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의 독서로부터. 영문학자 김소임 교수의 '베케트 읽기'가 아래 옮긴 글의 출처.



'마음의 발걸음'은 리베카 솔닛의 아일랜드 여행기이다. [아일랜드를 사유하는 솔닛의 여행]https://www.khan.co.kr/culture/book/article/202010161407001 노벨문학상 수상 독일작가 하인리회 뵐의 '아일랜드 일기'도 있다. [문학의 명소 아일랜드, 하인리히 뵐은 뭘 봤나]https://v.daum.net/v/20140722005904545





90년대에 들어와서 아일랜드의 역사적, 문화적, 언어적, 지리적 맥락 안에서 베케트 읽기가 일련의 비평가들에 의해서 시작되었다.

사실상 베케트 작품에서 아일랜드의 흔적은 구석구석에 포진해 있다. 베케트 작품 안에서 아일랜드가 발견된다는 것이 이 작품을 근본적 소외와 유랑으로부터 벗어나게 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그의 작품을 더 흥미롭게, 그리고 풍요롭게 한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4)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안네 프랑크의 일기에 등장하는 나무가 마로니에(칠엽수)라고 한다. https://blog.aladin.co.kr/790598133/15548803 참고.


아래 글은 '안네의 일기 (계림세계명작)'가 출처.

안네 프랑크 나무 (2006년 12월)  By huliana90212 - CC BY 2.0, 위키미디어커먼즈


안네의 나무가 그림으로 전하는 소녀의 희망 https://v.daum.net/v/20110624132918566







우리 둘은 파란 하늘과 잎이 떨어진 뒤뜰의 나무를 바라보았어. 가지와 가지 사이에는 빗방울이 반짝이고, 하늘을 나는 갈매기와 다른 새들이 은빛으로 빛나고 있었어.

이 생기 넘치는 모든 것들은 우리의 마음을 뒤흔들어 큰 감동을 주었어. 멀리 보이는 수평선은 너무나 짙은 파란색이라 어디까지가 강이고 어디까지가 하늘인지 구분할 수 없을 정도였어. - 1944년 2월 23일(수요일)


댓글(2) 먼댓글(0) 좋아요(18)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페크pek0501 2024-08-03 12:3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안네의 일기는 글쓰기의 위대한 힘을 입증해 주죠.^^

서곡 2024-08-03 12:59   좋아요 1 | URL
네 안네의 사후에도 일기는 남아 후세의 독자들이 이렇게 계속 읽고 있네요
 

현재 읽는 중인 '하루 5분의 초록'(한수정) 중 칠엽수(마로니에) 부분으로부터.


칠엽수 By M. PINARCI, CC BY-SA 3.0, 위키미디어커먼즈



칠엽수 열매 (영국, 2017년 8월) Horse Chestnut in The Wood, Nonsuch Park by Mike Pennington, CC BY-SA 2.0, 위키미디어커먼즈


서양칠엽수 - Daum 백과 https://100.daum.net/encyclopedia/view/b11s3711a











‘칠엽수’라는 이름이 낯선가요? 그럼 ‘마로니에’란 이름은 어떤가요? 칠엽수는 우리에게 마로니에라는 서양식 이름으로 더 잘 알려진 키가 큰 나무로, 도시의 공원이나 큰 건물 주변에서 찾아볼 수 있어요. 서울 대학로에 있는 마로니에 공원은 바로 이 칠엽수가 자라는 곳으로 유명하지요. 일곱 장의 나뭇잎들이 손바닥처럼 모여 있어 칠엽수라고 이름 지었는데, 꼭 일곱 장인 건 아니고 여섯 장 혹은 아홉 장이 붙어 있기도 해요. 칠엽수는 두 종류로 나뉘어요. 하나는 일본이 고향인 ‘칠엽수’로 열매가 매끈한 게 특징이고, 다른 하나는 유럽에서 자라난 ‘가시칠엽수’로 열매에 가시가 있는 게 특징이지요. 우리가 주변에서 만나는 칠엽수는 대부분 일본 원산의 ‘칠엽수’랍니다.

8월 열매를 찾아보세요

커다란 칠엽수 잎 사이로 동그란 공 모양의 열매가 달려 있어요. 탁구공보다 좀 더 크지요. 열매는 점차 갈색을 띠며 익어가요.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4)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엄청나게 덥던 오늘. '걷기의 즐거움'에 실려 있는, 8월의 무더위 속에서 필사적으로 걸어야 했던 어느 19세기 미국인의 글을 읽는다. 

Newspaper icon used in runaway slave ads or to indicate other slavery content. By Unknown author - CC0, 위키미디어커먼즈


더글러스의 자서전 '미국 노예, 프레더릭 더글러스의 삶에 관한 이야기'가 번역출간되어 있다.




여러분은 이제 인간이 어떻게 노예화되는지를 보았고 이제는 노예가 어떻게 한 인간이 되는지 보게 될 것이다. 1833년 가장 무더웠던 8월의 어느 날, 빌 스미스, 윌리엄 휴스, 엘리라는 노예, 그리고 나는 밀을 까부르는 일을 하고 있었다. 휴스는 풍구 앞에서 밀을 고르고, 엘리는 풍구를 돌리고, 스미스가 밀을 밀어 넣는 일을 맡았고 나는 풍구로 밀을 갖다 놓는 일을 하고 있었다. 단순한 일이라 별로 머리 쓸 일도 없고 그저 힘만 쓰는 일이었다. 하지만 이런 일에 전혀 익숙하지 않은 나에게는 쉬운 작업이 아니었다. 3시경이 되자 힘에 부친 나머지 나는 결국 완전히 녹초가 되고 말았다. 별안간 머리가 지끈지끈 아프고 어지럽더니 사지가 벌벌 떨리기 시작했다. 이러다가 어떤 상태가 될 것인지 알았지만, 일을 그만두게 놔두지 않을 것을 알기에 나는 정신을 차리려고 안간힘을 썼다. 나는 할 수 있는 한, 밀을 받는 깔때기 앞에서 몸을 지탱하며 서 있었다.

하지만 더 이상 견디지 못한 채 무언가에 눌린 듯 쓰러지고 말았다.

몽둥이로 맞고 발로 차인 데다가 당시 앓고 있던 병 때문에 아픈 것도 있어서 그런지 온몸에 힘이 하나도 없었다. 하지만 코비 씨가 한눈파는 사이, 나는 기회를 봐서 세인트마이클스로 도주했다. 이를 눈치챈 코비 씨가 당장 안 돌아오면 무슨 일이 벌어질지 아냐고 협박하면서 나를 불러댔지만 나는 이미 숲 쪽으로 멀리 도망친 상태였다. 그가 나를 부르건 협박을 하건 상관없이 나는 허약한 몸이 허락하는 한 멀리 숲속으로 도망쳐버렸다. 길을 따라가다가는 혹 따라잡힐 것 같아 숲길로 걸었고 길을 잃을까 봐 멀리 가지는 않았지만 들키지 않을 정도로 길에서 떨어져 갔다. 얼마 가지 않아 남은 힘마저 소진돼 결국 쓰러졌고 얼마간 바닥에 누워 있었다. 머리 상처에서 계속 피가 흘러나왔고, 이러다가 죽는 게 아닌가 생각도 들었다. 이제 생각해보니 머리로 흘러내린 피가 굳어 지혈이 되지 않았다면 그 자리에서 죽었을 것이다.

한 45분간 누워 있다가 다시 힘을 내, 늪지와 덤불을 지나 맨발로 머리에도 아무것도 쓰지 않은 채 걸을 때마다 발바닥에 상처를 내며 앞으로 나아갔다. - 프레더릭 더글러스 《미국 노예, 프레더릭 더글러스의 삶 이야기》

수록된 글에서 보호해줄 곳을 찾아 7마일을 걸어가는 더글러스의 모습은 걷기가 항상 환희만 가져다주는 것이 아니라 생존 수단이라는 사실을 깨닫게 한다. 이 글은 미국의 백인 작가들이 자유 또는 여가를 위한 걷기의 환희에 대해 기록할 당시, 같은 나라의 국민이지만 이러한 특권이 허락되지 않는 개인이 있었다는 것을 상기시킨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8)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8월의 첫 날. 버지니아 울프의 단편소설 '존재의 순간들'(유진 역, 하늘연못)로부터. 저자의 증상을 반영하고 있는 것 같다.

I’ve already been here. Headache, 2011 - Gian Maria Tosatti - WikiArt.org







그녀는 감기, 몸살, 과식, 안 좋은 음식, 외풍, 더운 방, 지하철 타기 따위에 대해 거의 병적인 경계심을 가지고 있었다. 그 중 어느 것이 그녀의 삶을 전쟁터처럼 어지럽게 만드는 끔찍한 두통을 일으키는지 확실히 몰랐기 때문이었다. 그녀는 늘 적을 능가하기 위해 애썼다. 노력 자체가 재미있는 것처럼 느껴질 때까지. 그녀가 어떻게든 마침내 적을 물리칠 수 있었다면 삶이 무미건조하게 느껴졌을 것이다. 그러나 그 줄다리기는 끝이 없었다. 한편은 나이팅케일이나 그녀가 광적으로 좋아하는 풍경 ─ 그녀는 새와 풍경에 대해 광적인 열정을 가지고 있었다. 다른 한편은 질퍽한 길이나 가파른 언덕을 오르는 비탈길. 그런 길은 그녀를 녹초로 만들어 다음날에는 아무 일도 못하게 했고 끔찍한 두통을 일으켰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