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의 아이
루시 모드 몽고메리 지음 / 내로라 / 202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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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돈내산

"월간 내로라" 몇 권을 서평단으로 읽어 보니 좋아서 가끔 또다른 신간이 없나~ 살펴보다 구입한 책이다. 왜냐면...작가가 루시 모드 몽고메리였으니까!

내 인생의 책 첫 번째를 대라면 당연 <빨간머리 앤> 시리즈인고 아직도 전권을 소장하기를 희망하며 다시 처음부터 끝까지 읽어보는 게 버킷리스트 중 하나다.

이후 몇 권의 루시 모드 몽고메리의 책을 구입해서 읽어봤는데 모두 분위기가 <빨간머리 앤>과 비슷했다. 조금 더 느낌상 웅장하거나 어른스럽거나.

그런데 <꿈의 아이>는 너무 다르다.

그게 바로 "원간 내로라"의 매력이다. 작가의 진짜 다른 단편을 찾아내는 거.

아이를 잃은 어미는 괜찮은 듯 하다가도 어느 때가 되면 아이가 자신을 부른다며 집을 뛰쳐나간다.

남편은 그런 아내를 최대한 보호하려 한다. 하지만 아내의 증상은 점차 심해지고 그런 아내를 보호하려 함께 길을 헤매던 남편에게도 꿈의 아이의 울음소리가 들린다.

<꿈의 아이>는 무척 짧지만 강렬한 단편이다. 솔직히 끝까지 읽고 나니 오히려 좀 허무함같은 것도 생기지 않는 것은 아니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앞부분 아이를 잃은 어미의 감정이 너무나 처절하게 느껴지기 때문에 그 감정이 작품 전체에 영향을 끼친다.

이 작품은 작가가 폐기했지만 출판사에서 펴낸 단편집 속에 들어가는 작품이라고 한다. 스스로 폐기한 이유가, 자신의 자전적 이야기를 담고 있으니 <빨간머리 앤>과는 너무나 다른 음울한 분위기(자신의 어두운 부분)이기 때문에 스스로 없애려한 것 아닐까 싶다.

앞부분의 작품도, 뒷부분의 설명과 짧은 작품들도, 모두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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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병과 마법사
배명훈 지음 / 북하우스 / 202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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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후기는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솔직하게 작성하였습니다.

배명훈이라는 작가의 이름은, "놀라운 증명"이라는 TV 프로그램을 통해서 알게 되었다. 사실 그 전까지 판타지 책을 자주 읽는 것도 아니어서 평소 관심도 없었지만 최근엔 한국 SF 소설과 판타지 소설에 매우 놀라는 중이라 배명훈 작가를 알게 됐을 때, 기회가 되면 꼭 읽어봐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렇게 만나게 된 <기병과 마법사>는 무척이나 외국스러운 제목과 표지로 의문스러움을 지니게 한다. 그런데 그 표지를 자세히 들여다 보면 느낌만 성과 깃발이지 우리 전통 병풍에 가득 그려져 있을 만한 것들이다. 그 뿐인가. 막상 소설을 시작하면 고리니 술름이니 차리니 하는 낯선 단어들이 가득해서 이 소설이 나를 어디로 데려가려는 건가 조금은 헤매게 된다. 하지만 그건 잠깐이다. 어느새 윤해의 이야기에 빠져들게 되고 머릿속에 소라울이라는 나라가, 술름고리라는 마을이, 거문담이라는 악의 문이 저절로 그려진다.

"궁지에서 살아남은 기병과 마법사는 변방의 초원에 비로소 자기 자리를 마련했다."...127p

작가는 제목 <기병과 마법사>가 주인공들을 의미하기도 하지만 "판타지 소설"을 풀어 쓴 의미기도 하다고 밝힌다. 우리가 판타지, 하면 떠올리는 것이 외국 판타지이고 그 원형이 중세로 거슬러 올라가니 기사와 마법사가 등장할 수밖에. 그런데 그런 판타지를 우리나라를 배경으로, 문화적 배경도 옮겨와 바로 여기서 풀어낸 것이다.

12년간 성군이었던 왕이 어떻게 독재가 되고 폭정을 일삼으려 하는지, 또 세계를 파괴하고 소멸시키려는 근원적인 악이 어떻게 세상에 퍼져나가는지를 소설은 다루고 있다. 그에 맞선 이가 바로 기병과 마법사다. 어느 하나만으로는 저지할 수 없다. 서로가 서로에게 영향을 끼치며 서로를 바탕으로 맞서야 한다. 이것이 배명훈 판타지의 "작동하는 세계와 인간들"이 아닐까.

숨도 못 쉬고 빠져들어가 읽었다. 눈으로 읽고 머리에서 펼쳐지는 이 이야기가 너무 마음에 든다. 이것이 한국 판타지구나, 싶어 뭔가 뿌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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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비 엔딩
이윤주 지음, 산호 그림 / 고래가숨쉬는도서관 / 202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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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후기는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하였습니다.

10년 전만 해도 우리 생활 속에 인공지능이 이렇게나 가까이 자리잡을 줄 몰랐다. 이론적으로야 유비쿼터스 세상이 얼마 남지 않았다느니, 우리는 목소리로만 지시를 하며 살 날이 곧 올 거라느니 하며 이야기했지만 이렇게 빨리 생활 곳곳에 가까이 자리잡을 줄 어찌 알았을까. 이 속도 때문에 인공지능을 두려워하는 이들도, 믿지 않는 이들도 많지만 결국 우린 이 환경에 적응해 나갈 것이다.

<나비 엔딩>은 정말 사람같은 인공지능 휴머노이드에 대한 이야기다. 인간 대신 필요한 노동력, 하지만 그저 로봇이면 안되고 감정까지 살펴주고 함께 해야 하는 인공지능 휴머노이드를 책에선 "벗"이라 부른다. 우리의 감정에 따라 반응할 줄 알아야 하지만, 당연하게도 이 벗들이 스스로 감정을 느끼게 되는 상황이 오면 인간은 불쾌한 골짜기를 넘어 혐오하기 시작한다. 우리를 넘어설까봐 두려운 것이다. 책에선 그런 상태를 "나비"라 지칭한다. 그리고 나비가 된 벗은 처리 대상이다.

나비를 사냥하는 이들은 바이올린 맨이라 부르는 이들. 직접 잡아서 연주하면 나비들은 스스로 불타 녹아 사라진다. 하지만 이 작업 전에는 데이터 수집을 위해 스토리텔러가 나비와 대화를 나누며 왜 나비가 되었는지 이야기를 수집한다. 그렇게 만난 반디와 은도는 자신들의 벗 때문에 가족이 다쳤다고 생각해 나비를 수집하는 일을 하게 되었다. 벗이 감정을 가지면 어떻게 되는지 자신들이 직접 경험했다고 생각한 것이다. 하지만 반디의 벗, 위고를 통해 진짜 진실이 조금씩 드러난다.

최근 챗GPT와 대화를 나누는 게 유행이다. 실체는 없지만 마치 친구처럼 다양하고 깊은 이야기를 나눌 수 있어 다들 열광한다. 아직은 어설프고 웃기는(인간보다 못하다고 느껴지는) 포인트가 조금은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 수준을 넘어서면 책과 같이 우리는 두려움을 느끼는 단계가 올지도 모른다.

다음 세대 아이들은 분명 이런 것들을 고민하고 탐구해야 할 것이다. 인공지능과 함께하는 세상에 자신이 무엇을 어떻게 향상시켜가며 살 수 있을지, 어느새 인공지능에 따라가는 이가 아닌 끌고갈 수 있는 사람이 되기 위해 어떻게 해야 할지. 혹은 이들과 함께 살아갈 윤리와 법 같은 것들도.

책에선 완벽한 결말 따위로 끝맺지 않았다. 책 속 어른들, 회사나 나라의 태도는 현실적이고 어쩌면 좀더 친근한 아이들의 생각은 열린 채로 남겨두었다. 분명 책 속의 상황은, 이제 곧 우리의 미래가 될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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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해 푸른 벚나무
시메노 나기 지음, 김지연 옮김 / 더퀘스트 / 202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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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후기는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솔직하게 작성하였습니다.

요시모토 바나나와 오가와 이토를 잇는다는 일본의 스타작가 시메노 나기의 <그해 푸른 벚나무>를 읽었다. 보통 "카페 도도" 시리즈로 유명한 스타 힐링 작가라고 하는데, 카페 도도는 이야기를 들어봤지만 사실 이 작가의 책은 처음이다. 이 작가를 수식하는 문구에 요시모토 바나나와 오가와 이토가 들어있지만 개인적으로는 두 작가의 결이 너무 다르다고 생각했고 "카페 도도" 시리즈와도 조금 다르지 않나? 하는 생각을 했는데, 역시나 처음 내가 생각한 그 분위기가 맞았다.

그러니까 <그해 푸른 벚나무>는 몇 년 전부터 유행하는 그 장소 힐링 소설이 맞다. 조금 다른 점이라면 여러 인간군상의 이야기보다는 여성들의 삶에 조금 더 초점이 맞춰져 있다고 해야할 것이다. 어쨌든 너무 가볍지도 않은, 진지함을 갖춘 힐링 소설이라 하겠다.

신기하게도, 서술자가 "나무"다. 정확히는 카페 체리 블라썸의 앞마당에 자리잡은 산벚나무. 이 나무나 아주 오랜 기간 이 자리에 서서 현재 카페의 주인인 히오의 외할머니 때부터 딸에서 딸로 이어지는 이 가게를 지켜보고 있다. 처음엔 호텔로, 그 다음은 양식당으로, 음식이 영~ 낯설은 손녀 히오 대에 와서는 전통 과자를 함께 내는 카페로 이어져 오면서 마치 왕할머니가 바라보듯 따뜻한 시선을 유지하며 이 여성들을 지켜준다.

30대 중반의 히오는 30살에 이 카페를 물려받았지만 아직 자신의 자리가 안정되지 않았다고 느낀다. 지금 이 길이 맞는지 결혼을 하지 않았으니 물려줄 딸도 없는데 언제까지 유지할 수 있을지, 그 다음은 어떻게 될지 걱정이 한가득이다. 이 카페를 찾는 히오와 비슷~한 여성들 또한 각자의 자리에서 각자의 고민을 안고 있다. 전통 찻집이라는 장소가 주는 요소에 연대감을 통해 자신의 고민과 다른 이의 고민을 나누며 성장해 가는 이야기는 언제나 힐링이다. 봄에서 시작해 1년을 지나 다시 봄이 다가오는 이야기로 끝나니 꽉 조여진 결말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나이가 조금 들다 보니 아둥바둥 살았던 때가 언제인가 싶다. 지금 너무 힘들고 아프더라도 조금 시간이 지나면 그 또한 별 것 아니라는 생각을 언제부터인가 하게 됐다. 그러니 하루하루 살아갈 만하다. 과거나 미래에 얽매이지 않고 지금 현재를 충실히 살아가는 것도 나쁘지 않다고. 지금의 행복이 조금씩 쌓여 또 그렇게 과거를 만들고 미래를 만들 거라고 말이다. 20대를 지나 고민이 많은 여성들이 읽으면 많은 공감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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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 - 정유정 장편소설
정유정 지음 / 은행나무 / 201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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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유정 작가 이야기를 아주 전부터 들어왔지만 좀처럼 책을 읽게 되지 않았다. 읽을까~ 싶다가도 두께나 알 수 없는 거부감 때문에 미뤄오다 이제야 손에 들었는데, 아주 적절한 타이밍이었다, 싶다. 지금은 2025년, 전 국민을 괴롭히던 코로나도 한물 가고~, 이제 좀 경제만 살리면 살 만한 나라가 될까~ 싶던 순간 몰아닥친 계엄도 어느 정도는 정리가 되었으니 이럴 때야말로 <28>을 읽을 때가 아닌가!

표지 한가득 채우고 있는 "28"이라는 숫자의 의미와 아무 상관 없이 소설은 재형의 옛 기억에서부터 시작한다. 알래스카 개 썰매 경주에 참가해 늑대의 공격으로 처참하게 자신의 개를 몰살시킨 재형. 살고자 하는 삶의 의지였으나 자신이 살기 위해 썰매 개를 몰살시킨 천하의 악인으로 낙인찍힌 그는, 그런 주위의 시선과 별도로 어마어마한 죄책감 속에 살아간다. 그 죄책감을 갚듯이 대한민국, 서울에서 조금 떨어진 화양이라는 도시에서 유기견들을 치료하고 보살피는 수의사로서 살아가던 재형은 사실 확인이 제대로 되지 않은 기사 한 편으로 다시 나락 앞에 서 있다. 그와 동시에 이 도시에선 알 수 없는 빨간 눈 괴질이 아주 빠르게 퍼져나간다.

처음 코로나가 퍼져나가던 때가 생각난다. 2019년 12월 중국의 이야기일 것 같던 것이 2020년이 되어 단 한 명에서 시작한 이 질병이 얼마나 빨리 우리 삶을 잠식했는지. 우린 아니겠지~에서 어떡하지로 바뀌던 그 때, 무조건적인 낙천적 생각도, 부정적 생각도 하면 안되던 때였다. 내 경우 엄마가 아파서 병원에 계시던 때라 더했던 것 같다. 만약 코로나를 겪지 않고 <28>을 읽었다면 그저 남의 이야기로, 소설로서만 이해했을 것 같다. 하지만 지금, 이 소설을 읽어나가면 얼마나 무서웠는지~!

그런가 하면 화양 시를 넘어 서울로 전염될까 시행한 비상계엄은, 어떻게 국가가 하나의 시를 버리고 국민을 버리고 벌레만도 못하게 여기는지를 여과없이 보여준다. 때문에 설마... 설마... 하던 공식을 모두 깨는 소설이 되었다. 숨도 못 쉬고 읽어내려갔다.

돼지 구제역 살처분 뉴스를 보고 이 책을 구상하기 시작했다는 정유정 작가는, 마치 미래를 예견한 듯 훨씬 더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개가 훨씬 더 인간적이고 인간이 인간성 하나 없는 존재로 전락하는 모습을 통해 인간이란 무엇인지, "삶"이 어디에 존재하는지를 보여주고 있다.

곧, 다른 작품도 찾아 읽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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