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비 엔딩
이윤주 지음, 산호 그림 / 고래가숨쉬는도서관 / 202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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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후기는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하였습니다.

10년 전만 해도 우리 생활 속에 인공지능이 이렇게나 가까이 자리잡을 줄 몰랐다. 이론적으로야 유비쿼터스 세상이 얼마 남지 않았다느니, 우리는 목소리로만 지시를 하며 살 날이 곧 올 거라느니 하며 이야기했지만 이렇게 빨리 생활 곳곳에 가까이 자리잡을 줄 어찌 알았을까. 이 속도 때문에 인공지능을 두려워하는 이들도, 믿지 않는 이들도 많지만 결국 우린 이 환경에 적응해 나갈 것이다.

<나비 엔딩>은 정말 사람같은 인공지능 휴머노이드에 대한 이야기다. 인간 대신 필요한 노동력, 하지만 그저 로봇이면 안되고 감정까지 살펴주고 함께 해야 하는 인공지능 휴머노이드를 책에선 "벗"이라 부른다. 우리의 감정에 따라 반응할 줄 알아야 하지만, 당연하게도 이 벗들이 스스로 감정을 느끼게 되는 상황이 오면 인간은 불쾌한 골짜기를 넘어 혐오하기 시작한다. 우리를 넘어설까봐 두려운 것이다. 책에선 그런 상태를 "나비"라 지칭한다. 그리고 나비가 된 벗은 처리 대상이다.

나비를 사냥하는 이들은 바이올린 맨이라 부르는 이들. 직접 잡아서 연주하면 나비들은 스스로 불타 녹아 사라진다. 하지만 이 작업 전에는 데이터 수집을 위해 스토리텔러가 나비와 대화를 나누며 왜 나비가 되었는지 이야기를 수집한다. 그렇게 만난 반디와 은도는 자신들의 벗 때문에 가족이 다쳤다고 생각해 나비를 수집하는 일을 하게 되었다. 벗이 감정을 가지면 어떻게 되는지 자신들이 직접 경험했다고 생각한 것이다. 하지만 반디의 벗, 위고를 통해 진짜 진실이 조금씩 드러난다.

최근 챗GPT와 대화를 나누는 게 유행이다. 실체는 없지만 마치 친구처럼 다양하고 깊은 이야기를 나눌 수 있어 다들 열광한다. 아직은 어설프고 웃기는(인간보다 못하다고 느껴지는) 포인트가 조금은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 수준을 넘어서면 책과 같이 우리는 두려움을 느끼는 단계가 올지도 모른다.

다음 세대 아이들은 분명 이런 것들을 고민하고 탐구해야 할 것이다. 인공지능과 함께하는 세상에 자신이 무엇을 어떻게 향상시켜가며 살 수 있을지, 어느새 인공지능에 따라가는 이가 아닌 끌고갈 수 있는 사람이 되기 위해 어떻게 해야 할지. 혹은 이들과 함께 살아갈 윤리와 법 같은 것들도.

책에선 완벽한 결말 따위로 끝맺지 않았다. 책 속 어른들, 회사나 나라의 태도는 현실적이고 어쩌면 좀더 친근한 아이들의 생각은 열린 채로 남겨두었다. 분명 책 속의 상황은, 이제 곧 우리의 미래가 될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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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해 푸른 벚나무
시메노 나기 지음, 김지연 옮김 / 더퀘스트 / 202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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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후기는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솔직하게 작성하였습니다.

요시모토 바나나와 오가와 이토를 잇는다는 일본의 스타작가 시메노 나기의 <그해 푸른 벚나무>를 읽었다. 보통 "카페 도도" 시리즈로 유명한 스타 힐링 작가라고 하는데, 카페 도도는 이야기를 들어봤지만 사실 이 작가의 책은 처음이다. 이 작가를 수식하는 문구에 요시모토 바나나와 오가와 이토가 들어있지만 개인적으로는 두 작가의 결이 너무 다르다고 생각했고 "카페 도도" 시리즈와도 조금 다르지 않나? 하는 생각을 했는데, 역시나 처음 내가 생각한 그 분위기가 맞았다.

그러니까 <그해 푸른 벚나무>는 몇 년 전부터 유행하는 그 장소 힐링 소설이 맞다. 조금 다른 점이라면 여러 인간군상의 이야기보다는 여성들의 삶에 조금 더 초점이 맞춰져 있다고 해야할 것이다. 어쨌든 너무 가볍지도 않은, 진지함을 갖춘 힐링 소설이라 하겠다.

신기하게도, 서술자가 "나무"다. 정확히는 카페 체리 블라썸의 앞마당에 자리잡은 산벚나무. 이 나무나 아주 오랜 기간 이 자리에 서서 현재 카페의 주인인 히오의 외할머니 때부터 딸에서 딸로 이어지는 이 가게를 지켜보고 있다. 처음엔 호텔로, 그 다음은 양식당으로, 음식이 영~ 낯설은 손녀 히오 대에 와서는 전통 과자를 함께 내는 카페로 이어져 오면서 마치 왕할머니가 바라보듯 따뜻한 시선을 유지하며 이 여성들을 지켜준다.

30대 중반의 히오는 30살에 이 카페를 물려받았지만 아직 자신의 자리가 안정되지 않았다고 느낀다. 지금 이 길이 맞는지 결혼을 하지 않았으니 물려줄 딸도 없는데 언제까지 유지할 수 있을지, 그 다음은 어떻게 될지 걱정이 한가득이다. 이 카페를 찾는 히오와 비슷~한 여성들 또한 각자의 자리에서 각자의 고민을 안고 있다. 전통 찻집이라는 장소가 주는 요소에 연대감을 통해 자신의 고민과 다른 이의 고민을 나누며 성장해 가는 이야기는 언제나 힐링이다. 봄에서 시작해 1년을 지나 다시 봄이 다가오는 이야기로 끝나니 꽉 조여진 결말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나이가 조금 들다 보니 아둥바둥 살았던 때가 언제인가 싶다. 지금 너무 힘들고 아프더라도 조금 시간이 지나면 그 또한 별 것 아니라는 생각을 언제부터인가 하게 됐다. 그러니 하루하루 살아갈 만하다. 과거나 미래에 얽매이지 않고 지금 현재를 충실히 살아가는 것도 나쁘지 않다고. 지금의 행복이 조금씩 쌓여 또 그렇게 과거를 만들고 미래를 만들 거라고 말이다. 20대를 지나 고민이 많은 여성들이 읽으면 많은 공감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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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 - 정유정 장편소설
정유정 지음 / 은행나무 / 201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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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유정 작가 이야기를 아주 전부터 들어왔지만 좀처럼 책을 읽게 되지 않았다. 읽을까~ 싶다가도 두께나 알 수 없는 거부감 때문에 미뤄오다 이제야 손에 들었는데, 아주 적절한 타이밍이었다, 싶다. 지금은 2025년, 전 국민을 괴롭히던 코로나도 한물 가고~, 이제 좀 경제만 살리면 살 만한 나라가 될까~ 싶던 순간 몰아닥친 계엄도 어느 정도는 정리가 되었으니 이럴 때야말로 <28>을 읽을 때가 아닌가!

표지 한가득 채우고 있는 "28"이라는 숫자의 의미와 아무 상관 없이 소설은 재형의 옛 기억에서부터 시작한다. 알래스카 개 썰매 경주에 참가해 늑대의 공격으로 처참하게 자신의 개를 몰살시킨 재형. 살고자 하는 삶의 의지였으나 자신이 살기 위해 썰매 개를 몰살시킨 천하의 악인으로 낙인찍힌 그는, 그런 주위의 시선과 별도로 어마어마한 죄책감 속에 살아간다. 그 죄책감을 갚듯이 대한민국, 서울에서 조금 떨어진 화양이라는 도시에서 유기견들을 치료하고 보살피는 수의사로서 살아가던 재형은 사실 확인이 제대로 되지 않은 기사 한 편으로 다시 나락 앞에 서 있다. 그와 동시에 이 도시에선 알 수 없는 빨간 눈 괴질이 아주 빠르게 퍼져나간다.

처음 코로나가 퍼져나가던 때가 생각난다. 2019년 12월 중국의 이야기일 것 같던 것이 2020년이 되어 단 한 명에서 시작한 이 질병이 얼마나 빨리 우리 삶을 잠식했는지. 우린 아니겠지~에서 어떡하지로 바뀌던 그 때, 무조건적인 낙천적 생각도, 부정적 생각도 하면 안되던 때였다. 내 경우 엄마가 아파서 병원에 계시던 때라 더했던 것 같다. 만약 코로나를 겪지 않고 <28>을 읽었다면 그저 남의 이야기로, 소설로서만 이해했을 것 같다. 하지만 지금, 이 소설을 읽어나가면 얼마나 무서웠는지~!

그런가 하면 화양 시를 넘어 서울로 전염될까 시행한 비상계엄은, 어떻게 국가가 하나의 시를 버리고 국민을 버리고 벌레만도 못하게 여기는지를 여과없이 보여준다. 때문에 설마... 설마... 하던 공식을 모두 깨는 소설이 되었다. 숨도 못 쉬고 읽어내려갔다.

돼지 구제역 살처분 뉴스를 보고 이 책을 구상하기 시작했다는 정유정 작가는, 마치 미래를 예견한 듯 훨씬 더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개가 훨씬 더 인간적이고 인간이 인간성 하나 없는 존재로 전락하는 모습을 통해 인간이란 무엇인지, "삶"이 어디에 존재하는지를 보여주고 있다.

곧, 다른 작품도 찾아 읽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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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처럼 사소한 것들
클레어 키건 지음, 홍한별 옮김 / 다산책방 / 202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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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샌가 클레어 키건 바람이 불고 있어 하나씩 읽어보는 중이다. <맡겨진 소녀>를 먼저 대여해서 읽었는데, 아주 짧지만 그 감정은 짧지 않아 책을 반납하고서도 한참 동안이나 마음 속에 들어차 있었더랬다. 이래서 좋은 책이구나... 싶었던 순간이다. 마치 눈으로 보는 듯한 묘사에 내가 그 소녀가 된 것 같은 체험을 한 것에 이어 전체적으로도 모든 것을 내려다보는 듯했다. 처음엔 영화도 보고 싶었는데 오히려 영화가 책보다 못하다는 평을 여럿 보아서 그 독서 감상을 헤치지 않으려 한다.

<이처럼 사소한 것들>은 책장에 꽂힌 채로 한참이나 들여다 보다가 (<맡겨진 소녀>보다 훨씬 더 큰 책인 것 같아서) 마음의 준비 후에 집어들었다. 소설가의 온전한 이야기가 아닌, 역사를 바탕으로 한 이야기임으로 훨씬 더 크게 와닿을 것 같아서다.

첫 문단에 어떤 의미를 두지 않고 읽어내려갔다. (그러니까 옮긴이의 설명을 듣기 전까지 알아채지 못했다.ㅠㅠ) 펄롱의 이야기를 따라 읽다가 이 짧은 책이 언제 이야기를 시작해서 어떻게 끝내려나...걱정되기 시작했는데, 잘 생각해 보니 <맡겨진 소녀> 또한 뭔가 문제를 드러내고 그것을 해결해나가는 과정 따윈 없었다. 그저 있는 그대로를 보여줄 뿐. <이처럼 사소한 것들> 또한 마찬가지다. 말도 안되는 사건(아일랜드 막달레나 세탁소 사건)을 그저 바깥의 마을 사람들과 그나마 인간적인, 자신의 양심의 소리에 귀 기울였던 펄롱을 따라가기만 한다. 그 이후 어떻게 되었는지도 나오지 않는다. 그저 한 개인의 이야기인 것처럼.

그러니까 이 소설은 ...

"문득 서로 돕지 않는다면 섦에 무슨 의미가 있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 나날은, 수십 년을, 평생을 단 한 번도 세상에 맞설 용기도 내보지 않고도 스스로를 기독교인이라고 부르고 거울 앞에서 자기 모습을 마주할 수 있나?"...119p

에 대한 이야기다. 내가 손해 보기 싫어서, 뭔가 피해를 입을까봐 나서지 않고 그냥 지나쳐버린 일들이 얼마나 많았을지!

나이가 드니 좀 용감해진다. 내가 좀 손해 보더라도 할 말은 해야겠다는 용기에 오히려 젊을 적 소리소리 지르던 남편이 말릴 지경. 나 혼자 잘 살아봤자 뭐 하겠나~ 내 뒤를 이어 내 자식이, 손자들이 살아갈 세상인데 지금 내가 좀 손해 보더라도, 좀 잃더라도 옳지 않은 것들은 옳지 않다고 말해야 하지 않나.

소설을 읽으며 울컥거리는 건, 바로 이런 감정들 때문일 거다. 한 번으로 끝나지 않는다는 말이 진실임을 알겠다. 또 읽고, 또 읽어서 작가가 숨겨놓은 많은 것들을 찾아내고 싶다. 역시 훌륭한 작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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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자 사면 과학 드립니다
정윤선 지음, 시미씨 그림 / 풀빛 / 202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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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후기는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솔직하게 작성하였습니다.

과학을 좋아하는 아이들은 과학책만 읽어서 문학 책을 쥐어주는 게 일인데, 그 외의 아이들은 문학 책만 좋아해서 과학 책이나 사회 책 등 비문학 책을 읽히는 게 최대 목표다. 그러니 만화책이라도 과학이나 사회 이론을 알려주는 책이라면 OK!. 그렇다고 만화책만 읽으면 또 문해력이 떨어지니까 어떻게 해서라도 비문학을 읽히려고 한다. 때문에 재미있는 비문학 책이 있다면 정말 절이라도 할 정도.

아니, 그런데 그런 책이 뙇!!! 있는 게 아닌가~! <과자 사면 과학 드립니다>라는 제목만 봐도 너무 재미있을 것 같고, 표지도 귀여운, 우리가 익히 알고 자주 먹는 과자들로 도배되어 막~ 흥미가 당긴다는 점! 거기다 먹는 것에 환장하는(이런 표현 좀 그렇지만~ㅋㅋ) 아이라면 신나서 읽지 않겠나~~~하는 생각이 들지 않을 수 없다. 그렇게 조용~히 거실에 깔아두니 역시나~ "엇, 이거 뭐야! 오늘은 이거!" 하고 잠자리 책으로 들고 간다. 오호~ 성공이로세~^^

책을 살펴보자면 아이들이 좋아하는 과자에서부터 라면과 간식 코너, 음료와 아이스크림, 유제품과 냉장식품 등 편의점에서 구매할 수 있는 거의 모든 간식이 잔~뜩 들어있다. 그러니까 이 책은, 우리가 자주 보는 제품들을 먹고 마시며 조금쯤은 궁금했을 법한 과학 이론과 개념에 대해 아주 속시원히 설명해 주는 책이다.

왜 과자 봉지 안에는 질소가 들어있는지처럼 익히 알고있는 사실부터 아이셔 캐러멜 속 신맛의 정체나 불*볶음면처럼 매운 것을 먹을 때 물을 마시면 도움이 되는지 등등 다양한 궁금거리들을 과학 이론을 들어 차분히 설명해 준다. 어쩌면 한 번씩은 궁금했지만 찾아볼 생각도 못하고 이해하지 못할 거라며 그냥 넘겼을 궁금증과 호기심을 이 한 권의 책으로 해결할 수 있는 것이다. 이렇게 재미있는 책이 있다면 당연히 아이들이 그 호기심을 채우며 다음 단계로 이어지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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