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래 글은 '마르타 아르헤리치'로부터


마르타 아르헤리치와 세 딸들 / Bloody Daughter | 2012 | 95min | HD | Documentary 감독 스테파니 아르헤리치 https://jimff.org/w9_1_2013/46




"천재성이란 의지로써 되찾은 어린 시절일 뿐." — 샤를 보들레르

제법 늦은 시각이지만 그녀는 조용한 카페에서 커피를 한잔하면서 저린 다리도 풀고 잠시 숨을 돌리고 싶다. 이런 습관은 그녀의 전남편이자 오케스트라 지휘자 샤를 뒤투아 Charles Dutois를 미치게 하곤 했다. 그러면 그녀는 웃으면서 대꾸했다. "당신네 스위스 사람들은 시계가 있지. 우리 아르헨티나 사람들에겐 ‘시간’이 있어!" - 프롤로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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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빈의 사색. 열린책들 '안나 까레니나'(이명현 역) 하권이 출처. 이 달에 세 권짜리 새 에디션으로 (재)출간되었다(표기를 '카레니나'로 바꿈).

Pixabay로부터 입수된 Анна Иларионова님의 이미지


왜방풍 - Daum 백과 https://100.daum.net/encyclopedia/view/74XXXXX53512


〈그래, 정신을 차리고 곰곰이 생각해 봐야 해.〉 눈앞에 불쑥 솟은 풀을 뚫어지게 바라보며, 또 개밀 줄기를 따라 오르다가 왜방풍 잎사귀에 가로막힌 녹색 딱정벌레의 움직임을 주시하며 레빈은 생각했다. 〈모든 것을 처음부터 시작해야 해.〉 그는 딱정벌레를 방해하는 왜방풍 잎을 걷어 내고는 다른 줄기를 구부려 벌레가 지나갈 수 있도록 해주면서 생각했다.

〈난 아무것도 알아내지 못했어. 다만 이미 알고 있던 것을 재인식했을 뿐. 나는 과거에 내게 생명을 줬고 현재도 내게 생명을 주고 있는 그 힘을 깨달은 거야. 기만에서 해방되어 내 주인을 인식하게 된 거야.〉

그는 지난 2년간 이어져 온 사유의 궤적을 간략하게 반추해 보았다.

그는 배를 깔고 누운 채, 풀을 다치지 않게 하려 애쓰며 줄기로 매듭을 묶기 시작했다. - 8부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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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호 실바'는 볼라뇨 소설집 '살인 창녀들' 첫 수록작이다. 


[네이버 지식백과] 로베르토 볼라뇨 [Roberto Bolaño] (두산백과 두피디아, 두산백과) https://terms.naver.com/entry.naver?docId=2084433&cid=40942&categoryId=34428


오호의 이야기는 인도에서 벌어진 일이었다. 그는 여행자로서가 아니라 일 때문에 그곳에 갔고 두 가지 일을 처리해야 했다. 하나는 마르그리트 뒤라스와 헤르만 헤세를 섞어 놓은 듯한 전형적인 제3세계 포토저널리즘이었어(오호와 나는 웃었다). 「인디아 송」과 『싯다르타』* 의 중간쯤에서 인도를 보려는 사람들이 있거든. 우린 편집자들이 원하는 걸 줘야 하고 말이야. 그래서 첫 번째 일은 식민지풍의 집들, 폐허가 된 정원들, 별의별 식당들, 그중에서도 특히 지저분한 식당들(혹은 지저분해 보이지만 실제로는 평범한 가족 식당), 빈민가, 정말 가난한 동네 사진, 시골과 국도, 고속 도로, 철도 교차로, 도시를 드나드는 버스와 기차, 서구적 동면 상태와는 전혀 다른 어떤 수면 상태에 빠진 자연, 유럽의 나무와는 다른 나무들, 강과 개울, 농작물이 있는 농토와 없는 농토, 성인들을 모신 장소들의 사진으로 구성됐지, 오호가 말했다.

*「인디아 송」(1975)은 마르그리트 뒤라스가 각본을 쓰고 감독한 영화로, 인도에 거주하는 프랑스 상류층의 권태를 그렸다. 『싯다르타』(1922)는 헤세의 장편소설로, 싯다르타라는 인도인 청년이 열반에 이르는 과정을 그렸다. - 오호 실바

고국에서의 정치적 폭력과 망명자 모임에서의 폭력에서 벗어나고자 도망쳤던 오호 실바는 인도에서 또 다른 폭력과 마주친다.

칠레에서 시작된 이야기는 프랑스를 거쳐 인도라는 머나먼 땅으로 돌고 돌아 똑같은 결론에 도달한다. 중남미 사람들이 떨쳐 낼 수 없었던 폭력의 굴레는 이처럼 동시대 아시아 사람들의 경험으로 확대된다. - 옮긴이의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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뒤라스는 자신의 소설 '부영사'를 직접 '인디아 송'으로 영화화했다. https://www.imdb.com/title/tt0073166/?ref_=fn_tt_tt_1 India Song 1975 


‘외조 - 성공한 여자를 만든 남자의 비결’ 중 마르그리트 뒤라스의 영화 '인디아 송'이 관련된 부분을 발췌했다. 이 영화는 뒤라스와 얀의 만남에 결정적 역할을 한다.

뒤라스(1960) Public Domain, 위키미디어 커먼즈


https://youtu.be/OkO2oYaUYP4 전하영 작가의 플레이리스트(문학동네 채널)에 '인디아 송'이 보인다. 이 곡은 뒤라스의 동명 영화를 위한 음악이다. 그리고 이 영화의 원작 '부영사'(최윤 역)가 지난 달 새로 발간되었다.



뒤라스에 대해 알기 전, 정확히는 뒤라스의 책을 읽기 전 얀은 캉(Caen, 프랑스 노르망디 지방의 도시)에 있는 말레르브 고등학교의 고등사범 입시 준비반에서 철학을 공부하던 우수한 학생이었다. 그때 그는 크리스틴과 베네딕트라는 두 친구와 아파트에서 살던 중이었고, 우연한 기회에 친구의 책 한 권을 읽게 되었다. 그것은 바로 마르그리트 뒤라스의 〈타르키니아의 망아지들〉이었다. 얀은 단숨에 이 책에 빠져들었다. 〈타르키니아의 망아지들〉을 통해 얀은 뒤라스를 처음으로 알게 됐고, 이후 뒤라스의 작품에 대해 열광하게 되었다. 뒤라스의 글에 빠진 얀은 철학책 대신 뒤라스가 쓴 모든 작품을 찾아 읽기 시작했다.

얀이 스물세 살이던 해인 1975년, 그는 뒤라스를 직접 만날 기회가 생겼다. 뒤라스의 글을 영화로 만든 〈인디아 송〉이 캉에 있는 극장에 서 상영되었기 때문이다. 작품의 원작자이자 감독인 뒤라스는 영화가 끝난 후 관객과의 대화 시간을 갖기로 되어 있었다.

영화가 끝난 뒤, 관객과의 대화 시간이 되자 얀은 뒤라스를 걱정한 나머지 마치 자신이 뒤라스가 된 것처럼 긴장했다. 얀은 〈인디아 송〉이 뒤라스에게 얼마나 중요한 작품인지를 온몸으로 느끼고 있었지만, 자신이 아닌 다른 사람들은 그 사실을 모르거나 무관심한 나머지 뒤라스에게 상처를 줄 수도 있다는 우려에서였다. 정작 뒤라스는 담담했다.

맨 앞자리에 앉은 얀은 질문할 차례가 되자 뒤라스에게 한 개의 질문을 했다. 하지만 너무 긴장한 나머지 말을 제대로 하지 못했고, 뒤라스의 시선을 느끼며 까무러칠 것 같은 상태에서 더욱 횡설수설했다. 그러자 뒤라스는 얀이 편안하게 질문을 하도록 어수선한 그의 질문을 알아서 정리해 주었고 진지하게 답변해 주었다. 그러나 극도의 긴장으로 정신이 혼미해진 얀은 이미 자신의 질문도, 뒤라스의 대답도 전혀 들리지 않는 상태에서 멍하니 앉아 있을 뿐이었다.

사인이 끝나자 얀은 "팬레터를 보내고 싶은데요, 혹시 주소를 가르쳐 주실 수 있나요?" 하고 물어보았다. 마지막 한 방울의 용기까지 짜내서 간신히 나온 말이었다. 뒤라스는 담담하게 주소를 말해 주었다. - 얀 안드레아: 수줍은 팬에서 대체 불가능한 동반자로 변신하여 뒤라스의 마지막을 함께한 남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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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작년의 독서를 북플이 알려준다. '공간의 온도'라는 책. '드므' 를 고궁에서 보기는 했지만 이름은 이 책에서 배웠다.  


[쓰레기통 아니에요, 궁궐 지키는 '드므' 랍니다 (이향우)] https://www.joongang.co.kr/article/23741782#home 이향우 저자의 책들도 함께 찾아둔다.



한 신부님께서 내게 해주신 말씀이 인상적이었다. 기독교나 천주교에서 하나님을 믿으면 천국 간다는 말을 종종 하는데 그 말은 죽어서 진짜 천국이라는 공간을 간다는 말이 아니라는 것이다. 살면서 종교로 인해 믿음이 생기거나, 좋은 책을 읽어 깨달음을 얻거나, 귀한 사람을 만나서 이야기를 나누는 등 어떤 반짝이는 경험을 하게 된다. 그 경험들을 통해서 생각이 바뀌고 시선이 바뀐다면 똑같은 세상이라도 전과는 다르게 보고 느낄 수 있게 되고, 현실을 천국과 같이 느끼며 행복할 수 있다는 말이라고 하셨다. 결국 어떤 계기로든 자기 자신이 변하면 바로 그곳이 천국이 될 것이라는 이야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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