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표지 왼쪽 날개. 박사 논문 작업을 위해 만난 저자 사람은 어느 곰브리치 세계사』 아이들에게 읽어주다가 책에 여성들의 이야기가 거의 등장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역사책에서는 남자들만 전쟁을 하고 나라를 세우고 영웅이 될까? 세상을 바꾼 아이디어가 탄생하는 순간에, 혁명의 자리에 여자들은 보이지 않는 걸까? 이런 궁금증이 책을 계기가 되었다고 한다.


여성의 기록으로서 오늘날 우리가 읽을 있는 기록 가장 오래된 것은 엔헤두안나의 것이다. 메소포타미아지역 하나인 사르곤 왕은 엔헤두안나를 달의 난나와 결혼시켜 우르의 대제사장으로 만들었다. 사원에서 신을 경배할 낭송하는 찬가를 직접 짓는 대제사장의 임무 이외에도 그녀는 많은 글을 남겼다. 지극히 개인적인 , 고통과 아픔, 인간적인 실수, 신과 자신의 관계에서 대해서도 글로 적었으며, 흔치 않게 많은 문서에 자신의 이름을 집어넣었다. (29) 나는 대제사장이었다. , 엔헤두안나는


이집트의 하트셉수트는 왕이 죽은 미성년 아들의 대리인 자격을 넘어 직접 왕위를 계승해 왕좌에 올랐다. 왕위에 오른 것을 정당화하기 위해 그녀는 가짜 수염을 붙이고 남장을 했다. 최고의 교육으로 아들의 왕위 계승 준비를 도왔고, 무역을 통해 국가의 부를 증대시키고, 나라 곳곳에 화려한 건축물을 지었는데, 하나는 자신의 신전이었다. 하지만 그녀가 세상을 후에는 직접 왕좌를 차지한 그녀의 행동을 두고 오랜 시간 격론이 벌어졌으며, 그녀가 세상을 100년이나 지난 , 아멘호테프 3세의 왕비 티예가 신전 벽에 새겨진 하트셉수트의 그림과 이름을 지우라 명해 하트셉수트의 흔적을 모조리 제거했다. (39)


기독교에서 인간이 낙원에서 추방되었던 상황에 대한 해석은 다양하다. 지식과 인식이 인간을 자신의 부족함을 아는 불행한 존재로 만들었다고 말하기도 하며, 다른 편에서는 여자의 무지몽매함이 이런 결과를 가져왔다고 주장한다. 인류를 불행으로 이끈 장본인이 이브라는 것이다. 여성과 원죄, 죄가 서로 뒤엉킨 이러한 연상 작용의 효과로 수백 동안 학자들은 원죄를 들먹이면서 여자를 믿어서는 된다는 증거로 활용했다.(56)


여성 혐오의 원산지로 저자들은 그리스를 꼽는다. 아테네의 민주주의는 노예가 아닌 남자에게만 허용되었다. 남자로 태어나면 농부도, 상인도, 수공업자도, 시인도, 철학자도 오늘은 연극을 하고 내일은 전쟁터로 나가 싸우고, 모레는 평의회에서 정치 현안을 논의할 있었다. 하지만, 여자는 아니었다. 여자는 민주주의에서 배제되었고 공식적인 논의에 참여하거나 발언할 없었다. 여성들의 장소는 집이었다. 가장 중요한 임무는 천과 옷을 만드는 일이었는데, 양털이 실이 되고 실이 다시 천이 되려면 물레는 거의 쉬지 않고 돌아가야 했다. 작가 크세노폰은 물레질이여성에게 가장 명예롭고 가장 적합한 이라고 말했다.(76)


여성의 활동범위를 가정으로 제한하고, 국가와 사회적 역할을 하지 못하도록 규제한 것은 로마나 중국, 페르시아 모두 똑같았다. 많은 수의 여성들이 황제의 어머니, 아내, 딸이 되어 물리적으로는 권력의 핵심부에 위치해 있었으나, 여성의 역할은 조력자로서만 한정되었다.



정말 놀라운 일이다. 무슨 혁명이든 혁명이 끝나고 나면 여성들은 대대로 내려오던 부엌의 자리로 돌아갔다. 기독교 교회가 여성에게 일체의 공동 발언권을 빼앗았을 때도 그랬다. 프로테스탄트가 마리 당티에르 같은 여성 사상가의 입을 틀어막았을 때도 그랬다. 루소처럼 계몽주의의 대표들이 자유와 권리는 여성에게는 해당하지 않는다고 주장했을 때도 그랬다. 마지막으로 프랑스혁명 역시 올랭프 구주를 처형해 여성들에게 경고장을 던지는 것으로 마침표를 찍었다. 여자가 집을 나와 정치에 끼어들면 어떻게 되는지 너희 눈으로 똑똑히 보아라! (396)



여성에게는 자녀를 출산하고, 물레를 돌려 천과 옷을 만들고, 밥을 하고 빨래를 하고 청소를 하고, 아이를 돌보고 아이를 교육하는 일만 허용되었다. 이를 거부할 경우이상한 여자’, ‘미친 여자 취급 받았고, 정치적인 의견을 표명하는 것은 더더욱 금지되었다. 공장에서 수백만 노동자가 노예가 되었다고 비판하던 위대한 사상가 마르크스조차 여성이 가정에서 추가로 무임금 노동을 하고 있다는 사실을 보지 못했다. 그는 가정에서 아내의 위치가 노예와 다를 없음을 알아채지 했다.



나폴레옹 민법전에는 이런 조항이 있다. “미성년자, 결혼한 여성, 범죄자, 정신박약자는 법적 권리가 없다.” 민법전은 여성이 남편의 소유물이라고 정했다. 따라서 남편에게 아내를 때릴 권리가 있었다. 법적으로 여성은 범죄자나 정신 박약자와 동등한 지위였으므로, 어찌 보면 당연한 규정인 듯했다. (397)



여성 참정권을 요구했던 최초 운동의 여성 주역들은 돌을 던지지 못했다. 특히 에멀라인 팽크허스트는 돌팔매질이 형편없기로 유명했다. 하지만 그녀의 거실에서 결성된여성사회정치동맹 Women’s Social and Political Union’에는 돌을 던지는 추종자들이 충분히 많았다.



투쟁은 거기서 그치지 않았다. 여성들은 정치집회를 급습해 의자에 올라가여성에게 참정권을!”이라고 적힌 플랜카드를 펼쳤다. 가꾼 골프장 잔디에 산을 부어 글자를 새겼고 편지함을 폭파했으며 열차의 좌석을 칼로 긋고 불을 지르고 폭탄을 던지고 창문을 부수었다. 다우닝가 10번지 영국 수상 관저의 창문도 무사하지 못했다. 하나, 사람을 향한 폭력만은 절대 쓰지 않았다. (440)





내가 특별히 마거릿 애트우드를 좋아하는 이유는 소설 속에서 그녀가나는..’이라고 말할 때의 무게 때문이다. 이를 테면시녀이야기』






만에 하나 기회가 닿는다면, 미래에든 천국에서든 감옥에서든 지하에서든 다른 어떤 곳에서라도 당신을 만나거나, 당신이 탈출했을 내가 당신의 이야기를 들어줄 테니까. 미래, 천국, 감옥, 지하, 거기가 어디든 여기가 아닐 것은 분명하다. 무슨 이야기라도 털어놓다 보면, 적어도 당신이 존재한다는 것을, 거기 있어서 말을 듣고 있다는 것을, 구체적인 사실로 믿을 있다. 이야기를 당신한테 털어놓음으로써, 당신이 존재할 것을 의지로 명하는 바이다. 나는 이야기한다, 고로 당신은 존재한다. (458)










6 9 지난 토요일에 있었던 혜화역 집회 관련 뉴스를 찾아 읽는다. 여성 참정권에 대한 투쟁이 없었다면 여성들은 이번주 수요일에 기초광역의원, 교육감을 선출하는, 그대로 고도의 정치적 행위에서 완전히 배제되었을 것이다. 말하고 소리지르고 함성을 지르는 행동들은 결국 새로운 변화를 만들어낼 것이다. 갖은 방법을 동원한 여성의 역사 지우기는 계속될 테지만.









그럼에도, 여성들은 쉬지 않고 말하고 쓴다.


여성의 역사는 지워지지 않는다.


그렇게 우리는 역사가 된다. 






이렇듯 중국은 변화를 이루어냈지만 실제로 바뀐 것은 아니었다. 여전히 우주 질서를 논한 공자의 가르침이 통했고, 공자는 여자에게도 자리를 딱 정해주었다. 통치 형태와 국가 철학이 수천 년 동안 그대로 유지된 곳에서 여성 문제가 거론될 리 만무했다. 예로부터 돈 많은 남자는 첩과 정부를 두었고, 한나라의 황제들이 그랬듯 청의 황제들 역시 수천 명의 여성에게 에워싸여 살았다. 정부는 남성의 소유물이어서 사고팔고 선물로 주었다. 유명한 한 학자는 여성은 남성의 욕망을 채워주어야 하지만 남성은 그러지 않아도 되는 이유를 다기 세트에 비유했다. “찻잔 넷에 다관은 하나이다. 찻잔 하나에 다관이 넷인 경우를 보았는가?” (402쪽)

여성은 태어날 때부터 주부와 엄마가 아니다. 돌아보면 우리 주위엔 주부와 엄마의 의무를 진심으로 좋아하지 않는 여성도 많다. 그러나 수백 년에 걸친 사회 교육은 대부분의 여성을 주부와 엄마로 만들었다. 그런 관념은 남자들에게도 마찬가지로 걸림돌이 된다. 예를 들어 남자가 주부와 아빠가 되려면 출세를 포기하지 않으면 안 된다. (50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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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유나리 2018-06-11 18: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단발머리 님, 좋은 글 잘 읽고 갑니다 ;)

단발머리 2018-06-11 19:02   좋아요 1 | URL
김유나리님에게 적게라도 도움이 되었다면 저도 무척 기쁘네요.
댓글 남겨 주셔서 감사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