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네 프랑크 나무 (2006년 12월)  By huliana90212 - CC BY 2.0, 위키미디어커먼즈





암스테르담의 마로니에는 안네 프랑크와 그녀의 가족이 나치 점령군을 피해 숨어 있던 비밀 별채의 작은 창문으로 보이던 나무다. 안네가 원치 않게 갇혀서 끊임없이 불안해했던, 상상조차 할 수 없는 시기에 썼던 일기에는 계절에 따라 마로니에가 펼치는 기적이 잘 기록돼 있다. 1944년 4월 18일자 일기에서 안네는 마로니에가 "벌써 꽤 초록빛이고 여기저기 작은 꽃마저 보인다"고 썼다. 또 아버지의 생일 다음 날이던 5월 13일 무렵엔 햇빛이 "1944년 들어 여태껏 볼 수 없던 모습으로" 빛나고 마로니에는 "꽃을 활짝 피우고 나뭇잎으로 울창하게 덮여 작년보다 훨씬 아름답다"고 썼다. 세 달 뒤 나치에 붙들린 프랑크 가족은 집단수용소를 옮겨 다녔다.

안네와 언니 마르고트는 베르겐-벨젠 강제수용소에서 죽음을 맞았는데, 전쟁이 끝나기 몇 주 전이었다. 그냥 그 자리에 있음으로써 안네에게 큰 행복을 전했던 마로니에는 계속 살아서 환한 잎과 양초 같은 눈부신 꽃을 봄마다 들어올렸다.

그러나 안네 프랑크의 마로니에도 나이를 속일 수는 없었다. 새천년이 시작될 무렵 곰팡이가 잔뜩 퍼지고 곤충이 들끓는 이 나무는 삶을 긍정하는 힘에 경의를 표하기 위해 방문하는 사람들에게 위협이 되었다. 2007년 벌목 지시가 내려졌지만 대중의 항의가 워낙 거세서 벌목 집행이 유예되었고, 나무의 병든 줄기와 시들어가는 가지를 보존하려는 노력이 뒤따랐다. 하지만 2010년 나무는 강풍을 견디지 못하고 쓰러졌다. 그 뒤 안네 프랑크 나무에서 나온 묘목들은 세계 곳곳에 심겨, 이 나무가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희생자에게 주었던 희망을 기억하며 다음 세대들의 마음에 희망을 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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