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녁의 비행>은 <메이블 이야기>로 이름을 알린 저자 헬렌 맥도널드의 두번째 이야기이다. 마치 짝을 이루는 듯한 표지에 이미 숨이 막힌다. 도대체 이 단순한 듯한 표지의 무엇이 내 마음을 건드린 걸까. 아마도 자연 속에 함께 하고픈 마음이 움직였던 게 아닐까.
41편의 에세이로 구성된 <저녁의 비행>은 저자가 본 것, 들은 것, 생각한 것, 느낀 것을 가감없이 담고 있다. 작가이자 시인이며 일러스트레이터, 역사학자와 동물학자와 과학사-과학철학 연구학자인 저자의 다양한 이력이 말해주듯 글을 읽고 있으면 어떻게 이렇게 아는 것이 많은지 감탄하게 된다. 따라서 독자는 그녀의 자연에 대한 묘사뿐 아니라 저자가 설명해주는 지식도 함께 얻을 수 있다.
'아는 것이 힘이다'라는 말처럼 뭘 알아야 보인다. 인간은 마치 지구의 주인인 것처럼 많은 것들을 바꾸어왔지만 자연은 자연 그대로 스스로의 생활을 유지하고 있다. 우리가 조금만 자세히 들여다 보면 땅에서, 우리 눈 앞에서, 하늘 위에서 많은 일이 일어나고 있다고, 저자는 말한다. 봄, 개미들의 결혼 비행도 여름이면 어느새 나타나 우리 곁을 날아다니는 나비들도, 가을엔 잠자리가 사계절 하늘 위에선 많은 새들이 얼마나 많은 공간을 채우고 있는지를 말이다.
"그 섭리는 짜릿하면서도 사람을 겸허하게 만든다. 겸허하게 한다는 건 무슨 뜻일까. 이 장면을 지켜보면서 그 섭리에 내재한 구조와 의도를 사색하는 것만으로 나 자신 또한 이 세상의 더 넓은 계층 구조 안에서 한 마리 개미에 지나지 않는다는, 다시 말해 이 세상 어떤 피조물보다 더 중요하지도, 덜 중요하지도 않은 한낱 미미한 존재일 뿐임을 떠올릴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110p
내가 어느 정도 자연에 대한 호기심과 언젠가 자연 속에 살고 싶다는 희망을 갖는 이유는, 어린 시절을 자연 속에서 보낸 덕분이라고 생각한다. 행복했던 기억은, 힘들 때마다 힘과 위로가 되어주고 언젠가~라는 꿈으로 자리잡았다. <저녁의 비행>을 읽고 있자니 나 또한 자연 속에 들어가 있는 듯한 기분이 들어 아주 행복하다. 넓게 트인 곳에서 바라보는 자연도 좋지만 도심 한복판이라도 언제든 자연을 바라볼 수 있다고, 저자는 알려준다.
*이 후기는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솔직하게 작성하였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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