감정을 나눌 수 있다는 게 놀라워요. 다행이다. 참 다행이다.
반드시, 그렇게 되실 것입니다. 저도 그렇게 되고 싶으니까요!

단발머리 2022-01-06 20:56   좋아요 3 | URL
내가 쟝쟝님을 먼저 알아봤다는 거 잊지 마요. 그러니까 나의 안목을 칭찬해줘요.
반드시 그렇게 될 거에요. 쟝쟝님도 그렇게 될 테니까.... 우리 거기에서 만나요. 가는 길에 서로의 발밑을 비춰주고 재미있는 ㅇㅊㅅ 에피소드 나누면서요. 우리 그렇게 같이 가요!

mini74 2022-01-06 20:57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저도 ! 항상 부족하고 가끔 부끄러워서 자책하지만 그래도 북플에 꾸준히 책을 읽고 글을 쓰는 이유는 북플님들의 조건없는 나눔, 생각의 나눔 과 앎의 나눔. 그 모든 것들이 너무 고마워서 ㅎㅎ 단발머리님 이미 저뿐만 아니라 많은 분들의 레퍼런스 입니다 *^^*

단발머리 2022-01-06 21:00   좋아요 2 | URL
참 부끄럽지만 ㅠㅠㅠㅠ 미니님의 다정한 말씀 감사해요. 꾸준히 읽고 글을 쓰는 분들에게서 매일매일 배울 수 있어서 기쁘고요. 특히여성주의 같은, 과격하다고 여겨지는 이 분야의 글을 같이 읽고 쓰는 이웃분들이 계셔서 참 고맙습니다. 미니님, 저의 레퍼런스에요^^

난티나무 2022-01-07 01:0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아 진짜 이 분들… 왤케 다정하신 건가요오 ~~~~
단발머리님의 안목을 제가 대신^^;;; 칭찬합니다!!!

단발머리 2022-01-07 09:00   좋아요 1 | URL
그러게나 말입니다. 이 곳 알라딘에서는 다정한 분들이 우세종입니다 ㅎㅎㅎㅎ
난티나무님과 친구인 저의 안목도 좀.... 칭찬해주세요!!!

vita 2022-01-07 12:5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기 저 위에 문장이요, “감사한 나날이었다. 그런데도 가끔씩 그래서 이게 정말 다일까?” 제가 쓴 건 줄 알았어요. 그대는 이미 제 인생의 레퍼런스, 영어책 읽을까? 여성주의 재밌어, 라떼가 사랑이라는 걸 알려주신 분. 세상에서 제일 다정한 사람의 영향력이 얼마나 지대한지 몸으로 삶으로 행동으로 모두 보여주시는 분.

단발머리 2022-01-07 13:04   좋아요 1 | URL
아이고 부끄러워라…. 이 글의 처음 레퍼런스가 비타님이었다는 거 잊지 마시구요. 우리 안의 말, 감정 그리고 이야기들을 같이 풀어가요, 비타님!! 우리 같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