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성 열린책들 세계문학 246
케이트 쇼팽 지음, 한애경 옮김 / 열린책들 / 201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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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퐁텔리에 부인의 눈에서 눈물이 펑펑 쏟아졌다. 왜 우는지 자신도 이유를 알 수 없었다. 지금 같은 일은 결혼 생활에서 늘 있었다. 일일이 말하지 않아도 잘 아는 남편의 너그러운 친절과 한결같은 헌신을 알기에, 이제까지 이런 일로 서운했던 적은 한 번도 없었다."

르브룅 집안의 호사스러운 여름 별장에서 여름을 보내고 있는 퐁텔리에 가족. 자신의 유일한 존재 이유라는 아내를 정말 그리 생각하는지 의심스러운 퐁텔리에 씨다. 퐁텔리에 씨는 아내가 평소 아이들에게 무심하고 관심도 없다고 생각한다. 퐁텔리에 씨는 어떤 이유로 그렇게 생각하는 것일까? 안정적인 생활을 하는 퐁텔리에 부인이지만 그 안정 속에서 그녀에게 충족되지 못한 무언가가 쌓이고 쌓여 끝내 울음으로 터져 나온 것은 아닌지 심히 걱정이 된다. 그녀의 이야기를 조금 더 만나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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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득 윌북 클래식 첫사랑 컬렉션
제인 오스틴 지음, 송은주 옮김 / 윌북 / 202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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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득』

제인 오스틴의 마지막 작품 <설득>을 드디어 만났다. 제인 오스틴의 작품들은 연애와 결혼을 둘러싼 인물들의 세심한 심리 묘사가 읽는 재미를 더해주는 것 같다. 거기다 보기만 해도 가슴 설레는 분홍빛 표지는 어떤 사랑 이야기가 나를 기다리고 있을지 궁금함을 더하기에 충분했다. 지금까지 읽은 제인 오스틴의 작품은 남녀 간에 줄다리기하듯 사랑이 이뤄질까 말까 갈팡질팡하다 결국 해피엔딩을 맺었다면 이번에 만난 <설득>은 헤어진 연인이 다시 만나면서 이야기에 재미를 더해갔다.

서머싯셔 캘린치 홀에 사는 월터 엘리엇 경은 허영심 빼면 시체나 다름없는 딸 셋 둔 아버지다. 그의 유일한 관심사는 준남작 명부를 보는 것이었고 딸들의 이름 옆에 조건 좋은 사윗감 이름을 적는 것이 낙이었다. 아내 레이디 엘리엇은 세 딸을 남기고 세상을 떠났고 그 후 아내의 절친인 레이디 러셀과 가까운 이웃이자 친구로 지냈다. 첫째 엘리자베스는 열여섯 나이에 어머니가 가졌던 권한과 권위를 물려받았고 빼어난 미인에 아버지를 빼닮은 영향력으로 아버지의 총애를 한 몸에 받고 있었다. 동생 메리는 돈 많은 시골 가문과 먼저 결혼한 덕에 조금 나은 대우를 받았지만 둘째 앤 엘리엇은 아름다움이 사그라들며 안 그래도 눈에 차지 않았던 아버지에게 있는 듯 없는 듯한 존재였다. 

지출이 많은 생활을 한 탓에 빚이 늘어 생활에 맞는 집을 찾아 바스로 떠나야 했고 살던 집은 크로프트 제독 부부가 임대하게 된다. 크로포트 부인에겐 이곳에서 살았던 동생이 있는데 그가 프레더릭 웬트워스였다. 다정한 성품을 지닌 앤의 대모 레이디 러셀은 그녀의 옆에서 조언을 아끼지 않았고 그녀를 설득해 자신이 원하는 결과를 얻기도 했는데, 8년 전 앤의 연인이었던 프레더릭 웬트워스와 헤어지도록 설득해 파혼을 했던 것이다. 무일푼 군인이었던 프레더릭의 패기와 열정을 레이디 러셀은 부정적으로 바라보았고 가족들조차 앤의 약혼을 기뻐하지 않았다. 앤은 연인의 행복을 바라며 파혼했고 8년이 지나 크로프트 제독 부부가 집을 임대하며 그와 다시 재회하게 된 것이다.

이사 준비로 바쁘던 그때, 앤이 아픈 자신을 도와줄 것을 요청하는 편지를 보냈고 앤은 메리의 집에서 아이들을 돌보며 지내게 된다. 동생 집에 머물면서 동생 시댁과 왕래하고, 크로프트 제독과 왕래가 있던 메리의 시댁 사람들로 인해 자연스럽게 앤도 그들을 만나게 되고 급기야 프레더릭과도 다시 재회하는데.. 자신에게 파혼 선언한 앤이 불편하고 상처도 가지고 있었던 프레더릭, 예의 바르고 똑똑한 모습의 윌리엄을 마음에 들어 하는 월터 엘리엇 경, 윌리엄과 결혼하게 될 거라는 소문이 퍼지는 가운데 앤은 옛 연인 프레더릭과 윌리엄 사이에서 어떤 결정을 내리게 될까?

보이는 것이 전부가 아니었던 윌리엄의 민낯이 드러나고, 사랑에 대한 진실의 목소리를 듣게 된 프레더릭의 갈등과 이번에야말로 놓치고 싶지 않다는 강한 마음을 들여다볼 수 있었다. 둘째 딸로 살아가는 설움을 알기에 앤이 겪어야 했던 가족 내 부당한 대우나 사랑하지만 가진 것 없다는 이유로 헤어져야 했던 현실 앞에서 무너지지 않고 그래도 잘 지내줬구나 하는 생각에 앤이 대견하기까지 했다. 미모를 일찍이 잃어갔던 앤이 자신의 진가를 알아주는 이들과 함께하며 점점 달라지는 모습을 보며 '마음 편히 지내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다시금 생각하게 된다. 선뜻 고전 읽기에 두려움이 앞선다면 제인 오스틴의 책으로 시작해 보길 권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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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대한 개츠비 윌북 클래식 첫사랑 컬렉션
프랜시스 스콧 피츠제럴드 지음, 고정아 옮김 / 윌북 / 202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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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대한 개츠비』

<위대한 개츠비>하면 제일 먼저 떠오르는 것이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가 출연했던 영화다. 물론 그 영화를 끝까지 다 보진 않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떠오르는 이유는 뭘까? <위대한 개츠비>를 두 번 읽을 동안 영화는 끝까지 제대로 본 적이 없는 것 같다. 부유하면서도 잘 차려입은 남자가 기쁨에 겨워하는 표정을 짓던 영화의 한 장면이 기억에 남는다.

<위대한 개츠비>는 닉 캐러웨이가 1922년에 겪었던 일을 회상하며 쓴 글이다. 어마어마한 부를 축적했고, 주말이면 많은 이들이 모여 개츠비의 하우스에서 파티를 연다. 이 개츠비 씨의 옆집에 사는 닉은 친척 데이지를 만나고 난 후 옆집에 사는 개츠비가 데이지와 사랑하던 사이였던 것을 알게 된다. 개츠비가 가진 것 하나 없고 군인이던 시절, 데이지와 만나 사랑에 빠졌고 그녀의 부에 대한 갈망을 채우지 못했던 개츠비는 자연스럽게 이별의 수순을 밟아야 했다. 데이지는 개츠비에 비해 재산이 많았던 톰 뷰캐넌을 만나 결혼했고 현재 웨스트에그에서 아이를 낳고 살아가고 있었다. 

어느 날 파티에 초대되어 개츠비 집에 방문하게 된 닉은 초대된 사람들과 안면을 트게 되지만 정작 자신을 초대한 집주인을 보지 못해 하소연하던 자리에서 개츠비를 만나게 된다. 그와 함께 있던 조던을 따로 불러 이야기를 나눈 개츠비는 닉을 통해 데이지를 만나고 싶어 한다는 사실을 알게 되고 그의 뜻에 따라 데이지를 초대해 두 사람을 만날 수 있게 했다. 다시 재회한 두 사람은 사랑에 빠졌고 이 사실을 알게 된 남편 톰은 개츠비가 어떻게 부를 축적했는지 그의 학력 등을 폭로한다. 하지만 톰에게는 이미 내연녀 머틀이 있었다는 사실!! 적반하장도 유분수라는 생각이 마구 들었던 부분이다. 톰을 통해 개츠비의 진실을 알게 된 데이지는 혼란스러운 가운데 개츠비의 차를 운전하다 톰의 내연녀 머틀을 치는 사고를 내고, 개츠비는 데이지 대신 죄를 뒤집어쓰려 하는데...

당시 개츠비가 부를 축적했던 방식보다도 개츠비가 세상을 떠난 후의 모습에서 인생무상을 느꼈다. '부'는 살아 있을 때에나 사람들이 모여드는 것이지 세상을 떠난 후엔 부질없는 것이었다. 톰의 거짓 정보로 머틀의 남편 윌슨은 개츠비를 살해하고 자살하는데.. 파티에 참석하기 위해 그렇게 많이 모였던 사람들이 그의 장례식장에는 왜 나타나지 않았을까? 다시 사랑의 감정이 타올랐다 생각했던 데이지조차 그의 마지막 가는 길을 지키지 않았다. 하늘도 슬퍼 비가 많이 내리던 날, 개츠비의 아버지와 닉만이 조용히 치른 개츠비의 장례식, 마지막 세상을 떠나가는 그 순간 개츠비는 많이 외로웠을 것 같은 느낌이다. 개츠비 주변 사람들의 이중적인 모습에 환멸을 느껴 웨스트에그를 떠난 닉, 그만은 개츠비의 진실함을 알지 않았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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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망탑의 라푼젤
우사미 마코토 지음, 이연승 옮김 / 블루홀식스(블루홀6) / 202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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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망탑의 라푼젤』

'라푼젤' 동화 속에는 오랜 시간 탑 속에 갇혀 자신을 구원해 줄 존재를 기다리는 긴 머리 소녀가 있다. 그녀를 가둔 것이 그 누가 되었든 어린 소녀가 성장할 때까지 제대로 된 돌봄을 받을 수 없었을 것이라는 짐작이 가능하다. 우리는 그런 동화를 보면서도 '긴 머리를 이용해 탑 위에 오른 왕자와 라푼젤이 행복하게 살았다'에만 초점을 맞췄지만 지금 와 생각해 보면 우리가 익히 보고, 아이들에게도 열심히 읽어줬던 동화 속에는 아이들을 학대하는 장면들이 속속 숨어 있는 걸 느낄 수 있다.

동화 같은 예쁜 표지의 <전망탑의 라푼젤> 띠지 속 "아이들은 죽기 위해 태어난 것이 아닙니다."라는 문구가 라푼젤과 어떤 연관성이 있을까 궁금했는데 다 읽고 난 후에 들여다본 표지는 너무 가슴 아프게 느껴졌다. '어리석은 자의 독'을 통해 알게 된 작가의 책이라 이번에는 어떤 반전 재미를 선물할지 기대했는데 읽는 내내 이런 현실에서 살아갈 아이들에 대한 걱정으로 마음이 너무 불편했다.

아동 상담소에서 근무하는 유이치와 시청 공무원 시호는 가정에서 학대를 당하거나 제대로 보호받지 못하는 아이들을 관리한다. 늘 일손이 부족하고 많은 업무에 시달리는 직원들, 그들은 환영받지 못했고 폭행을 당하기도 했다. 유이치와 시호의 이야기 속에는 학대 당하는 아이들이 존재했다. 필리핀 어머니를 둔 카이와 오빠에게 성적 학대를 당해온 나기사, 비쩍 마른 몸에 학대당한 흔적이 가득한 몸을 이끌고 이들을 만나 하레라는 이름을 얻은 유아의 이야기에서 제대로 정착하지 못한 이민자들과 그 2세들의 가슴 아픈 사연을 접할 수 있다. 그리고 가족의 울타리 안에 있지만 성추행을 당하는 딸을 구제해 주지 못하는 부모도 존재했다. 아이를 갖고 싶어 불임치료를 하는 이쿠미는 베란다에서 내려다보이는 집에서 학대 당하는 아이를 데려다 키우고 싶어 한다. 누군가는 원하지도 않았는데 생긴 아이였고, 누군가에겐 원해도 가질 수 없는 아이였다.

세 가지 이야기는 다른 이야기 같았는데 알고 보니 하나로 연결되는 이야기들이었다. 사회적으로 외면당하는 것 같은 이들이 사는 세상은 왜 어른들의 보호의 손길을 받을 수 없었을까 너무 안타까웠다. 분명 우리나라 현재 어딘가에서는 이와 같은 일을 견디며 살아가는 이들이 있을 거란 생각에 더 가슴이 아팠던 것 같다. 

그곳을 벗어나면 좀 더 나은 세상이 기다리고 있을 거란 '희망'을 가졌던 이들 앞에 아름다운 결과가 기다리고 있진 않았지만 남은 이들이 떠나고 싶었던 곳에 머물며 행하는 일들이 아름다웠다. 그래서 읽는 내내 불편하고 가슴 아팠지만 마지막엔 '그래도 다행이다'하며 책을 덮을 수 있었던 <전망탑의 라푼젤>이다. 아동학대, 빈곤, 폭력.. 벗어나려 해도 벗어나지 못하는 굴레 속에 갇힌 이들에게 제일 필요한 건 끊임없는 관심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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캔터베리 이야기 - 상 을유세계문학전집 119
제프리 초서 지음, 최예정 옮김 / 을유문화사 / 202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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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캔터베리 이야기』

천일 동안 매일 밤 흥미로운 이야기를 들려주던 '천일야화' 같은 느낌의 책을 만났다. 누군가 이야기를 들려주는 것은 흥미롭고 어떤 이야기를 들려줄지 기대하게 된다. 그래서 깊어가는 밤, 할머니 무릎을 베고 누워 들었던 옛날이야기가 정겹기도 하고 그리운 이유일 것이다. 옛날이야기를 통해 그시대를 살았던 이들의 삶의 지혜를 배우기도 한다. 많은 사람들이 들려주는 <캔터베리 이야기> 속에는 다양한 직업군에 속하는 사람들이 들려주는 이야기로 가득하다.

'리버사이드 초서' 판본을 국내 최초로 원전으로 삼아 원문의 운문체를 되살린 완역본을 을유문화사에서 출간했다. 제프리 초서는 <캔터베리 이야기>를 완성하지 못하고 생을 마감했다고 한다. 그가 이 작품을 완성했다면 지금 우리가 읽는 것보다 더 긴 내용의 책을 만나지 않았을까 짐작해 본다. 이 책의 내용과 형식에서 보카치오의 '데카메론'을 연상시킨다는데 아직 읽어보지 못한 책이라 기회가 되면 읽어보고 싶단 생각이 든다.

4월이 되면 캔터베리 성지로 순례길을 떠나기 위해 영국 각지에서 사람들이 모여든다. 캔터베리로 가는 길, 서더크 지방의 타바드라는 숙소에 스물아홉 명의 순례자들이 모였다. 숙소 주인은 캔터베리로 순례 여행을 하는 동안 갈 때 두 편, 돌아오는 길에 두 편의 가장 교훈적이면서도 가장 재미있는 이야기를 드려주는 분에게 저녁을 대접하겠다는 제안을 한다. 숙소 주인도 함께 순례길에 올랐고 순례자들의 이야기가 시작된다.

<캔터베리 이야기> 상권에서는 기사, 방앗간 주인, 장원 감독관, 법정 변호사, 바스에서 온 부인, 수사, 법정 소환의, 대학생, 상인, 수습 기사, 시골 유지의 이야기를 만날 수 있다. 직업도 다양하고 그들이 전해주는 이야기도 다양해서 읽는 재미가 있다. 그들이 들려주는 이야기를 통해서 당시의 시대상을 엿볼 수 있어 재미를 더한다. 중세 문학은 지루한 느낌이 컸는데 각양각색의 사람들이 이야기를 들려주는 형식이라 그런지 크게 지루하거나 재미없다는 느낌은 전혀 들지 않았다.

사랑에 눈이 멀어 결국 결투까지 벌였던 두 사내의 이야기를 시작으로, 그시대 여성들의 삶을 엿볼 수 있었던 이야기, 탐욕과 욕정에 눈먼 어리석은 인간들의 모습, 종교와 관련된 이야기 등 제프리 초서의 문장들을 접하다 보면 그 속에서 얻는 깨달음이 있다. 이야기를 들려주고, 들으면서 여러 명이 함께하는 순례길은 즐거움이 가득할 것 같은 느낌이다. 캔터베리 이야기 하권에서는 어떤 이야기들을 우리에게 들려줄지 기대가 된다. 저녁 식사를 대접받을 영광의 주인공은 과연 누구일지 하권도 빨리 만나보고 싶다.

출판사 지원 도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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