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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의 인생을 어떻게 평가할 것인가 - 하버드 마지막 강의, 마지막 질문
클레이튼 M. 크리스텐슨 외 지음, 이진원 옮김, 이호욱 감수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2년 12월
평점 :
구판절판
2007년 미국에서 발생해 순식간에 전세계적으로 확산된 글로벌 금융대공황의 원인과 과정을 분석할 때 전문가들과 일반인들이 공통적으로 거론하는 한 가지 요소가 바로 월스트리트의 모럴 해저드였습니다. 표면적으로 금융대공황의 직접적인 촉발 원인은 서브프라임 모기지론의 붕괴였지만, 실질적으로 이 문제를 글로벌 금융대공황으로까지 확신시킨 근본적인 원인인 파생 금융 상품들은 바로 수치와 회계에는 밝고 머리도 비상하지만, 개인적인 무한한 탐욕 때문에 양심을 팔아넘긴 퀀트들을 비롯한 월스트리트 증권가와 금융가의 전문가들 때문이었습니다.
기업가들과 근로자들의 피와 땀의 결정체인 기업과 주식을 단순한 숫자 조작으로 마음대로 변형시키고 왜곡시킬 수 있고, 그 과정에서 자신의 부를 극대화시킬 수 있다고 믿으며, 그 댓가로 많은 기업이 파산하고 수많은 경영자와 근로자들이 일자리를 잃고 생계를 위협당하는 상황은 고려조차 하지 않는 이들 퀀트들과 금융, 주식 전문가들의 삐뚤어진 양심과 마비된 도덕성은 금융대공황 이전의 엔론 사태 때부터 일찌감치 경고되었지만, 사실상 같은 공범 의식에 물들어 있던 월스트리트의 탐욕스러운 상어들은 엔론은 물론 매킨지와 골드만삭스, 시티은행의 임원들을 잘못된 일을 한 범죄인이 아니라 단지 운이 없었던 동료 정도로의 인식 밖에 없다는 것이 금융대공황의 수습 과정에서 역력하게 드러났기 때문에, 도덕성이 마비되고 그 자리를 탐욕으로 채운 컴퓨터나 회계 전문가들에게 월스트리트를 계속해서 맡겨둘 경우 제2, 제3의 금융대공황은 언제든지 일어날 수 있다는 것이 현재 전세계인들이 공통적으로 가지고 잇는 불안감입니다.
<혁신 기업의 딜레마>와 <미래 기업의 조건>, <성장과 혁신> 등 수많은 경영학 베스트셀러들로 유명한 하버드 경영 대학원의 석좌 교수인 클레이튼 M. 크리스텐슨이 경영학책이 아닌 인생론이라고 할 수 있는 이 책을 쓴 이유는 본인이 직접 하버드 경영대학원과 옥스퍼드 로즈 장학생이라는 미국에서 가장 똑똑한 동기생들이 졸업 이후 서서히 몰락하는 모습들을 목격하면서이고, 경제적으로 혹은 가정적으로 몰락하는 동기들의 모습에서 받은 충격으로 기업의 성공이라는 경영학의 목표를 최소 단위인 개인으로 돌려서 개인의 성공과 행복이라는 테제로 학생들과 오랫동안 연구하고 강의해 온 내용들을 정리한 것입니다.
크리스텐슨은 특정 기업이나 개인에게만 적용되는 예외적인 경우는 없기 때문에, 인생의 경영이라는 문제에 대한 해답을 찾는 노력도 가장 먼저 좋은 이론에서 출발해야 한다는 경영학 교수다운 냉철한 이론 우선주의를 내세웁니다.
그리고 우리를 인생에서 성공으로 이끄는 가장 기본적인 동기는 단지 금전적인 인센티브가 아니라 진정으로 좋아하는 일을 하는 기쁨에서 찾아야 한다는 원칙론적인 이야기로부터 시작함으로써 금융대공황을 일으킨 월스트리트의 탐욕이 바로 막대한 인센티브와 천문학적인 연봉이라는 물질적인 탐욕의 잘못된 동기 설정 때문임을 지적합니다.
그리고 기업 경영과 마찬가지로 개인도 한정된 자원을 효율적으로 활용하기 위한 ‘자원 할당’의 계획을 세워야하는데, 단기적인 효과를 볼 수 있는 곳보다 장기적인 곳에 보다 많은 자원을 배분하라는 충고는 현재 미국식 경영의 가장 큰 문제점인 주주 가치를 최우선시하여 기업의 장기적인 성장과 번영보다는 단기적인 주가 상승에만 치중하는 경향을 직접적으로 비판합니다.
그리고 기업과 사원이 그렇듯이 개인과 개인의 관계도 서로를 이해하고 서로에게 이익을 주기 위한 희생과 헌신이 기초가 되어야 하며, 이론에만 치우치지 않고 경험으로부터 배우는 인생 수업을 권합니다.
마지막으로 저자는 물질적 탐욕과 유혹에 이끌려 범죄를 저지르고, 그 결과는 자신은 물론 기업과 사회까지 몰락시키는 일을 막기 위해 ‘단 한 번’이라는 핑계를 대지말고 언제나 원칙을 지키는 것이 중요함을 ‘100%의 시간이 98%의 시간보다 더 쉽다’라는 간결한 말로 정의내립니다.
저자는 에필로그에서 자신이 그리는 이상적인 개인의 인생을 ‘내가 원하는 모습’이 되기 위해 ‘전력을 다하고’, ‘적절한 인생의 평가 기준’을 찾아낼 때 행복이 따라온다고 말합니다.
미국식 효율성 우선의 경영 기법들이 개인을 소외시키고 탐욕을 위한 무한 경쟁과 온갖 편법과 탈법을 부추킬 때, 우리 시대의 경영학 구루가 말하는 이 ‘올바르게 인생을 평가하는 법’은 현재의 성과 위주 경영 이론들이 빠뜨린 가장 근본적인 이론의 소중함을 이야기해 줍니다.
haj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