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배, 그 무섭고도 특별한 여행 - 낯선 장소로 떠남을 명받다
염은열 지음 / 꽃핀자리 / 201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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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나 영화 속에서 죄인들은 곤장을 맞고 봉두난발한 채 칼을 차고 수레에 타 호위병들의 감시를 받으며 유배를 떠난다. 너무나 일관된 장면들 때문인지 당연히 유배에 대한 고정관념이 생겼다. 조선시대의 유배는 거의 정치범들이 받는 형벌이고 따라서 그렇게 엄중한 감시 속에 무섭고도 위험하게 떠나는 여행이라고. 그랬기 때문에 유배에 대해 호기심이 없었다.

 

<유배, 그 무섭고도 특별한 여행>이란 책에선 과연 무엇을 다룰까. 그저 죄인이 형벌을 받는 것인데 무슨 이야기가 필요할까. 책은 우선 유배라는 형벌의 위치와 의미, 유배자에게 있어 어떤 삶이었는지를 설명한다. 그리고 극적으로 다른 두 유배자의 유배가사를 통해 유배라는 형벌 속에서도 삶은 이어지고 사오항에 따라 전혀 다른 삶을 이어갈 수 있었음을 알려준다.

 

사실 미디어를 통해 받아들인 유배는, 유배지로 가는 동안은 힘들고 괴로운 여정일지라도 유배지에 도착해서는 조금은 할 일 없이, 갇힌 듯한 생활일지라도 여가를 가질 수 있는 휴식의 기간은 아니었을까, 란 생각을 해 왔다. 하지만 사형 이전의 아주 엄중한 형벌인 만큼 사실은 전혀 그렇지 않았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유배자들은 졸지에 떠나와 낯선 곳에서 당장 먹고 자고 입는 것을 스스로 해결해야 했으며, 의식주를 해결하기 위해서 혹은 의식주를 해결하는 과정에서 새로운 풍토와 문화에 적응하고 인간관계를 새롭게 맺어야 했다. 그런 점에서 유래반 유배자에게 '죄인의 신분으로 익숙한 장소가 아닌 낯선 공간에 적응하라'는 일종의 미션이자, '살아남기'나 '적응하기', 혹은 '버티기' 시합에 가깝다."...26p

 

우리는 내가 있는 곳에서 다른 곳으로의 이동을 쉽게 하지 못한다. 지금의 상태가 안정되었다면 더 그렇다. 낯선 곳에서 가족이나 도움을 주는 이 없이 모든 것을 혼자서 해결해야 한다면 지금의 우리에게도 무척 힘든 일이다. 하물며 생활 능력이라곤 거의 없는 양반들이라면 그 생활을 어떻게 견딜 수 있을까. 그래서 유배자들은 자신의 억울함을 호소하고 임금을 칭송하며 자신의 유배가 끝이 나기를 바라는 마음을 담아 유배가사를 썼을지도 모르겠다.

 

책 속 유배가사 두 편의 선택이 아주 절묘하다. 한 편은 안도환의 <만언사>이고 다른 한 편은 김진형의 <북천가>이다. 한 사람은 부유한 중인 출신으로 사치와 허위허식으로 벌을 받아 주위의 위로나 동정 없이 너무나 극심하게 힘든 유배생활을 했고 한 사람은 입바른 소리의 상소문을 올려 유배형을 받았기 때문에 주위의 환대와 큰 도움을 받아가며 유배생활을 했다. 같은 유배형이지만 유배 죄인이 누구이고 해배의 가능성이 있는지, 그 사람의 위치에 따라 유배 생활의 질이 달라지는 것이다.

 

아무리 좋은 대접을 받고 심지어 기생과 여행 놀음을 하며 지냈다고 해도 낯선 곳에서의 홀로 된 삶은 여전히 외롭고 그리움의 연속일 것이다. 또한 죄인의 이름을 쓰고 있으므로 잘 지낸다 해도 여전히 마음이 편치 않을 터이다. 유배가 사형 직전의 무기징역임을 생각해 보면 당연한 일이다. 그래도 그 길거나 짦은 시간 동안의 마음의 동요와 시간적 여유가 이들에게 좋은 문학을 만들게 해준 것은 아닐런지. 잘 모르던 새로운 분야의 책을 읽게 되어 모르던 것을 알게 되는 기쁨을 얻을 수 있었던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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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부키 2016-01-20 02: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 시대 사람들의 행복(?), 삶의 기준이 지금과는 많이 다를테니 완전히 그들의 마음을 이해할 수는 없네요.

그래도 상상하자면 아둥바둥 자신이 꿈꾸던, 계획하던 것들을 버리고 초연해지지 않았을까요.

ilovebooks 2016-01-20 23:50   좋아요 0 | URL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바로 초연해지지는 않았을 것 같아요. 해배되는 경우도 있으니 이제나 저제나 기약없는 기다림을 기다렸을 수도 있었을 테고, 그럼에도 그곳 생활에 조금씩 적응해 나갔을 테지요~^^
 
구름 위의 지휘관, 파일럿 라임 틴틴 스쿨 4
한고희 지음, 정우열 그림 / 라임 / 201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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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부터 중학교 1학년생은 전면적으로 자유학기제를 실시한다. 직접적으로 공부를 시작하는 시기 전에 1년 동안 이런 저런 활동을 해 보며 자신의 진로를 탐색하라는 뜻에서다. 부모 입장에서 보면 시험도 보지 않고 스트레스에서 해방되어 룰루랄라 놀러 다니는 것 같은 느낌일 것이고 실제로 제대로 이 기간을 활용하지 못하고 어영부영 보내는 아이들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미래의 나를 위해 진짜 자신이 좋아하는 일과 잘 할 수 있는 일을 일찍 정하는 것이 좋다고 생각하는 나로서는, 이 기간을 잘 보내 자신의 미래를 한 번 더 생각해 볼 수 있는 시간이 되기를 바랄 뿐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우선, 얼마나 다양한 직업군이 있고 어떻게 그것에 다가가며 나 자신은 무엇에 흥미가 있고, 잘할 수 있는지를 탐색해 보아야 할 것이다. 보통 아이들에게 나중에 꿈이 무엇이냐고 물어보면 대부분의 아이들의 꿈은 한정되어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미디어에서 보여지는 화려한 직업, 돈 잘 벌 수 있는 직업, 그도 아니면 무척이나 안정적으로 보여지는 직업 등. 과연 그 선택이 나에게 맞춰진 것이 아니라 그저 편안한 삶을 위해 나를 맞춘 것은 아닌지 걱정이 된다. 따라서 아이들에게 비전을 보여주기 위해서는 다양함을 보여주는 것도 좋은 방법인 것 같다.

 

<구름 위의 지휘관, 파일럿>은 현직 파일럿인 한고희님이 자신의 아들에게 편지를 쓰듯 자신의 직업과 비행기에 관련한 여러가지 이야기를 담은 책이다. 우선, 한 손에 쏙 들어오는 아이들에게 부담 가지 않는 두께와 책 크기, 편지체의 글로 쉽게 읽을 수 있다는 장점이 다가온다. 파일럿에 조금이라도 관심을 가지고 있다면 자신의 미래를 꿈꾸는데 도움이 될 것이다.

 

 

사실 "파일럿"이라는 직업이 흔한 직업은 아닌 것 같다. 나로서는 한 번도 생각해 보지 않은 영역이라 그런지 몰라도 선택된 몇 %의 인간만이 가질 수 있는 직업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차근차근 읽어보니 파일럿이 되기 위한 방법이 여러 경로를 통할 수 있어 "하늘"과 "비행기", "조종"에 관심이 있다면 누구나 도전해 볼 만한 직업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또, 우리가 비행기에 관련된 직업을 생각하면 떠오르는 직업이 파일럿과 스튜어디스 등 한정된 직업 뿐이지만 책을 통해 굉장히 다양한 직업을 함께 설명해 주고 있어 꼭 파일럿이 목표가 아니더라도 비행기에 대한 다양한 정보를 얻을 수 있다.

 

"아빠가 판단하기로, 파일럿이 되기 위해서는 '체력', '지식', '정신력' 이 세 가지가 꼭 필요한 것 같아. ...(중략)...

아빠가 말한 이 세 가지 조건은 파일럿이라면 균형 있게 골고루 갖춰야만 해. 세 가지 중 어느 한 가지 능력만 탁월해서도 안 되고, 어느 한 가지 능력이 모자라서도 안 되기 때문이지. 물론 세 가지 조건을 완벽하게 갖축지 못했다고 지레짐작해서 포기하지 말고, 하나씩 준비해 나가는 자세가 제일 중요하겠지."...53p

 

꿈이라는 것은 하나의 목표이다. 진로를 일찍 정하면 좋은 점은 그만큼 노력할 시간이 많아지기 때문이다. 지금 현재의 내 상태에서 맞는 직업을 꿈으로 삼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적성과 소질, 흥미도까지 천천히 생각하여 목표를 세웠다면 그 길을 가기 위해 노력을 하면 된다. 파일럿이 꿈인 친구들, 비행기에 관심이 많은 친구들이라면 현직 파일럿의 조언하는 듯한 따뜻한 이 책을 통해 많은 도움을 받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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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이 굳은 사람일수록 살이 빠지는 스트레칭 - 몸이 유연해지면 통증은 사라지고 체지방은 준다!
이와이 다카아키 지음, 이해수 옮김 / 좋은날들 / 201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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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이 굳은 사람일수록 살이 빠지는 스트레칭>이라니~! 제목을 보고 혹! 하지 않을 수가 없다. 운동을 습관처럼 하지 않아 뻣뻣한 몸을 가진 사람이라면 정말 이 한 권의 책에 기대를 하지 않을까. 적어도 나는 그랬는데, 결혼, 출산, 육아에 몸은 부을 대로 부었다가 심한 다이어트를 거쳐 꾸준한 운동을 시작했지만 아이 방학 때는 쉬었다가 다시 했다가를 반복, 일을 시작하고 다시 출산과 육아를 경험하다 보니 운동 근처에도 못 가본지가 어언 5년이 된 것 같다. 그러는 사이 내 몸은 극도로 뻣뻣해져 갔다. "다이어트"는 언제나 나의 관심사. 워낙 운동을 싫어하는데다 핑계거리도 많다 보니 몸은 자꾸만 거대해져 갔다. 어떻게 하면 시간 대비 효율적으로 건강과 체력, 몸매까지 세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을까.

 

책의 가장 큰 장점은 25~30분 사이의 짧은 스트레칭 만으로 2주만 노력하면 직접 몸의 변화를 느낄 수 있다는 점이다. 물론 아직은 직접 체험해 보지 않아 진짜인지는 알 수 없지만 일단은 믿어보고 싶다. 책의 앞부분엔 이 스트레칭의 효과 원리에 대해 자세히 설명해 주고 있다. 근육을 이완시키는 스트레칭과 혈액순환을 돕는 근육 기능을 살린 스트레칭을 통해 유산소 운동 이상으로 지방을 연소시킨다는 것. 때문에 다이어트에서 실패하기 쉬운 요요현상이나 굵은 근육이 붙는 것, 통증 등의 문제를 해결해 준다고도 한다.

 

아주 어릴 때부터 수족냉증이 있었고 임신 때에는 손, 발 저림 현상과 쥐가 자주 나서 혈액 순환이 잘 되지 않아 기초대사량이 적다는 사실은 잘 알고 있었다. 때문에 남들보다 운동이 더 필요한 상태인데도 워낙 움직이는 것을 싫어하다 보니 내 몸을 잘 보살피지 못한 것 같다. 여러 번 시도는 해봤었는데 일단 재미를 느끼지 못하다 보니 오랫동안 유지하지 못했다는 것이 가장 큰 실패 요인이 될 것이다. 그런데 스트레칭 만으로도 근육을 유연하게 하고 혈액순환을 개선하여 기초대사를 높일 수 있다고 하니 정말 기대가 된다.

 

스트레칭을 설명하며 두 가지를 알려주고 있는데 하나는 우리가 보통 생각하는 정적 스트레칭. 어떤 포지션을 만들고 일정 시간동안 유지시켜 주어 근육을 최대한 이완시켜 주는 것이다. 이 정적 스트레칭은 근육의 이완을 통해 활동 범위를 늘이는 것이라고 한다. 그리고 두 번째는 일정 행동을 반복하는 스트레칭인데 이런 스트레칭을 통해 튼튼한 근육으로 만들어 준다고 한다. 책에는 사람마다 처한 상황에 따라 원하는 목적에 따라 다른 스트레칭을 차근차근 알려준다. 그래서 그대로 따라하기만 하면 된다.

 

 

우선은 6개의 기본 스트레칭이 있다. 정적 스트레칭이고 이 스트레칭 만으로도 체지방이 쌓이기 어려운 몸을 만들 수 있다고 한다. 직접 따라해 보며 가장 좋았던 점은 굳은 사람과, 보통 사람, 유연한 사람마다 다른 포지션을 알려 주어 단계마다 차이를 두고 있다는 점이다. 또한 실수할 수 있는 방법이나 좀 더 유연하게 만들 수 있는 tip 같은 것도 다양하다. 다만 이 스트레칭을 따라할 때 집중해야 할 근육 부위를 그림으로 각 장마다 그려주었다면 앞장을 찾아보지 않고 좀 더 집중할 수 있었을 것 같다.

 

기본 스트레칭 이후에는 좀 더 다양한 각 부위에 따른 스트레칭 방법을 소개하고 있다. 자신의 몸 상태에 따라 혹은 좀 더 집중하고 싶은 부위에 따라 자신이 프로그램을 만들 수 있는 것이다. 저자는 자신에게 맞는 프로그램을 짜서 하더라도 30분을 넘지 않도록 권하고 있다. 또한 처음 시작하는 사람들을 위해 융통성을 두고 무리하지 않도록 조언하고 있다.

 

 

한때 요가를 하면서 뚱뚱해도 몸은 좀 유연하다는 소리를 들었던 나였는데, 이 기본 프로그램 6개를 따라하며 그동안 내가 내 몸을 얼마나 돌보지 않았는지 깨닫게 되었다. 특히 위의 동작의 경우는 도저히 중심을 잡을 수 없었다. 조언에는 그럴 경우 두 손이 아니라 한 손으로 잡아도 좋다고 하지만 이 굴욕감이란~. 한꺼번에 여러가지를 외우기도 쉽지 않고 무리하면 더 좋지 않기 때문에 당분간은 이 6가지 스트레칭을 책을 보지 않고도 할 수 있도록 해보려고 한다. 겨우 첫 날이지만 근육들에 집중하며 했더니 추천 시간 1분이 아니라 겨우 20초였지만 저녁이 되니 근육들이 조금씩 자극받았음을 느끼게 된다. 예쁜 몸매까지 만들어진다면 더없이 좋겠지만, 그보다는 이곳저곳 아팠던 통증들이 사라지고 유연한 몸으로, 혈액순환이 잘 이루어져 건강한 몸이 되었으면 하는 바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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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대에게 권하는 문자 이야기 - 문자의 기원과 가치를 집중 조명한 첫 청소년 책! 10대에게 권하는 시리즈
연세대 인문학연구원 HK문자연구사업단 지음 / 글담출판 / 201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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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에게 문자가 없었다면 어땠을까. 개인적으로 책이 없으면 살 수 없는 활자 중독증이라 생각만으로도 끔찍하다. 책이라면 도리질을 하는 청소년들도 아마 진짜로 우리 생활에 문자가 사라진다면 그 답답함을 이기지 못할 것이다. 우리는 알게 모르게 아침부터 저녁까지 문자에 둘러싸여 산다. 그런 문자가 어떻게 생겨나고 어떤 구성으로 이루어져 있으며 어떻게 발전해 왔는지 생각해 봤는지. 생각해 보니 그 어떤 인문 책보다 가장 앞서야 하는 것이 문자가 아닌가 싶다.

 

<10대에게 권하는 문자 이야기>는 그런 문자의 중요성, 기원에서 발전까지와 가치를 이야기하는 책이다. 전문 선생님들이 직접 이야기해 주는 식으로 설명해 주고 있어 마치 강의를 듣는 듯한 기분으로 읽을 수 있다. 

 

역사를 "선사시대"와 "역사시대"로 구분할 때 기준이 되는 것은 바로, 문자의 유무이다. 문자가 없던 시절을 선사시대, 문자가 발명되고 기록이 가능해졌던 시기를 역사시대라고 한다. 그만큼 문자는 인류의 역사에 정말 큰 역할을 한다. 여기까지는 역사를 조금만 공부해도 모두 아는 사실일 것이다. 책에는 역사시대 이후 인류가 문자를 어떻게 발전시켜 왔는지를 설명하고 있는데 무척 새롭고 재미있었다. 4대 문명에 존재했던 상형문자, 갑골문자, 그림문자와 설형문자에서 발전한 단어문자(대표적으로 중국의 한자)가 표현하려는 개념이 많아질수록 문자의 수가 많아질 수밖에 없어 문자를 아는 사람들은 숭배되어지고, 한계가 되었다는 사실. 조금 더 발전하여 "소리"에 집중했던 인류가 음절문자와 음소문자로까지 발전시켰다는 사실은 감동적이기까지 했다.

 

 

문자의 전체적인 역사와 기원, 구성 등을 이야기한 책은 대표적인 언어인 한자와 영어, 한글에 대해 나누어 설명한다. 우리 생활권에도 깊숙히 들어와 있는 한자는 아직도 우리에게 많은 영향을 끼친다. 한동안 한자 표기에 대해 말들이 많았던 기억이 난다. 하지만 우리에게 한자어가 아직도 많은 부분을 차지하고 영향을 끼치고 있다면 한자를 어느 정도는 배워야 하는 것이 맞다고 생각한다.

 

 

 

영어의 경우는, 알파벳 문자가 서양 전반에 영향을 끼치기 때문에 그 기원에 대한 이야기가 무척 흥미로웠다. 특히 얀 후스의 종교 개혁과 마틴 루터의 종교 개혁 사이에 있었던 인쇄술의 발명이 두 사람의 개혁을 어떤 결과로 이끌었는지를 보면 정말 극적이다. 독일의 구텐베르크의 금속 활자 발명 보다 앞선 우리의 금속 활자를 무조건 지지하고 우수하다고 생각했는데 아래와 위로부터의 발명 때문에 갈린 사회의 파급력을 생각한다면 독일의 인쇄술도 인정해주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흔히 한글이 세계에서 가장 우수한 문자라고 이야기 한다. 이 책을 읽다 보니 그냥 하는 말이 아니라 정말로 과학적이고 우수한 문자라는 사실이 더욱 크게 다가온다. 어떤 소리도 표현할 수 있는 문자. 이 사실이 그 어떤 문자보다 훌륭한 것 같다. 세상에 오랜 기원을 가진 문자가 많지만 그런 문자보다 우리 한글에서 자부심을 무한히 느끼게 된다. 청소년들이 꼭 읽어야 할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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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스 로마 신화를 보다 1 - 이미지와 스토리텔링의 신화 여행 그리스 로마 신화를 보다 1
토마스 불핀치 지음, 노태복 옮김, 강대진 해설 / 리베르스쿨 / 201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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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스 로마 신화는 우리 것이 아니라서 그런지 여러 번 반복해서 읽어도 잘 기억으로 남아있지 않다. 들어본 듯한 이야기지만 정확하게 생각나지 않다 보니 정작 필요한 때(책을 읽다 은유나 비유로 나온 대목이라든지, 역사를 이해하기 위해서도)에 적절히 매치시키지 못해 얼렁뚱땅 넘어가게 된다. 최근 딸 또한 어릴 때 그리스 로마 신화 만화를 읽지 못하게 해서 자신만 잘 모른다고 탓했던지라 어떻게 하면 이 유럽, 세계사의 근간이 되는 이야기들을 잘 이해할 수 있을까가 고민이었다.

 

<그리스 로마신화를 보다> 시리즈는 그리스 로마신화를 체계적으로 정리한 토머스 불핀치의 <신화의 시대>에 그리스 로마신화를 주제로 한 명화를 얹어 이해를 돕고 다양한 궁금증 등을 함께 해설하여 우리 문화의 입장에서도 바라볼 수 있도록 만든 책이다. 띄엄띄엄 읽어왔던 신화 내용들도 있지만 새로운 시도 때문인지 무척 새롭게 읽혔다.

 

신들이 기거했다는 올림포스 산에서부터 주요 신들의 탄생이야기로 시작하는 이 책은 주로 오비디우스의 <변신 이야기>나 베르길리우스의 시에서 가져왔다고 한다. 각 장의 시작 부분에 대표하는 명화와 인용 문구, 지도 등을 통해 이번 장에서의 이야기가 등장하는 배경지식을 대강 알 수 있는데 이 부분을 읽으면서 그 어떤 책보다 오비디우스의 <변신 이야기>를 한 번 도전해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각 장의 끝에는 "생각해 보세요" 장이 있는데 이 장을 통해 신화를 읽으며 생각하고 궁금하고 의문점이 들었던 점들을 다시 한 번 확인하고 해소할 수 있어 좋았다. 또다시 찾아볼 수 있는 수고를 덜었기 때문이다.

 

 

신화를 주제로 한 그림들이 이렇게나 많은 줄 몰랐다. 아니, 정확하게 말하자면 그림의 존재를 알았더라도 그 그림이 신화를 주제로 한 것인지 몰랐다고 해야겠다. 얼마 전 읽었던 <그리다, 너를>을 통해 알게 된 번 존스나 존 워터하우스의 작품들은 특히 마음에 더 와 닿았다. 이미 본 그림들이지만 그 그림들에 이런 이야기가 담겨있는 것을 몰랐다니, 역시나 그들 문화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했기 때문이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알지 못하면 제대로 이해할 수 없다는 사실.

 

 

그림 뿐이 아니다. 많은 작가들이 시를 통해 다양한 방법으로 그리스 로마 신화를 비유하고 은유하여 자신들의 이야기를 들려주기 때문이다. 시를 즐겨 읽지는 않지만 유명한 시인들의 시 속에서 언급된 이 많은 신화 속 존재들에 또 한 번 놀라움을 금치 못한다.

 

티스베와 피라모스의 이야기에선 <로미오와 줄리엣>을 읽을 수 있고, 에로스와 프시케 이야기에선 <미녀와 야수>, <콩쥐팥쥐> 이야기가 떠오른다. 그 뿐인가. 미다스 왕의 귀 이야기는 우리가 알고 있는 <임금님 귀는 당나귀 귀>가 아닌가. 우리의 전래동화 이야기 조차 그리스 로마 신화에서부터 유래된 것이라니, 정말 놀랍기 그지 없다.

 

"헤파이스토스가 다리를 저는 것은 그리스인들의 균형 감각을 보여 주는 사례다. 몸이 가장 불편한 신에게 가장 좋은 재주를 주었기 때문이다. 이따금 헤파이스토스는 신들 중 가장 못생겼다고 묘사된다. 그런 그에게 가장 아름다운 여신 아프로디테가 아내로 주어졌으니 이 역시 균형 감각의 반영이라 할 만하다."...41p

 

그 어떤 신보다 그리스 로마 신화 속의 신들은 너무나 인간적이다. 질투, 복수, 욕망, 사랑에 철저하다. 그런 신들의 모습을 보면서 우리 자신을 반성하고 다짐하는 것은 아닐런지. 때문에 가장 널리, 가장 많이 읽히면서 모든 문화의 근본이 되는 것일 테다. 인간적인, 이 이야기를 읽으며 신화 이야기에 푹~ 빠져볼 수 있는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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