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말 오랜만에 무라카미 하루키 작품을 읽은 것 같다. 특히 소설은.
20대 초반, 이 작가에게 빠져 장편소설부터 에세이까지 빠져서 읽던 기억은 어느새 추억이다.
장편소설에 충격받아 읽기 시작해서 지금은 이 작가의 에세이를 훨씬 좋아하지만 그래도 간혹 신작이 나오면 여지없이 관심이 간다.
동네 도서관에 갔더니 이 책이 꽂혀있길래 읽을 책이 많은데도 데려왔다.
단편 소설이니 금방 읽지 않을까 싶어서.
표지에는 분명 "무라카미 하루키 소설"이라고 씌여 있는데
읽다 보니 소설인지 수필인제 헷갈린다.
앞부분엔 분명 무라카미 하루키 소설 특유의 판타지 느낌이 물씬하다.
예전에 알던 여자애에게서 피아노 초대장을 받고 방문했으나 아무것도 없던 곳에서 한 노인과 대화를 나눈 일을 다룬 <크림>이나 대학 시절 썼던 희망을 담은 글 속의 앨범을 실제로 발견하는 <찰리 파커 플레이즈 보사노바>, 한 료칸에서 만난 원숭이와의 경험을 담은 <시나가와 원숭이의 고백> 등이 그렇다.
그런가 하면 무라카미 하루키 본인의 이야기인지 아닌지 헷갈리는 <위드 더 비틀스>나 <야쿠르트 스왈로스 시집>, <사육제> 같은 작품도 있다. 이 작품들은 하물며 본문 중에 대놓고 "나 무라카미 하루키는" 같은 구절이 나오니 정말 어리둥절할 밖에.
현실을 바탕으로 현실과 환상을 오가는 글들이 잠깐 옛 감성에 젖게 했다.
그동안 무라카미 하루키의 작품 속 음악 같은 것을 설명하는 책들을 읽어보기도 했는데 그래서인지 이 작품 속 음악들이 눈에 들어왔다.(젊은 시절 읽을 땐 그조차도 모르고 읽은 듯.ㅋㅋ)
내가 이분이 좋아하는 음악들에 별 흥미가 없었어서 좀 안타까웠는데 그래서 내가 수필을 더 좋아하나 보다~ 하고 생각했다.
가볍게 읽을 만하다. 그렇다고 마냥 가벼운 작품들은 아니다. 그 안엔 어쩐지 살아가며 누구나 느꼈을 환상이라든지, 희망이라든지 절망 같은 것도 녹아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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