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스비 부인과 니임의 쥐들 상상놀이터 14
로버트 C. 오브라이언 지음, 최지현 옮김 / 보물창고 / 202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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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충격적인 청소년 소설이 있을까 싶다. 책 소개를 읽을 때만 해도 그냥 그럴 수 있지, 싶었는데 막상 읽어보니 훨씬 충격적이다. 그 이유 중에는 이야기를 아무렇지도 않게 풀어내는 저자의 능력도 한 몫 했을 것이다.


시작은 마치 "피터 래빗"이나 "버드나무에 부는 바람"같은 분위기이다. 너무나 평화로운 동물들의 세계. 어느 들쥐네 집에 일어날 법한, 그런 평범하고 일상적인 이야기로.


들쥐 가족은 피츠기븐 씨네 채소밭 밑, 땅속에 살고 있다. 여기서 이 가족은 겨울을 난다. 땅이 녹고 피츠기븐 씨가 땅을 갈아엎기 전 들쥐 가족은 시냇가 여름 집으로 이사를 가는 것이다. 하지만 올해, 2월이 끝나 갈 무렵 이 집의 어린 아들 티모시가 병이 났다. 작년 여름 남편이 죽은 후 가장이 된 프리스비 부인은 여느 엄마들이 그렇듯 아픈 아들의 병을 고치기 위해 최선을 다한다. 처음엔 자신이 아는 에이지스 씨를 찾아가 약을 구해오고, 조금 더 있어야 할 거라고 생각하던 이사 날짜가 갑자기 앞당겨진 후에는 아픈 아들을 데리고 이사를 할 수 없어 방법을 구하기 위해 목숨을 걸고 올빼미를 찾아가기도 하고...


여기까지의 이야기도 재미있었다. 앞서 읽었던 책소개가 하나도 생각나지 않을 만큼. 이렇게 평화로운 소설이 참 오랜만이라고 생각하며 순수하고 감동적인 소설이 될 것 같다는 생각까지 하면서 말이다. 하지만 이야기는 여기서부터 급반전된다.


올빼미가 알려준 방법은 피츠기븐 씨네 장미덩굴 아래 살고 있는 시궁쥐를 찾아가 도움을 청하라는 것이었다. 프리스비 부인은 한 번도 교류를 하지 않은 그들이었지만 더이상 방법이 없었기에 어쩔 수 없이 그들을 찾아갔고 그곳에서 엄청난 진실을 접하게 된다.


그곳의 리더, 니코데무스가 프리스비 부인에게 전해주는 이야기는 이 시궁쥐들과 프리스비 부인의 남편 조나단, 에이지스 씨가 이곳에 자리잡기 전 살았던 "니임"이라는 곳에서 있었던 이야기이다.


"프리스비 부인은 니임이 어떤 곳이든 간에 쥐들이 그곳에서 탈출하여 이곳으로 왔음을 짐작할 수 있었다."...105p

"그건 시궁쥐들이나 하는 일이지. 이제 우리는 더 이상 시궁쥐가 아니네. 슐츠 박사가 만들어 낸 새로운 생명체이지. "...161p

"우리는 이러한 것들을 생각하고 이야기를 나누면서 쥐의 문명이 발전하더라도 사람의 문명과는 다를 것이라는 결론에 도달했다."...189p


재미도 재미지만, 쥐들의 생각과 인간보다 더욱 합리적이고 현명한 사고방식을 따라가느라 숨 쉴 틈이 없었다. 좀 더 나은 삶을 살고자 하는 그들의 노력이, 충분히 기계를 이용해 문명을 만들었고 편안한 삶을 누릴 수 있었음에도 그로 인해 생긴 불협화음과 자신들의 안전을 위해 과감히 버릴 줄도 아는 그 용기가, 아름다웠다. 또한 자신들의 동족이 더 안전하고 편안한 삶을 누릴 수 있도록 전혀 거리낌없이 나서서 최전선에 서서 희생할 줄 아는 이타적인 마음도 감동적이다.


그리고 마지막은 다시 평화롭고 순수한 소설로 돌아온다.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구성과 내용 면에서 무려 1971년의 작품이라는 사실이, 믿기지 않았다. 아직까지도 동물실험은 우리에게 매우 중요한 토론거리다. 인간에게 유용하다는 이유만으로 똑같은 생명인 동물이 실험에 이용되어도 될까. 필요 없고 죽어도 되는 생명은 없다. 어떤 목적이 있고, 어떤 이유가 있든 말이다. 그것을 감동적이고 아름답고 재미있는 이야기로 보여주는 소설이었다.


*이 후기는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하였습니다. *


#프리스비부인과니임의쥐들 #보물창고 #로버트오브라이언 #동물실험 #동물판타지 #뉴베리대상수상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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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 책 읽는 시간 - 무엇으로도 위로받지 못할 때
니나 상코비치 지음, 김병화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 / 201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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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중고 책방에서 이 책을 발견해서 구입해둔 지 얼마나 지났는지 모르겠다. 생각보다 꽤 되는 금액을 주고 산 듯한데 이미 이 책은 내 책장에서 바랠대로 바래버렸다. 책에 관한 책은 무조건 좋다고 사 놓고는 앞부분을 잠깐 읽고 다시 내려놓고 몇 년이나 지났다. 다시 이 책을 집어들고는 아마 시간이 좀 필요했나보다...하고 생각했다. 저자 니나 상코비치가 이 책을 쓰게 된 이유가 친언니의 죽음 후이기 때문이다.


정확히는 언니가 죽은 후 언니의 상실감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언니의 삶을 대신 살아야 한다는 압박감에서 벗어나지 못한 채 너무나 바쁜 하루하루를 살아온 저자가 모든 걸 멈추고 하루 1독 1년의 시간을 가지면서 생각하고 느끼고 깨달은 것을 적은 책이 바로 <혼자 책 읽는 시간>이다. 처음엔 나와 비슷한 점이 많다고 생각했다. 엄마가 돌아가신 지 이제 1년. 너무나 슬프다고까지는 할 수 없지만 나는 하루에도 몇 번씩 엄마를 떠올리고 엄마를 추억한다. 엄마가 계셨다면 이럴 때 좋았겠다라든가, 둘째의 이런 모습을 엄마가 보셨다면 얼마나 좋아하셨을까 라든가, 이런 순간 엄마가 계셨다면... 등등등. 처음 이 책을 들었을 땐 아마 그 부분을 넘기지 못하고 책을 내려놨을 것 같은데 이번엔 그 부분 덕분에 공감하면서 읽을 수 있었다. 그래서 책은 읽는 시기가 따로 있는 거라고 생각하면서.


하지만 솔직히 말하면.... ㅎㅎㅎ 완전히 공감하지는 못했다. 나는 비교적 빨리 슬픔에서 빠져나온 반면 저자는 꽤 오랜 시간이 지났음에도 언니를 잃은 슬픔에서 헤어나오지 못한 듯 보였기 때문이다. 물론 이 1년 하루 1독의 시간을 보내며 조금씩 빠져나왔다고 밝히고는 있지만 끊임없이 죄책감을 드러내고(난 도대체 이 부분이 이해가 안 됐는데 자신이 언니를 죽인 것도 아니고 언니가 병으로 죽었는데 왜 본인이 죄책감을 느껴야 하는 건지~ 알 수가 없었다. 너무나 친한, 닮고 싶은 자매였기 때문에 그런 건가 싶지만 내게는 자매가 없어서 이해 불가이다.) 그러다 보니 죄책감을 느끼지 못하는 내가 오히려 이상한 건가 하는 기분도 느끼게 되는 거다.


그래서 거꾸로... 나는 책에 대한 책을 읽고 싶었지만... 이 책은 물론 책에 대한 사유도 있지만 거의 대부분은 그 책에서 찾은 언니의 죽음에 대한 연결고리와 깨달음으로 되어 있어서 뒤로 갈수록 지루해지고 재미없어지는 결과를 낳았다. 흠~ㅠㅠ 책에 대한 책을 읽으면 이렇게까지 절망적이었던 적이 거의 없어서 무척 당황스러웠다. 거의 3주를 들었다, 놨다를 반복하며 그래도 끝까지 읽어냈음에 스스로를 칭찬한다. ㅋㅋ


이 책 말미에는 당연히 365권의 책이 소개되어 있는데 대부분의 책은 우리나라에 출간되지 않아 아쉬웠고 그 중에 출간된 책은 거의 대부분 읽었던 책이라 아주 반가웠다. 어쨌든, 아이 넷을 키우며 아무리 200페이지 내외라 해도 하루 한 권씩 꼬박 1년의 시간을 보낸다는 건 쉬운 일이 아니다. 그럴 수 있었던 건 분명 가족의 도움이 있었을 것이고 그만큼 서로를 배려하고 이해해줄 수 있는 가족이 곁에 있었기 때문이다. 저자는 "책"을 통해 그 사실을 깨달았지만 잠깐 멈춰서 주위를 둘러보기만 했어도 깨달을 수 있지 않았을까 싶다.


#혼자책읽는시간 #니나상코비치 #조금지루 #1일1독1년 #위로와치유의독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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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미 2021-05-21 13:32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삶 속으로 들어가는 도피처..하루 1권은 정말 여러조건이 맞아야 가능하다고 봐요. 2~3일에 한권씩이라도 멈추지않고 읽고 싶네요^^*

ilovebooks 2021-05-22 00:01   좋아요 2 | URL
놓지 않고 읽고 있다는 자체에 의미를 두고 있어요, 저는~^^ 올해가 거의 죽음의 조합 해(고3과 초1을 둔)라서요 ㅋㅋ

모나리자 2021-05-21 15:34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이분은 언니와 애틋한 사이였던 것 같아요. 변호사 일을 쉬고 가족들 (특히 남편) 도움하에 1년 동안 하루 1권을 읽은 거죠. 슬픔을 치유하기 위해서. 오래전에 읽었네요.
보통 사람들이 이런 시간 만들기 쉽진 않지요. 전 좀 힘들 때 읽어서 만족했던 책이에요.ㅎ

ilovebooks 2021-05-22 00:05   좋아요 3 | URL
정말 그런 사이였나보다 했어요 그러기 위해 독서의 1년이 필요했던 거겠죠.
전 오히려 엄마가 아프셨던 11개월 동안 집에 있을 때 더 빠져서 읽었던 것 같아요 오전 병원에 있었던 일을 잊기 위해 밤에 더 열심히 읽었죠. 현실도피처럼~

새파랑 2021-05-21 15:30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책이 슬퍼보이네요. 그래도 힘들때 도피처는 책이 가장 좋은것 같아요. 1일1책은 정말 힘든거 같은데 ㅎㅎ 북플에는 왠지 그런사람이 있을거 같아요

ilovebooks 2021-05-22 00:07   좋아요 2 | URL
정말~ 생각보다 꽤 많으신 것 같아요. 전 감히 비슷하게도 못 갈 텐데! ^^
평소 읽는 속도가 워낙 느려서 하루는 얇은 책도 안되더라고요 ~^^
 
독서를 싫어하는 사람을 위한 도서실 안내
아오야 마미 지음, 천감재 옮김 / 모모 / 202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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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좋아하는 류의 표지는 아니지만, 책을 좋아하는 아이와 책을 좋아하지 않는 아이가 나오는 청소년 책은 평균 이상은 할 것 같아서, 오랜만에 청소년 소설을 읽어보았다. 사실 왠만큼 스토리가 이러저러할 것 같다...예상은 가지만 그래도 책 이야기는 항상 재미있으니까 읽는다. 그럼 우리 큰 딸은 도대체 그게 뭐냐고, 하지만 어쩔 수가 없다. 사실이니까. 그런데 이번엔 좀 빗나갔다. 음~ 이 책, 진~짜.... 재미있었다. ㅋㅋ 그리고 내가 예상했던 스토리 전개가 다 엇나가서 그게 또 재밌었다. 첨부터 큭큭거리면서 이 캐릭터들에 푹~ 빠져서 대사 한 마디에 웃다가, 설정에 웃다가 딸한테 얘기해 주다가 엄청 웃었다. 중반 이후엔 또 얼마나 감동적이던지. 고개를 끄덕여가며 마치 내가 청소년인 듯 그렇게 읽게 된다. 


고등학생 2학년인 아라사카는 가장 할 일이 적을 것 같은 도서위원을 신청하여 도서실에 와 있다. 첫 시간, 이 학교에서 사서 2년차인 가와이는 돌아가며 가장 좋아하는 책과 왜 그 책을 좋아하는지 자기소개를 하라고 한다. 그런데 아라사카는 좋아하는 책이 없다. 대강 책 제목만 말하려고 했으나 다들 책 제목과 함께 그 이유를 정확히 대는 것을 보고 솔직하게 좋아하는 책이 없다고 말해버리고 만다. 그러자 가와이 사서는 그런 너에게 올해부터 내기로 한 도서 신문 편집장으로 임명한다며 골든위크까지 같은 반 후지오와 신문을 완성해 오라고 한다. 아라사카는 처음엔 항상 책만 보고 있는 후지오에게 떠넘길 생각이지만 조금씩 여러 사건에 얽히게 되며 도서 신문을 만들어 나간다. 


책만 보면 집중이 안되고 머리가 아프고 이해를 할 수 없는 남자 아이와 주변이라곤 신경쓰지 않고 책만 읽는 데다 왕따를 당하고 있는 것 같은 여자 아이의 만남이다. 어찌 보면 너무 뻔한 조합인데 책을 많이 읽은 아이가 책을 읽지 않은 아이를 이끌어 주는 듯하다가도 어느새 그렇지 않은 아이가 이끌고 있다. 게다가 독서감상문을 의뢰한 세 명의 캐릭터마다 하나씩의 문제를 안고 있고 그 문제를 풀어야 감상문을 받을 수 있어 마치 게임을 하는 듯한 인상도 받는다. 하나씩 문제를 클리어 해야 아이템을 받는? ㅋㅋㅋ 딱 아이들 취향이라고 해야 할까? 거기서 그치지 않는다. 중반을 넘어서면 전체를 아우르는 미스테리 요소까지 더해져서 마치 추리소설을 읽는 듯한 기분까지 더해진다. 정말 숨 돌릴 새가 없다. 그런데다 가와이 사서가 얘기하는 것처럼 아라사카를 통해 책을 좋아하지 않는 아이의 심정을 누누이 대변한다. 또 왜 읽어야 하는지, 어떻게 읽어야 하는지는 후지오를 통해 전달되기 때문에 그야말로 교훈과 재미까지 잡은 책이라고 할 수 있다. 


이 책에는 3편의 책 <무희>, <공작나비>, <붉은 누에고치>가 등장하는데 이 책들을 안 읽고 읽어도 무방하긴 하지만 만약 책 속의 책들을 읽고 이해한다면 훨씬 더 등장인물들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될 거라고 생각한다. 그런 면에서 이 책도 아주 쉬운 책은 아니다. 심리 면에서 주인공들을 이해하기가 쉬운 소설들은 아니기 때문이다. 다만 후지오가 얘기했듯 책은 읽는 사람들의 경험에 따라 다르게 읽히고 상상에 따라 다르게 해석해도 무방하기 때문에 정확하게 읽고난 후에는 자기 나름대로 해석해 보는 것도 좋을 것이다. 


정말 재미있게 책을 읽으면서도 요즘 어떻게 삶을 살아야 하느냐고 묻는 학생 하나가 계속 떠올라서 이 책을 추천하고 싶었다. 능동적으로 살고 싶지 않다고, 그냥 누가 살라고 하는대로 살면 안되느냐고 하는 친구인데, 이 책 속 히자키 선생님과 동일시하면서 읽으면 좋겠다 싶어서였다. 책은, 그래서 읽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모든 이야기는, 예언서가 될 수 있기 때문에"(... 97p)


* 이 후기는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하였습니다. *


#독서를싫어하는사람을위한도서실안내 #모모 #아오야마미 #천감재 #도서협찬 #완전추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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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런 벽지
샬럿 퍼킨스 길먼 지음 / 내로라 / 202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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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약 이 책에 대한 설명을 하나도 알지 못한 채로 읽기 시작했다면.... 아마 공포 소설인 줄 알았을지도 모르겠다. 특히 중반 이후부터는 천천히 정독을 했음에도 어느 순간 헉! 하고 숨을 들이쉴 수밖에 없었다. 마지막 장면은 기괴하다고 할 수밖에. 그 시대에 처음 이 소설이 발표된 후 의사들로부터 충분히 항의 글을 받을 수 있었음이 이해되는 부분이다. 




책은 시작 부분에 "누런 벽지를 쓴 이유"로 시작하여 <누런 벽지> 본문은 일기 형식으로 첫 번째 일기부터 열 한 번째 일기까지가 본문이다. 그 뒤로는 작가인 샬럿 퍼킨스 길먼에 대한 설명이 두 장 정도, 휴머니즘에 대한 설명과 작가와 소설 속 주인공이 처방받았던 "휴식 치료법"에 대한 설명이 있다. 그렇게 이 짧지만 깊은 소설을 온전히 이해할 수 있도록 구성된다. 


사실 이 소설은 단편이다. 그래서 길지 않다. 한 손에 쏙 들어올 정도의 크기로 125페이지밖에 되지 않고 그나마 왼쪽 페이지는 영어로, 오른 페이지는 한글로 된 영한 편집판이다. 영어를 그다지 좋아하지 않아서 대체로 오른 페이지만 읽어서 그다지 오래 걸리지 않았는데 잠깐씩 왼쪽 페이지로 눈길이 가도 그리 어려운 영어가 아닌 걸로 보면 영어 공부를 하시는 분들에게도 도움이 될 것 같다. 


자, 본문으로 들어가 볼까?


'나'는 의사인 남편 존과 자신의 집을 고치는 동안 여름 한철 동안 유서 깊은 대저택을 얻어 지내게 된다. 이 집은 굉장히 크고 아름답지만 비워진 지 오래된 집이라 어딘가 이상한 점이 있다. 알 수 없는 무언가가 느껴지는 집. 나는 그런 느낌에 대해 남편에게 이야기하지만 무척이나 현실적인 남편은 한마디로 무시해 버린다. 




처음에 나의 상태는 그저 조금 예민해서 불안하고 우울했다. 남편은 그저 자꾸 쉬라고, 신선한 공기를 쐬고 아무것도 하지 말라며 동생에게 집안일을 맡기고 아기도 '나'에게서 분리시킨 채 "완전히 건강해질 때까지 모든 '일'을 절대 금지"(...27p)시킨다. 


'나'는 대부분의 시간을 지내게 된 방의 누런 벽지가 신경쓰이게 되고 그것에 대해 여러 번 남편에게 이야기하지만 그때마다 남편은 일을 쉬라고만, 낮잠을 자라고만 이야기한다. 급기야 '나'는 남편과 시누이, 다른 이들의 눈을 피해 벽지를 하루종일 관찰하고 함께 행동하기 시작한다. 




벽지가 공포가 된다는 생각은 한 번도 해본 적이 없다. 어릴 적 우울하거나 다소 침울했을 때의 내겐 오히려 같은 무늬가 반복된 벽지가 장난감 같은 거였기 때문이다. 뱅글뱅글 돌아가는 것 같은 최면 상태가 느껴지기도 했고 그러면서 위로가 되기도 했고 그러다 잠들고 일어나면 한결 나아지기도 했다. 


무엇보다 이 소설의 정신적 묘사가 정말 뛰어나다. 처음엔 빛바랜 누런 벽지의 관찰에서 시작되었지만 이윽고 그 안에 비친 무언가에게로 옮겨가고 그 무언가로부터 자신의 행동으로까지(스포가 될까 조심스럽다...ㅠㅠ) 이어지는 과정이 정말로 탁월해서 정신분석학에 대해 잘 모르는 나조차도 오싹해지는 기분이다. 


앞부분 "누런 벽지를 쓴 이유"에서 작가는 분명 <누런 벽지>는 자신의 완전한 경험담은 아님을 밝히고 있다. 하지만 분명 자신의 산후우울증에서 비롯된 경험을, "파멸의 문턱에서 극적으로 탈출한 것을 기뻐하며 그 주장을 생생히 그려 내기 위해 장식을 달고 첨가제를 섞었다"(...17p)고 말이다. 그러니 이 소설은 분명 자전적 소설이라 할 것이다. 휴식 치료법은 말 잘 듣는 여성, 아내로 만들기 위해 그 시대 의사들이 만들어 낸 치료법으로 이 소설로부터 그 치료법이 사라지게 되었다니 그야말로 다행이 아닐 수가 없다. 


#월간내로라 는 이 책을 통해 처음 알게 되었는데 무척 인상적이다. 다른 작품들도 한 번 읽어보고 싶어졌다. 


*이 후기는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하였습니다. *


#누런벽지 #샬롯퍼킨스길먼 #자전적소설 #산후우울증 #신경쇠약 #휴식치료법 #도서협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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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미 2021-05-11 10: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책에 관해 여성학 책에서 본 것 같아요! 아마 <200년간의 거짓말> 아아..무셥지만 찜입니다ㅋㅋㅋㅋ

ilovebooks 2021-05-11 12:03   좋아요 1 | URL
재밌게 읽었어요
중간에 휙! 헉! 다시 읽어야겠다, 했어요~^^
 
사랑의 유산 대교북스캔 클래식 5
루시 M. 몽고메리 지음, 오현수 옮김 / 북스캔(대교북스캔) / 200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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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몇 년 전... 중고 서점을 어슬렁거리다가 "루시 모드 몽고메리"라는 이름을 발견하고 무조건 데려 온 책이다. 국내에서는 <빨강머리 앤>만 보았기 때문에 얼마나 반가왔던지~ 다른 책도 당연히 쓰셨겠지~하는 마음이었다. 어릴 적부터 앤에 대한 이미지가 워낙 강렬해서 비슷한 류의 책이지 않을까 했는데 첫 장을 넘기면서부터 와장창! ㅋㅋㅋ 이 예스러운 어휘들과 말도 안되는 등장인물들과 다소 불편한 가치관에 혼란스러움을 겪을 수밖에 없었다. 




우선 조사가 좀 필요했다. 접견하례니, 단지니, 일족이니...하는 단어들 때문에 이 작품이 마치 1700년대나 1800년대 작품처럼 느껴졌기 때문인데 우선 루시 모드 몽고메리에 대한 정보가 너무 없어서 찾기가 쉽지 않았으나 <사랑의 유산> 원작 제목이 "A Tangled Web"이고 그렇게 조사해 보니 1931년이었다. 번역의 문제일 수도 있지만 작품 자체의 분위기도 있는 것 같다. 


소설에는 두 집안이 등장한다. 다크 집안과 펜할로우 집안. 이 두 집안은 본토와는 조금 떨어진 섬에서 삼대에 걸쳐 60쌍이나 결혼을 하다보니 거의 모두가 친척이 되어버렸다. 그리고 이 두 집안을 이끄는 양가의 수장 베키 아주머니는 별 것 아니었던 단지를 마치 대단한 것인 양 가보로 만들어 자신이 죽으며 상속하겠다고 한다. 그리고 그 상속자는 몇 가지 기준에 부합되어야만 한다며 베일에 가려져 유언장 속에 감추고 그 유언장은 시일이 지난 후에 열어보도록 한다.


이제 일 년여의 시간 동안 두 집안, 이 일족들이 이 단지를 차지하기 위해 움직인다. 욕을 하던 사람들은 입을 다물고, 노처녀, 노총각들은 사랑을 찾아 헤매고, 싸우던 이들, 하던 일을 미루었던 이들도 단지를 차지하기 위해 부지런히, 적어도 남들이 보기에는 점잖게 행동하기 시작한다. 




하지만 본심을 숨기기 위해 거짓된 삶을 살수록 그 본심은 더욱 드러나기 마련이다. 젊은 혈기로 외모로만 사랑을 하던 이들은 시간이 지남에 따라 그들의 마음을 보게 되고 자신의 짝이 아님을, 자신이 진정 사랑하는 사람은 외모보다 더 중요한 데 있음을 각자 깨닫게 된다. 때론 실수를 저지르고 호되게 고통을 겪게 되지만 그런 고통 또한 성장의 한 걸음이었다. 


사실 앞부분엔 모든 등장인물들이 너무나 외적으로만 짝을 찾으려고만 해서 이게 도대체 무슨 책인가... 이 책을 쓴 사람이 루시 모드 몽고메리 맞나~ 싶었다. 좌절해서 중간에 책을 덮을 뻔...ㅋㅋ 그나마 유쾌하지 않았다면 끝까지 못 읽을 뻔 했다. 책은 마지막에 정리가 된다. 어쩌면 이 마지막 부분을 어이없어 하는 독자도 있을 수 있겠지만 중요한 건 사랑이라고 말하고 싶었던 것이 아니었을까 싶다. 


#사랑의유산 #루시모드몽고메리 #북스캔 #진정한사랑 #다소허탈 #유쾌한로맨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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