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춘추전국이야기 1 - 춘추의 설계자 관중 ㅣ 춘추전국이야기 1
공원국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17년 10월
평점 :
구판절판
공원국 작가의 역작인 ‘춘추전국이야기’11권 중 첫번째 권을 완독했습니다.
워낙 잘 알려진 책이고 이책에 대해서는 작가가 직접 출연한 팟캐스트도 유튜브에 있으니 읽기 전 한번 들어보시는 것도 이 방대한 책을 읽는 한 방법이 될 것 같습니다.
이전에 제가 언론에서 읽은 공원국 작가의 글은 대체로 유목사회에 관련된 글이거나 북방지역에 관련된 글들이었는데, 이 책은 철저하게 서술을 ‘어떻게 중국의 중원(中原)지역에 국가가 성립되었는가?’ 라는 질문에 집중되어 있습니다.
중원지역은 중화문명의 발상지로 중국인들은 화이론(華夷論)의 관점에서 매우 중요하게 생각되는 지역입니다. 전통적인 관점에서 고대 중국은 중원지역을 중심으로 중국문명이 생겨났고, 이후 끊임없이 침략을 해오는 북쪽과 서쪽의 오랑캐(융적,戎狄)와 남쪽의 오랑캐(남만,南蠻)를 막아 중국 고유의 역사를 지켜 중국이 만들었다는 철저히 중국 중심적(Sino-centric) 관점의 설명을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중국을 최초로 통일한 진 (秦)나라도 서쪽에 살던 융족 (戎族)과 문화적 영향을 받고 융족과 전쟁을 하며 군사력을 키워서 중국을 통일했고, 춘추시대 당시만 해도 사실상 유묵민족인 오랑캐 취급을 받았다는 역사적 시실을 보여줍니다. 저자에 따르면 진나라는 중국의 사서와 여러 문헌에 진융(秦戎)으로 불렸다는 사실입니다.
중국인들은 이 설명을 어떻게 들을지 모르겠지만 최초의 중국통일 왕조가 오랑캐 출신이라는 점입니다. 춘추시대 당시 중원에 살던 중국인들의 인식입니다.
잘 알려진 남쪽의 초(楚)나라도 중원의 중국인들은 이질적인 민족으로 생각했습니다. 남쪽의 오랑캐로 생각했고 춘추시대의 예법이 통하지 않는 지역으로 생각했습니다.
이런 관점에 따르면 마찬가지로 동쪽지역에 살던 한국인의 조상은 그저 동쪽의 오랑캐일 뿐입니다.
다만 한반도뿐만 아니라 산동반도와 요동지역을 포괄하는 동북지역에 사는 이들을 지칭하지만 말입니다.
이 책의 전반부는 춘추시대가 시작되기 전 중국의 전설시대와 겹치는 초기국가들인 하상주 (夏商周)에서부터 시작합니다.
특히 상(商)나라에 대한 서술이 인상적입니다. 제사를 위해 사람을 제물(祭物)로 삼는 관습이 있고 왕이 죽으면 노예와 여인들을 같이 매장하는 순장(殉葬)이 일반화했다는 점에서 서쪽의 유목민족의 영향이 상당하다고 설명합니다.
이 내용으로 봐서 상나라가 제대로 체계를 갖춘 국가라기 보다는 부족들의 느슨한 연합체가 아니었나 생각합니다.
기본적으로 호전적이고 군사력으로 운영되는 군국주의 국가 상나라는 무력 이외에 다른 통치수단이 없었으나 이 나라를 멸망시킨 주(周)나라는 무력이외 종법 (宗法)에 의해 천자(天子)가 제후(諸侯)에게 영지領地)를 내리는 봉건제를 통해 통치체계를 확립합니다.
기본적으로 인간을 중시해 인간을 희생으로 쓰는 제사관스블 폐지라고 통치원리로서 예법을 중시하는 전통이 주나라 이후 생겨났고, 중국의 사서는 주나라의 통치모델을 수천년간 이상향으로 지목해왔습니다.
주의 동천(東遷)이후 주나라의 제후국 통치가 사실상 유명무실해졌는데도, 종법에 근거한 봉건적 전제정치제도는 지속되었습니다.
오랜기간 중국과 그 주변국 사이의 관계를 규정한 사대교린(事大交隣)의 관계, 중국의 천자가 주변의 제후를 인정하고 책봉( 冊封)을 해주고 제후국이 책봉국에 조공(朝貢)이 확립된 시기가 바로 춘추시대입니다.
엄밀하게 시작이 된 시기는 서주(西周)시대이지만 주나라의 동천이후에도 이 조공-책봉의 관계는 지속됩니다.
이러한 체제를 수호하는 첫번째 춘추시대의 패자(霸者)로 제(齊)나라의 환공(桓公)과 그가 기용한 재상 관중(管仲)이 등장합니다.
책의 나머지 절반은 관중의 경제정책, 정치/외교정책, 군사정책, 제환공의 군사정벌 그리고 춘추시대 초기 4강자 ( 齊, 楚, 晉, 秦)들의 세력균형을 이루는 것으로 끝이 납니다.
어쩌면 세계최초의 경제학자로서 농업을 기반으로 상업과 국제무역에 대한 최초의 논설을 낸 관중의 정책에 대한 소개가흥미롭습나다.
스코틀랜드의 아담 스미스가 경제학의 아버지로 통상 알려졌지만 약 2000년 전인 청동기 시대에 아담 스미스보다 정교한 경제정책과 부국강병책의 체계를 세운 고대 중국의 재상이 있었다는 사실은 경이롭습니다.
진한대에 중국이 세계최고의 문명국이 될 수 있었던 이유 중 하나 일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11권짜리 춘추전국시대 전체를 조망하는 대중역사서의 첫책이고 따라서 책은 전체 시리즈의 윤곽을 잡고 춘추시대 이전 시기도 지면을 할애했습니다.
그리고 중국의 지리에도 상당 부분 서술을 해서 수많은 낯선 이름과 지명에도 각 제후국들의 판세를 읽는데 부족함이 없었습니다.
역사를 읽는 데 지리의 중요성은 새삼스럽지 않지만 2000년도 더 지난 먼 옛날의 이야기를 하는데는 필수적인 부분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공감되는 것 중 하나는 정치라는 것도 세력 다툼이라는 것도 주어진 자연환경을 거스를 수 없다는 점을 지적한 것입니다.
따라서 이 시대 역사를 이야기하는데도 중요한 물길인 황하(黃河), 장강(長江), 위수(渭水), 한수 (漢水), 회수(淮水)이 장벽으로서 또 물길로서의 역할이 설명됩니다.
역사를 인문학으로만 알고 있어 자연환경을 역할은 자주 간과되어 왔는데 적절하고 이후 진행되는 전개에도 필요한 설명이라고 생각합니다.
형식으로 보면 400여 페이지에 달하는 책이고 중국의 역사서인 <사기>,<춘추좌전>, <관자>,<논어>,<맹자>,<손자병법> 등을 적재적소에 인용하고 이야기를 역사적 사실에 근거하여 재구성합니다. 믿을 수 없는 자료나 후대에 가필된 자료들은 배제하고 가급적 사실에 근거한 사료를 인용했습니다.
사실 <춘추좌전>이라는 책을 언젠가 읽어보려 마음먹고 있었지만 기약을 할 수가 없어서 일단 입문서로 이 시리즈를 시작했는데 춘추시대와 관중이라는 인물이 궁금하신 분들은 읽어보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중국역사에 대해 상당히 내공이 있으신 분이 쓰신 글이고 생각보다 중국 역사에 우리에게 알려지지 않은 유목민족의 영향이 상당하다는 인상을 받았습니다.
고대 정주문명에 미친 유목민족의 영향은 알려지지 않아서 더 확인해 보아야 할 부분이 아닌가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