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사블랑카에서의 일 년 - 칼리프의 집 동방문학총서 2
타히르 샤 지음, 알이따르 옮김 / 훗 / 2018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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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카사블랑카> 때문에 카사블랑카는 많은 사람들에게 낭만적인 이미지로 남아 있다. 실제로 그곳에 가 본 적이 있는 사람이든 없는 사람이든. 영국의 작가 타히르 샤는 영화보다는 어린 시절 아버지와 떠났던 모로코 여행에서 영향을 더 받기는 했지만, 그 또한 카사블랑카에 환상을 품고 있었다. 그곳에서라면 "아치와 주랑이 있고 향기로운 참죽나무로 만든 높은 문과 숨겨진 정원이 있는 안뜰, 마굿간과 분수, 과일나무가 있는 과수원, 그리고 수십 개의 방이 있는 제대로 된 집으로의 탈출"이 가능할 거라고. 그래서 주변의 동료, 지인들의 만류도 듣지 않고 카사블랑카의 대저택 다르 칼리프(Dar Khalifa, 아랍어로 '칼리프(이슬람 사회에서 상당한 정치 세력을 거느린 지도자)의 집'이라는 뜻)를 사고 가족들과 그곳으로 이사한다. 그러나 이사 온 첫날 밤 환상은 박살난다. 


  이사 온 첫 날 밤, 오래 전부터 저택을 관리해 온 관리인들은 진(Jhin, 알라가 불에서 만들었다는 정령으로, 무슬림들이 진들이 인간과 함께 이 세상에서 살아가고 있다고 믿는다.)들을 노엽게 하지 않기 위해 화장실에도 가지 않고 한 방에 석탄 덩어리로 원을 놓고 그 안에서 자야 한다고 말한다. 첫 날 밤을 무사히 보낸 뒤로도 관리인들은 툭하면 진을 핑계대면서 말을 듣지 않는다. 심지어 작가의 가족들이 사는 것을 진들이 원하지 않으니 퇴마 의식을 치러야 한다고 말한다. 근처에 사는 조폭 두목의 아내는 작가가 다르 칼리파의 집 문서를 찾아내지 못한 것을 알고 가끔씩 찾아와서 협박한다. 집안 관리를 위해 데려왔던 비서 조흐라는 작가가 자신을 테러리스트로 모함했다고 자신의 수호 정령이 말해줬다며 작가의 계좌에서 4천 달러를 인출해서 도망친다. 오랫동안 비어 있던 저택을 보수하기 위해 건축가에게 보수공사를 의뢰하지만, 건축가가 보낸 인부들은 공사를 개판으로 하고 있고, 건축가에게 따져도 건축가는 나 몰라라 한다. 


  작가는 아버지 쪽으로 아프가니스탄 혈통이고 어린 시절 아버지와 모로코를 여행하면서 이슬람 세계의 문화와 전통을 조금이나마 체험했다. 그러나 영국에서 태어나고 그곳에서 쭉 생활해 왔기 때문에 다른 영국인들과 같은 사고방식을 지니고 있다. 현대 서구인인 작가로서는 이해할 수 없는 환장스러운 상황의 연속에서 구원의 손길이 나타났으니, 그가 바로 두 번째 비서 카말이다. 카말은 미국에서 여러 해 살다 와서 영어에 능통하고 업무 처리에 있어서도 유능하다. 그러면서도 모로코인으로서 같은 모로코인들의 사고 방식, 삶의 방식을 훤히 꿰뚫고 있기 때문에, 작가와 가족들이 모로코에서 맞닥뜨리는 문제를 유연하게 해결해 간다.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불법적인 행위도 서슴지 않는다. 세상 물정 모르는 주인공에게 혀를 끌끌 차면서도 생각지 못한 방법으로(때로는 어둠의 수단으로) 문제를 해결해 주는 해결사 캐릭터는 소설이나 영화, 만화에만 있는 줄 알았는데 현실에도 있었다. 작가와 카말이 모로코 생활을 하면서 닥쳐오는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해 좌충우돌하는 모습(더 정확히는 카말이 문제를 해결하고, 작가가 카말의 수완에 감탄하거나 경악하는 모습)은 웃음을 자아낸다.


 "자신이 간 장소를 여행자보다는 밀접하게 현지인보다는 낯설게" 바라본다는 작가 소개처럼, 작가는 여행자보다는 더 가까이서, 현지인보다는 더 멀리서 카사블랑카와 모로코를 바라본다. 카말이 건축가를 해고하고 새로 데려온 건축공들은 놀랄 만큼 아름다운 모자이크로 저택을 탈바꿈하지만, 저택 공사는 영원히 끝나지 않을 것처럼 보인다. 관리인들은 툭하면 진 핑계를 대면서 말을 듣지 않지만, 자신들이 받은 월급의 3분의 1을 작가의 이름으로 근처 학교에 기부해 마음을 찡하게 한다. 클럽에서 만난 모로코 여자에게 반해 이슬람 이단 종파의 일원이 된 미국 청년의 모습에 혀를 차다가도, 할아버지와 친하게 지냈던 모로코 사람들에게서 할아버지의 이야기를 듣고 추억에 잠긴다. 아름다운 풍경과 따뜻한 인정, 속물 근성과 뒤틀린 자본주의가 뒤섞인 모로코에서 좌충우돌하며 일 년을 보낸 뒤, 작가는 마지막으로 말한다. "무엇보다 가장 만족스러운 것은 우리가 모로코와 관리인들에게 그리고 칼리프의 집에서 마침내 인정받은 느낌이 들었다는 것이다."


  작가의 블로그와 홈페이지, 페이스북을 찾아보니 작가는 지금도 다르 칼리파에서 살고 있다. 관리인들과도(심지어 돈을 들고 튀었던 조흐라와도) 좋은 관계를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지금도 나름의 애로사항이 있겠지만, 이 모든 상황들을 감당할 가치가 있었다고 할 만큼 다르 칼리파는 아름답다. 작가와 가족들, 그들과 함께하는 사람들이 아름다운 다르 칼리파에서 앞으로도 오래도록 행복하게 지냈으면 한다. 


다르 칼리파의 문패가 걸려 있는 하얀 담장


모자이크로 장식된 음수대. 숙련공들이 다양한 모양과 색깔의 도자기 조각 수천 개로 아름다운 모자이크를 완성했다.


타히르 샤의 서재. 시더나무로 만든 24미터 길이의 책장이 들어서 있다. 현대적인 가구들과 아랍 전통무늬가 새겨진 저택의 문이 묘한 조화를 이룬다.


주황색 양탄자와 커튼, 우아한 곡선의 가구들로 꾸며진 거실


푸른색 타일과 모자이크로 장식된 욕실


사진 출처: 타히르 샤 블로그(http://www.tahirshah.com/blog/)

http://artnlight.blogspot.com/2008/09/dar-khalifa-caliphs-house-in-casablanca.html

http://digma.lt/interjero-dizainas-interjeras/kalifo-rumai/dar-khalifa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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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신나방
장용민 지음 / 엘릭시르 / 2018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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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돌프 히틀러는 베를린이 함락되기 직전인 1945년 4월 30일 베를린의 지하 벙커에서 자살했다. 그러나 히틀러가 사망한 후에도 그가 실제로는 살아 있다는 음모론들이 제기되었다. 이 소설도 히틀러가 살아남았다는 상상을 바탕으로 한다. 특이하게도 이 소설 속 히틀러는 자기 뇌를 소년의 몸에 이식하는 방식으로 살아남는다. 이런 독특한 발상에 호기심이 생겼고, 한국 작가가 외국을 배경으로 외국인들을 주인공으로 내세우는 소설도 흔하지 않아서 더 관심이 갔다. 하지만 막상 읽고 보니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이 소설은 2차 세계대전 직후인 1947년의 독일부터 케네디 대통령이 암살된 지 6년 후인 1969년의 미국까지 수십 년의 세월과 수천 킬로미터를 넘너들고 있다. 이야기의 규모는 크지만, 이야기를 설득력 있고 신뢰할 수 있게 만드는 디테일이 부족하다. 히틀러의 뇌 이식을 가능하게 한 과학 기술은 그저 여러 번의 시행 착오와 생체 실험을 거치면서 완성됐다, 정도로만 언급되고, 미국 정부를 쥐고 흔들 수 있다는 미 연방준비은행의 회장 밀턴이나 미국 정부가 쓰는 전략은 이름에 걸맞지 않게 얄팍하다. 밀턴이 남긴 쪽지 한 장을 받고 미국의 주요 은행 은행장이 자살하는 장면에서는 헛웃음이 나오고, 미국을 뒤에서 조종하는 '그림자 정부' 최고의원들의 모습에서는 유대인 비밀결사의 장로들이 세계 정복을 꿈꾼다는 음모론 '시온 의정서'가 떠오른다. 대만의 작가 찬호께이의 소설들을 보면서 추리 트릭이나 사회적 배경, 작품에서 사용되는 IT 기술에 대해 지나치게 자세하게 설명했다고 생각했었는데, 이 소설을 읽으니 그런 디테일들이 소설을 더 실감 나고 설득력 있게 만든다는 것을 실감하게 했다. 


 이야기 자체는 술술 읽힐 만큼 재미있지만 신선하지 않다. 하지만 뇌 이식으로 히틀러가 살아남았다는 설정을 빼면 이제까지 나왔던 수많은 나치 소재 창작물들과 다를 것이 없다. 캐릭터들과 사건들도 어디에서 본 듯하다. 히틀러의 뇌와 젊은 청년의 잘생긴 외모, 뛰어난 신체 능력이 합쳐진 인물 휘슬러는 엄청난 악마인 것처럼 묘사되지만, 그가 쓰는 수는 얄팍하다. 수십 명의 비서를 갈아치웠다는 밀턴은 처음에 베일에 싸인 신비롭고 무시무시한 인물인 것처럼 보이지만, 결국은 다른 소설이나 영화에 나오는 괴팍하고 욕심 많은 노인 캐릭터들과 다를 것이 없다. 죽은 연인과 똑같이 생긴 사람을 사랑하게 되는 것도 우리가 수많은 영화와 드라마에서 보아 온 클리셰다. 그래서 나치를 소재로 한 다른 창작물들 중에서 이 소설을 추천할 만한 이유가 딱히 없다.


 많은 기대를 품고 읽었는데, 다 읽고 나니 케이블 방송에서 틀어주는 양산형 할리우드 스릴러를 한 편 본 느낌이다. 작가가 자국이 아닌 다른 나라를 소재로 소설을 쓸 때면 디테일에 더 신경을 써야 한다. 디테일에 신경을 써도 그 나라 자국민에게는 허점이 보인다. 그 나라 자국민이 아닌 독자라도 이 소설이 실제처럼 생생하게 느껴질 수 있는 디테일이 있어야 하는데, 이 소설은 그런 디테일 없이 클리셰로만 채워져 있다. 산란기가 되면 우중충한 갈색에서 찬란한 보라색으로 색을 바꾼다는 귀신나방에 히틀러를 비유하고, 티즈데일의 시로 죽은 연인에 대한 사랑을 노래한다고 해서 이 작품에 설득력과 깊이감이 생기는 것은 아니다. 시간 여유가 많을 때 재미 삼아 한 번 읽을 수는 있지만 그 이상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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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지 감자껍질파이 북클럽
메리 앤 섀퍼.애니 배로스 지음, 신선해 옮김 / 이덴슬리벨 / 2018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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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군에게 

  북클럽에서 활동한 적 있어? 난 두 번 있어. 교회 안의 북클럽에서 활동했었는데 멤버는 세 명뿐이었지만 정해진 규칙 없이 책 이야기를 자유롭게 할 수 있는 게 좋았어. 그런데 그 작은 북클럽 안의 인간관계가 꼬이면서 북클럽도 해산돼 버렸어. 몇 년 뒤에 단골이었던 작은 책방의 북클럽에서 활동했는데, 그 책방이 문을 닫으면서 북클럽도 사라져 버렸지. 그 이후로는 북클럽에서 활동하지 않지만 여전히 사람들이랑 책 이야기 하는 걸 좋아해. 책을 사랑하는 사람들 이야기를 볼 때마다 마음 깊이 공감하고. 


건지 섬의 세인트피터 항구. 2차 세계대전 당시 건지 섬의 아이들은 이곳에서 배를 타고 영국 본토로 피난을 갔다.


 『건지 감자껍질파이 북클럽』 은 책을 사랑한 사람들의 이야기라는 점에서 끌렸던 책이야. '건지 감자껍질파이 북클럽'. 이름부터 참 특이한 북클럽이지. 건지Guernsey는 영국 해협에 있는 섬들인 채널 제도Channel Islands 중 한 섬이야. 나치가 1940년부터 1945년 5월까지 5년 동안 이 섬을 점령했던 거 알고 있었어? 영국 본토를 점령하기 위한 거점으로 삼으려고 했는데 잘 되지 않았대. 식량과 물자를 나치가 빼앗아간 데다 나치가 이 섬을 봉쇄하고 있어서 구호물자도 거의 들어오지 않았으니, 건지 섬 사람들은 그 5년 동안 곤궁한 삶을 살았지.  그때 책으로 5년을 버텨온 사람들이 있었으면 어땠을까, 하는 상상에서 이 책이 시작됐을 거야. 

 이 책은 두 개의 축으로 이루어져 있어. 하나는 전쟁 직후 우연히 건지 섬의 북클럽에 대해 알게 된 작가 줄리엣의 이야기. 다른 하나는 나치 점령 5년 동안의 건지 섬 북클럽 사람들 이야기. 온 영국이 전쟁의 상처에서 아직 벗어나지 못했던 1946년, 작가 줄리엣은 건지 섬에서 한 통의 편지를 받아. 줄리엣이 팔았던 책이 건지 섬까지 흘러들어갔는데, 그 책을 손에 넣은 건지 섬의 주민 도시(이름이 도시Dawsey야. City가 아니라.) 애덤스가 책에 적힌 줄리엣의 이름과 주소를 보고 편지를 보낸 거지. 전쟁 때문에 섬에 남아 있는 서점이 하나도 없으니, 대신 찰스 램의 책을 구해달라는 편지였어. 그 편지에는 '건지 감자껍질파이 북클럽'이 잠깐 언급되어 있었어. 줄리엣은 이름도 특이한 북클럽에 호기심을 느끼고 북클럽 이야기를 해 달라고 답장을 보내. 

  사실 건지 섬 사람들이 처음부터 북클럽 활동을 하려고 한 건 아니었어. 나치군이 섬 안의 가축들을 식량으로 쓸어갔고, 가축 한 마리까지 등록을 해야 하는 상황에서 섬 주민 아멜리아가 몰래 돼지 한 마리를 숨겨놨었어. 아멜리아는 이웃들을 불러 신나게 돼지고기 파티를 했지만, 파티를 하고 돌아가던 사람들이 나치의 통금시간 검문에 딱 걸린 거야. 돼지고기 파티를 하고 왔다고 할 순 없으니까 사람들은 북클럽 활동을 하고 집에 가는 길이라고 둘러댔지. 그때는 섬 안의 소규모 동호회까지도 나치에게 신고하고 등록해야 했기 때문에 사람들은 정말로 북클럽 활동을 해야 했어. '감자껍질파이'는 북클럽 모임이 있을 때마다 함께 먹었던 파이에서 따온 이름이고. 감자로 파이 소를 만들고 밀가루 대신 감자껍질로 파이 껍질을 만들었다는 데서 섬 사람들의 상황이 얼마나 열악했는지 보이지. 

  줄리엣은 북클럽 사람들과 건지 섬 사람들의 5년을 모아서 책으로 만들고 싶다고 생각했어. 그래서 북클럽 사람들을 비롯한 건지 섬 사람들이 나치 점령 5년 동안 겪은 일들과 책을 읽고 느낀 것들을 편지에 써서 줄리엣에게 보내. 이 책은 줄리엣이 주변 사람들이나 건지 섬 사람들과 주고 받은 편지들을 모아 놓은 형태야. 줄리엣이 런던에서 작가로서 살아가는 이야기와 줄리엣의 책 이야기가 한 축, 섬 사람들의 전쟁과 책 이야기가 다른 한 축이 되어 이 책을 엮어가고 있어. 건지 섬 사람들의 이야기에 푹 빠진 줄리엣이 건지 섬에 직접 가게 되면서 줄리엣의 이야기는 건지 섬 사람들과 더 긴밀하게 엮이게 돼. 

  나치 이야기는 이제 식상하다고 느낄 수도 있어. 하지만 여러 사람들의 이야기가 겹겹이 쌓이면서 전쟁 속에서, 침략자의 점령하에서 사는 게 어떤 것인지 점점 더 알아가게 돼. 건지 섬에 끌려온 포로를 숨겨주었다 유럽에 있는 강제수용소로 끌려간 사람, 아이들을 영국 본토로 피난 보내고 5년 동안 떨어져 있어야 했던 부모들, 독일군과 사랑에 빠졌다 사람들의 손가락질을 당하게 된 여인까지. '건지 섬은 1940년부터 1945년까지 나치의 점령하에 있었다'는 한 문장으로 요약될 수 없는 한 사람 한 사람의 이야기가 있어. 그 이야기를 그 사람들의 목소리로 들려주고 있는 거지. 

  북클럽 사람들이 이야기하고 좋아하는 작품 중 내가 읽은 작품은 많지 않아. 대부분이 영문학 작품인데, 나는 영문학에 그렇게 관심이 있지 않거든. 그래도 나는 북클럽 사람들의 책 이야기를 좋아해. 북클럽 사람들은 자기가 이만큼 책을 많이 읽었다, 작품에 대해 아는 것이 많다고 자랑하지 않고 자기가 느낀 그대로 솔직하게 이야기하니까. 나는 지식 자랑보다 이렇게 솔직한 감상들이 모이는 게 더 좋아. 그리고 사람들이 각자의 방식으로 책에서 위안을 얻으며 책 밖의 현실을 버텨가는 모습들이 마음을 따뜻하게 해. 이덕무는 '공자가 아니었으면 내가 발광하여 달아났을 것이다'라고 말했는데 나나 건지 섬 사람들이라면 '책이 아니면 내가 발광하여 달아났을 것이다'라고 말할 거야. 책이 현실을 바꿔주진 않지만, 적어도 현실을 버틸 수는 있게 해줘. 

 마지막 책장을 덮고도 줄리엣과 건지 섬 사람들의 편지도, 그들의 책 이야기도 계속되었으면 하고 바라게 돼. 거기에 나의 책 이야기들도 보태고 싶고. 이 책을 읽을 때마다 종이 위의 글자만으로도 바닷바람 부는 섬, 다정한 사람들, 정다운 수다가 생생하게 느껴져서 내가 그곳에 있는 것 같아. 건지 섬 북클럽의 이야기는 여기서 끝이지만 나는 앞으로도 나의 책 이야기를 하고, 그 이야기를 다른 사람들과 나누고 싶어. 너의 책 이야기도, 다른 사람들의 책 이야기도 궁금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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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내인 - 네트워크에 사로잡힌 사람들
찬호께이 지음, 강초아 옮김 / 한즈미디어(한스미디어) / 2017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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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스포일러 포함

  한 소녀가 투신자살했다. 소녀가 아무 죄도 없는 사람을 성추행범으로 무고했다는 글이 인터넷에 올라왔고, 소녀의 신상이 인터넷에 공개되면서 소녀는 수많은 네티즌들에게 조롱과 모욕을 받아 왔었다. 소녀의 언니는 동생이 억울하게 희생되었다고 믿고 수수께끼 같은 사립탐정과 진실을 파헤치기 시작한다.

  홍콩의 작가 찬호께이의 소설  『망내인網內人 은 '네트워크 안의 사람들'이라는 제목의 뜻대로 인터넷 네트워크 안의 여론으로 인한 자살 사건을 그리고 있다. 소녀를 모함한 글을 쓴 범인은 IT 기술을 교묘히 사용해 자신의 정체를 숨겼다. 그러나 해커 출신의 사립탐정 아녜阿涅는 천재적인 해킹 기술로 범인의 정체를 파악해 간다. 소녀의 언니이자 또 다른 주인공 아이阿怡를 아직도 폴더폰을 쓰고 아는 컴퓨터 프로그램이라고는 직장인 도서관의 도서 대출 시스템밖에 없는 컴맹으로 설정해, 아녜가 아이에게 범인이나 자신이 사용하는 기술을 설명하는 방식으로 독자들에게 트릭에 사용된 IT 기술을 설명한다. (그것도 모자라 소설에 언급된 과학기술과 컴퓨터 관련 자료 목록을 부록으로 넣었다.)

 동생의 죽음을 파헤치는 아이와 아녜의 이야기와 함께 출세를 꿈꾸는 IT 기업 직원 스중난施仲南의 이야기가 진행된다. 스중난은 머리가 비상하고 야심으로 가득한 인물로, 출세를 위해서라면 다른 사람을 짓밟는 일도 할 수 있다고 생각할 정도로 비정하다. 어느날 세계적인 IT 기업 SIQ의 공동 창립자 스투웨이司徒瑋가 스중난의 회사를 투자 대상 후보로 지목하면서, 스중난은 사장과 동료들을 제치고 스투웨이의 눈에 들기 위해 갖은 노력을 다한다. 그러나 스투웨이는 도무지 속을 알 수 없는 인물이다. 도대체 이 이야기가 아이의 이야기와 무슨 상관이 있을까 싶지만, 두 이야기는 결말 부분에서 교묘하게 이어진다. 이 서브플롯에서도 인터넷 기술과 인터넷 산업의 발전과 전망 등이 자세하게 설명된다. 

  두 이야기를 통해 작가는 인터넷의 명암을 파헤친다. 스투웨이는 네티즌들이 SNS를 통해 대형 언론들보다 더 빠르고 정확하게 소식을 전한 사례를 통해 인터넷 언론의 새로운 가능성을 본다. 반면 아녜와 아이는 인터넷 안의 잘못된 소문들이 상상 이상으로 빠른 속도로 수많은 사람에게 전파되고, 한 사람을 죽음으로 몰아넣을 만큼 위험하다는 것을 목격하게 된다. 범인을 알아낸 아녜는 범인의 수법을 역이용해 범인이 정신적으로 피폐해져 자살 직전까지 가도록 몰아붙인다. 범인을 물리적으로 공격하는 대신 정신적으로 공격해 무너지게 만드는 방법은 일본의 작가 미나토 가나에의 소설 『고백』을 연상시킨다.(이 책은 소설 안에서 언급된다.) 인터넷에서 사소한 이유로 트집을 잡혀 여러 사람에게서 악플을 받은 경험이 있다면 피해자 소녀와 범인이 겪었을 공포에 충분히 공감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너무 직접적으로 설명하고 메시지를 주입식으로 전달한다는 생각이 든다. 상황 자체를 보면서 독자 스스로 느끼고 판단할 수 있는데, 작가는 아녜의 입을 빌어 인터넷과 그 뒤에 숨겨진 인간의 본성이 얼마나 위험한지 구구절절이 설명한다. 혹시라도 독자가 놓칠까 봐 트릭 하나 하나를 놓치지 않고 설명한다. 작가 자신도 생각보다 분량이 너무 많아져서 마감기한을 몇 번이나 늦췄다고 고백할 정도다. 좀 더 내용을 쳐내고 독자 스스로 판단할 수 있게 여백을 남겨뒀으면 좋았을 것이다. 

  그리고 아녜가 지나치게 전지전능해 걸어다니는 데우스 엑스 마키나로 보인다. 소설 중반까지는 아녜가 SIQ의 또 다른 창립자 이노우에인 줄 알았는데, 아녜가 주범에게 복수하기를 포기한 아이에게 공범에게 복수하자고 제안하고 갑자기 잘나가는 CEO로 변신할 때부터 아녜가 스투웨이와 동일인물이라는 것을 눈치챘다. 아녜는 인터넷 기술을 이용해 모든 곳을 관찰하고 모든 진실을 밝혀내며, 모든 상황을 조종해 복수를 성공시킨다. 아녜에게 걸림돌이 되는 것도 거의 없다. 현실에서 고군분투하는 주인공들만 보다 오랜만에 전지전능한 주인공을 보니 통쾌하고 신나기는 하다. 하지만 이게 인터넷 생태계의 실태를 비판하는 소설인지 '아녜영웅전'인지 헷갈리게 된다. 

  게다가 아녜와 아이의 관계는 후반으로 가면서 할리퀸 로맨스로 변한다. 가난한 여주인공을 데리고 인형놀이라도 하듯이 고급 옷을 입히고 화장까지 직접 해 주는 재벌 남주인공.(연애가 아니라 복수를 위해 위장하려고 그런 것이지만) 차갑고 오만한 그가 여주인공에게 못되게 말하면서도 속으로는 '이런 여자는 네가 처음이야'라고 생각하면서 온갖 방법으로 챙겨준다. 나중에는 사건 의뢰비를 내는 대신 자기 집(정확히는 자기 소유 건물의 한 층)에 들어와 집안일을 하라고 한다. 컴맹인데다 아무 것도 가진 게 없는 아이가 아녜에게 의지할 수밖에 없지만, 아이가 아녜의 완벽함을 빛나게 하는 도구로 느껴진다. 아이도 아녜를 놀라게 할 만큼 당찬 면을 보이기도 하지만 아녜의 심부름과 요구를 군말없이 따르고 나중에는 집안일까지 하게 되니 결국은 수동적인 신데렐라 캐릭터가 되었다. 그런데도 아녜라는 캐릭터와 아녜-아이사이에 싹트는 로맨스에 설레니 작가에게 졌다는 기분이 든다. 

  인터넷 네트워크와 그 안의 사람들에 대한 고찰이 후반에서는 아녜 캐릭터의 전지전능함에 묻힌 감이 있다. 하지만 IT 분야에 대한 디테일과 몰입하게 만드는 이야기의 힘이 압도적이다. 인터넷과 그 안의 인간 군상에 대해 좀 더 깊은 고찰을 하지 못한 것은 아쉽지만, 재미와 디테일은 인정할 수밖에 없는 소설이다.

* 소설 속 인물들은 외래어 표기법에 따라 표준중국어(북경어) 발음으로 표기되었다. 아이의 본명인 어우야이區雅怡는 광동어 발음으로 아우응아이, 피해자인 동생 어우야원區雅雯은 아우응아만, 어우야원의 애칭 샤오원은 시우만이다. 샤오원의 메일 주소 aungamanman에도 어우야원의 광동어 발음인 아우응아만이 들어가 있다. 탐정 아녜阿涅는 아닙(요즘 홍콩 사람들은 초성이 N인 글자를 L이 초성인 것처럼 발음하는 경우가 많다니 아립으로 발음될 수도 있겠다.), 그의 진짜 정체인 스투웨이司徒瑋  씨토우와이, 그에게 처절하게 응징당하는 스중난施仲南은 이쭝남으로 발음된다. 광동어 발음이 북경어 발음보다 더 낯설게 느껴진다.

광동어 발음은 이 곳에서 찾았다. 


광동어 발음 사전: http://m.yueyv.c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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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67
찬호께이 지음, 강초아 옮김 / 한즈미디어(한스미디어) / 201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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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숨은글에 스포일러 포함. 모바일 버전과 앱에서는 숨은글 기능이 적용되지 않으니 스포일러 표시 전까지만 읽으시면 됩니다.


  2013년 홍콩, 한 대기업의 회장이 자택에서 작살총으로 살해당한다. 처음에는 강도의 소행인 줄 알았지만, 뭔가 석연치 않은 점이 있다. 사건을 담당한 경찰 뤄샤오밍駱小明 선배 경찰 관전둬振鐸의 도움을 받기 위해 사건 관계자들을 관전둬가 입원한 병실로 불러모은다. 그런데 관전둬는 암이 악화되어 혼수상태에 빠진 상태다. 당황해하는 사건 관계자들에게 뤄샤오밍은 뇌파(뇌의 신경세포들이 활동할 때 발생하는 전파) 검사를 통해 관전둬의 답을 들을 수 있다고 말한다. 뇌파검사기에 연결한 헤드셋을 관전둬의 머리에 씌우고 관전둬에게 질문했을 때 관전둬가 그렇다고 생각하면 검사기 화면의 커서가 Yes 쪽으로, 아니라고 생각하면 No 쪽으로 움직인다는 것이다. 관전둬에게서 Yes나 No라는 대답밖에 얻을 수 없는 상황에서, 뤄샤오밍은 과연 범인을 찾을 수 있을까?


  대만의 작가 찬호께이陳浩基는『13.67』에서 여섯 개의 단편을 통해 관전둬라는 한 홍콩 경찰의 삶을 이야기한다. 2013년을 배경으로 하는 첫 번째 단편부터 1967년을 배경으로 하는 여섯 번째 단편까지 46년의 시간을 거꾸로 거슬러 올라간다. 독자들은 2013년 66세의 노인이었던 관전둬의 모습부터 1967년 20세 청년이었던 관전둬의 모습까지 여섯 시기의 관전둬를 만날 수 있다. 각각의 이야기는 별개의 이야기고 그의 인생의 단편들이지만, 그 단편들을 통해 그가 어떤 인물이고 어떤 삶을 살아 왔는지 알 수 있다. 천재적인 두뇌와 따뜻한 인간미, 청렴결백한 성품을 갖춘 관전둬가 어떻게 한 사람의 경찰로 성장했고, 살아 왔는지를 지켜보다 보면 그와 함께 46년을 보낸 듯하다. 특히 마지막 단편 「빌려온 시간」을 다 읽고 나면 만감이 교차하며 첫 번째 단편「흑과 백의 시간」을 다시 돌아보게 된다.


 번역자는 관전둬의 일생이 마치 홍콩이라는 도시에 대한 은유처럼 느껴진다고 번역 후기에서 말했다. 그 말대로 관전둬의 일생을 통해 46년 동안의 홍콩의 역사 또한 함께 살펴볼 수 있다. 1997년 홍콩의 주권이 중국으로 반환된 뒤 홍콩 내 정치 세력들의 대립은 점점 더 심해지고, 사회 운동과 시위도 더 격렬해진다. 홍콩 경찰은 정부를 비판하는 시위대는 강경 진압하면서 정부를 옹호하는 시위대는 너그럽게 대해 정치적 중립을 지키지 못한다는 비난을 받는다. 게다가 수십 년 동안 계속되어 온 부정부패와 범죄조직과의 유착은 홍콩 경찰을 좀먹는다. 시간을 좀 더 거슬러 올라가면, 영국인들은 홍콩의 주권이 중국으로 반환되면 자신들은 어떻게 될지 불안해한다. 그 이전으로 거슬러 올라가면, 영국인들이 경찰의 고위직을 차지하고 있고, 경찰들은 영국인 상관과 대화할 때도 보고서를 작성할 때도 영어를 사용해야 한다. 중국 공산당의 지원을 받아 영국에 저항하는 세력은 경찰이 영국의 앞잡이 노릇을 하고 있다고 비난한다. 영국과 중국, 공산주의와 자본주의, 공권력과 삼합회 같은 범죄조직들의 권력 사이에서 혼란을 겪어온 홍콩의 역사는 그 속에서 평생을 살아온 관전둬의 삶과 닮아 있다. 


 작가는 한 인물(관전둬), 한 도시(홍콩), 한 시대(1960년대에서 2010년대)를 묘사하는 이야기를 쓰면서 동시에 추리소설로서의 완성도도 놓치지 않는다. 각 단편마다 잘 짜인 추리와 거듭되는 반전이 독자들의 허를 찌른다. 공학도 출신답게 추리를 뒷받침하는 과학적 근거들도 매우 디테일해서, 페이지마다 담겨 있는 정보량이 엄청나다. 너무 디테일해서 많아진 분량이 부담스럽게 느껴질 수 있겠지만, 이 정도로 디테일하게 자료 조사를 하고 소설로 녹여내는 것도 보통 역량이 아니다. 


 홍콩의 근현대를 생생하게 담아낸 사회 비판 소설과 잘 짜인 추리를 갖춘 추리 소설 두 마리 토끼를 다 잡은 작품이다. 홍콩의 번화함과 그 뒤에 숨겨진 어두운 이면들까지 그려내고 있어, 홍콩 누아르 영화에 향수가 있는 사람들이라면 그런 영화들에서 느꼈던 분위기를 그대로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이 소설을 통해 홍콩의 과거를 그리고 싶었다는 작가의 말대로, 독자들은 은 소설 속 한 사람의 삶을 통해 46년의 홍콩 역사를 간접적으로 체험할 수 있다. 


* 작가의 이름 찬호께이陳浩基는 표준중국어(북경어) 발음으로 천하오지다. 작가의 이름은 광동어로 표기되었는데, 등장인물들의 이름은 중국인들의 이름은 표준중국어 발음으로 표기한다는 외래어 표기 원칙에 따라 표준중국어 발음으로 표기되어 있다. 간혹 등장인물들의 이름이 광동어 발음으로 표기되어 있는 것으로 알고 있는 분들이 보이는데, 표준중국어 발음으로 표기된 것이다. 영어판에서는 등장인물들의 이름이 광동어 발음으로 표기되어 있다. 관전둬의 광동어식 발음은 꽌짠똑, 뤄샤오밍의 광동어식 발음은 록시우멩(병어 표기로는 Ming이지만 실제 발음은 '멩'으로 들린다.)이다. 왜 작가 이름만 광동어 발음으로 표기했을까. 광동어 표기 쪽이 세계적으로 더 인지도가 높아서일까? 


광동어 발음은 이 곳에서 찾았다.


광동어 발음 사전: http://m.yueyv.cn/


* 한국판 출판사에서 본문 앞에 홍콩 지도를 넣어준 덕분에 각 장의 사건 무대가 어디쯤에 있는지, 등장인물들이 어떤 경로로 이동하는지 감을 잡을 수 있었다. 원서에는 없던 지도인데, 출판사의 센스가 좋다고 생각한다. 


* 스포일러 부분











* 마지막 단편 「빌려온 시간」에 대한 단상 ▼

 책 전체에 무게감을 더해주는 것은 마지막 단편 「빌려온 시간」이다. 이 단편을 통해 사람의 운명이 얼마나 사소한 것 때문에 바뀔 수 있는지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독자들은 당연히 이 단편의 화자 '나'가 관전둬라고 생각할 것이다. 사람들이 감을 잡지 못하고 헤맬 때 명쾌한 추리로 설명해 주는 게 관전둬의 역할인데, 그 역할을 하는 것이 '나'니까. 그러나 마지막 대사를 통해 '나'가 관전둬가 아닌 첫 단편 「흑과 백의 시간」의 범인 왕관탕이고, '나'와 함께 영국인 경무처장의 암살을 막은 경찰 '아칠(阿七, 본명이 아니라 경찰 번호 4447에서 딴 별명이다.)'이 관전둬라는 것이 드러난다.


 '나'는 아직 스무 살이 안 되었다고 했는데, 아직 생일이 지나지 않아 만 20세가 되지 않았다는 뜻일 수 있으니 '나'가 관전둬일 것이라고 생각할 수 있다. 그리고 천재적인 두뇌의 '나'를 '아칠'이 보조해 주고 있으니 당연히 '나'가 관전둬라고 생각했을 것이다. 그런데 두 사람의 성품을 보면 '나'가 관전둬가 아니라는 것을 눈치챌 수 있다. '나'도 사람들이 죽는 것을 막으려 하고, 상관들의 눈치를 보다 아이들이 테러로 죽는 것을 막지 못한 '아칠'을 비난할 정도의 정의감은 있다. 그러나 '나'에게는 자신과 형의 안위가 최우선이다. 그래서 경찰이 되게 해주겠다는 제안도 거절하고 형의 회사에 들어간다. 더 편하게, 더 많은 돈을 벌 수 있으니까. 반면 아칠은 상인들이 공짜로 음식을 대접해도 꼭 값을 지불할 정도로 청렴하고, 자신의 목숨이 위태로운데도 직접 폭탄 해체 작업에 나선다. 청렴하면서도 정의를 위해서 몸을 사리지 않는 성품은 관전둬다운 것이다. 


 '나', 즉 왕관탕이 경찰이 되어 관전둬와 함께 일했다면 얼마나 더 많은 일들을 하고, 얼마나 더 많은 사람들을 구할 수 있었을까. 왕관탕은 친형처럼 따랐던 위안원빈과 함께 펑하이 사에 입사하기로 결정했을 때, 위안원빈이 불과 3년 뒤에 자신을 배신하고 자신이 가졌어야 할 모든 것들을 빼앗게 된다는 것을 생각하지도 못했을 것이다. 그리고 관전둬는 자신을 도와줬던 총명한 청년이 46년 뒤 자신의 목숨을 빼앗을 것이라는 생각을 하지도 못했을 것이다. 순간의 선택이 왕관탕뿐만 아니라 관전둬의 운명까지 바꿔버린 것을 보니 씁쓸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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