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다만 러셀 서양철학사를 다시 시작. 러셀의 이 책은 고대 철학 - 가톨릭 철학 - 근현대 철학 세 부분으로 구성되어 있다. 가톨릭 편까지 전에 마쳤고 이제 근현대 편 '제1부 르네상스에서 흄까지'를 읽는다.

사진: UnsplashIllia Plakhuta


서양 철학사에서 일반적으로 ‘근대’라고 불리는 시기는 여러 가지 점에서 중세와 다른 사고방식을 보여 주었다. 근대적 사고방식의 특징 가운데 둘은 아주 중요하다. 하나는 교회의 권위가 낮아졌다는 점이고, 다른 하나는 과학의 권위가 높아졌다는 점이다.

교회에 반발한 사람들은 고대와 연결되는 고리를 마음속으로 찾아낸 데 이어 과거로, 초기 교회나 중세가 아닌 더욱 먼 과거로 시선을 돌렸다. 과학이 최초로 갑작스레 진지하게 등장한 것은 1543년 코페르니쿠스 이론을 담은 서적의 출간이었다.

17세기까지 철학 분야에서 중요한 일은 별로 없었다. 다만 15세기에 이탈리아의 무정부 상태는 소름끼칠 정도였으며, 이를 배경으로 마키아벨리의 학설이 출현했다. 동시에 정신의 족쇄를 벗어던진 자유로운 분위기에서 예술과 문학의 놀라운 천재들이 등장했다. 하지만 사회는 불안정했다.

근대 철학은 대체로 개인주의inpidualism와 주관주의subjectivism로 기울었다.

현대 세계는 요즈음 고대와 비슷한 해결 방식을 향해 나아가는 듯하다. 다시 말해 사회 질서는 힘에 의해 재편되어 흔히 사람들의 희망보다 오히려 강자의 의지를 대변한다. 지속 가능하고 만족스러운 사회 질서를 실현하려면 로마 제국의 실질적 법체계와 성 아우구스티누스가 『신국』에서 제시한 이상주의를 결합해야만 가능할 텐데, 이러한 일을 성취하려면 새로운 철학이 등장해야 할 것이다. - 1. 일반적 특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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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니데이 2024-04-10 22:1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현대 세계가 다시 고대와 비슷한 해결방식이 된다는 인용 부분 읽으니, 생각해보지 못한 부분 같았어요.서양철학사도 읽어보면 좋을 것 같은데, 늘 시간이 잘 나지 않네요.
서곡님, 휴일 잘 보내셨나요. 편안한 밤 되세요.^^

서곡 2024-04-10 22:27   좋아요 1 | URL
네 이 책을 재작년에 읽다 말았고 작년 한 해는 잊고 살았어요...그러게요 러셀의 서술이 참신하게 다가옵니다 댓글 감사합니다 안녕히 주무세요!!!
 

삽화 Iisjomfruen(얼음 처녀) By Lorenz Frølich - H. C. Andersen (1871) Public Domain, 위키미디어 커먼즈


'안데르센 동화집 5'(시공주니어)에 '얼음 공주'라고 실려 있다. 


빛바랜 나뭇잎들이 바람에 휘날렸어요. 산과 계곡에는 온통 하얗게 눈이 쌓였고, 얼음 처녀는 겨울이면 늘 그랬던 것처럼 웅장한 궁전에 앉아 있었어요. 깎아지른 벼랑은 꽁꽁 얼어붙어 미끄러운 얼음으로 뒤덮여 있었고, 여름에 산허리를 타고 내리던 시냇물은 그대로 얼어붙어 물빛 베일이 되었어요. 나무마다 크고 묵직한 고드름이 매달려 있었고, 새하얗게 눈을 뒤집어쓴 전나무들은 환상적인 수정 꽃다발로 장식되어 있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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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래 글은 '마르타 아르헤리치'로부터


마르타 아르헤리치와 세 딸들 / Bloody Daughter | 2012 | 95min | HD | Documentary 감독 스테파니 아르헤리치 https://jimff.org/w9_1_2013/46




"천재성이란 의지로써 되찾은 어린 시절일 뿐." — 샤를 보들레르

제법 늦은 시각이지만 그녀는 조용한 카페에서 커피를 한잔하면서 저린 다리도 풀고 잠시 숨을 돌리고 싶다. 이런 습관은 그녀의 전남편이자 오케스트라 지휘자 샤를 뒤투아 Charles Dutois를 미치게 하곤 했다. 그러면 그녀는 웃으면서 대꾸했다. "당신네 스위스 사람들은 시계가 있지. 우리 아르헨티나 사람들에겐 ‘시간’이 있어!" - 프롤로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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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빈의 사색. 열린책들 '안나 까레니나'(이명현 역) 하권이 출처. 이 달에 세 권짜리 새 에디션으로 (재)출간되었다(표기를 '카레니나'로 바꿈).

Pixabay로부터 입수된 Анна Иларионова님의 이미지


왜방풍 - Daum 백과 https://100.daum.net/encyclopedia/view/74XXXXX53512


〈그래, 정신을 차리고 곰곰이 생각해 봐야 해.〉 눈앞에 불쑥 솟은 풀을 뚫어지게 바라보며, 또 개밀 줄기를 따라 오르다가 왜방풍 잎사귀에 가로막힌 녹색 딱정벌레의 움직임을 주시하며 레빈은 생각했다. 〈모든 것을 처음부터 시작해야 해.〉 그는 딱정벌레를 방해하는 왜방풍 잎을 걷어 내고는 다른 줄기를 구부려 벌레가 지나갈 수 있도록 해주면서 생각했다.

〈난 아무것도 알아내지 못했어. 다만 이미 알고 있던 것을 재인식했을 뿐. 나는 과거에 내게 생명을 줬고 현재도 내게 생명을 주고 있는 그 힘을 깨달은 거야. 기만에서 해방되어 내 주인을 인식하게 된 거야.〉

그는 지난 2년간 이어져 온 사유의 궤적을 간략하게 반추해 보았다.

그는 배를 깔고 누운 채, 풀을 다치지 않게 하려 애쓰며 줄기로 매듭을 묶기 시작했다. - 8부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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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호 실바'는 볼라뇨 소설집 '살인 창녀들' 첫 수록작이다. 


[네이버 지식백과] 로베르토 볼라뇨 [Roberto Bolaño] (두산백과 두피디아, 두산백과) https://terms.naver.com/entry.naver?docId=2084433&cid=40942&categoryId=34428


오호의 이야기는 인도에서 벌어진 일이었다. 그는 여행자로서가 아니라 일 때문에 그곳에 갔고 두 가지 일을 처리해야 했다. 하나는 마르그리트 뒤라스와 헤르만 헤세를 섞어 놓은 듯한 전형적인 제3세계 포토저널리즘이었어(오호와 나는 웃었다). 「인디아 송」과 『싯다르타』* 의 중간쯤에서 인도를 보려는 사람들이 있거든. 우린 편집자들이 원하는 걸 줘야 하고 말이야. 그래서 첫 번째 일은 식민지풍의 집들, 폐허가 된 정원들, 별의별 식당들, 그중에서도 특히 지저분한 식당들(혹은 지저분해 보이지만 실제로는 평범한 가족 식당), 빈민가, 정말 가난한 동네 사진, 시골과 국도, 고속 도로, 철도 교차로, 도시를 드나드는 버스와 기차, 서구적 동면 상태와는 전혀 다른 어떤 수면 상태에 빠진 자연, 유럽의 나무와는 다른 나무들, 강과 개울, 농작물이 있는 농토와 없는 농토, 성인들을 모신 장소들의 사진으로 구성됐지, 오호가 말했다.

*「인디아 송」(1975)은 마르그리트 뒤라스가 각본을 쓰고 감독한 영화로, 인도에 거주하는 프랑스 상류층의 권태를 그렸다. 『싯다르타』(1922)는 헤세의 장편소설로, 싯다르타라는 인도인 청년이 열반에 이르는 과정을 그렸다. - 오호 실바

고국에서의 정치적 폭력과 망명자 모임에서의 폭력에서 벗어나고자 도망쳤던 오호 실바는 인도에서 또 다른 폭력과 마주친다.

칠레에서 시작된 이야기는 프랑스를 거쳐 인도라는 머나먼 땅으로 돌고 돌아 똑같은 결론에 도달한다. 중남미 사람들이 떨쳐 낼 수 없었던 폭력의 굴레는 이처럼 동시대 아시아 사람들의 경험으로 확대된다. - 옮긴이의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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