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과 비르지니』
여행은 언제나 우리를 흥분의 도가니로 들끓게 한다. 코로나19로 인해 해외여행이 자유롭지 못했던 여행객들은 여행에 대한 목마름이 얼마나 클까. 직접 떠나지 못한다면 책을 통해 여행을 계획해 보는 것도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이번 휴머니스트 세계문학 시즌 2는 이국적 사랑을 주제로 하고 있으면서 책마다 우리를 새로운 여행지로 이끈다. 이번에 만난 <폴과 비르지니>는 지상 낙원이라 불리는 인도양 남서부에 있는 섬나라 '모리셔스'로 데려다준다.
어린 시절부터 모험심이 많고 미지의 세계를 동경했다는 작가 베르나르댕 드 생피에르는 선장이었던 삼촌과 서인도제도를 여행했고 약 3년간 현재의 모리셔스 인 일 드 프랑스에 머물며 자연을 관찰했다고 한다. 그래서 책 속에 넘쳐나는 자연에 대한 묘사는 흡사 눈앞에 그려지기까지 했다. '자연연구' 제4권에 일종의 목가라는 수식과 함께 추가된 소실이 '폴과 비르지니'였고 당시 프랑스에서 출간되자마자 엄청난 인기를 모았다고.
프랑스 섬의 포르루이, 비어있는 오두막 두 채에 관심이 가고 궁금증이 일던 그때 지나가던 노인에게 이곳에 살던 가족들 이야기를 듣게 된다. 프랑스에서 군 복무 지원이 무산되고 가족의 지원도 받지 못한 상태에서 돈을 벌어볼 생각으로 이 섬에 온 라 투르는 젊은 여인과 함께였고 둘은 깊은 사랑에 빠져 있었다. 그녀는 유서 깊은 가문 출신이었지만 남자가 귀족이 아니라는 이유로 부모는 결혼을 반대했다. 그들은 포르루이로 왔고 노예를 몇 명 사기 위해 마다가스카르로 떠난 라 투르는 유행성 열병에 걸려 죽고 말았다. 홀로 남게 된 라 투르 부인은 임신 상태였고 먼저 이곳에 들어와 살게 된, 마르그리트를 알게 된다. 그녀 역시 임신 상태였고 결혼을 약속한 귀족은 욕정만 채우고 그녀를 버리고 떠나버렸다.
라 투르 부인과 마르그리트는 땅을 얻고 나란히 오두막을 지어 서로 의지하며 살아갔다. 라 투르 부인은 딸 비르지니를 낳았고 마르그리트는 아들 폴을 낳았다. 두 사람은 친가족처럼, 때론 연인처럼 서로 의지하고 사랑하며 자연 속에서 자라갔다. 열매를 맺는 많은 나무를 가꾸고 농작물을 가꾸고 키우면서 살아갔고 자신들보다 더 어려운 이들을 도우며 아름다운 모습으로 성장해 나갔다. 풍요로운 결실을 맺어주던 자연은 어느덧 폭풍우를 몰고 왔고, 폴이 가꾼 정원을 순식간에 망가뜨렸다. 그때 전해져 온 라 투르 부인의 이모로부터 온 편지, 죽음의 공포가 엄습한 이모는 프랑스로 돌아오라 했고 여의치 않으면 비르지니를 보내라는 내용이었다. 이미 쇠약해진 부인 대신 비르지니가 가게 되었고, 이 결정은 두 가족의 결정보다 이모가 남길 유산에 눈이 먼 섬 총독의 결정에 가까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