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평양을 막는 제방』
마르그리트 뒤라스는 이번 책을 통해서 처음 만나게 된 작가다. '연인'이라는 작품은 왕가위 주연의 영화로 알고 있었는데 뒤라스의 책이 원작이었다는 건 이제서야 알게 된 사실이다. 베트남 지단에서 태어난 마르그리트 도나디외. 아버지를 여의고 프랑스어 교사인 어머니를 따라 베트남 곳곳으로 이사를 다니며 어린 시절은 보냈다고 한다. 고등학교를 마치고 프랑스로 영구 귀국해 대학을 졸업한 후 식민지청에서 일하다 퇴직, 플롱 출판사에서 '뒤라스'라는 필명으로 첫 소설 '철면피들'을 출간하면서 본격적인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고.. <태평양을 막는 제방>이 자전적 소설이라고 해서 왜 그런가 했는데 작가 소개를 읽어보니 이해가 된다.
캄 평야의 불하지 방갈로에서 전직 교사였던 어머니와 오빠 조제프, 쉬잔은 가난하게 살아간다. 아버지를 여의고 어머니 혼자 두 자식을 건사하기 위해 많은 일을 해야 했다. 그렇게 모은 돈으로 식민지 토지국으로부터 땅을 샀지만 바닷물이 들어와 농사를 지을 수 없었다. 심는 족족 죽어버리는 땅, 계속 밀려 들어오는 바닷물을 막기 위해 제방을 쌓았고 그러느라 가진 돈을 다 써버렸다. 제방을 쌓다 실패한 후 어머니는 평소 모습과 달랐고 아이들에게 손찌검을 하기도 했다.
람에 갔다 조 씨를 알게 된 쉬잔 가족은 쉬잔에게 반해 온갖 구애를 하는 조 씨에게서 물질적인 것들만 쏙쏙~ 빼가곤 무엇도 허락하지 않았다. 조제프가 좋아할 축음기에, 팔면 돈이 될 다이아몬드 반지까지 갖다 바치며 구애를 하지만 반지를 받고 난 후 쉬잔은 조 씨에게서 돌아선다. 다이아몬드 반지를 팔아 많은 돈을 손에 넣을 생각을 한 어머니, 조제프, 쉬잔은 대도시로 향하는데...
어머니의 돈에 대한 집착은 어쩔 수 없었겠다 싶다. 가정을 책임져 줄 남편이 있길 하나 애들이 장성하길 했나. 거기다 둘씩이나 되는 자식들을 건사하려면 아무리 못해도 입에 풀칠할 수 있을 정도의 수입은 필요했을 것이다. 그런 어머니 밑에서 자란 쉬잔과 조제프 역시 '돈'이 주는 위대함에 대해 모르진 않았을 것이다. 그러니 조 씨가 갖다 바치는 물질 공세에 '얼마의 값어치가 있는지' 확인하려 들었겠지. 급기야 그렇게 탐내던 다이아몬드 반지를 손에 넣는 순간 매몰차게 차버리는 쉬잔의 모습을 보면서 우리 인간의 추악함의 끝은 어디일까 생각하게 했다. 조 씨에게 다정함이라곤 1도 보이지 않던 쉬잔의 모든 행동에 "꼭 그렇게 해야만 했니!!"라고 묻고 싶었던 <태평양을 막는 제방>이다.
무조건 비싼 것이 좋다는 쉬잔. 그렇게 마음을 주는데 꿈쩍도 안 하고, 받을 건 다 받으면서 조 씨의 마음은 안 받아주는 건 '나 갖긴 싫고, 남 주긴 아까운' 그런 심정인 걸까? 드디어 가지고 싶었던 다이아몬드 반지가 손에 들어왔는데.. 그걸로 뭘 할지 안 봐도 뻔하구만~~!! 사람이 좋은 건지.. 조 씨가 쉬잔 가족에게 당하고 있는 걸 보니 딱하기도 하고 눈이 멀면 저렇게 한심한 모습을 보이는 게 사람이구나 하는 생각도 든다. 이들이 얻은 걸 가지고 어떻게 살아갈지 궁금하다.
네이버독서카페 리딩투데이 영부인 선물도서입니다.
쉬잔에게 푹 빠져 있는 조. 어머니와 조제프가 살갑게 대해주지도 않는데.. 그의 청혼을 기다리고 있고, 선물은 또 아무렇지 않게 받으면서 크게 고마워하지도 않는 것 같고. 결혼해야 쉬잔과 동침할 수 있다 하면서 딱히 사위대접도 안하는 그들의 속내가 다 들여다 보여 조 씨가 안타깝게 느껴진다. 힘들게 축음기도 들고 왔는데 말이야~~
『웃어라, 샤일록』
'안녕, 드뷔시'로 제8회 '이 미스터리가 대단해!' 대상을 수상하며 작가의 길로 들어섰다는 나카야마 시치리. 아직 이 작가의 책은 많이 만나지 못했지만 몇 작품 만나본 소감은 '너무 자극적이지 않아서 좋다'이다. 장르물을 접하다 보면 밤길이 무섭고 두려울 때가 많았다. 자꾸만 생각나고 뭔가 날 쫓아오는 것 같은.. 밤에 자다가 화장실을 갈 때도 어딘가에서 불쑥 튀어나올 것 같은 검은 그림자 때문에 스릴러 계통의 책이나 영화는 즐겨 보지 않았는데 요게 또 한 번 입문하니 그 재미를 알아버렸다고나 할까?^^
반전의 제왕이라 불리는 나카야마 시치리의 금융 미스터리 <웃어라, 샤일록>은 금융 계통은 입출금, 적금, 청약, 대출.. 대충 이 정도로만 알고 있었는데 회수 불능 대출건에 대해 어떤 방식으로 회수를 하는지 대략적으로 알 수 있어 흥미로웠다. 물론 일본과 우리의 방식이 다르긴 하겠지만 크게 차이나진 않을 것 같은 느낌이랄까.
"제대로 돈을 빌려주면 제대로 상환 받는다. 제대로 상환 받지 못하는 것은 애초에 제대로 빌려주지 못한 탓이다."
승승장구하며 잘 나갈 것만 같았던 유키는 섭외부로 발령 나며 회수업무를 맡았다. 무자비한 채권자가 연상되는 '샤일록'이라는 별명을 갖고 있었던 직속 선임 야마가. 그와 회수업무를 하며 그의 업무처리 방식에 놀라면서도 존경심도 생겨나던 어느 날, 공원에서 야마가가 살해되었단 소식을 듣는 유키. 그는 야마가가 맡았던 회수업무를 그대로 인계받고 채권 회수에 들어간다. 유키는 야마가가 하던 것만큼 그가 남긴 채권을 무사히 회수할 수 있을까?
다섯 부류의 채권자를 만나 회수해 나가는 모습이 단순히 돈만 받고 끝내는 것이 아닌 이들이 어떻게 자금을 마련하면 좋을지 대안을 제시해 주기 때문에 '은행맨들이 정말 이럴까?'하는 의문이 들긴 했지만 그렇다고 믿고 싶다. 자라면서 항상 "남의 돈 무서운 줄 알고 살아라, 남의 돈 버는 게 쉬운 일이 아니다."란 말을 많이 들었는데 주변 사람들이게 빌리는 돈도 그렇지만 은행돈, 특히 사채는 절대 함부로 쓰지 말자는 생각이 더 든다. 나카야마 시치리의 다음 책을 기대하며....
왔노라, 보았노라, 이겼노라.
전투에서 가볍게 승리한 카이사르가 로마로 편지를 보내 전한 소식이라는데 참 간단명료하다. 사람들을 다루는 능력도 뛰어났던 카이사르의 성공에 질투심이 활활 불타올랐던 귀족파. 마르쿠스 브루투스가 선두에서 카이사르에게 칼을 휘둘렀다. 모든 계층의 남녀노소가 그의 죽음을 슬퍼했다고 한다. 모든 이가 안타깝게 여겼던 그의 죽음.. 카이사르는 어떤 기분이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