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urt Vonnegut Museum and Library in Indianapolis, Indiana, United States. By IndyTaylor -CC BY-SA 4.0, 위키미디어커먼즈


저는 코넬 대학에서 화학자로, 그 뒤에는 시카고 대학에서 인류학자로 교육을 받았죠. 저는 서른다섯 살이 되어서야 블레이크에 미쳤고, 마흔 살이 되어서야 『보바리 부인』을 읽었고, 마흔다섯 살이 되어서야 루이 페르디낭 셀린•에 대해 겨우 들었어요.

• 프랑스의 작가이자 의사로, 1932년에 발표한 『밤 끝으로의 여행』으로 유명해졌다. 전범 작가라는 낙인이 찍혀 덴마크로 망명했고, 사후에 작가로서 재평가되었다.

어머니는 무척 총명하고 교양 있는 여성이셨죠. 제가 다닌 고등학교는 어머니의 모교이기도 한데, 어머니는 에이 플러스만 받은 수재였지요. 졸업하고서는 동부로 가서 예비신부 학교를 다닌 뒤, 유럽 전역을 여행했고요. 독일어와 프랑스어를 유창하게 하셨어요. 저는 아직도 에이 플러스가 가득한 어머니의 성적표를 보관하고 있어요. 나중에 보니 어머니는 훌륭한 작가였지만 번지르르한 잡지들이 요구하는 천박함에는 재능이 전혀 없었어요.

다행히도 저는 천박함을 장전했기 때문에 어른이 되자 어머니의 꿈인 작가가 될 수 있었죠.

제 소설에서 깊은 사랑 이야기를 배제하려고 애쓰는데 특정한 주제, 특히 사랑이 부각되면 다른 이야기를 꺼내기가 불가능하거든요. 독자들은 다른 이야기를 듣고 싶어하지 않아요. 사랑에 열광하지요. 소설 속 연인이 진정한 사랑을 얻으면, 그것으로 이야기는 끝나버리지요. 3차대전이 일어나려 하고, 하늘이 비행접시들로 새카맣게 채워지더라도 말이에요.

학생들은 현대 생활에서 사람들이 충돌을 피하기 때문에 자신들도 대립하는 장면을 만들고 싶지 않다고들 말하면서 "현대 생활은 정말 외로워요."라고 하지요. 그건 나태함일 뿐이에요. 대립하는 장면을 무대에 올리는 게 작가가 할 일이에요. 그러니까 인물들이 놀랍고 폭로적인 내용을 이야기해 독자들을 가르치고 즐겁게 해줘야 해요. 작가가 그 일을 할 수 없거나 하지 않는다면, 이 장사에서 손을 떼야 해요.

훌륭한 작가들은 부족하지 않습니다. 우리에게 부족한 건, 신뢰할 수 있는 독자들입니다.

일을 그만두는 모든 사람에게 복지수표를 수령하기 전에 반드시 독서록을 제출하도록 해야 한다고 건의하는 바입니다. - 커트 보니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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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작년 어버이날 신여성 김일엽 - 일엽스님의 '청춘을 불사르고'를 읽고 있었다. 내가 읽은 본은 범우사판. 그때 발췌한 대목으로부터 가져온다. 김일엽에게는 자식이 있었다. 


일당스님을 기리며 https://www.segye.com/newsView/20141230003611?OutUrl=daum 김일엽의 아들 화가 김태신은 출가하여 일당 스님이 되었다. 



몇 해 전에 내가 좋아하던 사람에게 사생아가 있다는 말을 듣고, 보지 못한 그 어린것이 어쩐지 그리운 듯이 생각되어 길에서 그만 나이의 아이들을 보면 "그 아이도 조만할까, 고만할까?"하고 생각해본 일이 있지만, 그 애인의 기억조차 사라진 오늘에 그의 사생아가 지금 내 꿈길에 나타날 리도 없겠고.

나이가 남의 어머니 될 때가 지났으니 잠재의식적 모성애가 발로된 것일까.

비록 꿈이라 할지라도 그렇게도 안타깝게 사랑스러운 느낌을 주고 그렇게도 나의 전정신을 사로잡는 그 아이는 과연 나와 어떠한 관계가 있는가?

내 태에 생겨서 내 품에서 길러질 인연이 있는 어린 것이 무슨 장해로 내게 태어나지를 못하여 애처롭게도 꿈길로만 방황하고 있는 것인가? - 꿈길로만 오는 어린이(19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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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 없는 꽃의 삶'(피오나 스태퍼드)으로부터

Carnations and baby's breath in a green pitcher - Odilon Redon - WikiArt.org


Carnations, 1907 - Stefan Luchian - WikiArt.org


Carnations, 1881 - Joaquín Sorolla - WikiArt.org


The red carnation, c.1890 - Silvestro Lega - WikiArt.org


Woman in Green with a Carnation, 1909 - Henri Matisse - WikiArt.org






카네이션 꽃잎은 홑겹이나 두 겹, 여러 겹으로 펼쳐지며 몇몇은 워낙 불룩하게 부풀어올라서 꽃밥이 완전히 감춰진다. 그런 까닭에 인조 꽃 장식 공예에 열심인 사람들에게 카네이션은 매력적이다. 촘촘하게 모은 티슈나 빨간 종이 냅킨으로 꽃 형태를 쉽게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요즘 카네이션 생화는 거대 산업 작물로, 캘리포니아와 케냐, 네덜란드, 남아메리카, 스페인에서 대규모로 재배된다. 콜롬비아는 마약 거래를 퇴치하기 위해 평화로운 원예 산업을 권장했고 이제 세계 최대 생산국에 속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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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작년 어린이날과 작년 어버이날에 그림 동화 '룸펠슈틸츠헨'(영어명: 럼펠스틸스킨)을 읽었다. (딱히 특별한 이유는 없다.) 마법사 럼펠스틸스킨은 영화 '슈렉 포에버'에 악당으로 등장한다'그림 형제 민담집'에 실린 이 버전은 원작과 살짝 다르고 결말이 순화되었다.





난쟁이가 외쳤다.
"심지어 아무도 내가 누군지도 모른다고!"
"당신이 누군지 내가 알아내겠어요."
여왕이 말했다.
"뭐, 진심이야?"
난쟁이가 되물었다. 그는 세상에서 그 누구도 그의 진짜 이름을 알지 못한다는 것을 알았기 때문이다.

"그럼 너에게 사흘의 시간을 주지. 사흘 후에도 네가 나의 진짜 이름을 말할 수 없으면 그 아기는 내 거야. 하지만 내 이름을 알아맞힌다면 아기를 그대로 가질 수 있어. 그리고 누구에게도 이 얘기를 해선 안 돼! 만약 누구에게도 이 얘기를 한 마디만 해도, 아기는 영원히 사라질 거야."

다음날, 여왕은 왕실 도서관의 모든 책을 훑어보았다. 거기서 그녀는 먼 나라에서 온, 그녀는 들어본 적도 없는 이름들을 발견했다.

그 날 밤 다시 난쟁이가 나타나자, 여왕은 새로 적은 이름의 목록을 읽었다.

"꽤 지루하군."
난쟁이가 말했다.

그녀는 여왕용 망토와 두건을 쓰고 성 밖으로 나왔다.
"내 마음이 평화롭고 고요해지면, 무언가 좋은 생각이 떠오를 수도 있어."
그녀는 그렇게 생각하며 숲으로 걸음을 옮겼다. 

"글쎄요, 난 이게 옳은지 확신하진 못 해요. 하지만 당신의 이름은 그 - 럼펠스틸스킨이 아닐까요?"
"럼펠스틸스킨?"
난쟁이가 고함을 질렀다
"대체 어떻게 알아낸 거지?"
난쟁이는 너무 화가 나서 발을 쿵쿵 굴렀다. 어찌나 세게 굴렀던지, 바닥에 아주 큰 구멍이 뚫렸다.
난쟁이는 그만 그 구멍으로 쏙 떨어지고 말았다.
그리고 럼펠스틸스킨은 그 후 다시는 나타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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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문학 헨리 제임스 단편선 수록작 '양탄자 무늬'로부터

Carpet of Time, 1998 - George Stefanescu - WikiArt.org

"그것들이 그의 내부에서 은밀하게 작용하다가 어느 날 어디에선가 그가 전혀 생각하고 있지 않을 때 아주 탁월한 정밀함을 발휘하면서 하나의 올바른 조합으로 맞아떨어진 거예요. 양탄자의 무늬가 밖으로 드러난 거죠. 그는 그런 방식으로 그것을 알게 된 거지요." - 양탄자 무늬 - P3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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