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튼, 메모 - 이것으로 나의 내일이 만들어질 것이다 아무튼 시리즈 28
정혜윤 지음 / 위고 / 202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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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혜윤 PD의 책을 처음 만난 건 내가 30대일 때였다. 첫 아이를 낳고 산후우울증 비슷한 것을 겪으며 무언가 돌파구를 찾고 있을 때였다. 라디오 PD라는데 라디오는 잘 듣지 않는 사람이라 그녀의 책이 내게 잘 맞는구나~ 싶었다. 하지만 세월이 흘러 내가 나이를 먹고 그녀의 옛 책을 읽으니, 음~ 또 느낌이 다르다. 젊은 시절의 그녀는 젊은 시절의 내게 크게 다가왔는데 내가 나이를 먹으니 이제 더이상 감성적인 글은 잘 읽혀지지 않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 중고서점에서 <아무튼, 메모>를 봤을 땐 반가웠다. 무엇보다 이제 함께 나이 든 작가의 책을 읽을 수 있다는 사실과 평소 눈여겨보며 재밌게 읽던 "아무튼" 시리즈의 그것도 "메모"에 대한 글이라면 읽어야겠다 생각이 든 것.

메모 또한 내가 나이 들어가며 바꾼 습관 중 하나다. 젊을 적엔 딱히 메모를 하지 않고도 잊지 않고 잘 해결해 나갈 수 있었다. 떠오른 생각들 또한 머리 한구석에 잘 자리잡고 있다가 적재적소에 생각났다. 흠~ 하지만 이제 아니다. 40이 넘어가면서부터였나, 40대 중반부터였나~ 그때는 실수가 잦았다. 생각날 때마다, 무언가를 정할 때마다 열심히 메모하는 습관을 들였다.

하지만 정혜윤 작가의 메모와 나의 메모는 무척 다르다. 나의 메모는 기능적 메모다. 살아남기 위해, 더이상의 실수를 피하기 위해 어쩔 수 없이 하는 메모다. 하지만 정혜윤 작가의 메모는 더 나은 미래를 위한 보고이며 자신의 생각을 정리하고 자양분 삼아 펼치기 위한 메모다. 그동안 작가는 더 넓어지고 더 깊어진 듯하다. <아무튼, 메모>를 읽다 보니 그의 라디오를 들어보고 싶다는 생각도 든다. 이런 생각을 하는 사람은 어떤 라디오 프로그램을 만들까 싶어서.

앞으로도 나는 나의 생각, 감상을 적는 메모를 할 것 같지는 않다. 책을 읽으며 좋은 문장들만 모아볼까 싶었지만 그 또한 잘 되지 않는다. 내게는 독후감 정도 쓰는 게 최선일 듯. 각자의 성격에, 일에, 취향에 맞춰 자신의 메모를 해 나가는 것이 중요하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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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대한 중서부의 부엌들
J. 라이언 스트라돌 지음, 이경아 옮김 / 열린책들 / 2018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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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어떤 경유로 알게 되었는지 잘 생각나지 않는다. 하지만 제목보다는 간단한 작품 소개를 보고 한번 읽어봐야지~ 했던 기억은 난다. 딱히 식재료나 음식, 레시피 등에 관심이 있지는 않다.

"한 세대에 한 번 나올까 말까 한 놀라운 미각을 가진 소녀, 에바!

따돌림을 당하던 괴짜 소녀가 미국 최고의 천재 셰프가 되기까지"

하지만 저 문구는 왠지 흥미롭다. 마치 실제로 있었던 일처럼 소개해 놓았지만 어디까지나 픽션이다. 꽤나 두꺼운 이야기 안에 한 소녀의 이야기가 어떻게 펼쳐질지 궁금하지 않은가!

총 8 챕터로 나뉜 책은, 각 챕터의 소제목이 요리 이름이다. 그리고 각 요리에 해당하는 이야기가 이어진다. 처음부터 마지막까지 읽고 나면 잠시 어리둥절해진다.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긴 책을 읽은 것 같기 때문이다. 처음 시작은 에바의 아버지 라르스 토르발에서부터 시작한다. 어린 시절 부모의 강요로 집안 요리를 맡게 된 라르스가 그 냄새 나는 요리에서 벗어나기 위해 어떻게 셰프가 되었는지, 사랑에 빠지고 결혼 후 태어난 딸을 얼마나 사랑했는지. 하지만 그 이후 벌어진 숱한 위기와 견딤 이후 에바의 삶이 어떻게 바뀌었는지.

그렇게 에바의 삶으로 넘어간 두 번째 장을 제외하고 이후 6개의 장에 에바가 직접 등장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누군가의 사촌으로, 누군가의 연인이나 동료로 등장하며 독자는 에바가 첫 장의 운명 이후 어떤 삶을 살아왔는지 짜맞추게 된다. 따라서 주인공이 에바만인 것은 아니다. 에바 주위 인물들의 이야기가 오버랩되며 다양한 인물들이 어떤 삶을 살고 에바에게 혹은 에바가 어떤 영향을 주고 받는지 읽게 된다.

단 한 편의 소설로 이렇게 많은 이야기를 담아낼 수 있다는 사실에 감탄한다. 이들은 우리이기도 하고 우리 이웃이기도 하다. 조금 더 성숙한 사람이나 덜 성숙한 사람들, 자신의 운명을 개척하거나 그대로 따르는 사람들, 어쩔 수 없다고 변명만 하거나 어떻게든 이겨내려고 애쓰는 이들이다. 그것을 읽어낼 수 있도록 만든 건 역시 작가의 힘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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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니까~ 도대체 왜 별개인 걸까?ㅜㅜ
죽었다 깨어나도 문과형 인간은 이해가 안된다~

"그렇죠. 지난번에 ‘이익과 현금은 별개‘라고 말씀드렸죠?"
전에 공부한 내용을 생각해 내려 애쓰는 구로키 사장의 얼굴이 보인다.
"여기서도 ‘경비와 현금은 다른 개념이라고 인식하는 것이 재무제표를 이해하는데 중요한 포인트입니다."
"즉 실제로 드나드는 돈과 재무제표에 계상하는 돈이 다르다는 거군요?"
"사장님, 바로 그겁니다. 경비에선 감가상각비가 그 대표적인 경우입니다." - P6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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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가 들리는 편의점 바다가 들리는 편의점 1
마치다 소노코 지음, 황국영 옮김 / 모모 / 202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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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요즘 힘든가 보다. 이제 힐링 소설 그만 읽어야지~ 하면서 또 들고 읽고 있다. ㅎㅎ

이런 류의 소설들을 묶는 힐링 소설이라는 말이 참 잘 어울린다 싶게 실제로 읽고 있는 동안은 아~무 생각 없이 감동적으로 마음이 따땃~해진다. 그러니 사람들 사이에 입소문이 나고 베스트셀러가 되고 하는 거겠지.

도시와 좀 떨어진, 그렇다고 너무 시골도 아닌 곳 모지항 앞에 편의점이 하나 있다. 그리고 이곳엔 그 어디서도 볼 수 없는 페로몬을 마구 내뿜는 점장과 그를 둘러싼 팬클럽(ㅋㅋㅋ 이들을 이 말 말고 뭐라고 부를까)이 존재한다. 그러니까 이곳엔 시바 점장을 보자마자 한눈에 반하는 인간과 도대체 그들을 이해할 수 없는 이들로 나뉜다는 말씀. 이 설정부터 너무 웃긴데 사실 앞서 이야기한 것처럼 이 소설은 그것보다 더 중요한 "사람"에 대한 이야기가 가득하다.

총 6가지 이야기를 담고 있는데 모두 편의점을 중심으로 이야기가 진행되지만 6명의 주인공은 모두 편의점의 손님들이다. 자신의 꿈을 의심하거나 포기하고 자신의 나이에 고민할 것들을 고민하는 이 주인공들은 모두 우리의 이야기다. 그래서 소설은 너무 튀지 않고 "그래, 맞아~"하면서 읽게 된다. 편의점의 시바 점장과 그의 형 "무엇이든 맨"은 그들을 그냥 조금 도와줄 뿐이다. 그렇다고 이들이 도와주겠다는 어떤 사명을 가진 건 아니다. 그저 착한 심성으로 최선을 다해서 도왔을 뿐. 한두 명 만의 리드로 이끌어가지 않고 앞서 나온 이가 뒤를 이어 그 마음을 전파하고 이어가며 이 소설은 무척이나 따뜻한 소설이 되었다.

벌써 2권도 출간된 것 같던데, 시바 점장의 동생 미소녀 주에루의 등장은 이 모지항을 또 어떻게 바꾸어놓을지 무척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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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자를 판 사나이 열림원 세계문학 5
아델베르트 샤미소 지음, 최문규 옮김 / 열림원 / 202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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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을 보고 제일 먼저 떠오른 건, 괴테의 <파우스트>와 오스카 와일드의 <도리언 그레이의 초상>이다. 악마에게 영혼을 팔고 자신이 원하는 것을 얻는 작품들. 그런가 하면 그림자라는 소재 자체로 연관된 <오필리아의 그림자 극장>이라는 그림책도 있다. 홀로 남은 그림자들을 데리고 다니는 부인의 이야기인데 막상 <그림자를 판 사나이>를 읽어 보니 이 작품들 모두 연관성이 있어 모두를 떠올리며 즐겁게 읽었다.

그렇다고 쉬운 작품은 아니다. 130여 페이지의 짧은 작품으로 이야기 전개도 빠르지만 첫 시작 서문의 중의성에서부터 그림자를 판 슐레밀의 선택과 그 이후의 인생에 대한 의미, 부자인 슐레밀보다 그림자 없는 슐레밀을 경멸하는 주변 인물들과의 관계 등을 생각하면 그냥 후루룩 읽어낼 책은 아닌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우선 서문부터 살펴보자면, 처음 책이 시작되면 푸케가 에두아르트에게 보내는 편지를 통해 슐레밀이 쓴 작품을 샤미소에게서 받았으며 이 작품을 꼭 출간해야 한다는 내용을 읽을 수 있다. 이어 샤미소가 직접 에두아르트에게 편지를 보내 슐레밀의 인생 이야기를 칭찬하며 이 재능을 썩힐 수 없다고 한다. 하지만 분명 <그림자를 판 사나이>는 샤미소의 작품이고 주인공이 슐레밀이므로 이 편지부터 소설이 시작됨을 의미한다. 이 별 것 아닌 것 같은 장치가 얼마나 재미를 주는지~!

책 속에는 다양한 인물들이 등장한다. 처음 슐레밀은 자신의 경제적 자립을 위한 일자리를 구하러 욘 씨를 찾아갔다가 기이한 회색 옷 입은 남자를 만나게 된다. 낌새가 좋지 않아 그 무리를 벗어나려는 와중에 쫓아온 남자에게 끝도 없이 나오는 금화자루(경제적 자립을 뜻한다)를 줄 테니 그림자를 팔라는 이야기를 듣고 그 자리에서 그림자를 팔아버린다. 하지만 슐레밀은 곧 후회한다. 그림자가 없는 것을 사람들이 경멸하고 비로소 자신의 정체성에 대해 생각하게 됐기 때문이다.

이후 많은 사람들이 슐레밀과 관계를 맺지만 책 속에선 한결같은 옳은 가치를 믿고 슐레밀을 지지해 주는 벤델과 같은 사람이나 처음엔 다른 이들처럼 사랑하면서도 슐레밀과의 이별을 택하지만 이후 슐레밀을 떠올리며 선행을 베풀며 사는 미나 같은 인물들이 등장한다. 하지만 그 무엇보다 이후의 이야기에서 백미는 다시 나타난 회색 옷 입은 남자에게서 또다른 제안을 받은 슐레밀의 선택이다.

자칫 너무 권선징악의 구성을 띠지 않나~ 하는 생각도 들지만 마지막 선을 넘지 않는 슐레밀을 독자들은 어느새 응원하게 되는 것이다. 책 속 등장하는 주요 인물들의 이름은 실제 작가인 샤미소의 주변 인물들 이름과 같다고 한다. 앞서 보낸 편지에서부터 중의적으로 재미를 선사한 샤미소는 책 구석구석 이런 요소들을 숨겨놓아 마치 미스테리 소설을 읽는 듯한 느낌이 들게 한다.

전체 이야기만 보면 아이들을 위한 전래동화처럼 생각된다. 하지만 여러 뜻으로 해석될 여지를 남겨둠으로써 이 작품을 해석하는 데 다양한 의견이 덧붙여지도록 한 것이 이 소설의 가장 큰 묘미가 된다. 때문에 책 뒷부분에 있는 해석도 꼼꼼하게 읽어 보길 추천한다.

*이 후기는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솔직하게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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