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네치아에서의 죽음‧토니오 크뢰거 휴머니스트 세계문학 6
토마스 만 지음, 김인순 옮김 / 휴머니스트 / 202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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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네치아에서의 죽음·토니오 크뢰거』

이국적 사랑을 주제로 한 휴머니스트 세계문학 '흄세 시즌 2'는 작품 곳곳에서 여행에 대한 갈망을 불어 넣는 문장들을 만날 수 있다. 일종의 자화상이라 표현했던 작품인 '토니오 크뢰거', 그리고 토마스 만의 대표작이자 세계적인 명성을 가져다준 '베네치아에서의 죽음' 두 편의 소설은 이룰 수 없는 것에 대한 갈망과 사랑을 그렸고, 작가로서의 고뇌와 사색이 두 작품에 녹아 있다. 자, 그럼~ 우리를 베네치아로 이끌어 줄 이야기 속으로 들어가 보자.

50대의 유명한 작가 구스타프 폰 아셴바흐는 우연히 산책하다 마주친 낯선 이의 모습에 여행 자극을 받아 '여행에의 욕구'를 느꼈다. 집필 활동에서 도망치고 싶은 충동에서 시작된 여행은 베네치아로 향하게 했고 그곳에서 조각처럼 완벽하게 아름다운 미소년 타지오를 만나게 된다. 타지오를 본 이후로 아셴바흐의 일상은 미소년을 관찰하는 것이 주가 되었다. 해변에서 해맑게 웃으며 물놀이를 하는 모습도, 거리를 거닐다 마주치거나 그들을 뒤쫓아 다니며 관찰하는 타지오의 모습도 흐뭇하기만 한 아셴바흐.

어느 순간 베네치아를 떠날 생각도 했던 아셴바흐의 발목을 잡은 건 미소년 타지오였다. 떠날 수도, 그렇다고 가까이할 수 없었던 타지오에게 그는 어떤 감정을 느끼고 있었던 걸까? 본격적으로 사람들이 많이 몰릴 시기였지만 날이 갈수록 호텔에 묵는 사람들이 줄어가는 상황이 이해되지 않아 원인을 알아보던 아셴바흐는 무언가 숨기려는 자들로부터 콜레라가 돌고 있다는 사실을 알아낸다. 하지만 아셴바흐는 그곳을 떠나기는커녕 소년에게 잘 보이기 위해 화장을 하고 소년 가까이 머무르다 끝내 죽음을 맞이하고 말았다.

그가 소년을 통해 이루고자 했던 것은 무엇일까 곰곰 생각하게 했다. 토마스 만 문학의 중심 테마 가운데 예술성과 시민성, 정신과 감정, 지성과 감각의 대립 관계는 '베네치아에서의 죽음'에서 지성과 관능적인 아름다움의 대립으로 변용되어 나타냈다고 한다. 유명한 작가라는 틀에 갇혀 꽁꽁 숨겼던 자신의 금욕적인 삶이 미소년으로 하여금 자제력을 잃어 끝내 자기 파멸에 이른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던 것은 아니었을까.




또 한 편의 소설 '토니오 크뢰거'. 어린 소년 토니오 크뢰거는 한스 한젠을 사랑했다. 두 사람만 있을 땐 팔짱도 끼고 다정하게 굴던 한젠이 누군가와 함께 있을 때면 토니오와 함께 있는 걸 부끄러워했고 토니오를 희생양으로 삼았다. 열두 살의 토니오는 잉게보르크 홀름을 사랑했다. 잉게에게 잘 보이고 싶었지만 그녀는 토니오에게 관심이 없었다. 한스 한젠과 잉게보르크 홀름은 금발에 외모도 뛰어났지만 무엇보다 사람들과 잘 어울렸다. 하지만 음악과 시를 사랑하는 토니오는 친구들과 달랐다. 한스와 잉에를 사랑했지만 그들의 세계와 다른 곳에 속했던 토니오는 고향을 떠났고 작가가 되었다.

작가로 성공한 토니오 크뢰거는 여자친구에게 자신의 예술에 대한 생각을 털어놓기도 했다. 그런 그가 여행을 떠나기로 했고 덴마크로 향하던 중 자신의 고향집에 방문했다. 하지만 고향집은 공공 도서관으로 바뀌어 있었고 그곳에서 잠시 추억에 잠기지만 수배자로 오해받는 해프닝도 벌어졌다. 여행길에서 우연히 마주친 한스 한젠과 잉게보르크 홀름, 토니오는 여전히 잉게를 사랑하고 있었다. 하지만 모두 지나간 어린 시절의 추억일 뿐임을 토니오도 느꼈겠지.

크뢰거라는 북방적인 성과 토니오라는 남방적인 이름의 결합은 두 세계의 경계 위에 불안정하게 서 있는 예술가를 암시한다고 하는데 작품 소개를 읽지 않으면 사실 잘 모르겠다. 토니오는 예술 세계에 속해 있지만 평범하고 건강한 속세(부르주아 사회)에 속했던 그가 사랑했던 친구들, 그리고 그들을 동경의 눈길로 바라보았다. 토니오는 두 세계의 경계 위에서 나아가는 것이 자신에게 주어진 길이라는 예술관을 피력했고 토마스 만의 자서전적인 작품으로 여긴다고 했다. 예술과 평범한 사회, 이 둘은 조화롭게 하나가 될 수는 없었던 건지 의문을 던져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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