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청나게 덥던 오늘. '걷기의 즐거움'에 실려 있는, 8월의 무더위 속에서 필사적으로 걸어야 했던 어느 19세기 미국인의 글을 읽는다.
Newspaper icon used in runaway slave ads or to indicate other slavery content. By Unknown author - CC0, 위키미디어커먼즈
더글러스의 자서전 '미국 노예, 프레더릭 더글러스의 삶에 관한 이야기'가 번역출간되어 있다.
여러분은 이제 인간이 어떻게 노예화되는지를 보았고 이제는 노예가 어떻게 한 인간이 되는지 보게 될 것이다. 1833년 가장 무더웠던 8월의 어느 날, 빌 스미스, 윌리엄 휴스, 엘리라는 노예, 그리고 나는 밀을 까부르는 일을 하고 있었다. 휴스는 풍구 앞에서 밀을 고르고, 엘리는 풍구를 돌리고, 스미스가 밀을 밀어 넣는 일을 맡았고 나는 풍구로 밀을 갖다 놓는 일을 하고 있었다. 단순한 일이라 별로 머리 쓸 일도 없고 그저 힘만 쓰는 일이었다. 하지만 이런 일에 전혀 익숙하지 않은 나에게는 쉬운 작업이 아니었다. 3시경이 되자 힘에 부친 나머지 나는 결국 완전히 녹초가 되고 말았다. 별안간 머리가 지끈지끈 아프고 어지럽더니 사지가 벌벌 떨리기 시작했다. 이러다가 어떤 상태가 될 것인지 알았지만, 일을 그만두게 놔두지 않을 것을 알기에 나는 정신을 차리려고 안간힘을 썼다. 나는 할 수 있는 한, 밀을 받는 깔때기 앞에서 몸을 지탱하며 서 있었다.
하지만 더 이상 견디지 못한 채 무언가에 눌린 듯 쓰러지고 말았다.
몽둥이로 맞고 발로 차인 데다가 당시 앓고 있던 병 때문에 아픈 것도 있어서 그런지 온몸에 힘이 하나도 없었다. 하지만 코비 씨가 한눈파는 사이, 나는 기회를 봐서 세인트마이클스로 도주했다. 이를 눈치챈 코비 씨가 당장 안 돌아오면 무슨 일이 벌어질지 아냐고 협박하면서 나를 불러댔지만 나는 이미 숲 쪽으로 멀리 도망친 상태였다. 그가 나를 부르건 협박을 하건 상관없이 나는 허약한 몸이 허락하는 한 멀리 숲속으로 도망쳐버렸다. 길을 따라가다가는 혹 따라잡힐 것 같아 숲길로 걸었고 길을 잃을까 봐 멀리 가지는 않았지만 들키지 않을 정도로 길에서 떨어져 갔다. 얼마 가지 않아 남은 힘마저 소진돼 결국 쓰러졌고 얼마간 바닥에 누워 있었다. 머리 상처에서 계속 피가 흘러나왔고, 이러다가 죽는 게 아닌가 생각도 들었다. 이제 생각해보니 머리로 흘러내린 피가 굳어 지혈이 되지 않았다면 그 자리에서 죽었을 것이다.
한 45분간 누워 있다가 다시 힘을 내, 늪지와 덤불을 지나 맨발로 머리에도 아무것도 쓰지 않은 채 걸을 때마다 발바닥에 상처를 내며 앞으로 나아갔다. - 프레더릭 더글러스 《미국 노예, 프레더릭 더글러스의 삶 이야기》
수록된 글에서 보호해줄 곳을 찾아 7마일을 걸어가는 더글러스의 모습은 걷기가 항상 환희만 가져다주는 것이 아니라 생존 수단이라는 사실을 깨닫게 한다. 이 글은 미국의 백인 작가들이 자유 또는 여가를 위한 걷기의 환희에 대해 기록할 당시, 같은 나라의 국민이지만 이러한 특권이 허락되지 않는 개인이 있었다는 것을 상기시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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