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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색의 장원 ㅣ 휴머니스트 세계문학 8
윌리엄 허드슨 지음, 김선형 옮김 / 휴머니스트 / 2022년 6월
평점 :

『녹색의 장원』
자연과 인간은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다. 인간이 '무'로 돌아가는 유일한 방법은 자연과 하나가 되는 것이다. 푸르름에 눈이 즐겁고, 섭취할 거리를 만들어주고, 치유의 산물이기도 하지만 우리가 가꾸고 돌봐야 할 영역이기도 한 자연. 그런 곳을 우리는 너무 아무렇지 않게 사용하고, 착취하고, 훼손시킨다는 사실에 많은 반성을 하게 된다. <녹색의 장원>은 읽는 동안 책 속에서 묘사하는 자연 경관이 눈앞에 펼쳐지는 것 같은 기분이 많이 들어 숨이 헐떡이는 더위 속에서도 시원한 밀림을 상상하게 했다.
목양업을 하는 미국인 부모 아래 태어난 작가 윌리엄 허드슨은 드넓은 팜파스를 자유롭게 누비며 새와 야생동물을 관찰하며 성장했다고 한다. 가끔 TV에서 끝없는 초원에서 무리 지어 다니는 동물들을 보면 그렇게 기분이 좋던데, 이 작가는 직접 눈으로 관찰하며 성장했다니 얼마나 멋지고 좋았을까. 베네수엘라 동부의 밀림을 무대로 하는 이국적이고 신비로운 로맨스이자 모험소설인 <녹색의 장원>이 선사하는 멋진 밀림의 세계로 떠나보자.
절친한 친구였던 아벨 씨의 이야기를 출판하겠다고 약속한 친구의 이야기로 시작한다. 그가 조지타운에서 공직을 맡던 당시 아벨 씨는 그 도시에 정착해 산 지 이미 오래된 부유한 지역 유지였고 사람들에게 인기도 좋았다. 누더기 차림에 무일푼 이방인이었던 아벨 씨는 열병과 온갖 불행에 시달려 몰골이 말이 아니었고, 빼앗긴 재산의 상당액을 돌려받고 난 후 공화국 정부에서 러브콜을 받기도 했다. 베네수엘라인이었던 아벨은 자물쇠가 채워진 책처럼 그의 삶은 내보이지 않았다. 그러다 그는 자물쇠가 채워진 책을 열어젖혀 친구에게 보여주기로 마음먹었다.
혁명으로 변형된 도당들의 정부를 갖게 된 베네수엘라, 아벨은 정치에 관심이 없었지만 친구와 친지에게 이끌려 정부를 전복하려는 음모에 가담하게 되었고 실패로 돌아가자 도망자 신세가 되어 사람들의 발길이 닿지 않는 오지로 숨어들어갔다. 자신이 겪은 일을 일기에 적어 두었다가 출판하고 싶었던 욕심은 빗물이 스며들어 망쳤고, 금을 캐겠다는 욕심으로 찾았던 곳에선 금을 발견할 수 없었다. 아벨은 파라우라이의 인디언들과 지내게 되었고 시간이 꽤 흘러 사바나 건너 개울 끝에서 발견한 언덕 너머로 보이는 울창한 숲을 발견했고 신비로운 소리에 이끌려 야생의 낙원에서 보내는 시간이 늘어만 갔다.

인디언 친구들에게 발견한 곳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주자 인디언의 영혼을 움직이는 '사악한 숲'이라며 다시는 가지 말라고 했다. 그들이 두려움에 떨며 가까이하지 않는 인디언들, 그들과 달리 무언가 이끌림에 자꾸만 숲을 찾는 아벨이다. 노래를 하는 것 같은 아름다운 소리에 이끌려 목소리를 찾던 아벨은 신비한 소녀를 만나게 되고, 독사에 물려 위험한 상황에 처하게 되었을 때 그를 도와주는 리마를 다시 재회하게 된다. 사람이 찾지 않는 숲에서 생활하며 자연 그 자체인 리마를 사랑하게 된 아벨은 이제 문명의 도시로 돌아가고 싶지 않았다. 자연 속에서 아벨과 리마의 사랑은 어떤 모습으로 그려질까?
인디언들 사이에선 악마의 딸로 인식하는 '리마'를 죽이려 한다. 인디언들을 피해 숲에 고립되어 있던 리마의 세상 밖으로 나가고자 하는 염원이 이루어졌다면 이들의 결말은 어떤 방향으로 흘렀을지 궁금하다. 가본적 없는 밀림으로의 여행은 너무 멋졌던 <녹색의 장원>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