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UnsplashMaria Stewart


뻐꾸기가 우는 사연 - Daum 백과 https://100.daum.net/encyclopedia/view/154XX51300024




우리는 ‘가족‘처럼 자주 만났다. ‘이상한 가족‘이었다. 게이였기 때문에 한국 사회에서 배척당했던 오라버니와 외국인과 결혼해서 다인종 아이를 낳았기 때문에 인도의 상류 사회에서 배척당했던 타라 언니, 그리고 신학자이면서 이혼을 했고, 기독교인이면서 지독한 페미니스트였기 때문에 한국 사회에서 배척당한 동생.

어느 봄날, 오라버니로부터 전화가 왔다. 봄이 왔으니 동생들에게 예쁜 봄 구두를 사 주겠다는 것이었다. 타라 언니와 나는 황당해 했다. "아니, 이거 뻐꾹뻐꾹 뻐꾹새 스토리 아니야? 비단구두 사 가지고 오신다는 오라버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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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UnsplashNikita Pishchugin


올해 2월에 출시된 한국계 네덜란드 하프 연주자 라비니아 메이어의 음반 'Winter'로부터


Pièces froides: II. Danses des travers, No. 2 Passer · Lavinia Meijer · Erik Satie https://youtu.be/PDdTGWqB49Y



물론 자만심으로 이런 이야기를 하는 건 아니다. 속마음을 털어놓자면 오히려 자만과는 반대인데, 전적으로 신념의 결핍에서 온 소극적인 생각이라 불쾌하다. 하지만 아침부터 밤까지 마음고생을 하여 세상 사람들의 칭찬을 받아본들 무슨 소용이 있겠느냐는 뻔뻔스러움은 물론 거절할 때부터 따라다니고 있었다. 나는 설레기 위해 태어난 사람이 아닌 것 같다. 법률을 공부하지 않고 식물학이나 천문학이라도 했다면 그래도 성미에 맞는 일이 하늘에서 떨어졌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한다. 나는 세상에 대해 몹시 소심한 주제에 자신에 대해서는 무척 참을성이 많은 사람이라 그렇게 생각하는 것이다. - P225

사람들은 나를 늙은이 같다며 비웃을 것이다. 만약 시에만 호소할 뿐 세상을 살아가지 않는 사람이 늙은이라면 나는 비웃음을 받아도 만족한다. 하지만 만약 시가 고갈되어 메말라버린 사람이 노인이라면 나는 이 평가에 만족하고 싶지 않다. 나는 시종일관 시를 찾아 발버둥치고 있는 것이다. - P2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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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air use, https://en.wikipedia.org/w/index.php?curid=42420899


『우체국 아가씨』는 제1차 세계대전이 끝나고 8년이 지난 1926년 오스트리아와 스위스를 배경으로, 전쟁에 젊음을 빼앗겨 희망을 상실한 젊은 남녀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츠바이크의 소설은 대부분 작가 자신이 체험한 제 1·2차 세계대전, 특히 제1차 세계대전을 소재로 삼고 있지만, 그중에서도 『우체국 아가씨』는 돈과 위세가 마치 건널 수 없는 강처럼 사람들을 양쪽으로 갈라놓은 양극화 사회에 대한 깊은 통찰과 더불어 전쟁이 파괴하고 유린한 인간의 심리를 첨예하게 묘사한 작품이다.

이 소설의 원고는 츠바이크가 1942년 망명지 브라질에서 두 번째 부인과 동반 자살한 후에 발견된 유고 더미에 포함되어 있었다. 작가는 이 원고를 쓴 1930년대, 특히 1934년부터 l938년 사이에 나치의 압박을 피해 영국에 망명 중이었고, 그곳에서 두 번째 부인 샤로테 알트만(Charlotte Altmann)을 만났다.

츠바이크는 원래 이 소설의 제목을 ‘우체국 아가씨 이야기(Postfrauleingesch ichte)’로 정했으나, 1982년 독일에서 ‘변신의 도취(Rausch der Verwandlung)’라는 제목으로 출간되었고, 같은 이름으로 1988년 독일과 프랑스에서 TV 영화로 제작되어 큰 호응을 얻기도 했다.

츠바이크가 세상을 떠나기 전 6개월간의 삶을 재구성한 소설 『슈테판 츠바이크의 마지막 나날』(현대문학)에는 그가 고국을 떠나 망명지 영국에서 미국으로, 그리고 다시 남미에 정착하여 비극적 최후를 맞기까지의 과정이 나타난다. 그 고통스러운 여정에서도 츠바이크는 착잡한 마음으로 자신이 창조한 두 주인공 크리스티네와 페르디난트를 생각하며 노심초사하고 있었다. 나는 이 대목을 읽으면서 삶을 마감할 준비를 하면서도 작품에 대한 생각에 몰두한 작가의 심정이 절절하게 느껴져 가슴이 뭉클했다. - 역자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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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은 '웨스 앤더슨 - 아이코닉 필름 메이커, 그의 영화와 삶'이 출처.


그는 능숙한 연출로 다른 시대에 존재하던 아름다운 그랜드 부다페스트 호텔의 계단으로 우리를 데려간다. 그리고 이 건물의 이름은 곧 앤더슨의 대표작이 된다.

앤더슨은 1932년 유럽으로 거슬러 올라가 그곳에서 살아가는 근엄한 컨시어지의 삶을 파고들었다. 그리고 이 작품은 그의 첫 번째 블록버스터가 됐다.

앤더슨은 츠바이크의 『초조한 마음』을 한 페이지 읽고는 무척 마음에 들어서 그 책을 샀다. 그게 시작이었다. 앤더슨은 오래 지나지 않아 츠바이크의 또 다른 소설 『우체국 아가씨』를 읽었다.

한 시골 마을의 우체국에서 매일 지루하게 일하던 크리스티네가 어느 날 오래전 미국으로 떠난 이모의 초대를 받아 스위스의 고급 호텔을 방문하게 되고, 화려한 사교계를 경험하게 된다. 이 작품에서 앤더슨이 가장 마음에 들었던 부분은 무엇보다 소설의 바깥에 존재하는 화자가 독자에게 이야기를 들려주는 구성이었다.

앤더슨은 지평선 너머 2차 세계대전의 전운이 뭉게뭉게 피어오르면서 서서히 사라져간 구세계의 세련된 문화를 구현하고 싶었다. 일대 소동을 벌이면서 큰 웃음을 선사하는 영화 속 캐릭터들에게 드리운 우울의 그림자는 밀려오는 폭풍의 전조였다.

유럽은 앤더슨에게 여러모로 큰 영향을 줬다. 앤더슨은 지난 20년 동안 유럽으로 숱한 기차 여행을 다니며 그곳을 더 잘 알게 됐다. 물론 그의 영화 속 유럽은 1930년대 할리우드 영화에서 묘사된 유럽과 더 비슷하다고 감독 스스로 인정했다.

〈그랜드 부다페스트 호텔〉 속 유럽은 마치 스노볼에 담긴 풍경 같다. 앤더슨은 그곳을 배경으로 현실과 허구를 뒤섞은 장면들을 그려냈다. 산 위에서 스키를 타고 내려오며 벌이는 추격전, 증기 기관차에서의 소동, 미술관에서의 살인 사건, 탈옥 소동 등 겨울에 갇힌 호텔의 외부 세계는 폭력이 난무한다.

작센에 있는 소도시 괴를리츠는 그림 같은 배경과 고풍스러운 느낌을 제공했지만, 파시즘의 부상에 굴복하고 만 지방 유럽의 분위기를 풍기기도 했다.

앤더슨은 홀로코스트에 대한 직접적인 언급은 하지 않았지만, 땀이 송골송골 돋아나는 것처럼 영화에는 홀로코스트를 암시하는 기운이 서서히 스며 나온다.

영화의 촬영은 2013년 1월부터 3월까지 진행됐고 두 달 동안 출연진 전원이 괴를리츠의 한 호텔에 투숙했다. "제가 이탈리아에서 알게 된 요리사가 요리를 해줬습니다. 우리는 촬영 기간에 밤마다 함께 저녁을 먹었죠." 앤더슨이 말했다. "거의 매일 밤 시끌벅적한 만찬 파티가 열렸습니다."

〈그랜드 부다페스트 호텔〉은 2014년 2월 6일에 베를린영화제에서 처음 선보였다. 이보다 더 적절한 곳이 또 어디 있었을까?

이 영화를 대단히 인상적인 작품으로 만들어주는 것은 코믹한 분위기와 그 기저에 깔린 어두움의 뚜렷한 대비와 충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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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이효석문학상 대상은 장은진의 '외진 곳'이 받았다. 아래 옮긴 글은 작가 인터뷰와 작품론이 출처.


[장은진 '외진 곳' 生의 나이테에 새겨진 빈곤의 무늬] https://v.daum.net/v/20190728171202866

사진: UnsplashAnnie Spratt


이 단편은 저자의 세 번째 소설집 '당신의 외진 곳' 첫 수록작이다.

이번 소설은 ‘네모집’이라 불리는 구옥舊屋으로 이사한 두 자매가 소외의 처소에서 소외의 처지를 가만히 응시하는 작품으로 읽었어요. 왜 제목이 ‘외진 곳’이었을까요. 또 네모집을 떠올린 계기는 무엇이었을까요.

웨스 앤더슨 감독의 2014년작 영화 〈그랜드 부다페스트 호텔〉을 보다가 자막에서 본 ‘외진 곳’이라는 문구를 봤는데 참으로 생경한 감정이었어요. 평범한 단어라도 전혀 다르게 달리 느껴지는 순간이 있어요. ‘외진 곳’이란 단어에 중학교 시절 살던 집을 떠올렸어요. 네모집과 구조가 비슷했거든요. 소설에선 아홉 가구로 나오지만 제가 살았던 집은 여섯 가구였어요. 배경만 경험에서 가져왔을 뿐이지 소설 내용은 허구입니다. 소재를 삶에서 찾는 편이 아니라 자전소설은 쓰지 않거든요. 사람에 따라 판단은 다르겠지만, 자전소설은 자기 살 파먹고 사는 것 같아서 기피해왔어요. 삶에서 가져온 부분은 네모집의 구조뿐이에요. - 대상 수상작가 인터뷰 생의 거대한 나이테에 새겨진 빈곤의 무늬|김유태

〈외진 곳〉의 서술자는 더 이상 네모집의 생활양식을 비관하지 않는다. 이것이 삶의 조건이라는 사실을 알기 때문이다. 그리고 섣불리 이곳을 떠나지 않으며, 실패와 좌절과 절망을 "감내"한다.

이곳은 지옥이 아니라, 우리에게 주어진 삶의 장소이므로. 외진 곳을 향하는 말의 희망은 그것으로부터 시작될 것이다. - 작품론 지옥의 한가운데서, 지옥 아닌 것을 구별하기 | 이지훈

장은진의 〈외진 곳〉은 우리 사회의 ‘소외된 공간’에 대한 작가의 시선이 집요하면서도 따뜻하게 느껴진다. 그런데 그 ‘외진 곳’의 삶에도 미묘하면서도 비극적인 ‘차이’가 있는데, 그 차이가 언니와 동생의 삶으로 드러난다. 언니는 일자리를 잃게 된 상황이지만 자신의 처지를 조용히 수용하려 하고, 동생은 일자리를 잃었지만 더 밝고 적극적인 태도로 외국으로 나가기로 결정한다. 삶을 받아들이는 태도의 차이로 ‘외진 곳’의 삶도 극명하게 갈릴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 심사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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