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망탑의 라푼젤
우사미 마코토 지음, 이연승 옮김 / 블루홀식스(블루홀6) / 2022년 7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전망탑의 라푼젤』

'라푼젤' 동화 속에는 오랜 시간 탑 속에 갇혀 자신을 구원해 줄 존재를 기다리는 긴 머리 소녀가 있다. 그녀를 가둔 것이 그 누가 되었든 어린 소녀가 성장할 때까지 제대로 된 돌봄을 받을 수 없었을 것이라는 짐작이 가능하다. 우리는 그런 동화를 보면서도 '긴 머리를 이용해 탑 위에 오른 왕자와 라푼젤이 행복하게 살았다'에만 초점을 맞췄지만 지금 와 생각해 보면 우리가 익히 보고, 아이들에게도 열심히 읽어줬던 동화 속에는 아이들을 학대하는 장면들이 속속 숨어 있는 걸 느낄 수 있다.

동화 같은 예쁜 표지의 <전망탑의 라푼젤> 띠지 속 "아이들은 죽기 위해 태어난 것이 아닙니다."라는 문구가 라푼젤과 어떤 연관성이 있을까 궁금했는데 다 읽고 난 후에 들여다본 표지는 너무 가슴 아프게 느껴졌다. '어리석은 자의 독'을 통해 알게 된 작가의 책이라 이번에는 어떤 반전 재미를 선물할지 기대했는데 읽는 내내 이런 현실에서 살아갈 아이들에 대한 걱정으로 마음이 너무 불편했다.

아동 상담소에서 근무하는 유이치와 시청 공무원 시호는 가정에서 학대를 당하거나 제대로 보호받지 못하는 아이들을 관리한다. 늘 일손이 부족하고 많은 업무에 시달리는 직원들, 그들은 환영받지 못했고 폭행을 당하기도 했다. 유이치와 시호의 이야기 속에는 학대 당하는 아이들이 존재했다. 필리핀 어머니를 둔 카이와 오빠에게 성적 학대를 당해온 나기사, 비쩍 마른 몸에 학대당한 흔적이 가득한 몸을 이끌고 이들을 만나 하레라는 이름을 얻은 유아의 이야기에서 제대로 정착하지 못한 이민자들과 그 2세들의 가슴 아픈 사연을 접할 수 있다. 그리고 가족의 울타리 안에 있지만 성추행을 당하는 딸을 구제해 주지 못하는 부모도 존재했다. 아이를 갖고 싶어 불임치료를 하는 이쿠미는 베란다에서 내려다보이는 집에서 학대 당하는 아이를 데려다 키우고 싶어 한다. 누군가는 원하지도 않았는데 생긴 아이였고, 누군가에겐 원해도 가질 수 없는 아이였다.

세 가지 이야기는 다른 이야기 같았는데 알고 보니 하나로 연결되는 이야기들이었다. 사회적으로 외면당하는 것 같은 이들이 사는 세상은 왜 어른들의 보호의 손길을 받을 수 없었을까 너무 안타까웠다. 분명 우리나라 현재 어딘가에서는 이와 같은 일을 견디며 살아가는 이들이 있을 거란 생각에 더 가슴이 아팠던 것 같다. 

그곳을 벗어나면 좀 더 나은 세상이 기다리고 있을 거란 '희망'을 가졌던 이들 앞에 아름다운 결과가 기다리고 있진 않았지만 남은 이들이 떠나고 싶었던 곳에 머물며 행하는 일들이 아름다웠다. 그래서 읽는 내내 불편하고 가슴 아팠지만 마지막엔 '그래도 다행이다'하며 책을 덮을 수 있었던 <전망탑의 라푼젤>이다. 아동학대, 빈곤, 폭력.. 벗어나려 해도 벗어나지 못하는 굴레 속에 갇힌 이들에게 제일 필요한 건 끊임없는 관심이 아닐까.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