확진자가 한 명이 나와 해당 학년 학생 전체와 교직원들은 집 근처 보건소에서 코로나 검사를 받으라는 연락을 받고 큰애가 급히 검사를 받고 온 게 지난 주 토요일이었다. 참 놀라운 것이 전체 학생과 전 교직원 검사 결과가 음성이었다. 축복받은 학교임이 틀림없다. 그래도 만약을 대비해 3일간 원격 수업을 진행한다고 했다.

 

월요일 아침, 노트북을 열고 피곤에 지친 몸을 이끌고 책상 앞에 앉아 있는 학생들에게 선사하는 선생님의 강쥬 짤. 강아지라고 부르기에는 좀 큰, 개라고 부를 만한 커다란 개가 실수로 온라인 수업에 들어온 게 아니라, 선생님 무릎에 턱 하니 앉아서는 처음부터 수업을 함께한다. 낙엽이 굴러가도 까르르 웃어대는 꿈 많은 아이들은 화면을 캡처하고 개의 이름을 부르고 수업에는 아랑곳없이 행복하고 즐거운 시간을 보낸다. 캡처된 화면 속 편안한 복장의 선생님은, 온라인 수업을 통해 아이들에게 소중한 막내를 자랑하는 기쁨을 만끽하고 계신 듯, 이효리도 아니시면서 이효리 눈웃음을 선사하신다. 예상치 못한 일들 때문에 짜증이 나기는 해도, 그 와중에도 웃을 일이 있고 그래서 웃게 된다.

 


이알리미(학교 통신문 전용 앱)를 확인하고는 아무 생각 없이 내 이름으로 신청했는데 알고 보니 아롱이 이름으로 신청했어야 하는 거였다. 아롱이 나이 모르는 엄마. 친구들은 모두 제로페이를 자기 핸드폰에 넣어서 학교 앞 편의점에서 이것저것 사서 먹는데 자기만 엄마가 받았다고 한참을 투덜거리길래, 나이 모르는 엄마니까 바로 미안하다고 했다. 오늘은 간만에 같이 나와서 제로페이 써보자 하고 CU문을 열고 들어갔다. 뉴스에서는 삼각김밥과 초코우유, 딸기우유 안 된다고 한참을 뭐라뭐라 하던데, 실제로 가보니 내가 좋아하는 거는 거의 살 수 있었다. 아롱이는 훈제 유부초밥이랑 제육 볶음밥을 고르고 나는 샌드위치와 비요뜨를 골랐다. 계산할 때 보니 과일 꾸러미를 주문할 수도 있어서 수박, 방울토마토, 메론, 참외 등을 꾸러미로 구매할 수 있고, 구매하면 바로 집으로 배송해 준다고 한다. ‘그 돈 어차피 다 네 돈이야하겠지만, 원래 내 돈이었어도 내 핸드폰에 안 들어오면 내 맘대로 못 쓴다. 내 핸드폰에 들어온 돈이라서, 오늘은 점심 안 차리고 편의점 점심으로 한 끼 먹을 수 있으니, 나는 또 감사하다.


 

엄마, 시어머니, 아빠 순으로 코로나19 백신 1차 접종을 마치셨다. 맘이 한결 가벼워졌다. 엄마가 외출하신다고 할 때, 길게 잔소리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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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넬로페 2021-06-05 14:15   좋아요 6 | 댓글달기 | URL
그나마 중고등학생은 저런 꾸러미라도 받고 격주로 학교에도 가지만 대학생들은 그야말로 집콕입니다^^
집에서 강의듣고 끊임없이 과제하고ㅠㅠ
등록금은 고스란히 다 내고요**
하루 세 끼를 집에서^^
우리집도 요즘 저 비요뜨에 꽂혔어요
저는 비요뜨 초코링 좋아해요^^
학생들이 빨리 백신을 맞으면 좋겠어요^^

단발머리 2021-06-05 14:52   좋아요 6 | URL
네.... 맞아요. 코로나 시대에 모든 1학년들이 제일 피해를 많이 보는 것 같아요. 올해까지 이어지니....
어떤 대학생은 아예 학교를 안 가더라구요. 일주일에 한 번 가기도 하고요. 사실 공부는 혼자서도 할수 있는 부분이 있겠지만 그 때 친구들 만나서 놀고 그런것도 필요한데....특히 하루 세끼 집에서 먹는다 하니..... 눈물이 앞을 가립니다ㅠㅠㅠ
코로나 때 받는 피해에 대해서 어떻게든 보상이 이루어져야 할 텐데... 소상공인들에게도 학부모들에게도 학생들에게도 어떤 식으로든 보상이 있었으면 해요. 나라가 잘못한 건 아니지만 일단 상황이 그랬으니까요.
학생들 얼른 백신 맞는것도 완전 찬성입니다!!!

그레이스 2021-06-05 16:58   좋아요 2 | URL
막내 수업중에 옆에가서 뭐 물어보다가(평소에도 화면을 끄고 듣고 있어서) 교수님이 저희 딸 이름을 부르더니 ‘옆에 누가 있나?‘ 그러시더니 강의 내내 질문하시는거예요 ㅠ
교수님 죄송합니다 할걸 그랬나 싶었어요 ㅎㅎ
미안하기도 하고...ㅋㅋ
평소에 넘 편하게 강의 듣길래 ...
암튼 강의 내내 미안해 죽을뻔.

단발머리 2021-06-05 17:14   좋아요 2 | URL
어머나~~~ 질문은 좀 그런대요? 모르는 거 물어보시면 어쩌나요? 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정말 신기하고 놀라운 코로나 경험이네요. 저는 아롱이 방문 열고 들어갔는데 조회시간이어서 마침 담임 선생님이 아롱이를 부르고 계셨거든요.(선생님이 이름 부를 때는 화면 켜고 얼굴 보여드려야 합니다), 어? 뒤에 누구 계시니? 하는 거예요. 전 빛의 속도로 엎드리고 말았답니다. 마치 선생님이 잘못 보신 것처럼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청아 2021-06-05 16:04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모두 음성이라니 아유 다행입니다!! 온라인 수업 강아지 무릎에 놓고 수업하시다니 일타쌍피 일거양득 일석이조네용ㅋㅋ(고스톱 못치는 1인;)

단발머리 2021-06-05 14:42   좋아요 5 | URL
다행이지요. 한시름 크게 덜기는 했는데 산 너머 산이네요.
그 개가 말이지요. 아주 크고 하양고 이쁜데(종을 모르는 1인) 인형같아요. 그냥 사진으로 봐서는 인형같은데 막 움직이고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암튼 그랬습니다!

mini74 2021-06-05 16:42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아이들이 잠시나마 행복해서 다행이에요. 우리 아인 올해 신입생인데 여전히 고등학생같다고 ㅠㅠ 수업 수업 시험. 동아리도 못 하고 여행도 축제도 ㅎㅎ 술 먹는 고딩이 어디있냐고 한소리 해줬습니다 ㅎㅎ 저희 어머니는 2차까지 완료. 월요일부터 경로당 출근가능이라 행복하시답니다 ㅎㅎ 즐겁고 행복한 주말 보내세요. 그 강아지 한 번 보고싶네요. 크고 희다니 스피치 같기도 하고

단발머리 2021-06-05 17:20   좋아요 2 | URL
그러게요. 작년 신입생 올해 신입생. 작년 1학년, 올해 1학년들 정말 안 됐어요. 근처 대학생들은 시험도 집에서 온라인으로 본다고 하더라구요. 내내 공부했으니까 잠깐 재미나게 놀아줘야 하는데 집에만 갇혀 있으니 참말로 안타깝습니다.
어머님 월요일부터 경로당 출근 축하드려요. 2차까지 완료하면 참 자유의 시간 오겠군요.
미니님도 여유롭고 즐거운 주말되시길요. 선생님이 너무 환하게 웃고 계시고 강아지도 나름의 초상권이 있을 것 같아 사진을 못 올립니다. 희고 크고 예쁘고 (순해보이는) 강아지입니다 ㅎㅎㅎ

유부만두 2021-06-05 18:5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전 바우처로 도시락을 사서 복학생을 줍니다;;;

과일꾸러미는 비싼편이라서 좀 후회했고요.

단발머리 2021-06-06 13:03   좋아요 1 | URL
전 오늘 점심도.... 얼른 편의점 다녀오라 했어요. 기간 있어서 얼른 써야하니까요^^
과일꾸러미는 좀 비싼 거 같아요 ㅎㅎㅎ

유부만두 2021-06-08 07:03   좋아요 0 | URL
전 이제 삼천원 남았습니다.

수이 2021-06-05 19:56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바우처로 비요뜨, 자몽주스, 설탕 안 들어간 두유, 흰우유, 샌드위치 막 사온 아줌마 여기 손 🤚 이렇게 고통스럽고 저렇게 고통스러운 시간에도 웃을 수 있는 행복한 일상에 깊은 감사 🙏🏻

단발머리 2021-06-06 13:05   좋아요 1 | URL
비요뜨 다 먹어서 사오라고 했어요. 오늘은 비요뜨랑 샌드위치랑 우유도 사려고요. 어제랑 비슷하군요 ㅎㅎㅎ
잠깐이라도 웃을 수 있는 행복한 일상,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