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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와 그 ㅣ 휴머니스트 세계문학 7
조르주 상드 지음, 조재룡 옮김 / 휴머니스트 / 2022년 6월
평점 :
『그녀와 그』
사람들은 '사랑'을 하며 살아간다. 가족 간의 사랑, 연인과의 사랑, 반려동물에 대한 사랑 등 사랑과 애정을 담뿍 담고 표현하며 그 안에서 기쁨을 느낀다. 하지만 남녀 간의 사랑은 미묘하면서도 한마디로 정의하기 힘들고, 이해하기 힘든 사랑을 하는 이들도 부지기수다. 당사자들이 아닌 이상 쉽게 빠져나오지 못하는 그들만의 사랑을 어찌 다 헤아릴 수 있을까. 작가의 자전적 소설이라는 <그녀와 그>에도 짜증스럽게 사랑하는 이가 등장했다.
화가 로랑에게 초상화를 그려달라며 찾아온 이가 있었다. 자신은 초상 화가가 아니라 말하며 테레즈를 소개했고, 테레즈는 초상화를 그릴 적임자가 로랑임을 알고 그를 다시 로랑에게 보낸다. 미국에서 온 파머 씨의 초상화를 그리게 된 로랑은 초상화를 완성한 후 파머로부터 테레즈에 대한 이야기를 듣게 된다.
프랑스 어느 대도시 부유한 은행가와 딸의 가정교사 사이에서 사생아가 태어났고 자크라는 성을 사용해 출생신고를 할 수 있었다. 은행가 아버지가 아이 양육을 맡았고 테레즈가 열다섯 살이 되던 해 수녀원에 방문하는 아버지를 동행해 파머는 그녀를 만날 수 있었다. 은행가 아버지는 포르투갈 귀족에게 딸을 결혼시켰고 아버지가 돌아가신 후 남편은 이미 결혼한 상태임을 알 수 있었다. 전반적으로 비밀에 싸여 있던 남자, 그 사이에 태어난 아이, 그리고 남편을 떠나보내고 홀로 아이를 키우고 있었다. 다시 돌아온 남편은 테레즈에게 다시 시작하자고 권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고 그는 아이를 납치해 사라졌다. 그리고 알려진 아이의 사망 소식에 넋을 잃은 테레즈는 모든 걸 털고 일어나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렸다.
테레즈를 향한 사랑의 감정을 키워오던 로랑은 그녀의 이야기를 듣자 테레즈에게 다시 사랑 고백을 했고 그녀는 받아들였다. 그런데 시작하는 연인들이 으레 보이는 알콩달콩한 모습은 찾아볼 수 없는 두 사람. 연하였던 로랑에게서 테레즈는 연인이 아닌 아이를 향한 모성애가 발동한 것 같았고, 로랑은 사랑을 갈구하는 철부지 어린아이 같은 행동만 일삼았다. 그가 하는 말은 기분 상하기 딱 알맞았고 자꾸만 꿀밤을 부르는 행동에 짜증이 나기도 했다.
"로랑이 더 이상 그녀를 사랑하지 않는다고, 그게 아니라면 그녀를 아주 고통스럽게 사랑한다고, 그에게도 그녀에게도 그들의 결합에는 행복의 의망이 존재하지 않는다고 테레즈는 매일 서글픈 확신을 갖게 되었다." 이때부터 이미 두 사람의 사랑은 어긋나 있었던 것 아닌가 생각하게 된다. 생떼를 쓰는 어린아이 같은 사랑을 하는 로랑과 자신의 마음을 드러내지 못하고 주위만 맴도는 파머, 그리고 둘 사이에 있는 테레즈. 첫 단추부터 잘못 끼워졌던 테레즈의 사랑이, 그녀가 지키지 못했던 모성애로 발동해 방탕하고 철없던 못된 송아지 같은 로랑을 날뛰게 했던 것 아닐까. 사랑은 누구 한 사람만 지켜야 하는 것이 아닌 두 사람이 가꾸고 키워가야 하는 것임을 로랑이 진심으로 느꼈길 바라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